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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준 논쟁을 통해 드러난 진보진영일부의 편협성과 도식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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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 교수의 정치 커뮤니티] 진보진영 일부의 편협성과 도식주의 (매노, 김민웅 성공회대 사회과학정책대학원 교수, 2011.12.16)
- 박태준 논쟁에 대해
한 인간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매우 정밀해야 한다. 모르는 면모가 드러나면 그걸 기초로 재평가해야 한다. 그게 진보다. 인간에 대한 최대한의 존중과 역사의식을 가지고 인정할 만한 사실이 있으면 받아들이는 것이 진보다.
박태준 회장은 이 땅에 보기 드문 보수적 인물의 모델이다. 그것은 귀한 자산이다. 저열한 진보가 있듯이, 공적책무를 다하려는 보수가 있게 마련이다. 어느 인간이 완벽하겠는가. 그러나 평가할 만한 것이 있다면, 평가해야 한다. 그가 어느 입장과 노선에 있던, 그럴 만한 자세를 갖춘 것이 진보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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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민웅 교수의 지적처럼 한 인간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정밀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다만, 박태준회장의 죽음에 대해 추도문을 쓰면서 명복을 기리는 걸 정당화할 만큼 그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는 의문이다.
 
2. 그를 사회장으로 치르는 게 타당한가? 석면이 죽음에 많은 작용을 하였음이 부각되고 있는데, 그 석면현장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언론이 어떠했는지 지적해야 하지 않나?
 
3. 김민웅교수는 직원과 노동자들을 혹독하게 다뤘던 것을 박태준회장이 세월이 흘러 공개적으로 사죄했다고 하지만, 이를 제대로 챙기지 못했던 나를 비롯한 많은 이들은 들어본 적이 없다. 1990년대 초반 대한민국 최대의 노조였던 포철노조를 붕괴시키는 주범이면서 지금까지 포스코에 제대로 된 노조가 없는 것에 그가 무슨 반성을 했는지 역시 들어본 적이 없다.
 
4. 김민웅교수는 국민 공기업이 민영화되면서 자신은 주식 하나 소유하지 않았고 스톡옵션 받기를 거부했다는 걸 내세운다. 나아가 국민기업인 포철에서 이윤을 만들어 내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국가건설의 기초 역량을 다지려 했던 것이라고 말한다. 논란의 소지는 있으나, 포스코로의 민영화가 바람직했는지에 대한 평가가 우선되어야 하지 않은가? 기껏 민영화시 스톡옵션 받지 않은 게 그렇게 대단한 건지 모를 일이다. 물론 다른 재벌들에 비교하면 참 건전한 편임을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건전한 자본주의를 했다는 게 비판을 면책할 사유는 되지 않는다.
 
5. 나아가 김대중 대통령이나 박원순 시장이 설립한 아름다운 재단을 그리 진보적인 것으로 보지 않는 입장에서 DJ에 대한 후원이나 아름다운 재단에 대한 기부를 진보진영에 대한 지원으로 연결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
 
6. 이처럼 몇 가지 일화만으로 박태준 회장에게서 긍정적 측면을 발견하는 것 못지 않게 비판적 평가를 할 수 있는 일화도 너무나 많을 거다. 현 정권이 지나치게 꼴통이어서 상대화된 것 때문에 그렇지, 진보진영에 속한다는 이들이 그를 추모하는 걸 이해하긴 힘들다. 물론 이에 대해 욕을 퍼붓는 것도 오바인 것은 사실이다. ‘박정희하고 친하지 않았느냐?’, ‘세계 굴지의 기업의 왕초였으니 당연히 노동자들을 짓밟았겠지’, ‘얼마나 해먹고 부자가 돼 떵떵거리며 살았겠어?’ 이런 식이라고? 그런 극단적인 비난에 주목하지 말라. 아니, 김민웅 교수가 진보진영에 애정이 있다면, 보수언론을 비롯한 주류의 분위기가 박태준회장을 얼마나 미화하고 포장했으면 그렇게까지 반응할까 하고 이해해줄 순 없을까.
 
김민웅 교수는 "이 절망적인 도식주의를 깨지 못하면, 진보는 조금이라도 차이가 보이면 안에서 무식하게 분열하고 잔인하게 공격하는 습관을 지속하고 말 것"이라고 하지만, 박태준 회장과 같은 보수주의자에 대해, 그에 호의적인 입장을 표명하는 이들에 대해,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면 박노자 교수가 얘기한 대로 부지불식간에 전향하는 이들이 속출하더라도 막기 어려울 것이다.
항상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중심으로 모든 사안과 세력을 볼 수밖에 없음을 인정한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보다 왼쪽에 있는 이들을 한데 뭉뚱그려서 편협하다고, 도식적이라고 딱지부치는 행태는 지나치지 않은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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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17 23:07 2011/12/17 23:07

3 Comments (+add yours?)

  1. 은하철도 2011/12/18 13:10

    국가와 민족을 최고기준으로 삼으면 저렇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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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앙겔부처 2011/12/18 13:45

    노조가 없는 원인과 결과를 지워버린 객관적 평가라면 걍 주관적 평가가 낫겠네여 솔까말 자본가라고 민주주의를 지지하고 상식적인 사람 왜 없겠음? 개인의 인성을 평가하고 추도하든가 자본가로서 경영자로서 평가하고 추도하든가 저건 자기가 구분 못 하고 막 섞어놓고 잘못 썼다고 지적받으니까 징징대는 걸로밖에 안보이네 괜히 읽엇다ㅡㅡ

    참 저건 자본가도 아니라니.. 미치겠네ㅡㅡ 워렌 버핏은 부자더러 세금 잔뜩 내라니까 아주 아큐파이 운동을 음으로 양으로 도와서 성공시키는 거겠네ㅡㅡ

     Reply  Address

  3. 새벽길 2011/12/18 23:01

    김민웅 샘@asabeol이 제가 진보블로그에 쓴 글 "박태준 논쟁을 통해 드러난 진보진영일부의 편협성과 도식주의?" http://blog.jinbo.net/gimche/1191 을 읽으셨는지 아래와 같이 제게 손수 관련 멘션을 주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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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글 고맙게 잘 읽었어요 충분히 문제제기해야할 대목들이에요 정리해야할 지점은 1. 90년대 초반 박태준은 이미 포철에서 손을 뗀 상태이고, 2. 포철 민영화는 본래 국민주 전환이 목적이라 스톡 옵션식의 민영화는 박태준이 반대하고 DJ가 IMF의 압력아래 추진, 양자사이에 묘한 갈등이 존재했답니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보수인사 가운데 재벌해체론을 비롯 한겨레창립지원 시민운동 지원등의 모습을 보인 이가 없다는 걸 평가해줄 필요가 있다는 거죠. 그래야 보수언론들이 조작해내는 보수의 이미지를 우리가 일정하게 정리해낼수 있다는 거에요 의미있는 문제제기 감사하게 잘 읽었어요 이런 논쟁이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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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웅 샘께 트윗을 통해서라도 얘기를 해주셔서 고맙다는 말씀 드립니다. 하지만 여전히 그것만으론 부족하다는 생각을 버리기 힘드네요. 우선 박태준 회장이 90년대 초반 포철에서 손을 떼기 전에 행했던 행태들에 대해 어느 정도의 자기반성이 없었다는 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을 듯해요. 포철회장으로 재직하면서 평가해야 할 가장 큰 사항인데, 이것이 간과되고 있다는 겁니다. 그에 대해서는 매일노동뉴스에 다음과 같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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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강왕 박태준 별세, 노동계가 침묵한 이유는?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8199
    사실 박 명예회장은 무노조 경영철학으로 생전에 노동계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는데요. 포스코노조의 역사를 보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민주화 열기로 가득했던 88년 박 명예회장은 "노조를 허용하겠다"고 선언했는데요. 그런데 곧바로 어용노조가 등장했습니다. 2년 뒤인 90년 '민족포철'이라는 현장조직 집행부가 노조를 장악하면서 조합원 2만명의 민주노조가 탄생했지만 그 역사는 짧았습니다. 당시 활동했던 노조간부들에 따르면 회사측이 포철공고 출신으로 병역특례 혜택을 받았던 조합원들에게 "군대를 보내 버리겠다"는 등의 회유와 협박을 서슴지 않았다고 합니다. 결국 민주노조는 서너 달 만에 무너졌다고 하네요.
    여러분들은 한국의 철강왕이자 무노조 경영의 상징으로 통했던 고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역시 공과는 역사가 냉정히 평가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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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에 한참 유행하던 '철의 노동자'라는 노래로 무장하고 현대자동차노조와 함께 주목받았던 포항제철 노조(제 기억으론 박군기 집행부였을 겁니다)는 그렇게 무참하게 붕괴되었고, 그 뒤의 포스코에서의 노조운동이 어떠했는지는 우리가 다 아는 사실입니다. 지금도 포항은 물론 광양에서도 포스코는 지역노동운동과는 무관하게 굴러가고 있지요. 그에 대한 책임은 일차적으로 노동운동 진영에게 있겠지만, 박태준 회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데 가장 큰 난관이기도 할 겁니다. 그런데 이를 평가하는 데에서 뺄 수는 없겠지요.

    민영화 과정에서의 이견, 재벌해체론을 비롯 한겨레창립지원, 시민운동 지원등의 모습은 조금은 부차적인 게 아닐까 합니다. 또한 박태준 한 개인의 행적뿐만 아니라 그의 사위 등의 정치적 입장 등도 평가되어야 할 테고요. 더욱이 우리가 그에 대해 모르는 면들이 많긴 한데, 그런 게 생전에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면, 드러난 것만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고, 또한 개인적인 선행보다는 그가 지녔던 자본가로서의 역할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게 타당하다고 봅니다. 이러한 전반적인 내용을 감안한다면, 역시 그는 자본과 권력의 입장에 서 있었고, 아니 양심적이었을지는 모르나 자본가였음을 부정해선 안될 겁니다.

    샘 말씀대로 이런 사안들에 대해 진보진영 내에서 엄밀한 평가가 있기를 기대하지만, 거기에서 계급이라는 잣대와 노동자민중의 관점이 빠지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는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보수 자유주의 정치인들에 대한 평가에서도 마찬가지일 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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