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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개표가 끝나고 난 후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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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하루내내 감기 때문에 골골했다. 이번에야 말로 대한문에 갔다와야지 생각을 하면서도 계속 흘러나오는 콧물 때문에 단지 개표방송을 지켜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총선 결과에 대한 단상 같은 걸 쓰기는커녕 생각조차 하기 쉽지 않았다. 지금도 마찬가지이기는 한데, 페북에 명인님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해주어서 옮겨온다. 그 전에 몇 가지를 조금 덧붙인다.
 
나보고 왜 새누리당이 과반수 이상을 차지한 것에 대해 별다른 말을 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트위이나 페북에서 제기되었는데, 사실 그리 큰 의미를 두지 않기 때문에 그러하다. 그 자체도 민주당의 무능에 기인한 것이고, 새누리당과 민주당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분석을 하자면, 김용민 발언, 아니 김용민의 버티기와 이에 대한 민주당 지도부의 사퇴권고라는 안이한 판단이 여대야소를 바꾸지 못했다고는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간발의 차이로 떨어진 수도권과 부산의 친노진영이 PK를 바꾸는데 실패한 것은 나름 의미있기는 하지만, 그렇게 바뀐다고 해도 이를 통해 영호남 민주화세력의 동맹이란 게 결국은 30년 전 양김의 동맹을 재현한 것 이상의 무엇이란 말인가.
 
그래서 새누리당의 완승과 야권연대의 과반수 확보 실패에는 별로 관심도 가지 않고, 중요하다 여기지도 않는다. 사실 이번 결과는 지난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이미 확인되었다. 당시에도 박원순후보진영이 무능함을 보였음에도 서울시장 선거에서만 승리를 했고, 나머지는 한나라당에 완패를 했다. 이번 총선에서도 서울 수도권만 야권연대가 승리했을 뿐 나머지 지역에선 새누리당의 완승이었다. 새삼스러운 결과도 아닌 셈이다. 그런데 왜 그리 호돌갑을 떠는 것인지...
 
나는 총선 전에도, 그리고 총선 이후에도 1.13%에 그친 진보신당의 미래에 더 관심을 가진다. 트윗과 페북에서 진보신당을 홍보했지만, 2% 득표도 어려우리라 예상했고, 진보신당이 얻은 25만표에 조금 못미치는 득표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 제도정치권에서 우리의 실력은 그 정도였다. (지금 확인해보니  진보신당의 비례대표 득표는 242,995명(1.13%)으로, 기독당의 257,164명(1.20%)에도 미치지 못했는데, 이 점은 상당히 아쉽다.)

   
오히려 당 내외의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예전의 진보정당에선 보여주지 않았던 선거투쟁을 한 점을 높게 평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선거 과정에서 무슨 징후가 우려된다고 한 선배가 있었는데, 난 그게 통합진보당이 진보정당이 아니라는 점이 명확하게 되었고, 진보신당을 비롯한 좌파정당 세력과 구별정립하게 된 점이라고 본다.
 
다만 진보신당이 2%를 얻지 못함으로써 통합진보당이 유일 진보정당 행세를 하면서 민주노총과 함께 운동판을 말아먹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그래서 신속하게 진보신당을 해산하고 당 밖의 좌파 세력과 함께 녹색좌파당 건설에 나서야 한다. 진보신당이 해산된 건 이 점에서 오히려 바람직스런 건지도 모른다.
 
낮은 득표율이 예상됨에도 열심히 선거에 임한 진보신당의 후보자 및 당원들, 그리고 그 지지자들이 힘을 냈으면 한다. 이제 우리의 정치는 시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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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표가 끝났다. 정당득표율이나 거제 선거의 경우 좀 아쉽긴 하지만, 난 조금도 참담한 마음이 들지 않는다. 더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 정직한 결과가 마음에 든다. 실력을 키우는데 자신의 실력을 과신하게 만드는 결과보다 나쁜 것도 별로 없다.
 
이유야 어쨌든 주어진 조건에서 우리는 최선을 다했고, 1.1% 면 나는 선방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번 선거과정에서 '닥치고 정치'가 아니라 본래적 의미의 정치가 무엇인지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우리 스스로 배웠다. 또 우리는 '선거'란 좌파에게 어떤 공간이어야 하는지를, 매번 눈물로 감동씩이나 해가면서 배웠다. 우리는 '현실정치'라는 이 돼먹지 않은 판에서조차 좌파가 해야할 역할이 과연 무엇인지를 배웠고, 우리 스스로 배제된 자가 됨으로써 비로소 배제된 자들의 서사를 정말로 우리가 쓸 수 있었다.
 
우리는 절친을 잃었을지 모르지만 훨씬 더 든든한 새로운 동지들을 얻었고, 다수 대중의 지지를 받지 못했지만 "무리하고 과격한 투쟁"을 하는 소수들에게 '동지'로서 지지를 받았다.
 
무엇보다 우리는 이 그지같은 정치현실 속에서도 우리가 더이상 냉소적이 되지 않고 이토록 뜨거워질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고, 우리는 우리자신을 이토록 뜨겁게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도 알게 되었다. 이제 우리는 우리가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알게 되었고, 또 이제 우리는 그래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되는지도 안다.
 
우리는 이번 선거를 통해서 적보다 더 무서운 우리자신을 이겨낸 것이 아닌가? 적들에 대해서라면, 좌파란 본시 '승리'가 아니라 '패배'로부터 힘을 내는 존재들인 법.
 
선거에서 어떤 결과를 얻었든 우리가 가는 길은 워낙에 이렇게 머언 길이었다. 우리는 어차피 보이지도 않는 목표를 향해가는 장거리 선수였다. 그러니 몇 발 걷지도 않고 성적에 기운뺄 이유, 전혀 없다.
 
자, 이제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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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2 09:47 2012/04/12 09:47

댓글1 Comments (+add yours?)

  1. 산오리 2012/04/12 16:19

    동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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