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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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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민의 견해에 다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생각할 꺼리는 꽤 있다. <정치의 몰락>이라는 책도 한번쯤 읽어볼 만할 듯하다. 아래 글은 박성민가 얘기한 것 중 몇 가지를 발췌한 것이다.

 
75% 민주주의도 그럴싸한 발상이긴 한데, 이는 자신이 당파성이 없다는 전제 하에서 가능한 것이다. 나름 자신의 입장이 있다면, 그것도 중도적인 게 아니라면 동의하기 어렵지 않을까. 이를테면 생태적인 가치를 내거는 소수정당은 존재의의 자체가 희미해진다. 민주당이 중도좌파로 분류되는 것 또한 동의하기 어렵다. 4개로 나눈다면, 보수당(새누리당), 자유당(민주통합당), 사회민주당(통합진보당?), 그리고 좌파당(나머지 왼쪽의 세력)이 타당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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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도 안철수도 아니다! '75% 민주주의'가 정답이다!" (프레시안, 안은별 기자, 2012-06-01 오후 6:58:44)
[어쿠스틱 인문학] <정치의 몰락> 펴낸 정치 컨설턴트 박성민
 
정치 컨설턴트는 선거 때는 선거 캠페인을 돕고 평시엔 이미지를 관리하는 역할을 맡는다. 미국에서는 이미 컨설턴트가 정치인의 위기 관리와 정책 컨설팅에 걸친 모든 영역을 담당한다. 한국에서 정치 컨설턴트의 가장 큰 역할은 정치인에게 지동설을 믿게 하는 것이다.
 
정치 컨설턴트로서 중요한 것은 흔들리는 민심의 동향을 읽는 일이 아니다. 정치 컨설턴트는 오히려 민심이 가장 흔들리기 쉬운 지점에 자신의 몸을 놓고서 그 흐름을 자신의 감각으로 익혀야 한다.
 
미국에선 컨설턴트가 '공화당 컨설턴트', '민주당 컨설턴트'로 거의 정확히 이분되는 편이다. 정체성이 분명하다. 한국에선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잘 안 된다. 하나는 선거를 치를 때마다 당이 바뀐다는 것, 하나는 이른바 무당층의 존재다. 한국에서는 무조건 한나라당(이란 이름으로 대표되는 거대 보수 정당)만 찍는 사람이 38퍼센트 정도고, 그들을 단 한 번도 안 찍었고 앞으로도 안 찍을 사람이 35퍼센트쯤 된다. 선거는 나머지 27퍼센트가 어디로 쏠리느냐로 결정 난다. 이들을 '중도층'이라 부르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면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 같은 느낌이지만 그렇지 않다. 실은 좋게 말하면 당파성이 없고, 나쁘게 말하면 아무 생각 없이 사는 사람들이다. 정치 컨설턴트는 바로 그 자리에 자신을 놓고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정확히 민심을 읽을 수 있다.
 
뛰어난 정치 컨설턴트는 전략을 A4 용지 한 장 안에 담을 수 있어야 한다. 그게 대통령 선거든 서울 시장 선거든 딱 한 장 안에 '이 선거의 핵심은 무엇이다. 나는 이 선거를 이렇게 본다. 그래서 해야 할 일은 이 세 가지, 해선 안 되는 일은 이 세 가지다'를 쓸 수 있어야 한다. 그보다 더 뛰어난 정치 컨설턴트는 이 A4 한 장에 쓰인 전략을 후보에게 설득하는 사람이다.
 
선거는 보통 전력, 전략, 정신력으로 좌우된다. 1997년과 2002년에 한나라당이 아닌 대통령이 탄생했는데 지금까지도 기적에 가깝다는 게 역사적 평가다. 이때는 전력은 안 되는데 전략으로 이긴 거다. 
 
책에 보수를 떠받치던 일곱 기둥이 있다고 썼다. 지식인, 언론, 교회 권력, 문화 권력, 기업, 권력 기관, 정당이다. 첫째로 지식인, 현재 대중 공간에서 팔리는 책 열 권 중 아홉 권의 저자는 진보학자다. 다음으로 보수 언론과 보수 기독교 권력도 힘이 예전만큼 못하다. 네 번째는 문화인데, 사실 어느 나라에서나 문화계는 진보적이다. 그러나 한국에선 특수하게도 문화마저 보수가 실권을 쥐고 있었는데 이제는 그에 저항하는 단체를 만들 필요도 없이 '진보 연 하지 않으면 팔리지 않는 시대'가 됐다. 기업, 권력 기관, 정당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볼 때 진보 세력이 갖는 토대가 이제 보수 세력과 비슷해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보수가 '몰락'하고 있다는 표현은 쓰지 않았다. 하지만 압도적 우위에 처해 있던 시대는 확실히 종언을 고했다고 본다.
 
나는 정치의 본질이 '갈등을 해소하는 것'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갈등을 조정하기 위해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만장일치, 둘째론 폭력, 셋째는 대화와 타협이다. 민주주의는 비효율적이고 문제도 많은 제도다. 다만 민주주의의 가장 좋은 점은 폭력을 배제한 방법이라는 점이다.
민주주의가 뭐냐고 물었을 때 가장 먼저 나오는 답이 '다수결의 원칙'이다. 하지만 51퍼센트를 확보하면 모든 것을 다 장악하는 방식은 정치보다는 시장, 엄밀히 말하면 '주주 자본주의'의 원리에 더 부합한다. 기업에서는 51퍼센트의 주식을 가지면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한다. 최고경영자(CEO) 출신들이 정치에서 실패하는 이유 중에 그런 문화 차이도 있을 거다. 그들은 결론 내리는 과정을 견디지 못하니까. 25대 75 구도가 되어 상황은 끝이 난다.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중대선거구제로 시급히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가 한나라당 대 반 한나라당 구도의 고착화다. 사실 이 구도는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 사이에 맺어졌던 한시적인 '90년 동맹'의 결과인데 지금은 한계에 봉착했다. 좌파 정당 두 개, 우파 정당 두 개, 이렇게 네 개로 분화되어야 한다고 본다. 가장 왼쪽에 '진보당', 그 다음으로 '민주당', 그 다음 '공화당', 가장 오른쪽에 '자유당'이 있을 것이다. 이랬을 경우 무상 급식은 진보당-민주당-공화당이 통과시켰을 거고, 한미 FTA는 자유당-공화당-민주당이 찬성해 통과시켰을 거라고 본다. 이럴 경우 양쪽 다 75퍼센트다.
 
미국이 위기나 갈등 상황에 닥쳤을 때 내세우는 중요한 원칙 중 하나가 이것이다. '우리(국민)가 뽑지 않은 애들은 일단 빠지고, 우리가 뽑은 애들이 상황을 주도해!'. 우리나라는 그 반대다. 국민이 뽑은 순서대로 의사 결정에서 밀린다. 그렇게 되니 한국은 관료들이 통치한다. 미국에서 로비스트는 의회를 상대로 로비를 하는데, 한국에서는 관료를 상대로 한다.
 
정치는 세 가지 힘을 갖고 있다. 일단 선거를 통해 정통성을 위임받았다. 두 번째는 물리력을 배타적으로 만들 수 있는 실체적 힘인 법이다. 세 번째는 300조 원이 넘는 엄청난 돈을 나누어줄 힘이다. 여기에 정보도 추가할 수 있다.

 
"촛불보다는 투표가, 투표보다는 제도가 힘이 세다". 제도는 '그것이 탄생한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는' 비가역적 시스템이다. 제도화의 가장 큰 장점은 공정하며 예측 가능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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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21 15:04 2012/06/21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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