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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기 - 가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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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못본지 며칠째인지 모르겠다. 이쯤되면 기우제라도 지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연구소에 앉아 있는데, 바람도 잘 들어오지 않아서 등에 땀이 찬다. 폭염주의보가 내렸다고 하는데, 그럴 만하다.

 

한편으로 자신들이 4대강사업으로 저질러놓은 게 있어서 그렇지 그런 게 없었다면 아마 보수언론으로부터 오늘 7시부로 파업에 돌입한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를 두고 "이 가뭄에 웬 파업?" 이 소리가 나왔을 것이다.

 

암튼 덥고 가뭄 생각을 하니 김민기의 '가뭄'이 생각났다. 물론 예전엔 김원중의 목소리로도 들었고, 김민기가 아닌 다른 이가 불렀던 게 있었던 듯한데, 지금 나에겐 그 mp3는 보이지 않는다. 이 노래를 보면 투쟁과 구호, 함성을 담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서정적인 민중가요도 있을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이럴 때 서정적이란 게 참 서럽게 다가온다.

 

아까 연구소에서 세미나 할 때는 한국전쟁이 발발한 날이라고 아아~ 했더니 다른 이들이 그 뒷가사를 함께 부른다.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 날을~" 다들 이 노래가사를 잊지 않고 불러제끼는 걸 보면, 노래를 통한 세뇌라는 게 얼마나 무서운 줄 알겠다. 하긴 박정희 작사 작곡이라는 '나의 조국'도 잊어지지 않는다. 덧붙여, 학부 때 선배들이 미제에 대한 불타는 적개심을 담아 이 노래를 부르곤 했던 것도 함께 기억난다. 철없던 시절이었군. 

 

내가 흥얼거려본 '가뭄'의 가사가 그리 틀리지 않는다. 내가 어쩌자고 이 노래가사를 외워 불렀을까. 아마 이곡저곡 부르다보니 자연스럽게 입에 익었을 터이다. 이러는 내가 참...

 

 

 

 

 

가 뭄
 
갈숲 지나서 산길로 접어 들어가
몇구비 넘으니 넓은 곳이 열리난다
길섶에 피인 꽃 어찌 이리도 고우냐
공중에 찬 바람은 잠잘 줄은 모르난다
 
오랜 가뭄에 논도 밭도 다 갈라지고
메마른 논두렁엔 들쥐들만 기어간다
죽죽 대나무야 어찌 이리도 죽었냐
옛집 추녀엔 이끼마저 말라 버렸네
 
이 가뭄 언제 끝나 무슨 장마 또 지려나
해야해야 무정한 놈아 잦을 줄을 모르난다
걸걸 걸음아 무심한 이 내 걸음아
흥흥 흥겹다 설움에 겨워 흥겹다
 
에헤야 얼라리야 
얼라리난다 에헤야
텅빈 지게에 갈잎물고 나는 간다
김민기 - 가 뭄
 
갈숲 지나서 산길로 접어 들어가
몇구비 넘으니 넓은 곳이 열리난다
길섶에 피인 꽃 어찌 이리도 고우냐
공중에 찬 바람은 잠잘 줄은 모르난다
 
오랜 가뭄에 논도 밭도 다 갈라지고
메마른 논두렁엔 들쥐들만 기어간다
죽죽 대나무야 어찌 이리도 죽었냐
옛집 추녀엔 이끼마저 말라 버렸네
 
이 가뭄 언제 끝나 무슨 장마 또 지려나
해야해야 무정한 놈아 잦을 줄을 모르난다
걸걸 걸음아 무심한 이 내 걸음아
흥흥 흥겹다 설움에 겨워 흥겹다
 
* 에헤야 얼라리야 
얼라리난다 에헤야
텅빈 지게에 갈잎물고 나는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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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25 20:21 2012/06/25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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