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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평준화가 어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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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가 고교평준화가 된지 30년이 된 모양이다. 그래서 서울신문에서 이에 관한 기획기사가 나오고 있다. 첫번째에는 비평준화 시절의 명문고와 평준화 시기의 명문고를 비교하더니 이번에는 학력변화에 대해 다루고 있다.

  

명문고를 다룬 기사는 아직도 인터넷 서울신문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기사로 나와 있다. 그런데 사실 명문고의 기준이라는 게 기획예산처, 교육부, 외통부의 5급이상 공무원 수, 검사 수 등을 집계한 것이다. 아마도 이 숫자는 해당 직업을 가지기 위해 일정한 시험을 거치기 때문에 공정성이 있다고 보아 그렇게 한 것일 터이다.

  

그런데 그런 집계가 명문고의 기준이 되나? 아마 속으로는 서울대 합격자 수 같은 것으로 집계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예전에는 서울대 입학이 명문고 기준이다 보니 몇몇 사립고의 경우 고려대나 연세대의 인기학과보다 커트라인이 낮은 서울대의 비인기학과에 무더기로 집어넣고 서울대 합격자가 많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홍보의 대상이 된 학생들은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재수를 반복하게 되었고...

  

이러한 명문고 집계를 보면 평준화의 목적이 어디 있는지 의심스럽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런 곳에 있지 않으며, 검사가 몇명, 경제부처 공무원이 몇명에 속하는 것은 소수 몇몇의 엘리트들 뿐이다. 물론 그런 사람들을 예로 들면서 "우리 학교가 이래서 명문이야"라고 우쭐대는 이도 있겠지만 말이다.

 

나 또한 평준화 지역의 고등학교를 나왔지만, 거기에서도 일부 영어, 수학과목에 한해 수준별 학습을 받았던 적이 있다. 물론 이것은 공립고교였기에 보충학습시간에 행해지긴 했지만, 성적순으로 짤라서 소위 우열반 편성을 한 것은 아이들에게 많은 충격을 주었다. 당시만 해도 공부잘하는 학생들은 여러 수준의 학생들이 한 교실에서 공부를 하는 것은 교수대상의 초점을 맞추지 못하여 효율적인 학습이 되지 않으며, 모두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지 못하면서 질적 수준을 하락시킨다고 생각했기에 이러한 수준별 학습에 찬성하였다. 하지만 내 기억을 더듬어보자면 그 우등생들에게는 우월의식이 작동하지 않았나 싶다. 뭔가 차별화된 교육을 받으면서 지진아들 때문에 제대로 못했던 공부를 하고, 열등생과는 다른 '레벨'에 있다는 생각을 심어주었던 것이다. '지진아'들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그 동안 진도가 너무 빨리 나가고 잘 이해하지도 못했던 것들을 차근차근 알려주는 기회라고 생각했을까. 결코 그렇진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차별대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고, 공부잘하는 모범생들과 학교측에게 약간은 거리감을 느꼈을 것이다. 물론 그 억압적인 교육환경에서 이러한 불만은 전혀 표출될 수 없었다.

 

여전히 평준화에 대해 많은 얘기가 나온다. 곧 퇴임하는 정운찬 서울대 총장은 얼마 전 한겨레신문과의 평준화 폐지가 자신의 소신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역할당제를 옹호하면서 자신이 대도시 명문고 출신의 동기들보다 시골학교 출신 동기들에게서 더 많이 배웠다고 얘기를 했다. 고등학교 교육의 목적이 단지 대학입학에만 있지 않다면, 평준화라는 게 폭넓은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익힐 수 있도록 하는 장으로 파악하고 이를 지지해야 하지 않을까.  

    

[고교평준화 30년 그후] (2) 평준화 이후의 학력 변화

평준화 국책기관도 “학력 ↓” “성적 ↑” 이견 (서울신문 2006-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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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6/29 11:48 2006/06/29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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