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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 괴물같은 반전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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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드라마 보는데 무슨 의미부여를 할 필요는 없겠고,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이 그냥 재미있는 드라마여서 그에 대해 몇 자 적어본다.
 
1. 드라마가 한치앞도 예측 안되긴 나인이 처음인듯하다. 반전의 연속이다. 시간여행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 전혀 알 수가 없으니... 제작진은 "점점 반전의 강도가 세지기 때문에 4단 반전이라 해도 무리가 아니다"며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반전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자신했다는데, 정말 그렇다. 괴물같은 드라마라는 표현이 적확하다. 이건 뭐... 어제는 다른 회차와는 달리 예고편도 없더라. 쩝.
 
2. 정말 마지막회 보는 게 두렵다. 더이상 이 드라마를 볼 수 없어서이기도 하고, 자칫 새드엔딩으로 끝나지 않을까 싶어서이기도 하고... 많은 애청자들의 바램처럼 해피엔딩으로 끝나기를 바랄 뿐이다. 깔끔한 것도 좋지만, 힐링이 되어야지.
 
3. 프로야구도 하지 않지, 뭘했던 나름 편히 보냈던 주말이 지나고 다시 출근해야 하지, 지난 주 한 것은 없는데 뭘 했는지 한주동안 뭘할지 얘기해야 하는 회의가 있지, 맘놓고 뭘 하지도 못하지... 아무리 한주의 시작이기에 활기차게 맞이해야 한다지만, 월요일이 기다려졌던 적은 별로 없었다. 그런데 나인 덕분에 월요일이 기다려졌다. 하루에 한 시간도 안되는 분량밖에 하지 않는 게 넘 아쉽기는 하지만, 이걸 본다는 자체만으로 월요일을 기다렸던 것이다. 그리고 또 다음주를 기다려야 하는 이 기분, 나인을 보지 않은 이들은 알기 힘들거다.
 
4. 여기선 배우들의 연기도 빼어나다. 주연인 박선우 역의 이진욱은 물론 조윤희, 전노민, 정동환, 엄효섭, 이승준 등. 특히 정동환이 20년 전의 연기를 할 때와 현재에서 잘나갈 때와 망가졌을 때의 분장과 표정연기는 정말 예술이다. 정동환 연기의 진수를 볼 수 있다. 여기에 명품악역 창민역의 김원해도 빼놓을 수 없다. SNL 코리아에선 진중건 역으로 나와서 웃음을 주었는데, 여기에선 이런 진지한 배역으로 이미지를 바꿔놓았다.
 
5. 이진욱은 이번 나인을 계기로 한번 더 도약하는 배우가 될 듯하다. 예전에 연예인 X-파일 이진욱 편에 이렇게 나왔다고 한다. ‘광고 등에 출연반응 좋고, 남자다우면서도 우수에 찬, 이 시대가 요구하는 남성상 이미지와 부합. 매일 운동으로 관리하고 술 담배 전혀 안하고 성실함.’ ㅋㅋ 이런 건실한 이미지를 사람들이 그리 좋아하진 않을 테고, 그리 재미있는 사람은 아니었을 듯한데, 이번 드라마로 대박쳤다.
그는 ‘연기를 하자’고 결심했던 순간부터 ‘엄청난 스타가 돼서 멋진 삶을 살아야지’가 아니라, ‘이 일을 하면 밥을 굶더라도 만족하면서 재미있게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멋있는 친구다.
 
6. 박선우의 절친인 의사 한영훈 역을 하는 이승준도 나인에서 처음 본 배우인 듯 싶다. 연기가 아주 인상적이진 않은데, 상당히 자연스러운 느낌이다. 암튼 죽는 순간에 자신의 얘기를 들어줄 거라 믿을 수 있는 이런 친구를 둔다면 참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으리라.
 
7. 나인은 과거에 개입할 수 있는 시간여행을 한다는 게 과연 행운인지 저주인지를 묻게 만든다. 타임슬림을 한다면 과거의 사실을 알고 있다는 점에서 시간여행을 다룬 대부분의 작품에서 축복으로 여겨지는데, 여기에선 그렇지 않다. 여기에는 향이 피어오르는 30분 동안만, 그것도 20년 전의 과거로만 갔다 올 수 있으며, 과거가 바뀌면 현재도 바뀐다는 제약조건기 크게 작용했을 터이다. 이 때문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들이 생겨났고, 이것이 반전과 흥미를 이끌어낸 것이다. 이걸 상상해낸 자체가 대단할 뿐이다. 그런 향이 어떻게 정우(전노민)의 손에 들어가게 되었는지가 애매한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드라마니까.
 
8. 나인이 반전드라마니까, 드라마 속에서 최고의 반전은 무엇이었을까. 맨처음의 첫반전이 가장 인상 깊다. 바로 민영(조윤희)가 선우의 조카가 되어 사라졌을 때. 아마 다른 이들도 비슷하지 않을까. 누구나 자신의 연인이 사라지고 조카로 나타난다면 정말 미쳐버리지 않을까. 마지막회에 대 반전이 있기를 기대한다.
 
9. 난 가슴을 졸이며 매회 본방사수했지만, 기회가 된다면 처음부터 다시 한번 한꺼번에 몰아서 나인을 보고 싶다. 결론을 알기는 하지만, 그 때의 기분, 감정은 또 다를 듯해서다. 물론 이걸 보지 못한 이들에게도 강추한다. 다만 맨회 끝나기 1분 전에 갑자기 향이 등장하면서 광고가 나오는 장면은 보고 싶지 않다. 이건 꼭 슈퍼스타K에서 김성주가 "60초 후에 뵙겠습니다" 하는 것과 똑같다.
 
10. 참, 몇 가지 덧붙이기. 드라마의 처음 부분에 나오는 희말라야의 영상은 여름에 보면 그 위용이 두드러지지 않을까 싶다. 드라마 극본을 쓴 송재정 작가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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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14 19:10 2013/05/14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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