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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을 그린 화가, 고갱 그리고 그 이후"를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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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제는 어떻게 알게 된 이와 함께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전시하고 있는 '낙원을 그린 화가, 고갱 그리고 그 이후'를 봤다. 입장권이 13,000원이다. 주말이라 몰린 그 많은 사람들을 보면 시립미술관이 꼭 돈벌이를 하는 것 같아 씁쓸하더라. 
 
고갱의 3대 걸작으로 꼽히는 ‘설교 후의 환상’(1888), ‘황색 그리스도’(1889),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1897∼1898)를 모두 볼 수 있는 기회는 흔하지 않다. 이전엔 고갱을 잘 알지 못했지만, 고갱전을 보고나니 그와 그의 작품에 대해 관심이 생긴다.
 
암튼 KBS1의 '이상은의 그림+여행'에서 이 전시회를 소개한다. 그리고 그걸 내가 보고 있는 거고... 우연치고는...
덧붙여 고갱전을 볼 기회를 준 그 친구에게 다시한번 감사의 인사를...
 
2.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Where do we come from, Who are we, Where are we going?"라는 작품이 제일 인상적이다. 작품의 일부를 각각 설명하기 위해 별도로 해설면이 있는 것도 첨 봤다. 하긴 고갱예술의 기념비적인 대작이라니, 그럴 만하다. 근데 이러한 해석말고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지 않을까.

 
시기별로 그림을 전시하고 각각에 대해 키워드가 되는 고갱의 말을 써놓았다.
이를 테면 "문명은 우리를 메스껍게 한다. The Civilization Makes You Sick!" 이런 거... 고갱이 말하긴 했지만, 모두 나름 생각해 볼만한 문장들이다.
 
3. 고갱의 고전 미술과 비교하여 현대 미술이라고 비교해서 전시해놓은 것도 있었는데, 쩝 내가 식견이 부족한 탓인지 현대 미술보다 고갱의 그림이 훨씬 잘 이해되고 더 가슴에 와닿는 듯한 느낌이 들더라. 그래서 고전 미술이라고 하나?
 
그런데 이 그림들을 고갱이 그렸다 하니까 보긴 했는데, 그런 소개 없이 봤더라도 이 작품이 명작이라는 생각을 하게 될까. 나는 그렇지 않을 듯하다.
 
4. 명작을 남긴 이들은 자신이 살던 시기에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엄청나게 힘든 환경 속에서 분투하며 명작을 남긴 것이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 속에서 평생의 대작을 남기는 게 나은 삶일까, 아니면 위대한 뭔가를 남기지 못하더라도 그리 어려운 것 없이 평탄하면서도 무난하게 사는 삶이 나은 것일까. 고갱전에 함께 간 친구는 후자를 택했고, 나도 그랬지만, 쉽지 않은 질문이다.
 
5. 고갱이 생각한 낙원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는 낙원은 아니다. 낙원, 유토피아... 유토피아에 대해 지금까지는 그리 긍정적이진 않았는데, 아마 그런 상상 자체가 비현실적이고 현실의 어려움과 투쟁을 은폐한다는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전혀 그렇지 않은데도 지상낙원 운운했던 북쪽의 선전이 역겨웠던 것의 반작용도 있었을 것이고...
 
낙원을 현실에서 구현하고자 하는 노력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겠지. 그런 것마저 포기한다면 그게 더 삶을 힘들게 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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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22 00:07 2013/07/22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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