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혜 철도공사 사장의 기간제 기관사·승무원 500여명 채용 발언에 대한 코멘트
오늘 박흥수 선배가 JTBC의 인터뷰를 떠맡기는 바람에 몇 초 안되는 코멘트를 위해 최연혜 사장의 호소문에 나오는 기관사·승무원 500여명 채용과 관련된 내용을 검토해야 했다. 검토한 내용이 아까워서 여기에 정리해서 올린다. 물론 인터뷰에서 이걸 모두 말할 수 없었고, 또한 말한 내용도 다 안나올 거다. 걍 그렇다는 얘기.
1. 오늘 나온 최연혜 철도공사 사장의 네번째 호소문은 어제 철도파업 지도부 체포 실패에 따른 당황스러움을 국면 전환하려는 의도이다. 정부는 철도파업 시작 이틀 후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발표했다. 물론 현오석 부총리의 공공기관 파티론에 이어 이를 구체화한 것이지만, 공공기관 개혁의 시금석으로 철도파업 해결을 파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청와대 내에서는 "철도파업은 공공부문 개혁의 최전선으로서 정부가 뒷걸음치는 순간 공공부문 개혁은 물 건너가게 된다"고 보고 있단다. 박근혜 대통령도 오늘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철도노조의 파업을 겨냥하여 "원칙없이 적당히 타협하면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고 하였다. 여기서 양보하면 정권 자체가 흔들린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거다.
2. 최연혜 사장은 기관사 300여명, 열차승무원 200여명을 기간제로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파업 중인 철도노동자들을 자극하고 현재의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것이다. 철도노조를 압박하고 협박하는 수단으로 비정규직 채용 운운하는 셈인데, 정부와 코레일이 대화로는 해결할 의지가 없다는 걸 명확히 하는 것이다. 대체인력을 양성하고 있으니 할 테면 해봐라 하는 식으로 더욱 파업을 부추기는 꼴이다.
3. 하지만 신규 인력 채용해서 현장 업무 투입시까지 몇 달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그런데 내년 1월부터 현장 투입? 저게 철도공사 내부인사라는 이의 입에서 나올 말인가?
4. 2009년 철도 파업 당시 경찰청장 출신의 허준영 사장은 파업이 끝나자마자 "파업에 대비해 대체 기관사 3천명 양성하겠다, 나부터 면허를 딸 것이다" 하는 헛소리를 하였다. 이번 최연혜 사장이 밝힌 것과 비슷한 방안을 허준영 사장도 이미 검토했고, 그 궁극적인 목적은 파업 무력화에 있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이다. 최연혜 사장은 허준영 사장의 대체 기관사 양성 조치로 인해 코레일이 수백억원을 낭비했고 이를 국정감사에서 지적받았다는 건 몰랐던 모양이다. 이런 게 바로 정부가 심심하면 떠드는 방만경영이다.
5. 최연혜 사장이 밝힌 기간제 기관사, 승무원 채용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43조에도 반한다. 43조 1항은 '사용자는 쟁의행위 기간 중 그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의 수행을 위해 외부의 자를 채용하거나 대체할 수 없다'고, 43조 2항은 '사용자는 쟁의행위 기간 중 그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를 도급 또는 하도급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규정한 것은 노동조합의 정당한 쟁의행위를 보장하기 위해서인데, 최연혜 사장이 의도하는 것은 바로 쟁의행위를 무력화시키고, 파업을 파괴하겠다는 선언이라 할 수 있다.
6. 덧붙여 차량정비 외주화 문제에 대해서도 살펴보자. 지난 2011년 철도안전위원회가 철도공사에 제출한 “코레일 철도안전 점검ㆍ평가 결과 최종보고서”는 철도선진화에 따른 인력감축 정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철도공사가 경영효율화를 위해 유지보수 업무에 대한 외주를 확대하고, 철도의 안전운행에 필수적인 관제사를 하위직으로 전환하는 등 예산을 이유로 안전을 소홀히 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KTX 운행의 핵심 업무를 정규직원이 담당할 것을 요구했다. 철도 안전을 위해서는 현장 경험이 풍부한 관제사 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연혜 사장이 밝힌 내용은 이에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다.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3/12/23/0200000000AKR20131223084300004.HTML
코레일 "기관사·승무원 500여명 채용…내달 투입"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2013/12/23 11:19)
"차량정비 등 외주화 계획 마련…내주부턴 운행률 60%대로 낮춰"
http://www.newsis.com/ar_detail/view.html?ar_id=NISX20131223_0012613469&cID=10205&pID=10200
[전문]최연혜 코레일 사장 호소문 (서울=뉴시스, 정리/ 이재우 기자, 2013-12-23 11:33:12)
http://krwu.nodong.net/home2008/bbs/board.php?bo_table=news02&wr_id=2635
최연혜 철도공사 사장 23일 발언에 대한 입장 (2013. 12. 23 전국철도노동조합 중앙쟁의대책위원회)
새벽길 2013/12/24 15:20
http://news.jtbc.co.kr/html/908/NB10400908.html
코레일 "500명 신규 채용"…첨예한 대립 속 장기화 국면 (JTBC, 곽재민 기자, 2013-12-23 2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