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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위원장 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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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화 전 서울지부장이 전교조 위원장으로 당선되었다.
과거에 어떠했는지 모르지만, 전교조의 위원장 교체에 쏟아지는 언론의 관심은 과도한 것처럼 보인다. 그 만큼 전교조가 중요했던가. 아마도 '온건파'로 분류되는 신임 전교조 위원장의 행보에 대한 기대 때문일 것이다.
 
정진화 당선자가 언론에 대해 쏟아놓는 말들은 모두 그럴싸해보인다. 그리고 그렇게 하겠다는 데 동의를 표한다. 그런데 이러한 새 지도부의 포부는 과거 전교조의 투쟁에 대한 정당한 평가 속에서 도출된 것일까.
 
우선 정진화 당선자는 "무조건적인 거리 투쟁보다 사회적 공론화와 토론을 통해 전교조의 주장을 펼쳐가겠다"고 한다. 무조건적인 거리 투쟁이라.. 전교조가 그렇게까지 언급될 정도의 거리 투쟁을 했던가. 단체행동권도 아닌 연가투쟁조차 교육부의 탄압 때문에 제대로 하지 못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장혜옥 집행부는 사회적 공론화와 토론을 하지 않았나. 내가 보기에 장혜옥 집행부는 이전 이수일 집행부 등보다 정책대안 제시도 뛰어났고, 정책을 실천에 옮기려는 의지를 가졌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정진화 당선자가 지부장을 맡았던 전교조 서울지부가 그러한 활동을 잘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이번 서울지부장 선거에서 장혜옥 샘과 의견을 함께하는 송원재 샘이 지부장으로 당선되었다는 점만 밝히고자 한다.
 
정진화 당선자는 "정부의 정책에 대한 반대투쟁에 치중하느라 설득력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데 소홀했고, 학생·학부모와 함께 소통하는 실천을 조직하는 데 힘을 쏟지 못했"기 때문에 전교조가 고립되었고, 선거 기간 내내 "전교조는 '고립'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고립되었다는 이유로 이대로 주저앉을 것인가? 아니면 다시 힘을 내어 큰 걸음으로 넘어설 것인가? 승리하는 투쟁만 할 것인가? 아니면 결코 회피할 수 없는 투쟁에 정면으로 맞닥뜨릴 것인가?"의 문제가 아닐까.
 
나는 전교조가 설득력 있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해서 지금과 같은 상황에 직면했다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무력한 현실을 돌파할 수 있는 동력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지금의 전교조가 과거의 전교조와 같지 않다고 할 때 그 원인은 쪽수만 늘어났을 뿐 그에 걸맞는 질적 향상을 기하지 못한데 있지 않을까 싶다. 진정 노동자로서의 정체성을 가진 전교조 조합원, 교육공공성 확보를 사회공공성 강화 투쟁의 차원에서 바라보고, 사회와의 연대에 소홀하지 않으며, 교육현장 또한 전체 사회를 바꾸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는 전교조가 요구되는 것 아닐까. 
  
정진화 당선자는 세대 교체가 필요하고, 세대간 소통이 절실하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노동과 인권, 연대의 가치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는 젊은 교사들이 개념 있는 교육노동자가 되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는 게 필요하진 않을까.
   
평범한 교사, 평교사의 마음을 헤아린다는 것, 전교조의 조합원이라면 당연하지 않은가.
   
솔직히 말하면 정진화, 정진후 후보의 당선을 가지고 전교조 조합원들의 변화 운운하는데, 떳떳하게 정책대결을 벌이지도 않았고(내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장혜옥 후보에게 득표율에서 뒤졌으면서도 경기, 전남, 광주, 경남 등지에서의 몰표(민주노동당에서도 이들 지역이 소위 NL이 장악한 지역이라는 점이 떠올랐다)를 기반으로 당선되었으면서도, 저리 당당한 것을 보면서 전교조의 앞날을 걱정하게 된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해나가기를 바라지만...
  

"해직교사 주축 전교조, 젊은 세대와 대화해야" (프레시안, 성현석 기자, 2006-12-15 오후 4:52:34)
정진화 전교조위원장 당선자 "'변화' 통해 '고립' 벗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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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16 14:01 2006/12/16 14:01

8 Comments (+add yours?)

  1. molot 2006/12/16 19:50

    현장 속사정은 모르겠지만 전 지역 몰표든 뭐든 아니면 어떤 사람들 주장대로 조중동의 선동 때문이든(이건 전교조가 조중동한테 흔들리는 조직이란 말이겠죠) 교찾사 선생임들도 좀 성찰을 해봐야 하는게 안니가 싶습니다. 지난 호인가 이번호 창비에 장혜옥 전 위원장 대담이 실렸는데 참 실망스럽더군요. 너무 급진적이어서가 아니라, 개별 학교 현장 내에서 이른바 '참교육'활동이 부족한게 아니냐는 질문에 학교 분란 일으킬 까봐 우려해서다, 왜 체벌 반대 같은 것을 '현실적'으로 아젠다로 내걸지 않냐는 질문에 전교조 선생님들도 스트레스 받는 교사다는 식으로 답하더군요. 솔직한 이야기고, 구조적 모순을 강조하려는 것이었겠지만 그런식으로 따지면 성과급인들, 교원평간들 다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조합조직과 교사노동자, 운동의 우선순위 등을 생각케 해주는 글이었어요. 정진화 신임 위원장이 설마 조중동 등에 업고 몰아치기 하기야 싶은데... 요즘 물밑에서 활발히 움직이는 이수호 선생님 행보와 맞물려, 향후 민주노총 선거 부분에 많은 우려가 되긴 하네요. 좀 더 길게 보면 대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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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새벽길 2006/12/17 01:47

    대담으로 장혜옥 집행부의 행보를 제대로 파악하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교찾사의 활동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필요할 겁니다. 부족한 점도 있었고요.

    그런데 개별 학교 현장 내에서의 '참교육'활동의 부족이 문제였다고 말하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전교조 교사들의 어려움을 강조하는 것과 아이들을 중심에 두고 '참교육'활동을 해나가는 것이 상충되지는 않다고 봐요. 오히려 전교조 집행부의 교체에 관한 기사들을 보면 신임 집행부가 교사들의 경제적 이해에 충실할 것이라고 나와있더군요. 한쪽으로는 대중성 운운하면서 원칙을 굽힐 염려도 있구요.

    민주노총 선거와 관련해서도 말하고 싶은 게 있는데, 말해봤자 입만 아플 따름이죠. 이수호 샘이 말한 것과 관련해서도 확인할 것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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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06/12/17 19:22

    전교조가 만들어질 당시의 근본적 기조가 점점 변질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노동조합이라기 보다는 시민사회단체쯤으로 생각하고 행동으로 가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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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06/12/17 22:30

    교찾사 동지들 정말 정신차리셔야 합니다. 다들 운동에서 손 떼신것 같더군요. 이건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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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molot 2006/12/18 02:20

    뭐, 당연히 대담 하나만으로 장 집행부 전체를 파악하기야 어렵겠죠. 그치만 깔아준 멍석이란 점을 감안하면, 또 솔직한 속내를 보인거란 생각도 드네요. 개별 학교 이야기 하기 어려운건 역시 마찬가지고..

    담 집행부가 경제주의에 경도될 것 같다는건, 뭐 일견 예측이기도 하고 언론들의 희망사항이기도 할 건데, 경제주의도 여러가지가 있는데 만약 협소한 경제주의(임금 등)에 경도된다면 요즘 같은 세상에(공공영역 노동자들에 대한 질시가 강한) 어쩜 스스로 무덤 파는 것일수도 있겠죠. 전교조든 어디든 더 떨어질 때가 없으니 치고 올라가지 않겠냐 싶다가도 다들 바닥 모르고 지하1층, 2층 잘도 뚫고 내려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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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새벽길 2006/12/19 02:16

    참, 휴 / 제가 전교조의 활동가들, 특히 교찾사 분들에게 뭐라고 말할 입장은 아닙니다. 저 또한 한 정치조직에 속해 있으면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다만 동지의 입장에서 좀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셨으면 하는 바램은 있습니다.

    molot/ 사실 민주노동당도 더이상 떨어질 때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그 끝이 보이지 않는 걸 보니 전교조도 지금 정신차리지 않는다면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네요. 그래서 교찾사 분들의 분발이 요구되고요. 혁단에 이를 기대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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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pilory 2007/01/03 05:43

    제가 06학번인데 대학와서 배운것중 정말 놀란건..
    전국 중고교 교사중 1/4가 전교조 조합원이라는 것이에요..
    가끔 월요일 아침에 청소하러 들어간 교무실 책상 대부분엔 희망교육이 놓아져 있었지만 상상도 못했죠..
    왜냐하면 제가 5분 지각했다고 강당에서 야자시간 내내 뺑뺑이 돌렸던 대머리도 조합원이었고, 그런 우릴 바라보며 느긋하게 인라인과 베드민턴을 즐기던 교사들도 조합원이었으며, 학생들이 두발자유, 교복허리띠 의무규정 폐지로 피켓팅과 설문조사를 했을때도 '그런다고 뭐가 바뀔줄 아냐' '좋은면 놔두고 나쁜면만 보려고 하지 마라' 고 했던 교사들도 조합원이었거든요... 문제 있는 상황입니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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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새벽길 2007/01/04 09:55

    제가 대학에 막들어온 후에 전교조가 결성되었는데, 제 모교에서 3/4에 해당하는 샘들이 전교조에 가입하셨다가 대부분이 금방 탈퇴했지요. 남은 분들은 정말 존경할 만한 분들이었어요. 그런데 지금 전교조가 비춰지는 모습은 문제 있지요. 이를 개별 구성원의 문제로 보기보다는 전반적인 혁신의 문제로 봐야겠지요. 물론 그것은 내부에 있는 분들이 더 잘하실 테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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