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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당직선거를 지켜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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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위원회의 당직선거 진행을 보면서 느낀 바가 있어 생각나는대로 써놓고 보니 장황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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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민주노총 임원선거가 진행되고 있어서 여기에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지만, 민주노동당 당직선거 또한 새해 벽두부터 진행되고 있습니다. 제가 속한 지역위원회에서도 위원장, 부위원장, 중앙위원, 당대의원, 시당대의원, 지역대의원, 분회장 등을 선출합니다.    
  
예년 같으면 누가 중앙위원에 출마하고, 당대의원에 출마하며, 위원장직이나 부위원장직은 경선을 하는지 여부를 놓고 관심이 모아졌지만, 작년 한해 제가 당 활동에서 약간  대해 멀어진 탓인지, 아니면 올해도 크게 활동할 여력이 없어서인지 별로 관심이 쏠리지 않습니다.        



지난 12월 말에 있었던 지역위원회 송년회 때 모 동지가 당의 변화를 이끌 가능성이 많은 우리위원회에서부터 당을 바꿔나가자고 했지만, 그게 갑자기 한꺼번에 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고, 또한 이번에 그 동지가 중앙위원에 출마하기 때문에 그러한 얘기를 한 것은 아닌지 생각되어 크게 와닿지 않았습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와 얘기를 나누었던 그 동지가 관악구위원회의 변화를 앞장서서 주도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당직선거에는 특정 분회 소속의 당원들이 당 대의원으로 많이 출마하는데, 당 대의원이 분회별로 할당되지는 않는지, 당원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대학생 당원들에게는 별도의 참여제고 노력은 없는지 등의 문제들에 대해서도 여느 당원들처럼 '그냥 그런가보다' 하는 식으로 넘어가게 되네요. 사실 과거 당직선거 시기에는 각 분회에 중앙위원, 당대의원으로 누구를 출마시킬 것인가에 대해 지역위원회 활동에 적극적인 동지들과 함께 고민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합니다. 아마 어떻게 되겠지 하는 생각 뿐입니다. 지역위원회가 바뀌고 있다는 모습도 별로 보이지 않을 뿐더러 기존의 양태를 답습하는 모습에, 후보로 나선 이들에게 잘해보라고 응원을 보내는 것 밖에 할 것이 없습니다.
   
당직선거에 출마한 많은 후보들이 정파 문제를 크게 생각하고 있는 듯 합니다. 정파적 이해득실 때문에 당의 주요한 결정들이 합리적이면서도 원칙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분명히 중앙위원회나 정기당대회 등을 보면 그러한 부분이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겠지요. 별다른 논의나 토론을 거치지 않았는데도 마치 한몸인 것처럼 예상되는 결정을 내리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이렇게 된 책임은 어디에 있을까요?
  
우선 당의 각종 의결구조를 좌지우지하는 정파에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정파들이 각종 사안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사전에 공개하고서 평가받는다면 이는 오히려 당의 의사결정에 책임성을 부여하는 메커니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여러 의견그룹들의 정견과 입장이 제대로 표명되지 않은 것에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당원들이 자신의 머리로 사고하고 토론하며 실천할 수 있도록 논란이 되는 사안에 대해 명확한 입장들이 표출되지 않은 것이 오히려 문제 아닐까요?
 
나아가 그렇게 정파의 거수기로 전락한 당직자를 선출한 당원들에게도 책임은 없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속한 지역위원회는 덜하지만,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당원들의 의사를 충실히 대변할 것이며, 열심히 하겠다"는 공약만으로 당직자로 선출되고, 이후에는 특정 정파의 입장을 충실하게 대변하는 역할을 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이렇게 되는 데에는 당직선거과정에서부터 이들을 통제하고 검증하는데 그리 노력하지 않은 평당원들의 책임도 있습니다.
     
저는 당직을 맡는 당원들이 단지 자신들을 찍어준 당원들의 의견을 대의하는 역할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단지 앞으로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열심히 하겠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자신들의 머리를 텅 비우고 당원들이 집어넣는 것만 산출하겠다는 것은 활동가의 자세가 아닙니다('나는 활동가가 아니다'라고 한다면 할 말 없습니다). 물론 중앙위원회나 당대회 등이 있기 전에 당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노력은 필요합니다. 우리의 대의 메커니즘이 직접민주주의나 토의민주주의(deliberative democracy)에 비견할 만큼 제대로 작동한다면 당직자들은 당원들의 뜻을 충실히 옮기기만 하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그렇게 되도록 만들어야 하겠지요.
  
하지만 현실은 이와 다릅니다. 당 활동에 적극적인 당원들이 있고, 당 활동에 소극적이면서 단지 당비를 내는 것으로 제 할 일을 다했다고 판단하는 당원도 있습니다. 나아가 단지 페이퍼 당원에 불과하거나 선거시기에만 당권을 회복하여 표찍는 기계 역할을 하는 당원도 있습니다. 그러하기에 당직선거는 자신들이 가진 정치적 입장과 정책, 활동을 드러내고 당원들로부터 평가를 받으며, 당 활동을 적극적으로 해나가려는 이들을 선출하는 장이 되어야 합니다.
    
민주노동당이 참여예산제를 주장하고, 참여민주주의를 얘기하였지만, 실제 당 운영이나 활동에서는 이와 별개로 해오던 관성대로 움직이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당원들의 참여는 잘 이루어지고 있습니까?
  
이러한 관성에서 벗어나려면 당직선거 시기에 당내외의 주요사안에 대해 자신의 정견과 입장을 밝히도록 해야 합니다. 당직선거의 과정은 지난 한해, 아니 위원장직이나 부위원장직이라면 그 기간 동안의 지역위 활동에 대한 평가의 과정이어야 하고, 자신의 활동에 대한 점검의 시간이 되어야 하며, 앞으로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의견그룹이 이루려고 하고 실천하고자 하는 바를 표출하는 동시에 당원들을 당 활동 속으로 이끌어내는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당직을 맡게 되는 당원들은 평당원으로서의 역할 뿐만 아니라 당의 활동가로서 당원들을 실천으로 이끌어내고, 당이 제대로 된 길을 가도록 할 의무가 있습니다. 집행기관의 역할을 하거나 대의기관의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차이는 있겠지만, 단지 고민하고 토론하는 것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 올바른 당의 의사결정을 행하고 이를 실천으로 옮긴다는 자세와 다짐이 필요할 것입니다.
  
평당원들은 당직선거 시기에 어떠해야 할까요?
당연히 각 후보들이 자신들의 정견과 입장, 정책을 제대로 제출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항을 적시하지 않고 두루뭉실하게 표현하고 있다면 이를 지적하고 명확하게 드러내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당원소환제가 있지만, 당의 강령, 당헌·당규를 위반하거나, 당의 명예를 심각하게 실추시킨다고 판단되는 행동이나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바에는 당직을 맡게 되는 당원들을 소환하기 어려운 만큼, 당직선거 시기에 제대로 선출해야 하는 것입니다.
   
작년 한해에도 당의 각종 회의석상에서는 그 취지를 전혀 이해할 수 없고, 다수 당원들의 뜻에 어긋날 뿐더러 진보정당의 존립 취지 자체를 흔드는 결정들이 다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에 분개하는 목소리가 지역위원회의 여러 모임들에서, 당 홈페이지의 당원게시판에서 쏟아져나왔습니다. 당이 그렇게 흘러가지 않도록 하고 싶다면 이번 당직선거에서 제대로된 사람이 당직에 선출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덧붙여, 당직후보 선출절차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습니다. 조화롭고 예측가능한 지역위 운영을 위해서일지 모르겠지만, 몇 군데 지역에서 경선이 이루어지는 것을 제외하고는 선출정수에 맞추어 당직 출마가 이루어집니다. 이는 대부분 지역위원회의 사무국이나 지역위 내의 주요 내부 정파를 중심으로 조정되는 것입니다. 그렇다 보니 여기에서 소외된 사람은 자신이 출마하고 싶어도 혹시나 떨어지지 않을까 싶어 출마를 주저하게 됩니다. 물론 바람직한 것은 자신의 정견과 입장을 개진하기 위해 이에 개의치 않고 당직에 출마하는 것이겠지요.
    
민주노동당 내에서는 요상한 '경선배제'주의가 있습니다. 그래서 일반 당원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당직 후보자에 대한 적절한 배분이 이루어집니다. 이를 통해 큰 무리 없이 당직선거가 진행되지요. 이렇게 '완활하게' 진행되는 선거가 당원들의 관심을 얼마나 불러일으킬까요? 관심을 가진 이라면 이리저리 물어보아 누가 출마하는지 대충은 알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당원들은 출마한 다음에나 이를 알 수 있습니다. 자신이 당직을 맡아 당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겠다면 미리 이에 대한 공론화가 이루어지도록 할 필요가 있겠지요.
   
또한 그리 영향력이 없는 당직에는 당원들도 관심이 없습니다. 지역위 내부에서 치열하게 정파간 알력이 있는 지역위원회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나름 활동을 하는 당원들에게 전화를 돌리고 해서 억지로 채우지 않는 한, 시,도당 대의원과 지역대의원이 선출정수에서 미달되기 일쑤입니다. 이는 그 만큼 이들 대의원에게 권한과 역할이 주어지지 않았거나, 당 활동의 활력이 떨어져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겠지요. 그렇다고 일부러 "이 당직은 선출되더라도 일년에 회의 몇번 참여하는 것 밖에 별로 할 일이 없다"고 하면서 채우려고 하는 것 또한 문제입니다.
   
대안은 당의 의결기구들이 의미가 있는 것으로 인식되도록 당 활동이 제대로 굴러가는 수 밖에 없습니다. 중앙의 당직할당이나 대선 시기 후보선출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만 논의가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의 당 활동을 잘하기 위한 제도개선에도 고민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당내 의견그룹인 전진은 이번 당직선거에 도대체 뭘 하고 있을까요? 아무리 민주노총 임원선거에 역량이 쏠려 있다고 해도, 또한 다가오는 대선이 중요하다고 해도, 민주노동당내의 주요한 의견그룹으로서 기본은 해야하지 않을까요?
    
전진이 당직선거에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는 무력한 의견그룹으로 보이게 된 책임은 상당부분 당 위원회 동지들에게 있다고 봅니다. 지난 12월 30일의 임시총회에서도 이미 대선캠프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진 회원들이 있다고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임시총회는 이에 대한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당 위원회는 대선방침 토론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올라온 안건에서 이를 뺄 것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한 마디로, 별다른 보고도 없고, 토론지침이나 방침도 없는 상태에서 시간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당에 대한 정보는 당 위원회 몇명에게만 회람될 뿐 회원들 대부분에게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회원들은 외부에서 들려오는 뜬소문을 가지고 판단을 내릴 뿐입니다. 그렇다 보니 오해를 낳을 소지가 많은 말들이 비공식적인 자리를 통해서 오고갈 따름입니다. 이에 대해 당 위원회를 비롯한 전진 집행부는 임무방기의 책임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당의 유능한 스탭이 되는 것도 좋지만, 전진에서 책임있는 자리를 맡은 만큼 그에 걸맞는 역할을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당직선거에서 많은 당원들이 각 의견그룹들이 어떠한 정치적 입장과 정책으로 임하고 있는지 궁금해한다고 봅니다. 다함께는 여기에 맞추어 다수 회원들을 당직선거에 내보내면서 자신들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알려내는 기회로 삼고 있습니다. 당직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적극적으로 최근 당내외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사안들에 대해 자신들의 입장이 어떠한지를 공개하면서 토론을 활성화시키고 있습니다.
    
최근의 거의 자민통 진영과 야합으로 보여지는 듯한 다함께의 행보와 자기정당화로 일관하면서 천편일률적인 모습을 보이는 정치적 입장에는 그리 동의하지 않지만, 당직선거를 선전선동의 공간으로 활용하면서 당원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자세는 배울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에 비해 전진, 아니 소위 나름의 좌파적인 정치적 입장이 있다고 보이는 후보들은 반엔엘, 노동자투쟁에의 연대, 평당원들의 의사 대변 등의 전형적인 얘기만을 반복할 따름이며,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선거는 단지 대의기관을 선출하는 절차만은 아니며, 당원들이 단련되는 계기가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게다가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몇몇 후보들은 별로 가열차지도 않았던 정파다툼을 언급하고, 정파의 폐해를 들먹입니다. 이대로 놔두어야 합니까? 당직선거는 자신이 출마하면서 자신이 해왔던 것을 평가받는 동시에 앞으로 노력하고 실현하고자 하는 공약과 정책을 밝히고 이에 근거하여 당직자를 선출하는 장입니다. 당내의 의견그룹들도 이에 대해 입장표명이 있어야 합니다. 전진은 작년 당직선거에서 여러가지 제안을 하면서, 공개적인 의견그룹이 어떻게 활동하는지를 보여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렇다면 1년동안의 활동평가와 함께, 지난 활동을 반성하면서, 제대로 된 의견그룹으로 중앙에서, 지역에서 치열하게 활동하겠다는 것을 보여주고, 이를 당직선거의 공통 정책으로 제기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당직선거가 나름대로 중요하다면 전체 판에 대한 정보를 주고, 각 지역에서 어떤 정책으로 임해야 하는지, 이를 테면 서울, 수도권에서는 어떤 정책으로, 다른 지역에서는 또 어떤 정책으로 대응해야 할지, 올해는 활동의 중점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토론지침이나 방침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여전히 정파의 폐해가 언급되는 당의 현실에서 중요한 것은 제대로된 정파활동이라고 말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개인적으로는 한 동지가 제안한 선거강령 채택문제와 함께 당 중심성 문제, 그리고 제대로 된 의견그룹 활동을 하겠다는 것(정파활동의 폐해에 진저리내는 이들에게 영합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정파활동을 하지 못한 것이 문제임을 강조하는 것)을 공통적으로 얘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산별노조 출범과 함께 지역에서 이를 어떻게 구체화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언급이 되면 좋겠구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당직선거에 대해 좀더 고민하는 전진의 모습을 기대합니다.
지역활동도 별로 열심히 못하는 입장에서 이런 말을 하는 게 쑥쓰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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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08 14:48 2007/01/08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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