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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 좁은 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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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 좁은 門(문) 
                                                                  기형도
       
열병은 봄이 되어도
오는가, 출혈하는 논둑, 미나리 멍든 허리처럼
오는가 분노가 풀리는 해빙의 세상
어쩔 것인가 겨우내 편안히 버림받던
편안히 썩어가던 이파리들은 어쩔 것인가
분노 없이 살 수 없는 이 세상에
봄은 도둑고양이처럼
산, 들, 바다. 오! 도시
그 깊은 불치의 언저리까지 유혹의 가루약을 뿌리고 있음을
겨울잠에서 빠져나오는
단 한 자루의 촛불까지도 꺼트리는 무서운 빛의 비명을 
침침한 시력으로 떨고 있는 낡은 가로등 발목마다
화사한 성장의 여인, 눈물만큼씩의
쓸쓸한 애벌레들의 행렬을
빙판에 숨죽여 엎드린 썰매. 날카롭게 잘린
손칼만큼의 공포를
아는가 그대여. 헛됨을 이루기 위한 최초의 헛됨이
3월의 스케이트장처럼 다가오는 징조를
곧이어 비참한 기억으로서 되살아날
숨 가쁜 유혹의 덫이 그리움의 가면을 쓰고 있는 것을.    
     
                                                                                                                           

봄이다.

그런데 나에게는 아직 봄이 오지 않았다. 

봄은 언제나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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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20 14:50 2007/03/20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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