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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인 - 청소부 김씨 그를 만날 때 새벽길이 왠지 힘이 솟구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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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02 12:59
 
한겨레에서 '청소부 이씨'~라는 제목으로 나온 기사를 보고 천지인의 노래를 떠올렸다. 아마 기사를 쓴 황춘화 기자 또한 청소부라는 용어가 환경미화원를 비하하는 말이라는 것을 모르지는 않을테고, 아마도 천지인의 노래를 떠올렸을지도 모르겠다.
 
그 동안 환경미화원을 보면 노동의 소중함, 민중들의 삶의 애환, 이런 것만을 떠올렸는데, 최근에 민간위탁 등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면서 '저 사람은 직영의 구청 소속일까, 아니면 민간위탁된 업체 소속일까' 이런 것에 궁금증이 생긴다. 대학원 후배 하나가 쓰레기수거사업 민간위탁의 효율성 측정에 관한 논문을 썼다길래 그 효율성에 과연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에 대한 내용은 어떻게 평가되는지 물어보려다 말았다. 분명 그런 것은 고려되지 않을 것이므로...  
 
[청소부 김씨 그를 만날 때]를 다시 들으니 느낌이 새롭다. 내가 쓰는 '새벽길'이라는 필명도 김민기의 노래가 아니라 여기에서 따온 것인데, 너무 소홀했다. 네이버블로그에 써놓았던 글을 옮겨오면서 천지인이 2005년 발표한 앨범 [Since 1995... One]에 실린 버전도 함께 담아온다.
 
   
‘청소부 이씨’ 내년엔 못보려나 (한겨레, 황춘화 기자, 2008-12-01 오후 03:02:45)
박봉·격무에 고용불안 ‘비정규 환경미화원’
민간 청소대행체제 늘면서 구청 미화원과 갈수록 격차
내년 도입되는 ‘공개입찰제’ 고용승계 대책없어 한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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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20 21:17
 
내가 닉네임으로 사용하는 새벽길은 원래 참세상공동체에 있는 민중가요동호회의 이름이었다. 이 동호회는 지금도 진보네트워크의 참세상공동체에 가면 있지만, 거의 동면상태이다.
  
새벽길이라고 하면 노래를 조금 아는 사람들은 김민기 2집 음반에 실린 새벽길이라는 노래를 떠올린다. 정태춘이 부른 새벽길도 있다고 하는데 들어보지 못했다. 그리고 박관서의 [청소부아줌마 김씨]라는 시도 있긴 하지만 이 시에는 새벽길이 나오지 않는다.
   
김민기의 새벽길은 민중가요를 수집하기 시작하면서 접하게 된 노래인데, 나에게는 그리 정감있게 다가오지 않는다. 끊임없이 동일한 톤으로 반복되는 연주와 김민기의 읊조리는 듯한 음성이 독특하지만, 글쎄다. 

  
새벽길이라는 필명은 위에서 언급한 민중가요동호회 이름의 유래와 같이 천지인의 [청소부 김씨 그를 만날 때]라는 노래가사에서 따왔다. 그들의 노동과 같이 새벽길을 힘차게 밟고 싶다는 소망에서 그렇게 지은 것이다. 그런데 새벽에 별보기가 그리 쉽지 않더라. 날새고 그 연장선상에서 새벽길을 걷는 경우는 많지만... 
  
환경미화원들이 입는 옷을 이 노래에서는 황색조끼로 표현하고 있지만, 나를 비롯한 민주노동당 당원들에게는 당 색깔로 알려져 있다. 그들이 가는 길처럼 새날을 열어가자는 의미에서 말이다.
  
이 노래는 [청계천 8가]와 같이 꽃다지에서 활동했던 김성민님이 작사, 작곡한 것이다. 벌써 발매된지 몇년이 지난 천지인의 합법앨범 [since 1993... one]에도 실려 있는데, 이 앨범에는 과거 1993년에 나온 천지인 1집에 실린 것과는 약간 분위기가 다르다. 물론 보컬이 달라서일 수도 있을 것이다. 아직까지는 1집앨범에 실렸던 것이 더 익숙하지만, 새 앨범을 자주 들으면 이것도 좋아지지 않을까 싶다. 여기 올리는 것은 1집 버전이다.
    
[청소부 김씨 그를 만날 때], 이 노래야 말로 우리 주위에서 접하는 민중들의 삶의 애환을 그린 것이 아닌가 싶다. 주위에 민중가요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천지인의 이 노래와 [청계천 8가]를 권해보라. 아마 시각이 바뀔 것이다.
   
새벽길에 환경미화원 노동자들을 보면 왠지 이 노래가 떠오르면서 마음을 다시 한번 추스리게 된다. '열심히 살아야지' 하는...
  
사람들이 나를 만나더라도 왠지 모르게 힘이 솟구쳤으면 한다. ^^
  
청소부 김씨 그를 만날 때 새벽길이 왠지 힘이 솟구쳐
그 누구도 밟지 않은 새벽길 세상은 그리 어두운 것만은 아냐

   

 
 

천지인 1집 - 청소부 김씨 그를 만날 때
  
안개더미 내려와 아스팔트를 적시네
새벽녘 아직도 모두 잠든 이 시간
황색 조끼에 허름한 솜바지 좁은 이마에 잔주름이 가득찬
청소부 김씨 그를 만날 때 새벽길이 왠지 힘이 솟구쳐
그 누구도 밟지 않은 새벽길 세상은 그리 어두운 것만은 아냐
  
쓰라렸던 지난 날 세상살이의 흔적들
끝없는 어둠에 상처뿐인 세상을
눈부신 햇살 새아침을 위하여 새벽 눈망울 떨쳐나선 그대여
청소부 김씨 그를 만날 때 새벽길이 왠지 힘이 솟구쳐
그 누구도 밟지 않은 새벽길 세상은 그리 어둔 것만은 아냐
 

   
박관서 - 청소아줌마 김씨 
   
얼마 전 새로 오신 대합실 청소아줌마 김씨. 사정이 있다며, 험한 세상에 어디 나뿐이냐며,
박 속처럼 활짝 웃는 싹싹한 김씨 아줌마가 오면서, 사람들 무심히 내뱉는 껌조각이니 휴지니
가래침 같은 것들로 하여 항상 지저분하던 대합실이 말끔해졌다.
 
빨간 UCLA 모자 눌러쓰고 대합실 한 쪽에 앉았다가 쓰레기가 보이는 족족 주워내는 김씨 아줌마.
어디 대합실 청소뿐이랴. 사무실 앞마당 청소부터 화분 물주기에
가끔씩 남의 사무실 청소까지 인상 한번 쓰지 않고 쓱쓱 해치우는 청소아줌마 김씨.
 
오늘은 또 누가 시키지도 않은 개찰구 유리창을 청소하고 있어 옆을 지나치던 내가
"아따, 아줌마. 할 일만 하란 말이요. 어째서 시키지도 않은 일까지 사서 한대요." 하자,
아줌마 씨익 웃으며 "여기는 내 집이어라우. 뭔 할 일 안 할 일이 따로 있다요."
아 아, 그렇구나. 그렇구나.
 
근지러운 뒷머리 긁적이며 바라보는 먼 하늘, 부끄러워 부끄러워, 한참을 맥없는 선로변을
헛걸음질하다가 손님처럼 도둑처럼 슬슬 사무실로 돌아오는데, 청소아줌마 김씨.
주인처럼 당당하게 구슬땀을 흘리며 유리창을 청소하고 있다. 
   
출전: 『철도원 일기』,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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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20 21:17 2007/04/20 21:17

5 Comments (+add yours?)

  1. 새벽길 2007/04/20 21:27

    네이버블로그에 썼던 글을 조금 수정하여 옮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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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행인 2007/04/20 22:06

    아. 새벽길이라는 아이디는 그런 연유가 있었군요. 이 노래 진짜 많이 불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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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그유 2007/04/21 04:59

    새벽길님은 그래서 새벽길님이군요.
    노래 잘 듣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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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새벽길 2007/04/21 10:50

    네이버블로그나 오프에서는 '새'를 생략하고 '벽길' --> '복길', '보끼리행님' 등으로 불리우죠. 첨에는 별로였는데, 익숙해지니...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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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ㅂㄹㅇㅇ 2007/04/24 23:53

    새벽길! 그는 청소부 김씨를 만날 때 힘이 솟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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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gimcheol님의 트윗 Tracked from @gimcheol 2010/09/08 23:15

    실은 제 필명도 이 노래에서 따왔답니다. "청소부 김씨 그를 만날 때 새벽길이 왠지 힘이 솟구쳐" http://bit.ly/aR4hqA RT @JongKyun: 천지인의 청소부김씨도 좋죠 "그 누구도 밟지않은 새벽길~ 세상은 그리 어두운것만은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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