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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한국인들은 뭐가 미안한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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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보니 주미대사가 "한국 대신 사죄를 표한다"하면서, 32일간 금식하자고 제안했더군요. 사망한 희생자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하는 것은 인간의 도리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것을 한국인이라는 사실과 결부시켜서 뭘 어쩌자는 것일까요? 이러한 언행이 한국계, 나아가 아시아계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오히려 강화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제 밤 9시 뉴스는 KBS가 20분이 넘게, MBC는 30분이 넘게 이 사건을 다루더군요. 오늘 아침뉴스도 마찬가지입니다. 각 신문들 또한 이 사건으로 도배를 하였습니다. 이런 오바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요? 미국언론들도 이렇게 다루지 않는 듯한데, 그렇게 중요한 사안이었을지... 아마도 용의자가 한국인이라서 그렇겠지만, 너무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아래 글은 미국에 있는 분이 한 커뮤니티에 쓴 글입니다. 버지니아 텍 총사난사사건에 대한 나름의 올바른 관점을 주는 글인 듯하여 옮겨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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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한국인들은 뭐가 미안한거죠?"
  
2007-04-19 02:06:49
   
어제는 수업이 없었던 관계로 학생들과 버지니아 공대에서 이야기할 기회는 없었다. 솔직히 수업시간에 딴소리(?)를 전혀 안하고 100% 강의만 쭈욱~ 하는 나로서는 (머 무엇보다도 영어가 딸리는 관계로 삼천포로 빠지는 기술이 없다. 쩝) 수업내용과 상관 없는 이야기 할 일도 없었겠지만...
   
하여간 수업시간에 애들 분위기는 평소와 동일. 내가 한국인이라고 알고 있는 학생도 있고 모르는 학생도 있고...그래도 뭐 여전. 수업을 마치고 강의실을 나서려는데, 보스니아에서 온 무슬림 학생이 내게 묻는다.
   
"교수님 근데 한국인들은 뭐가 미안한겁니까?"
"응? 누가 미안하대?"
  
"신문에 났던데...전국이 미안해하고 정부 관료들까지 사과를 하고...근데 뭐가 미안한거죠?"
"글쎄다...오바가 아닐까? ㅡㅡ;;;;"
  
"미안하다는 건 뭔가 잘못했다는 건데, 조승희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전한국민이 미안해한다는 건 이해가 안갑니다. 그렇다면 얼마전 보스니아인이 쇼핑몰에서 벌인 총기난사 사건에 대해서 보스니아가 미안해야하는 건가요?"
"그건 절대 아니지...뭐랄까...잘못된 민족주의의 오바...하지만 그게 뭐 한국인들 전부의 감정이겠니? 역시 오바를 떠는 몇몇의 의견이 방송과 신문에서 거론되는 거겠지."
  
이렇게 난감한 대화를 하는데 그 학생 아주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지난 911때 왜 무슬림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가 비난한 미국 여론이 있었죠. 물론 경우는 다르지만. 그때 미국의 무슬림들을 죽을 힘을 다해 절대로 사과 따위는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었지요. 욕을 다 먹으면서. 왜냐면 그런 사과가 곧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되고, 그런 행위가 곧 전 무슬림을 테러리스트라고 규정하는 사회적 통념의 바탕이 되니까...미안하다고 한 마디 하고 착한 척 할 수 있었지만 무슬림 리더들 절대로 사과하지 않았어요. 욕도 많이 먹고...한국인들이 사과하는 것을 보니 그 때 생각이 납니다."
  
왜 사과를 하고 죄송한 걸일까? 나역시 이 학생의 말이 맞다고 본다. 그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모든 한국인들을 동일시하는 것은 차별과 편견일 뿐인데, 소수자가 적극적으로 그 편견을 내재화해서 사과까지 하는 상황이 너무나 실망스럽다. 잘못된 민족주의의 발현일까? 지독한 경미주의의 발현일까? 아니면 그저 한국사회가 갖고 있는 인종주의의 반영일까? 한국 사람 중 한 명이 살인을 저지르면 전 한국인이 죄송한 이 사고체계는 결국 어떤 사람이든 잘못을 저지르면 그 사람이 속한 인종, 국가를 전부 단죄하겠다는 신호라고밖에는 보여지지 않는다.
  
오바하는 한국이 드디어 미국 뉴스에도 살살 등장하기 시작하는데, 편견과 차별에 대항하려고 참으로 애쓰는, 미국에 살고 있는 수많은 소수그룹들에게 참...
  
(난 이번 사건으로 다시 한 번 한국의 좌도 우도 싫어졌다. 죄송하고 죄송할 따름이라고 설설기는 조선일보도 밥맛 없지만,  수없이 죽어간 젊은이들을 안타까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여유도 없이 네오콘이 어떻고 이라크가 어떻고 스스로 파놓은 함정이 어떻고 훈장질하는 사람들도 나름대로 민족주의적으로 보인 것이 사실이다. 전인류적으로 사고좀 하고 살면 안되겠니? 그냥 인간이 인간을 바라보면 정말 안되겠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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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19 07:12 2007/04/19 07:12

6 Comments (+add yours?)

  1. 산오리 2007/04/19 09:21

    여수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10여명 죽었는데, 사과는 커녕...
    미국이 우상이고, 신이고, 우리의 목숨줄이라 믿는 인간들은 사과아니라 할복이라도 해야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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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으지 2007/04/19 12:15

    글쎄 말이예요. 웃기는 민족주의예요. 정말 역겹답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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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NeoPool 2007/04/19 16:58

    매일 각종 일간지들의 헤드라인을 훑어볼 기회가 있는데 오늘자 신문들은 정말이지 가관이더군요. 애도한다는데 꼴사납다고 욕하기는 뭣하지만 아주 여러가지 이유에서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뭔가 막연한 한계를 마주한 느낌.

     Reply  Address

  4. 18송이민들레 2007/04/20 00:56

    이 사건이...우간다나..이름없는 제3세계에서 벌어진일이라면..대통령이 하루에 3번씩이나 전화할 필요(?)까지는 없는 사건이어겠지요.. 하지만.. 이사건은 그야말로 '미국'에서 벌어진 사건인 것이지요...자본과 사람이 분리된 나라.. 세계의 깡페국가 '미국'에서 벌어진 사건이라는거죠...강대국... 그들의 기준에 우린 약소국.. 인구 5000만명에 미국의 35/1의 국토...(아..정확하지않음.. 10년 전에 본 사회과부도의 내용임)...총을 쏜 사람이 프랑스 인이라면, 미국의 교육제도를 비판했을까?
    총을 쏜 사람이 러시아인이라면 미국의 사회를 비판했을까? 하지만, 총을 쏜사람이 한국인...우린 가슴졸이며 살아야 한다...왜냐면.. 미국이니까...그리고 한국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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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NeoPool 2007/04/20 07:15

    아, 그리고 퍼갑니다^^;

     Reply  Address

  6. 새벽길 2007/04/21 10:49

    산오리/ 한국인의 이중성을 보여주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일관된 것일 수도 있을 듯... 어느 정도 조장된 면도 있겠지만, 미식축구선수 하인즈 워드나 미셸 위 등에 대한 관심에서도 나타나듯이 말이죠.
    으지/ 민족주의에도 못미치는 것 아닐지요.

    NeoPool/ 뭔가 대형사건이 났을 때의 언론들의 반응이 대체로 그렇지요. 불편하지 않다면 그게 이상한 것일 수도...

    18송이민들레/ 미국의 총기문제 뿐만 아니라 한국과 미국과의 관계를 다시 한번 살펴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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