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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길성(2004). 한국사회의 재구조화: 강요된 조정, 갈등적 조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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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왜 봤을까. 심심해서는 아닌데...

읽은 내용 중에서 내가 관심 있는 부분만 발췌하였다.

여기에 카스텔, 그레이, 아민이 세계화와 관련하여 주장한 부분은 거의 전재하였다. 카스텔과 그레이의 책은 가지고 있으면서도 왜 읽지 못했을까.

세계화의 압력을 동형화에 비추어 설명한 부분은 흥미롭다.

 

추가. 진보블로거에 글올리는데 왜 이렇게 짜증이 날까.

제대로 올라가지지 않는다.

첨부파일을 올릴 수 없다는 건 둘째치고라도, 수정이라도 제대로 되어야 할 것이 아닌가.

파일이 길어서 업로드가 안되길래 일단 부분을 올리고 나머지를 올리려고 했더니 안된다.

구글검색이 가능한 진보블로그를 썼는데, 그 장점이 상쇄되는 것 같다.

그렇다고 simple형으로 해서는 편집기가 아예 나타나지 않고...

익스플로러의 새 버전의 문제일까. 돌아버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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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길성(2004). 『한국사회의 재구조화: 강요된 조정, 갈등적 조율』. 고려대학교 출판부.
  
○ 이 책의 의도는 개혁의 시대, 구조조정의 시대로 불리는 지난 10여년의 한국사회의 변화 모습을 명료하게 보여주려는 것이다. 세계화, 정보화, 외환위기, IMF관리체제, 구조조정, 탈위기의 제도화가 때로는 순차적으로 때로는 비선형적으로 복잡하게 얽혀 진행된 지난 10여년의 한국사회 모습을 읽어내는 키워드로 강요, 조정, 갈등, 조율을 잡았다. 그리고 정치적 결과, 경제적 결과만을 강조하는 기존의 논의에서 간과된 사회적 비용, 사회적 결과, 의도하지 않은 결과에 초점을 맞춘 구조조정의 사회학을 제안하였다.

  



제1장 총론: 한국사회 재구조화의 이해
 
○ 문제는 개혁이니 구조조정이니 하는 것을 해야만 한다는 당위성만이 강변되고 있지, 정작 개혁의 완결에 대한 밑그림은 전혀 제시되지 않은 데서 비롯하고 있다. 많은 정책들이 개혁의 이름으로 무성하게 나오고 있기는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쉽게 감을 잡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러다 보니 사회 각 분야에서 나타나는 구조조정의 피로감은 쌓여만 가고 있다(박길성, 2004: 2).
  
○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등과 분쟁을 조정할 제도적 기제는 마련되지 않고 있다. 시민사회에 걸맞는 사적 영역에서의 조정기제나 문제 해결 가능성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문제의 해결에 있어서도 사회적 밀도가 매우 높다는 사실을 이용하여 메시지나 실체보다는 이미지나 여론몰이에 의존하는 미성숙의 양태를 반복적으로 저지르고 있다(박길성, 2004: 2-3).
  
○ 한국사회의 구조조정에 대한 기존의 논의에는 풍부한 사회적 결과와 이슈가 많이 간과되어 있다. 경제적 측면만이 과도하게 부각되는 분석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외환위기 이후 시장담론이 지배하게 되면서 과거에 존재하던 이론의 다양성도 사라졌다. 물론 구조조정에 대한 일차적 관심은 경제적 효율성을 높이는데 초점이 있는 만큼 시장 논리에 기초한 경제적 관심으로 진행되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르나, 구조조정을 논의함에 있어 경제적 비용 못지않게 사회적 비용이, 경제적 결과 못지않게 사회적 결과가, 의도한 결과 못지않게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가지고 있는 무게를 고려해야 한다. 구조조정의 복잡한 사회적 관계를 파악하는데 충실해야 하는 것이다(박길성, 2004: 11).
 
○ 그동안 외환위기의 원인에 대한 진단은 국내외에서 넓은 스펙트럼을 바탕으로 다양한 논의가 풍부하게 진행되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매우 빠른 속도로 다급하게 진행된 이른바 구조조정 프로그램의 새로운 제도화에 대한 논의는 그리 많지 않다. 실제로 구조조정은 새로운 제도의 형성을 통해 그 실체가 드러난다. 따라서 이어지는 질문은 어떤 제도가 어떠한 메커니즘을 통해 만들어지는가이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본 연구는 동형화(isomorphism)의 관점을 적극 수용하면서 찾고 있다. 동형화란 어떠한 제도가 다른 조직이나 제도 시스템을 닮도록 이끄는 규제적인 과정을 의미한다. 동형화의 논지는 제도의 모색과 형성에 있어 고려해야 할 사항은 경제적 효율성과 같은 경제적 기준이 아니라 다름 아닌 다른 제도들의 존재라는 것이다. 제도적 동형화의 개념은 특히 현대 세계사회에 만연된 정치와 의례를 이해하기 위해 유용한 도구라는 점에서 풍부한 설명력을 지닌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Aldrich, 1979; DiMaggio and Powell, 1983; Djelic, 2002).
  
한국사회에서 세계화의 시대적 흐름과, 외환위기 그리고 IMF 관리체제의 지배는 제도적 동형화를 만들어내는 환경적 조건에 해당된다. 한국사회에서의 동형화 메커니즘은 외적 압력에 의한 동형화와 불확실한 환경에 의한 동형화의 두 가지이다. 세계화의 사회발전 속에서 외환위기를 겪은 사회에서의 동형화는 한편으로는 IMF를 비롯한 국제적인 금융기관과 신용평가기관 및 선진 자본과 같은 외적인 힘에 의한 강압에 의해, 다른 한편으로는 글로벌 자본주의가 만들어내는 불확실한 환경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으로서의 모방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전자가 정치적 영향력이나 정당성 문제에서 야기되는 강압적 동형화라고 한다면, 후자는 불확실성에 대한 표준적 대응에서 결과되는 모방적 동형화이다. 강압적 동형화는 비대칭적인 일방적 의존 관계를 기본 골격으로 하고 있으며,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이에 대한 사회 내부의 거부와 반대도 거세다. 이에 비해 모방적 동형화는 비대칭적인 일방적 의존에서 점차적으로 벗어나는 상황에서 진행되는 제도화의 과정으로서, 변화 속도도 강압적 동형화의 과정보다 느리며, 내부적으로 새로운 제도화에 대한 거부와 함께 지지의 흐름이 함께 나타난다. 강압적 동형화나 모방적 동형화에 의한 외적인 정치경제적 압력이나 불확실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모방에 의한 제도의 변화는 경제적 적합성이나 경제적 효율성과는 무관하게 나타나는 구조화 과정의 산물이다(박길성, 2004: 12-14).
  
○ 한국사회의 재구조화는 세계화와 정보화, 외환위기, IMF 관리체제, 구조조정, 탈위기의 제도화가 복잡하게 얽혀 진행된 9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의 지난 10여 년의 한국사회 변동을 요약하는 대명사이다. 그리고 강요, 조정, 갈등, 조율은 이를 담아내는 키워드이다.
 
한국사회의 재구조화를 보면 구호와 열망으로 발주된 세계화가 국내외의 신자유주의적 공세에 의해 외환위기로 치달으면서 강요된 조정의 국면(a phase of forced adjustments)으로 들어갔다. 이로 인한 경제적 비용과 사회적 비용은 한국사회에 엄청난 부담과 충격이었다. 삶의 질 저하를 비롯하여 정체성, 사회갈등, 신뢰구조, 어느 하나 흔들리지 않은 것이 없었다. 이어지는 한국사회의 변화는 다양한 형태로 표출된 사회해체적 갈등의 양상을 조율하는 재구조화의 두 번째 국면(a phase of contentious coordinations)이다(박길성, 2004: 15).
  
제2장 세계화
 
▶ 이 시대에 가장 뜨거운 현실적인 거대 쟁점은 세계화에 의해 구성되는 새로운 시스템이 풍요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낙관론과 이 과정에서 정치경제 및 사회적으로 소외되는 층이 확대되며 사회공동체는 쇠퇴하고 이를 조정하는 사회적 비용이 경제적 풍요보다 훨씬 더 크다고 주장하는 비관론과의 팽팽한 대립이라 할 수 있다(박길성, 2004: 21).
  
▶ 세계화의 사회적 결과를 놓고 벌어지는 논쟁의 핵심은 세계화의 거시경제적인 이득과 세계화에 따른 사회조정비용(social adjustment costs)간의 저울질이다(Morrison, 1998: 14). 전자의 입장은 세계화에 따른 유연성의 제고에 의한 경쟁력의 향상, 시장경쟁에 의한 소비자의 이득, 장기적인 고용 및 소득수준의 향상을 강변하고 있으며, 후자의 입장은 세계화로 인한 소득 불균형의 심화, 중산층의 동요, 문화정체성의 상실, 일탈행동의 증가, 공동체의 붕괴를 지적하고 있다.
 
세계화를 둘러싸고 다양한 내용의 질문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으며, 대답 역시 입장에 따라 매우 상이하게 내려지고 있다. 세계화를 어떻게 개념화할 것인가에서부터 세계화를 추동하는 힘은 무엇이며, 세계화는 언제부터 시작되었고, 지금의 세계화를 조건 지우는 환경은 무엇인가와 같은 세계화 출현의 원인과 배경에 관한 일련의 논제가 제기되었다. 뿐만 아니라 세계화는 국가권력의 몰락, 부활, 변화 가운데 어떤 것과 결부되어 있으며, 세계화의 향후 전망과 미래는 어떠할 것인가의 문제제기에 대해 다양한 진단이 내려지고 있다. 오늘날 거시변동을 아우르는 시대 담론으로서 세계화에 대한 이론적 정리와 세계화의 사회발전적 과제에 대한 탐구가 필요함을 의미한다(박길성, 2004: 24).
 
▶ 세계화의 의미(박길성, 2004: 25-27)
세계화의 교과서적인 의미는 전지구적 상호의존의 심화이다. 상호의존의 전지구적 연결로서 전세계가 하나로 연결되고 그 속에서 상호의존이 심화됨을 의미한다(Nye, Jr., 2002: 79).
오늘날 진행되는 세계화란 이름의 상호의존은 대칭적인 관계이기 보다는 대부분 비대칭적 관계이다.
 
또 하나의 의미는 시간과 공간의 응축이다(Harvey, 1989; Mittelman, 1996). 세계화시대에서는 내가 어디에 있는가 하는 공간적 위치는 별다른 영향력을 미치지 못한다. 대신 다른 지역과 연결되어 있는가, 있다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 하는 상대적 위치(relative location)가 현대사회 운영의 중심개념으로 등장하고 있다.
 
세계화를 특정 프로젝트와 관련된 이데올로기로 규정하는 입장도 있다. 이는 세계화를 신자유주의(neoliberalism), 시장의 시대(age of market)로 등치시키고 있다(Cox, 1996).
  
제3장 정보화
  
▶ 정보사회가 어떻게 형성되었는가의 질문에서 출발한 카스텔(Manual Castells)은 오늘의 사회를 글로벌 경제와 정보혁명의 결합에 의한 신세계로 그리면서 오늘의 자본주의를 정보 자본주의로 명명하고 있다. 그리고 정보자본주의를 재생산하는 매개로 네트워크를 포착하고 있다. 이 네트워크가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조직 및 문화영역에도 급속히 확산되어 자본주의 전체를 새로운 방식으로 재구조화한다는 것이다. 네트워크가 정보전달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이고 범위 역시 전지구적으로 확대하면서 거래비용을 거의 제로로 만들면서 생산력과 경제성장에 비약적인 도약을 가져온다는 주장이다. 동시에 네트워크에는 배제의 논리도 있다. 정보화에 따른 가부장제와 국민국가의 위상 변화에 대한 진단, 정보시대의 명암에 대한 다각도의 검토, 정보화에 대한 저항운동 등 정보화의 사회적 파장에 대한 카스텔의 저술은 정보사회에 관한 결정판으로 여겨지고 있다(박길성, 2004: 56-57).
  
▶ 장소의 제약을 받지 않는 휴대용 단말기의 화면에 비춰진 영상과 자료를 보면서 그 어느 곳과도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인간은 주소를 갖지 않고서도 사람과의 소통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제 현대인에게 이전의 모든 문화를 탄생시켰던 장소에 대한 감각은 막연한 향수 정도로 밖에는 남아있지 않을 것이라는 아탈리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아탈리, 1993: 124). 인터넷이나 다양한 온라인 서비스망에 연결되어 필요한 정보를 신속하게 검색하여, 이동 중에도 극장, 비행기, 철도 등의 좌석예약은 물론이고 상품의 주문 및 대금 결제 등을 손쉽게 수행할 수 있다. 정보사회는 ‘언제, 어디서나(whenever, wherever)의 사회’이다.
 
한편으로 휴대용 전화나 인터넷 컴퓨터와 같은 현대판 유목물품이 표면상으로는 사람들을 장소의 구속으로부터 해방시켜 주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과거 어느 때보다 더 업무의 세계로부터 도피하기 힘들게 만들고 있음도 주지할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현대판 유목민은 밤과 낮의 자연스러운 구분, 나아가서는 시간 자체의 구분이 사라지는 세상에서 생활함에 따라 일하는 시간은 더욱 늘어난다는 것이다(아탈리, 1993: 124). 신유목민의 낭만이 수반하는 또 다른 구속이다(박길성, 2004: 74-75).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걸면 걸린다’가 휴대폰 광고의 주요 내용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휴대폰 속에 모든 것이 들어가는 ‘또 하나의 작은 세상’이 만들어지고 있음을 광고의 주요 내용으로 삼고 있다. 휴대폰이 단순히 통화의 기능을 넘어 그 작은 속에 모든 것이 들어가는 이동사회와 문화의 메시지를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박길성, 2004: 76).
  
▶ 네트워크의 가장 일반적인 일상생활 모습으로 원격근무, 전자상거래를 들 수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이동의 문화에서와 마찬가지로 장소의 유연성이 확보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시간의 유연성까지 동반한다. 원격근무의 경우 전통적인 근무시간을 벗어나 개인별로 가장 능률적이고 편리한 시간에 근무한다는 의미를 포함한다.
산업조직의 경우 네트워크화된 산업조직에서는 경제활동의 주체들이 지리적으로 분산되어 있으면서도 부분과 전체, 부분과 부분이 유연하게 결합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네트워크를 통한 사회운동은 정보사회를 바탕으로 하는 시민사회 권력의 새로운 현장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러한 접속의 네트워크에는 새로운 의사소통 방식이 내포되어 있다. 쌍방향적인 의사소통 방식이다. 의사소통 방식이 쌍방향적이라는 것은 각자가 정보의 소비자, 수용자일 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생산자, 발신자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일방적인 네트워크가 아니라 상호작용하는 네트워크이다. 이에 따라 문화영역의 경우 문화의 형성과 소비의 경계가 희석되면서, 전시대의 사회성격인 경계짓기가 허물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박길성, 2004: 78-79).
  
제4장 글로벌 자본주의
  
▶ 글로벌 자본주의는 초경쟁(hyper-competition)과 초성장(hyper-growth)을 이념으로 설정하고 있으며, 미국식 자본주의 방식을 운영의 교본으로 삼고 있으며, 금융자본이 중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박길성, 2004: 93).
 
1) 경쟁과 상호의존의 이데올로기(박길성, 2004: 93-96)
자유화, 개방화, 민영화, 탈규제를 골격으로 하는 시장의 창조적 파괴는 전후 서구의 계급적 타협의 산물인 복지국가, 사회통합의 프로그램을 무력화시키고 전세계를 풍미하는 시대정신으로 부상하였다(이수훈, 1996). 급기야 무한경쟁(all-out-competition)이라는 강박으로까지 치달아서, 도처에서 그리고 누구를 대하든 경쟁의 상대로 보게끔 하는 사회를 만들었다.
오늘날만큼 승자가 모든 것을 일방적으로 취했던 적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승자가 모든 것을 취하는 시장은 성장하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공격적인 탈규제가 장벽을 낮추고, 정보기술이 거래의 양을 증가시키고, 시장은 점점 더 전문화되기 때문이다(Mittelman, 2000: 17).
 
오늘날 경쟁의 핵심은 시간관리이다. 포드적인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모델에서 포스트 포디즘으로의 이행의 중심적인 양상은 빠른 시스템의 도입이다. 이른바 just-in-time 방법은 적소 시장에 부응하는 것이다. 이것은 노동자는 말할 것도 없고 자본가에게도 유연성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경쟁은 공간적인 규모도 변형시킨다.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흐름이 경쟁의 공간적 범위를 무한대로 확산시켜 놓은 것이다. 시간과 공간의 벽이 허물어지면서 경쟁의 시간과 공간의 제약도 허물어진 것이다.
 
글로벌화를 설명하는 인과 요인의 위계로 볼 때, 자본주의의 변화하는 조건, 특히 추동력으로서 초경쟁화는 환경의 변화를 유도한다. 초경쟁화는 공간적 재조직화를 포함하는 생산의 재구조화를 동반하며, 이것은 기술 진보와 국가 정책에 의해 가능해진다. 요컨대 초경쟁화는 공간적 재조직화를 포함하는 생산의 재구조화를 동반하면서 가속화된다(Mittelman, 2000: 17-18). 이로서 국제무역, 해외투자, 금융이동, 정보와 지식, 문화가 전세계를 활동의 공간으로 급팽창하는 세계적인 추세가 되었다.
 
지난 20여 년 동안 국제적인 상호의존은 급속히 심화되었다. 국가간의 교역은 급증하였고, 자본의 이동은 이보다 훨씬 더 증가되었다. 환경재앙, 질병과 같은 위험의 상호의존도 커지고 있다. 이 시대의 상호의존은 세계 어느 한곳에서 발생하는 사건, 결정, 활동이 그 시공간적 고립성을 뛰어넘어 다른 지역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전지구가 하나라는 시대적 상황이 요구하는 항목이다.
하지만 비대칭적 상호의존이 글로벌 자본주의의 일반적 특징이다. 상호의존의 이면에는 세계 차원의 불평등이 배태되어 있지만, 애써 감추려고 하는 것도 사실이다. 상호의존의 증가로 인해 국가정책의 자율적 추구가 어려워지고 있다. 상호의존의 심화로 인한 국가정책의 자율성에 미치는 부정적인 효과를 차단할 만한 국제제도나 메커니즘 자체로 아직은 쉽게 찾아지고 있지 않다.
 
2) 미국식 자본주의 방식(박길성, 2004: 96-100)
첫째, 미국식 자본주의는 금융시장 중심의 체제이다. 자본시장의 경우 전통적인 은행의 역할이 축소되고 주식, 채권시장의 역할이 증대되고 있다.
 
둘째, 미국식 자본주의는 주주 이익, 특히 단기 이익 중심의 체제이다. 주가가 분기 실적을 시시각각으로 반영하면서 주가가 오르는 기업이 능력 있고 우량한 기업으로 평가되고, 주가가 오르는 기업에 투자 자금을 배분하는 금융시스템이 미국경제 경쟁력의 원천으로 작용하였다. 즉 기업은 성급한 주주를 달래야 하기 때문에 주식시장의 하루하루의 신호에 부응하기 위해 장기적인 발전계획보다는 빠른 시일 내에 수익을 내는, 자본회전율이 빠른 사업에 골몰할 수밖에 없다. 비용절감을 위해 무자비한 해고, 수익성 없는 부분의 과감한 매각, 성과급제, 스톡옵션 제도는 이러한 미국 기업운영 방식의 결과물이다(이해준, 1999: 92). 이러한 문제는 미국기업과 미국자본주의의 단기 정태적 효율성이 장기 동태적인 효율성과 마찰관계로 이어지면서 미국식 자본주의의 장기적 경쟁력에 대한 회의로 이어지고 있다.
  
셋째, 미국 자본주의는 도덕적 해이를 차단하기 위한 철저한 제도를 가지고 있다. 이를 테면 자본시장을 이용한 경영권 이전의 외부감시제도와 사외이사를 활용하는 이사회제도의 내부감시제도가 대표적이다. 또한 노동시장에서 발생하는 도덕적 해이를 견제하는 제도적 장치가 노동시장의 유연화이다.
 
미국은 세계 경제에 대한 권력과 영향력을 지속하기 위해 세계 경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제도화하려 한다. IMF의 구성과 운영방식은 미국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이다. 유엔이 외형적으로나마 회원국 평등주의 원칙을 채택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IMF는 마치 주식회사처럼 각 국의 출자 지분에 따라 발언권이 달라진다. IMF의 중요 의사결정은 총지분의 85% 이상의 찬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회원국 가운데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는 2002년 현재 17.16%의 출자 지분을 가진 미국뿐이다. 미국이 거부하면 그 어떤 사안의 통과도 불가능하다.
 
3) 금융자본의 주도(박길성, 2004: 100-102)
오늘날 글로벌 자본주의의 물결은 글로벌 금융 시장의 팽창에 의해 특징되며, 지난 20여 년간 글로벌 경제의 통합은 금융 분야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되었다. 한국의 지난 몇 년의 경험이 얘기해 주듯이 국제금융자본은 이제 국가의 명운을 틀어쥔 채 현대판 리바이어던의 실체로서 이 시대의 진정한 권력자로 부상하고 있다.
금융 세계화와 함께 진행되고 있는 직접 금융화 추세는 금융시장구조를 주식시장 중심으로 변모시키고 있으며, 전통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상업은행 대신 투자은행, 기관투자가들이 금융자본의 핵심기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 카스텔, 글로벌 경제와 정보혁명의 결합에 의한 신세계의 풍경(박길성, 2004: 113-115)
 
정보시대의 경제, 사회, 문화에 관한 3부작(The Rise of the Network Society, The Power of Identity, End of Millennium)을 저술한 카스텔은 밀레니엄의 시간 마디에서 정리해야 할 변동의 양상을 치밀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는 신세계가 20세기의 마무리와 함께 성숙되고 있음을 주장하면서, 신세계의 형성은 60년대 말, 7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태동하는 사회변동의 세 가지 기축들 간의 상호작용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즉, 정보기술혁명,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위기와 재구조화, 그리고 자유주의, 인권, 페미니즘, 환경주의와 같은 문화적 사회운동이 신세계를 출현시키는 사회형성의 골간이라는 것이다. 2,30년의 역동적 상호작용을 거치면서 오늘의 사회는 네트워크 사회, 오늘의 경제는 글로벌 경제, 오늘의 문화는 가상의 문화로 정형화되어 가고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카스텔은 세계화를 글로벌경제가 형성되는 과정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는 실시간대로 작동하는 글로벌 경제는 정보주의(informationalism)와 자본주의 재구조화(capitalist restructuring) 사이의 역사적 상호작용을 통해 출현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자본주의 위기 국면의 극복을 위한 재구조화는 무역, 금융, 생산의 자유시장적 논리와 정책의 전지구적 확산으로 이어졌으며, 세계팽창주의적인 자본주의의 생산양식은 정보통신혁명이 제공하는 새로운 하부구조와 결합하면서 마침내 완성된 형태의 글로벌 자본주의가 되었다는 것이다. 신세계의 출현에 관한 카스텔의 정치경제학적 설명이다.
 
카스텔은 오늘의 자본주의는 확실히 자본주의이지만, 역사적인 관점에서 보면 그간의 자본주의와는 다른 자본주의라고 보면서 이를 정보자본주의(informational capitalism)라고 명명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생산관계가 사회적으로 기술적으로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생산성과 경쟁이 핵심적인 동력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생산성은 이노베이션에 의해, 경쟁은 유연성에서 도출된다. 국가, 기업, 지역을 막론하고 모든 경제 단위는 이노베이션과 유연성을 극대화하는 생산관계를 모색하려 한다. 이로 인해 전시대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생산력의 증대와 경제 가치가 창출되었다. 두드러진 현상은 글로벌 금융시장이 정보자본주의의 중추 신경으로서 모든 축적의 모체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재구조화를 향한 정보자본주의의 포섭 양상이다.
 
카스텔은 정보자본주의의 포섭의 논리 이면에 숨겨져 있는 배제의 양상에 주목하고 있다. 불평등과 양극화는 갈수록 심각해지며, 정보시대의 사회적 균열은 갈수록 커진다. 그리고 문화 전쟁이 정보시대의 힘겨루기의 중심 내용이 되고 있다. 권력의 원천으로서 문화, 자본의 원천으로서 권력이 정보 시대의 새로운 사회적 위계를 만들면서 긴장은 여러 갈래로 확산되고 있음을 카스텔은 지적하고 있다.
 
그는 신세계의 풍경을 세계지역을 대상으로 그려나가고 있다. 밀레니엄의 종언에 관한 논의가 소비에트 공산주의 몰락에 관한 분석으로 시작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역사의 시대 구분을 의미하는 소비에트 공산주의의 몰락 과정의 근저에는 정보사회로의 이행을 국가주의가 대처하지 못한 데 있었다는 카스텔의 주장은 그간에 나왔던 소비에트 몰락에 관한 많은 진단과는 상당히 다르다.
 
또한 카스텔은 정보시대의 네트워킹 논리가 생산력과 경제성장에 비약적인 도약을 유도하였지만, 이것은 동시에 배제의 논리를 가지고 있음을 주시하고 있다. 지구상의 수백만의 사람과 많은 지역이 정보화의 혜택으로부터 배제되어 있다. 선진국과 후진국을 막론하고 배제의 논리가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음을 직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제4세계의 출현을 정보자본주의의 블랙홀로 등치시키는 것도 흥미롭다.
 
배제의 논리는 글로벌 자본주의의 언저리에 기존의 경제, 정치제도를 변화하려는 새로운 집합행위들의 출현으로 이어진다. 글로벌 범죄가 그 대표적인 예라는 것이다. 소비에트 제국의 해체를 이용하고, 공식 경제로부터 소외된 인구와 지역을 조종하면서, 글로벌 네트워킹의 기구를 활용하는 범죄 활동이 활발해지고, 금융시장, 무역, 비즈니스, 정치체제에 깊숙이 침투하는 글로벌 범죄 경제가 만들어진다.
 
그러나 모든 것이 세계화로의 일방성으로 진행되는 것이 결코 아님을 카스텔은 간과하지 않고 있다. 포섭과 배제에 따른 저항의 국면에 대한 지적이다. 정보화와 세계화의 논리에 대한 사회 저항은 신, 지역, 인종, 혹은 가족과 같은 방어적인 커뮤니티를 만들면서 일차적인 정체성을 강화하는 양상으로 표출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카스텔은 가부장제, 국민국가와 같은 기존의 확고한 사회제도가 정체성과 합법성을 담보한 제도인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카스텔은 신세계의 풍경을 정치하게 그리고 있다. 그러나 세계화를 새로운 역사적 현상으로 보면서도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beyond millenium)의 사회상에 대해서는 자신이 미래학자가 아니라는 점을 고백하며 논의를 절제하고 있다.
 
▶ 그레이, 미래 없는 미국식 모델의 글로벌 자본주의(박길성, 2004: 115-118)
  
그레이는 세계화가 잘못된 목표를 향해 잘못된 길로 나아가고 있음을 지적한다. 점점 심화되어 가는 글로벌 자본주의의 불안정성을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전지구적 자본주의의 환상이라는 부제가 붙은 『거짓된 새벽』의 중심 메시지는 미국 모델에 기초하여 전세계의 국가가 자유민주주의로 번영할 수 있다는 생각은 환상이라는 것이다.
 
그레이의 논지를 정리하면 전지구적 자유시장은 미국의 프로젝트이다. 현재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전지구적 자본주의는 본질적으로, 그리고 근본적으로 불안정하다는 것이다. 전세계적 규모의 자유시장은 자기조절적인 특징을 갖고 있지 않으며, 이미 전지구적 자유시장이 등장한 지 10년이 채 지나지 않아 이미 위태로울 정도의 불균형을 보이고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경고하기를 전지구적 시장에 대한 철저한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머지않아 세계경제는 무역전쟁과 1930년대의 경제적 붕괴, 그리고 정치적 격변을 재연하면서 비극적이고 우스꽝스런 모습으로 파산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나아가 그레이는 글로벌 자유시장은 역사발전의 철칙이 아니라 정치적 프로젝트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미국식 자유시장를 모델로 하는 전지구적 경제는 여전히 IMF를 비롯한 초국가적 기구의 공공연한 목표가 되고 있다. 전지구적 자유시장은 호황과 불황, 투기열풍과 금융위기의 주기적인 순환과정을 통해 형성, 발전되어온 만큼 위태롭기 짝이 없다는 주장이다.
 
지구적 자유방임은 마침내 국가간의 평화를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일례로 현재의 국제경제체제는 자연환경의 가치를 보존하기 위한 그 어떤 유효한 제도도 갖고 있지 않다. 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위기는 전지구적 자유시장이 제어불능의 상태에 직면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그레이는 전지구적 자본주의가 환상이라는 점을 조목조목 제시하고 있다. 첫째, 자유시장은 강한 국가의 창조물일 뿐만 아니라 강한 국가 없이는 존속할 수 없다. 둘째, 민주주의와 자유시장은 동반자적 관계가 아니라 서로 대립적인 관계에 있다. 따라서 민주적 자본주의라는 슬로건은 공허하다. 셋째, 경제체제로서의 사회주의는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그 유효성을 상실했다. 넷째, 사회주의의 붕괴가 서구국가 특히 미국에서는 자유시장 자본주의의 승리로 환영을 받았지만, 대다수 구공산주의 국가의 발전은 특정한 경제모델에 따라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외에도 몇 가지 논거를 들어 일률적으로 작동하는 글로벌 자본주의의 불안정성을 지적하고 있다.
 
아시아의 불화오가 경제위기에 대한 그레이의 분석은 현실적인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하다. 아시아의 불황은 자본의 제한 없는 전지구적 이동이 경제의 안정에 엄청난 타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보여준 역사적인 증거라는 대목에서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미국이 미처 깨닫지 못한 것은 자본주의가 전지구화되면 그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불안정 또한 전지구적으로 진행된다는 사실이다.
 
그레이가 생각하는 좋은 자본주의란 각각의 나라, 각각의 사회에서 전통 및 관습과 조화를 이루는 자본주의이다. 국가와 사회마다 고유한 형태의 자본주의 체제를 가지고 서로 어울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미국의 힘에 의해 강압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지금의 세계화는 자본주의가 서식할 수 있는 기본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는 것이 그레이의 비판이다. 일체의 문화적, 역사적 특이성을 무시하고 IMF의 힘으로 동화를 강요하는 것은 군사력을 앞세워 공산주의를 전파한 소련과 다를 바 없는 독단이라고 주장한다.
 
그레이에게 있어 자본주의는 대안이 존재하지 않는 체제로 받아들여지며, 그 자체로서 지켜져야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볼 때 그레이는 개혁적인 자본주의 옹호자의 대열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가 비판하는 것은 자본주의가 아니라 약 2,30년 전에 시작된 미국 주도의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프로젝트이다.
 
그레이는 미국의 정책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한 오늘날 브레이크도 없이 질주하고 있는 전지구적 자본주의는 그 시작부터 실패의 길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 아민, 여전히 유효한 대안으로서의 사회주의(박길성, 2004: 118-120)
  
아민의 세계화시대의 자본주의에 관한 중심 메시지는 현재의 세계화 과정은 인간이 아닌 자본의 이익을 위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민의 논제는 세계화라는 교조주의에 의해 은폐된 문제들에 주목하면서 동시에 그것의 위험을 밝히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아민은 자본주의 팽창은 발전과 동의어가 아님을 전제하고 있다. 그는 전지구를 대상으로 하는 자유주의적인 시장을 통한 세계화가 유토피아에 역행한다는 입장에서 출발하고 있다. 아민은 오늘날 세계체제는 중심 선진국에 의한 기술 독점, 세계 금융 시장에 대한 재정적인 지배, 세계 천연자원에 대한 독점적인 접근, 미디어와 의사소통의 독점, 대량 살상 무기의 독점으로 구성되고 있으며, 이의 극복을 위한 인간주의적인 세계화 프로젝트를 제안한다.
 
독점체제의 대안으로 아민은 글로벌 시장에 봉사하지 않는 글로벌 정치체계를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 이를 통해 지구적 무장의 해제, 지구의 자원에 대한 모든 국가들의 평등한 접근, 세계 주요 지역들 간의 개방되고 유연한 경제관계의 협정, 세계의회의 구성을 현실화하자는 것이다.
 
아민은 브레튼우즈 체제로 상징되는 IMF, 세계은행, GATT-WTO 체제의 개혁은 근본적으로 발전에 대한 개념의 수정에서부터 시작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안의 수준을 지방적인 것, 국가적인 것, 지구적인 것으로 분류할 것을 제안하면서 각 수준에서 경제적 주도권을 잡고 각 영역간의 연결고리를 확정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아민은 전지구적인 것의 일방적인 흐름에 대한 제도적 대응을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
 
다중심적인 지역화(polycentric regionalization)가 그것이다. 세계화에 대한 아민의 처방이 명확하게 표현되는 대목이다. 이 제안은 세계화를 인정하는 동시에 보다 나은 세계 발전의 실현이 지역적인 연대와 지역적인 자율성을 요구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것이 현재의 위기에서 구할 유일한 방법이며, 그리고 인류의 유일한 대안으로서의 사회주의를 향한 긴 여정임을 강조하고 있다.
 
아민은 경제의 세계화에 대한 대응을 논의하면서 오늘날 대두된 자본주의의 세계화나 이에 대한 거부 반응 모두는 위기를 극복할 방안이 못된다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세계화는 자급자족식의 혹은 폐쇄적인 문화주의적인 대응을 통해 극복되어야만 할 역사적 실재이기보다는 역사의 발전을 뜻하는 긍정적 사실이다. 즉 아민은 세계화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그럼에도 자본주의는 세계를 양극화시켜 더욱 비인간적이며 위험한 상태로 재생산되고 있음을 문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는 인류보다는 자본이나 상품을 위해서만 모든 국경의 개방만을 주장할 뿐이므로 여전히 부실한 대안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이 경우 지구적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 대안은 우선, 사회주의적 관점을 세계의 구석구석에서 재구성하는데 있다. 지역집단화를 활성화시켜 자본의 국제화에 대항케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집단화란 국가들이, 특히 제3세계권의 국가들이 지역 조직을 통해 지역 통합을 이뤄내고 이로써 집합적 교섭력을 강화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형태의 세계화는 지구적 시장의 과도함을 상당 정도 완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아민의 기대이다. 그렇다고 지구적 경쟁을 배제시킬 수는 없다. 다만 지역간 불균등성을 감안한 교환이 성공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돕는 정교한 조직체를 통해 경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아민은 사회주의적 전망에 일치하는 세계화의 대안적이고 인간적인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있다.
  
제5장 한국의 세계화: 굴절과 동형화의 10년
 
▶ 강요된 세계화
외환위기를 떠안고 출발한 김대중 정부가 추진해온 개혁은 한국사회를 신자유주의적으로 개편하는 것이었다. 이른바 글로벌 자본주의와의 조응을 통해 경제위기의 극복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이었다. 이를 입증이나 하듯이 김대중 정부는 IMF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가장 잘 수행하는 모범생임을 자임한 바 있다. 김대중 정부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이라는 국정의 형식적인 타이틀만 바꾸었지 실제로는 이전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정책을 더욱 강도 높게 밀어 붙였다.
 
김대중 정부의 출범 국정이념인 민주적 시장경제론 혹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론은 새로운 이념이나 시대정신의 수준에서는 손색이 없는 것으로 평가되지만, 이것의 실행이라는 실천적 차원에서의 현실적 가능성에는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적 시장경제론은 고작해야 기존의 공정하지 못한 경제정책이나 관행을 공정한 경쟁질서를 가진 시장경제로 옮기는 정도의 소극적인 의미만을 가지고 있었다. 이념적으로는 질서자유주의론에 기초한 민주적 시장경제론을 표방하였지만, 실제로 IMF관리체제의 조건 속에서 신자유주의를 벗어나기는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것이었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전적으로 외부로부터의 강제에 의한 결과물로만 보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부분도 없지 않다. 어떤 대목에서는 IMF의 총론적인 자유주의적 요구 사항보다 더 강도 높은 자유주의적 실행을 김대중 정부가 주문하고 있음이 이를 말해준다(박길성, 2004: 5, 134-135).
 
▶ 규범적 세계화
김영삼 정부와 김대중 정부에서 진행된 세계화의 대체적인 내용은 미국 자본주의 운영방식을 모델로 하는 글로벌 자본주의의 한국적 수용이었다. 동형화의 과정이다. 그러나 그 내용은 10년도 채 안되는 매우 짧은 기간 동안 세 단계의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김영삼 정부의 세계화는 새로운 환경을 모방하려는 모방적 동형화라고 한다면, 김대중 정부의 세계화는 외적인 힘에 의한 강요된 동형화 과정이다. 이제 다음 단계로서 글로벌의 사회운영질서에 대한 큰 거부감 없이 적응하고 나아가 수용하는 규범적, 제도적 세계화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이런 규범적 동형화와 이의 재생산 현상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세계화를 한국사회의 운영질서로 인식하면서 동시에 일상생활의 규범으로 서서히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테면 국내에 진출한 외국기업이나 외국상품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함께 글로벌 스탠더드에 의한 한국사회의 내적 변화를 수용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박길성, 2004: 137).
 
○ IMF 처방은 하나의 벨트로 모든 사람의 허리를 맞추려는 규격화된 기성품(ready-made) 처방이라 할 수 있다. 즉 구제 금융 체제로 들어가는 이유가 각 국가마다 상이함에도 불구하고 내놓은 처방은 모두 똑같다는 것이다. 정책이나 처방이 갖추어야 할 현실성을 결여한 것이다.
   
IMF의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자체가 우리의 외환위기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내려진 급조된 처방이었다는 점을 지적해야만 한다. 그리고 구조조정의 추진 주체인 정부나 기업도 명확한 청사진이나 상황파악 없이 IMF 처방을 주먹구구식으로 혹은 맹목적으로 따랐음도 큰 문제였다.
 
경기위기에 직면하는 나라들은 많지만, 각 나라마다 당면한 경제위기의 원인과 징후는 천차만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MF는 긴축(austerity measures)이라는 천편일률적인 처방으로 일관하고 있다. 구제금융체제로 들어가게 되는 배경과 원인이 어디에 있든 간에 IMF는 그들의 전통적 정책 처방인 무제한의 환율 변동과 고금리 정책, 그리고 긴축적 통화정책 및 재정정책을 견지하였다. 이들이 권고하는 처방은 대체로 금융시장의 규제 철폐 및 전반적 시장 자유화, 노동시장 유연화, 공기업 민영화, 정부 보조금 축소, 복지지출의 삭감, 이윤에 부과하는 세율의 인하, 외자 유치 중시 등의 공통된 메뉴로 일관된다.
 
게다가 이들은 내놓은 구조조정 프로그램에 대해 결코 수정이나 재검토하는 바가 없다. 오히려 과거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이 새로운 위기를 부르는 등 그 취약성과 오류가 명백히 드러난 후에도 구조조정 프로그램의 기본 골격을 바꾸고 수정하기는커녕 새로운 교훈들만을 덧붙일 뿐이다. 예컨대 기본적인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노선에는 변함이 없는 채 멕시코의 경제위기 때에는 저축률의 저조를, 아시아 위기 때는 지배구조나 제도의 투명성 따위를 거론할 뿐이다. 새로운 위기로부터 얻은 교훈이 이전의 구조조정 방식을 수정하고 대체하는 데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이전의 기조 위에 급조되고 중첩된다는 것이 위싱턴 컨센서스라는 이름으로 추진되는 자유주의적 구조조정 프로그램의 특징이다.
  
IMF가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대가로 한국에게 부과한 조건은 바로 IMF가 세계화 논리와 신자유주의의 전지구적 확산을 위해 전 세계 채무국에게 적용하고 있는 똑같은 메뉴, 즉 거시 경제적 안정화조치와 구조조정 계획이었다(박길성, 2004: 6-7, 141-143).
   
제6장. 외환위기의 사회적 비용: 정체성, 사회갈등, 신뢰구조
 
▶ 구조조정의 궁극적 목표는 운영의 거버넌스를 새로이 만드는 것이다. 일차적 타깃은 경제영역이기 때문에 구조조정 과정의 성격과 결과를 평가함에 있어서도 경제영역에서 과연 기대한 바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느냐의 여부만을 따지면 그만일 듯도 하다. 그러나 구조조정에 의해 촉발된 경제영역에서의 변화는 비경제영역에서의 의도되지 않은 변화들을 수반하기 마련이다. 예컨대, 시장경쟁과 시장적 효율성 제고만을 추구하는 구조조정이라 할지라도 그 과정을 통해 새로운 자본축적 형태가 모습을 갖추게 되고 권력과 부의 재편성을 초래하여 계급간 권력관계에 큰 변화를 야기하고 나아가 국가와 사회 간의 기본 관계를 바꾸어 놓을 수도 있는 것이다(박길성, 2004: 143-144).
 
▶ 게임이론가들은 공적 신뢰와 사적 신뢰가 밀접한 역동적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일반적으로 서구사회의 역사적 경험은 공적 신뢰가 사적 신뢰를 대체해 가는 과정으로서 동시에 이 과정은 폐쇄적인 사적 네트워크가 와해되는 과정으로 평가한다. 이것은 제도적 투명성을 견지하는 정치적 작업으로서 기존 연고의 이점인 내부자거래의 이점이 약화됨에 따라 사적 신뢰 중심에서 공적 신뢰 중심으로 이행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공적 영역에서의 공정한 게임에 대한 확신이 결여된 상황이라면 강한 사적 네트워크에 대한 의존이 보다 효과적일 수밖에 없으며 그 만큼 사적 네트워크의 폐쇄성은 증대된다. 공적 제도에 근거한 신뢰가 신뢰의 객관적인 형태만을 강조할 수도 있기 때문에 개인들 간의 보다 유연한 형태의 신뢰를 억제하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기는 하다. 그러하지만 공적 신뢰의 증대가 개인 간 신뢰 구축의 기본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인간관계의 신뢰를 창출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신뢰사회는 높은 신뢰와 높은 개인적 신뢰가 동시에 공존하는 사회이다. 평등한 권리를 지닌 개인들 간의 사적 신뢰가 풍부하며 공적 측면에서도 제도화된 신뢰의 수준 또한 높아 개인과 사회의 이익이 조화되는 바람직한 사회로 간주될 수 있다. 서로 평등한 행위자들 간의 신뢰의 형성이 공동체적인 유대감을 강화하고 나아가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는 사회로서 민주주의의 이상이 실현될 수 있는 사회이다. 즉 사적 신뢰에 한정되지 않은 개방적 연결망이 전체 사회에 공공선이 되는 사회적 자본의 형성으로 이어지는 것을 말한다.
 
권위주의 사회는 개인간의 신뢰는 낮지만 비교적 공정한 사회적 규범이나 규칙이 존재하고 이를 위반하는 개인에 대해서 강력한 공적 제재의 공정성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 사회를 말한다. 반면 개인에 대한 신뢰와 공적 신뢰가 모두 부재한 사회는 약육강식의 정글의 법칙만이 관철되는 적자생존의 사회에 해당한다.
 
연줄사회는 개인적 수준에서의 신뢰는 높지만 공적 영역에서의 신뢰는 낮은 사회유형이다. 마피아 사회는 연줄사회의 극단적인 형태이다. 이 경우 공적 영역의 제도화된 신뢰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 대신에 개인들 간의 충성과 보호라는 사회관계의 위계적 구조가 발달한 사회이다. 집단내부 성원들 사이에는 호혜적이고 협동적 관계를 유지하지만 집단 외부의 공적 제도에 대한 신뢰가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전통적인 공동체 사회도 연줄사회의 한 유형이라 할 수 있다.
 
한국사회는 연줄사회, 연고주의 중심의 사회로 칭해지고 있다. 즉 연고적 관계를 중심으로 하는 사적관계에 대해서는 매우 강한 신뢰를 가지고 있지만, 공적 신뢰의 수준은 매우 낮다는 점이다. 그동안 한국사회에서는 개인적이고 사적인 신뢰를 기초로 하는 폐쇄성과 통합성이 강화되면서 연고주의적 연줄망이 형성되었지만, 이것은 네트워크를 가로지르는 공적 신뢰의 형성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연고주의적 연줄망은 다른 집단과 구분되는 명확한 경계가 있기 때문에 연줄 내의 높은 신뢰가 형성될수록 네트워크 내부에서 통용될 내부규범을 발전시키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편적인 사회적 규범에 의한 사회적 통합을 저해하게 된다(박길성, 2004: 171-173).
  
▶ 사회적 자본과 신뢰에 관한 논의를 체계적으로 탐구한 퍼트남과 그의 동료는 최근 ‘왜 미국인은 행복하지 않는가?’의 질문을 던지며, 이의 해답을 사회적 관계의 취약에서 찾는 매우 흥미로운 글을 썼다(Putnam and Williamson, 2000). 오늘날 미국인의 행복 수치는 개인당 소득이 현재보다 2/3 수준이었던 지난 세대보다도 한참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오늘날 미국인이 사회활동에 점점 더 참여하지 않고 있음에서 찾아진다. 조직적인 공동체 모임은 물론 종교모임에의 참석률도 감소하고 있다. 사람들끼리 모이는 횟수도 대폭 줄었으며, 방문객을 받는 일도 줄어들었고 친구 집을 방문하는 일도 대폭 줄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이러한 변화는 미국의 사회적 자본의 감소를 보여주는 것이다. 사람들 사이의 상호관계와 신뢰가 점점 소원해지고 취약해짐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한국사회는 개인 관계 중심의 사회이며, 경제 갈등과 지역 갈등을 공히 심각하게 안고 있는 사회이며, 취약한 공적 신뢰와 견고한 사적 신뢰구조를 지닌 사회임을 확인하였다. 한국인의 삶의 질은 가족, 친구를 중심으로 하는 개인관계의 차원에서 가장 높은 만족도를 나타내고 있어, 국가공공차원의 삶의 질에 대해 가장 낮은 만족도를 보이는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집단간 갈등에 대한 인식에서는 경제위기에 따른 이해관계가 그대로 표출되고 있다.
신뢰의 대목에서는 매우 분명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회, 정부기관, 대기업과 같은 공공 영역에 대한 신뢰는 거의 없다. 한 사회의 성숙한 발전은 단순히 경제지표의 호전으로 달성되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사회 구성원들이 공유한 가치와 결속과 같은 사회적 자본에 달려 있다고 할 때, 공적기관에 대한 신뢰 부재는 한국사회에서 성숙한 발전 가능성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든다. 사회적 자본이 한 국가의 부의 원천이 된다는 주장은 이미 일반 명제가 된지 오래되었다. 외환위기로 인해 이완된 사회관계를 추스르는 해법은 신뢰의 복원이다. 특히 공적기관에 대한 신뢰 없이 올바른 정책의 실행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공적 영역에 대한 신뢰는 제도에 근거한 신뢰라는 점에서 신뢰의 효율성을 인식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고 신뢰의 형성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지금까지 오랫동안 공적인 규칙이나 규범이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했으며 공적 규범이나 규칙의 비일관성이 컸다는 점에서 공적 영역에 대한 신뢰가 단기간 내에 형성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 개인의 행복은 다른 그 어떠한 요소보다 가족, 친구에서 비롯되는 개인적 관계의 공고함과 밀접함에 바탕을 두고 있다. 사회관계가 근본적으로 흔들리는 외환위기의 상황에서 한국사회에는 일시적이나마 다행스럽게도 사적 수준에서의 관계 연결이 사회문제의 해결의 기제로 작동한 것이다(박길성, 2004: 177-179).
  
제7장. N세대: 정보화의 문화와 경험
 
제8장. 세대의 정치
 
▶ 변동의 폭도 크지 않고 변동의 속도가 더딘 시대에서의 세대구분은 단순할 뿐 아니라 세대간 차이도 생물학적 차이를 크게 넘어서지 않는다. 변하는 사회, 특히 빠르게 변하는 사회일수록 세대의 의미는 크다. 한국 같이 매우 짧은 기간동안 경제의 근대화, 정치의 민주화, 사회의 시민화, 문화의 개방화, 탈물질주의적 가치화를 경험한 사회에서 세대의 비중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왜냐하면 한국사회의 역동적인 모습은 세대의 개념과 형상 속에 매우 뚜렷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세대의 등장은 윤리의식이나 가족관계를 포함한 일상의 사회관계는 물론이고, 사회운동, 정당과 선거, 그리고 정치 패러다임의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새로운 세대의 등장은 세대간의 긴장이자 갈등을 야기한다.
 
세대의 문제는 사회적 자원과 기회의 통제를 둘러싼 갈등의 장으로 전면화될 수도 있다. 기성의 사회질서에 대한 저항과 거부가 단순히 정서적이고 관습적인 차원을 넘어 사회적 자원과 사회 권력을 둘러싼 갈등일 경우, 그 양상은 전혀 생각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지도 모른다는 진단이다.
 
386과 N은 매우 다른 경험과 성향을 가지고 있는 세대이다. 386세대가 정치화된 사회운동세대라고 한다면 N세대는 탈정치화된 문화세대이다. 이들이 한국사회의 지역정치와 세대정치의 복잡 구도를 이끌어갈 핵심세대이다.
 
분석방법론적으로 세대는 거시구조와 미시행위를 연결하는 매개의 개념으로도 매우 유용하다. 세대는 기본적으로 역사사회적 경험을 끌어안고 있는 개념이다. 동시에 세대의 구성원은 개별적인 욕구와 동기, 그리고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개인이다. 세대는 개인의 인구학적 요인과 사회구조적 요인이 착종하는 지점에서 형성되는 사회현상이다. 미시적 관계와 거시적 구조가 동시에 작동하는 장으로서의 세대는 제도로서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박길성, 2004: 217-219).
  
▶ 그동안 개진된 세대 개념을 정리하면 네 가지 유형 정도로 분류된다(박재홍, 2001: 50-51). 첫째, 가계계승의 단위이다. 친족계보에서 항렬이 같은 사람들로 이해된다. 둘째, 동일한 시기에 태어난 동년배(코호트)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동일 시기 동안에 생애사의 중요한 사건을 경험한 개인들의 집합으로 규정되는 것으로서 의식과 행동에 있어 동일성을 보인다는 전제를 하고 있다. 사회학에서 주로 사용하는 용법이다. 셋째, 생애주기의 동일한 단계에 있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것으로, 이를테면 청소년 세대, 대학생 세대와 같이 인간 발달과정에서 동일한 단계에 있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것으로, 심리학에서 많이 사용한다. 넷째, 세대를 특정 역사적 시기에 생존한 사람들로 보는 것으로, 한국전쟁체험과 같은 특정의 역사적 경험을 공유하는 넓은 범위의 코호트를 의미한다. 대체로 역사학이 설정하고 있는 세대 개념이다.
 
세대 개념에는 단순한 코호트 개념을 넘어 역사적 경험과 이로부터 파생되는 집단 기억이 전제되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세대구분의 기준 역시 특정한 역사적 사건이나 상황의 변화 그리고 그에 대한 특정 세대의 경험과 반응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만하임이 언급한 ‘결정적 집단경험’, 즉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나 상황에 대한 공동경험을 세대 구분의 기준으로 보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Mannheim, 1852). 역사적 시간은 한 시대의 획을 긋는 사건이나 사회구조적 변화, 문화적 격변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러한 시간에 대한 내면적 규정이 세대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함인희, 2000: 192; 박길성, 2004: 224-225).
 
▶ 세대정치의 등장에 대해 많은 관심이 쏠려 있다. 일단은 현실 정치에서 386세대와 N세대의 등을 탄 노무현 열풍이 제도권 정치에 성공적으로 입성하였기 때문이다.
연령에 따른 진화론적 차이인 연령효과에서 비롯되는 사회통념이 적실성을 갖지 못하는 현상을 목도하면서 사회의 역동적 변화가 세대를 단위로 나타남을 주시하게 되었다. 독특한 역사경험과 집단기억을 가지며 새로운 메시지를 든 새로운 세대가 정치의 장에 등장함을 주목하면서 말이다.
오늘날 전개되는 세대정치의 블랙홀은 386세대와 N세대이다. 두 세대의 성향과 지향은 너무나도 다르다. 386세대가 정치화된 사회운동세대라고 한다면, N세대는 상대적으로 보수화되고 탈정치화된 문화세대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그러나 두 세대에는 선거정치의 장에서 변화에 대한 열망이 공통분모로 작용하였다. 태생의 유전자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열망이라는 공통분모가 세대의 정치라는 지각 변동을 일궈낸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이 열망으로만 이루어질 수는 없다. 즉 열망만으로는 동원을 필요로 하는 정치의 현실을 설명할 수 없다. 다음 질문은 무엇이 이들을 동원으로 이어지게끔 하였는가 이다. 386세대는 본래 거리의 세대이다. 정치적 행동의 세대답게 거리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키운 이른바 운동의 세대이자 의식화의 세대이다. 그러나 N 세대는 인터넷 공간에서 자신의 영역을 구축한 세대이다. 이런 점에서 탈정치의 세대 쪽에 가깝다. 그런데 어떻게 이들 N 세대가 정치의 문대에 등장하게 되었는가. 여기에는 월드컵이라는 역사적 상황 조건과 이벤트가 중요하게 작용하였다. 월드컵이 동원 기제로 작동을 한 것이다. 이들은 월드컵으로 인해 거리의 맛과 멋에 친숙해지고 재미를 붙였으며, 거리라는 현실을 자신들 문화의 한 영역으로 만들어 놓았다. 인터넷의 문화와 거리의 문화와의 만남이 이들 탈정치화의 세대를 정치의 장으로 끌어들였다.
 
세대 갈등이 지닌 정치적 동원의 의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권위주의와 집단주의를 거부하고 탈권위주의와 개인주의를 선호하는 세대가 우리 사회 전면에 등장했다는 평가 역시 성급한 것으로 보이며, 엄밀한 검증이 필요하다. 한국사회에서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지역주의는 여전히 강하게 존재하고 있는 극복해야 할 본질적인 과제로 남겨져 있기 때문이다.
  
공유된 역사사회적, 문화적 경험을 가지고 있는 한 세대는 다른 세대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동질적인 의식구조와 행위양식을 갖기 마련이다. 한 세대를 통칭하는 코드명을 붙이는 것은 공통된 사회경험을 통해 세대 구성원들 간에 강한 동질성이 있으며, 동시에 한 세대와 다른 세대와의 사이에 쉽게 건너다니기 어려운 간극이 존재한다는 이유에서이다. 세대별 사회관계와 정치참여가 다르며 이를 바탕으로 정치변화를 기대해 볼 수 있다는 논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대의 실존과는 별도로 담론 형성의 배경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치시장의 의도, 자본시장의 의도 말이다. 최근의 세대담론이 과도한 시장주의 개입으로 세대의 의미가 상업적, 저널리즘적 기획물로 전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음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박길성, 2004: 231-233)
 
제9장. 무엇을 할 것인가
 
▶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은 시장에 대한 인위적 개입이나 공적인 영역의 역할을 축소시키는 것을 지향하는 것이므로, 국가와 시장을 둘러싼 구조조정의 내용은 중첩되고 복잡해지기 마련이며 이에 비례하여 구조조정을 실행할 주체는 점점 더 모호해지는 딜레마의 상황을 수반하고 있다. 무조건적인 정부 축소 내지는 무조건적인 국가 개입의 배제를 외치는 것은 이데올로기적 히스테리에 불과하다. 부르디외가 주장하듯이 적어도 아직까지는 국민의 경제와 문화에의 접근기회를 평등화할 수 있는 수단은 국가밖에 없다. 금융시장의 글로벌화도 자본 스스로의 힘에 의해서보다는 각 국가들이 규제를 철폐해나가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시장의 자유를 최우선시하는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프로그램 자체도 국가의 강력한 개입 없이 시장의 힘만으로는 추진될 수 없다.
 
신자유주의적 프로그램을 고수할 경우 국가는 첨예해져만 가는 계급간 갈등을 완화시킬 물적 역량을 소실하게 된다. 결국 국가는 사회통합을 공고히 함으로써 공익을 추구한다는 본래의 기능을 다할 물적 토대를 잃게 되는 것이다. 구조조정에 따른 사회 해체의 극복은 국가의 일방적 후퇴로서는 이루어지기 어렵다. 국가와 시장의 조절적 참여가 필요하다. 특히 공공재는 사회정치적 과정에 의해서만 제공될 수 있기 때문이다(박길성, 2004: 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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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22 18:02 2007/04/22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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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새벽길 2007/04/22 18:05

    역시나 삽입기능이 안된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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