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새벽에 온 문자

View Comments

1.

어제는 피곤해서인지 11시가 조금 넘어 잠이 들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문자가 오는 소리에 잠이 깼다.

 

새벽 2시 15분경에 뉴코아 강남점 킴스클럽 재진입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조합원 300, 연대대오 100.
지난 20일 경찰력에 의해 침탈된 이래로 또다시 거점 확보에 성공한 것이다. 

새벽 2시까지 그 앞에서 집회를 했던 것일까. 어떻게 기다리고 있었을까.

그런데 재점거가 유통업계에서 파업의 일환이기는 하지만, 이를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지...

그리고 연대대오는 어느 정도 함께할 수 있을지... 
   

다시 문자가 온다.

오늘 오전 10시에 뉴코아 강남점 앞에서 연대집회가 예정되어 있으니 수도권 회원들은 모두 집결하란다.

활동가라면 혼자만 가서는 안될 터인데...

 

이제는 집회 참여를 자제하려고 했던 마당에 참 당황스럽다. 집회에 참여하더라도 거기에 집중을 하지도 못하면서 이러한 집회가 있다고 하면 마음이 그쪽으로 쏠린다. 나는 집회매니아일까. 

 

2.

속이 별로 좋지 않다.

거의 연속적으로 카레를 먹어서인 듯하다.

 

그제 27일 저녁에는 홈에버 상암점 앞에서의 이랜드 자본 규탄집회에서 저녁 도시락으로 카레를 먹었다. 한 1,500원 내지 2,000원 정도 하는 것임에도 참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어제 낮에는 영화 '화려한 휴가'를 보고 점심을 동대문 근처의 인도네팔 레스토랑인 '히말라야'에서 다시 카레를 먹었다. 양고기, 새우고기가 들어간 카레소스는 독특한 맛이 있었고, 이 또한 괜찮은 식사였다. 평소에 먹어보던 카레맛이 아니었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학교로 돌아와서 연구실에서 책을 좀 읽고 7시경 저녁식사를 하러 기숙사식당으로 갔는데, 거기에서도 카레가 나오지 않는가. 쩝, 순간 멈칫 했지만, 그 시간에 외부로 나가지 않는 한 더이상  식사를 할 수 없었고, 그냥 카레라이스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 당시 먹을 때는 그럭저럭 먹을 만 하였다. 함께간 친구녀석은 왜 그리 식사를 빨리 먹는지... 나 또한 그에 보조를 맞춰 부지런히 숟가락을 움직여야 했고, 그래서 문제가 있지 않았나 싶다.

 

사실 이 넘의 카레는 학부 시절 학생식당에서 500원에 개밥 비슷하게 나왔던 것을 자주 먹었기에 약간은 물린 기억이 있고, 방우 시절에도 카레라이스를 먹었던 것은 그리 좋은 추억이 아니었다.

 

암튼, 오늘 하루 화장실에 자주 왔다갔다 하겠네. 혹시 오늘 먹는 식사에서 또 카레류가 나오면 어떻하지. 차라리 굶어버려야지.

 

3.

영화 '화려한 휴가'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지금까지 본 영화 중에서 관람객 연령이 가장 높지 않았나 싶다. 왠 할머니들이 그렇게 많이 왔을까. 어쩌면 민가협 등에서 단체관람을 한 게 아닐까.

내용은? 이건 다큐멘터리도 아닌데, 왜 이렇게 몰입하지 못하게 만들었을까나. 대한극장에서 대한뉴스를 보는 느낌은 그리 유쾌한 것이 아니다. 나의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것일까.

 

영화 상영중에 정말로 흐느끼는 이들을 상당히 있더라. 나이 불문. 하지만 감정이 풍부하다고 나름 자부하는 나는 갑자기 정서가 메말라버렸음을 절감해야 했다. 언젠가 이 영화의 예고편인가 뭘 보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진 기억이 있는데, 진작 영화를 보고서는 멀뚱멀뚱 보고만 있어야 했던 것이다. 아마 흐느끼는 이들도 아마 5. 18과 관련된 자신의 경험이 오버랩되어서 그렇지 않았을까.

 

영화를 더 잘 만들 수는 없었을까. 박철민은 '목포는 항구다'에서 했던 '이것은 입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여....' 이 대사를 다시 반복하면서 웃음을 유도하였지만, 지나친 오바라고 본다. 김지훈 감독에게 5.18을 다루는 것은 너무 무리였나. 그냥 그 당시를 살아가던 평범한 이들의 삶을 통해 오월광주를 보고자 하는 것이었겠으나, 개연성이 너무 떨어지는 느낌이다. 5.18을 모르는 이들에게 어필을 하려면 좀더 앞뒤의 설명이 필요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비현실적으로 비춰질 장면이 많았다. 이요원이 마지막날 새벽 선무방송을 하면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면서 시민들의 동참을 요청하는 장면과 그 이후 그 때문에 도청으로 모여든 사람들은 개연성이 떨어진다. 게다가 그 시각에는 도청에서 아직 총격전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계엄군은 도청 외에 다른 곳에서는 전혀 전투를 하지 않고 바로 도청에 진입했을까. 그에 대한 설명도 부족하다.

  

안성기의 후배인 대위가 시민군을 지휘하는 안성기를 만나러 오는 장면도 참 어색하다. 공수부대 넘이 여긴 웬일이냐며 시민군들이 도청 앞에서 이를 쏴죽일 듯이 하는 장면인데, 공수부대 복장을 하고 어떻게 짚차만 타고 거기까지 올 수 있었을까. 차라리 사복을 입고 들어왔으면 모르겠다.

 

도청에서 빠져나가는 계엄군들도 질서정연하게 후퇴하는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그들은 시내에서 빠져나갈 때 혹시나 저격을 받을까봐 무차별적으로 사격을 하면서 지나갔다. 광주 학동의 할아버지 댁은 차량이 지나다니는 큰 도로에서 꽤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집에 총알이 박혀 있었다고 한다. 그만큼 무대포로 쏴제꼈다는 것인데, 이를 묘사하는 게 어려웠을까. 시가전 장면과 도청앞 사격 장면에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진 않았을 것이고, 대신 소소하고 계엄군에게 죽은 이들이 많았을 터이다.

 

사람을 동원하기 어려웠겠지만, 도청 앞 집회 장면이 한번도 없었던 것도 아쉽다. 투사회보 등의 현장 선전 매체들이 발행되었던 것, 고립된 상황에서도 시민들이 더불어 사는 코뮨의 모습을 보여주었던 것을 묘사할 수는 없었을까. 

 

더 잘 만들 수 있었는데....

보지 않고 구시렁대는 것보다 그래도 한번쯤은 봐두면서 평가하는 게 낫다. 

영화를 보여준 님에게 감사드린다. 이 웬수는 빠른 시일 내에 갚도록 하겠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7/07/29 03:42 2007/07/29 03:42

5 Comments (+add yours?)

  1. 새벽길 2007/07/29 06:02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42554
    “사측의 성실교섭만이 농성해제 가능케”
    [속보 05:00] 뉴코아강남점 점거농성 진행중...경찰, 오전 6시까지 점거 해제 압박

    참세상에 이런 속보가 올라온 줄 모르고 있었다. 아마도 계속 함께 있었나 보다.

     Reply  Address

  2. hongsili 2007/07/29 18:47

    카레 이야기가 안습이네요 ㅡ.ㅡ

     Reply  Address

  3. 새벽길 2007/07/30 09:11

    카레 맛은 괜찮았다니까요. ㅡ.ㅡ;;

     Reply  Address

  4. ㅂㄹㅇㅇ 2007/07/30 10:54

    여기서 잠깐. 중요한 대목을 그냥지나칠 수 업쏘.
    영화는 누구랑 보았으며 히말라야 레스토랑까지 같이 손붙들어매고 간건 누구요. 공개적으로 밝히기 어려우면 따로 말해주어도 됨

     Reply  Address

  5. 새벽길 2007/08/02 02:20

    따로 밝힐 필요도 없을 듯... 걍 그런갑다 하시오. 참고로 여1, 남2가 보았고, 그렇게 식사를 했으니 별로 중요한 것은 아니오. 물론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겠지만...

     Reply  Address

Leave a Reply

트랙백0 Tracbacks (+view to the desc.)

Trackback Address :: http://blog.jinbo.net/gimche/trackback/470

Newer Entries Older Entries

새벽길

Recent Trackbacks

Calender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ag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