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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 규탄집회에서 물대포로 샤워를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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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홈에버 상암점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주관의 '이랜드 규탄 총력결의대회'에 참석하고, 이후 7시부터 열린 투쟁문화제까지 참여하였다. 민주노총은 5,000명을 동원하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약 1,500명 정도가 모인 이날 집회는 평소보다 격렬하게 진행되었다.  
     
경찰은 집회가 끝난 후 매장으로 진입하고자 하는 연대단위 대오들과 심한 몸싸움을 벌였고, 그 과정에서 물대포에 소화기까지 동원되었다. 우회하여 진입하려는 공공노조 및 공무원노조원들을 계단 쪽에서 막으면서 방패로 치기도 하였고, 이로 인해 부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가방을 든 나는 매장을 들어가려는 시민처럼 미리 앞쪽에 나와 있었기에 그 광경을 지켜볼 수 있었지만, 진입하려는 노동자들이나 이를 막는 전경들이나 참 힘들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공익광고에서처럼 배려가 있는 주장을 하려고 하는데 왜 막는 것인지...     
     
다른 쪽 상황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서 CGV 앞으로 이동했다가 거기에서 경찰들의 물호스와 소화전을 끌어와 이에 대응하는 시위대 간의 물싸움 공방전을 지켜볼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물 사유화가 문제라던데... ㅡ.ㅡ;; 그러다가 갑자기 옆쪽에서 나타난 물대포가 물을 뿜기 시작했고, 뒤쪽에 멍하니 서 있던 나에게까지 물세례를 퍼부었다. 이제 점차 더운 기운이 빠지기 시작할 무렵 그리 덥지도 않았는데, 물대포에 난데없이 샤워를 한 꼴이 되고 말았다.      
     
다행히 가방에 든 내용물은 별로 젖지 않았고, 지갑과 휴대폰 모두 별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나는 억울해서 참을 수 없었고, 물대포로 가서 격렬하게 따지기 시작했다. 옷차림새하며 가방을 들고 있는 꼴이 시위대가 아닌 일반시민으로 보였나 보다. 전경들은 나의 항의에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이에 주위의 다른 이들도 마구 따지기 시작했고... 운전한 넘은 나와서 사과하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는데도 반응이 없더니 물대포와 전경들이 슬금슬금 뒤로 빠지는 것이다. 이럴 줄 알았다면 백미러를 박살내 주는 건데... 
   
아무튼 지금까지 물대포에 맞은 적은 없는데, 새로운 경험을 했다. 아마 가까운 곳에서 목적의식적으로 맞았더라면 어디 몇 군데가 골병들었을 것임에 분명하다.  그런데 경찰은 시위진압시 전자총과 최루액 사용을 검토중이란다. 평화적 시위를 하자고 하면서 뒤로는 강경무력 진압 연구만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하중근 열사의 사망이나 농민인 전용철 씨의 사망에서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한 모양이다.   
   
그렇게 젖은 상태로 4-5시간 있었더니 옷과 가방이 다 마르더라. 그 사이에 저녁식사도 하고, 투쟁문화제에도 참여하고... 진입투쟁에서부터 투쟁문화제에 이르기까지 내가 속한 지역위에서는 3명이 참여하였다. 그 전에 상근활동가를 비롯하여 4명이 더 있었는데 한미FTA 선전전 때문에 미리 빠졌다. 평일이라서 다들 시간을 내지 못했나. 앞으로는 집회 참여를 자제해야겠다. 하긴 지금 할 것이 쌓여 있는데, 선후 구분도 못하고 말이지.   
    
최근 집회 등의 참여가 부쩍 잦아지면서 내가 이래도 되나 싶을 때가 많다. 농담반 진담반으로 어디 상근활동이나 했으면 좋겠다고 야인님에게 말을 하기도 했지만, 내가 무엇을 하는 게 최선일지 좀 고민을 하지 않고 나서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 이는 상근활동을 하지 않는 이들에게 단지 집회 참석이나 무슨 선전전 참여밖에 활동할 꺼리가 없다는 사실과도 연결된다. 무슨 당직을 맡았을 때에는 그와 관련한 책임이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활동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좀더 생산적인 참여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사실 나의 경우 집회에 참여한다 해도 그렇게 몰입한 경우는 별로 없었다. 재미로 참여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구미가 당기지도 않았고... 단지 나라도 머리수를 채워야 한다는 의무감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젠 그럴 때를 지났고, 나에게는 그리 적합하지 않은 듯하다. 그럼 어쩌지? 
    
그나저나 이랜드 싸움은 승리할 수 있을까.
    
 
법원, "유인물 배포만 해도 천 만 원" (참세상, 이꽃맘 기자, 2007년07월26일 9시56분)
사측의 가처분 신청 받아들여, 이랜드 노사 오늘 교섭재개
 
이랜드 사측 일간지 전면 광고, 노조 “사기극 중단” (참세상, 이꽃맘 기자, 2007년07월26일 22시01분)
26일 교섭, 대표이사 불참으로 재개도 못해... 27일 교섭도 불투명
   
경찰, 시위진압시 전자총·최루액 사용 검토 논란 (참세상, 최인희 기자, 2007년07월27일 14시43분)
민주노총, "평화적 시위하자며 강경무력 진압만 연구하나"
   
“이랜드 이 땅에서 장사 못하게 할 것” (참세상, 이꽃맘 기자, 2007년07월27일 18시59분)
민주노총, 이랜드 그룹 규탄대회 열어...경찰, 물대포에 소화기까지 동원
   
민주노총, 물대포 속 홈에버 타격시위 (프레시안, 여정민/기자, 2007-07-27 오후 8:05:26)
전국 10여 곳 영업중단…2명 응급실 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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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28 20:31 2007/07/28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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