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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 봄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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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 봄밤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강물 위에 떨어진 불빛처럼
혁혁한 업적을 바라지 말라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달이 떠도
너는 조금도 당황하지 말라
술에서 깨어 무거운 몸이여
오오 봄이여
 
한없이 풀어지는 피곤한 마음에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너의 꿈이 달의 행로와 비슷한 회전을 하더라도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기적소리가 과연 슬프다 하더라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서둘지 말라 나의 빛이여
오오 인생이여
 
재앙과 불행과 격투와 청춘과 천만 인의 생활과
그러한 모든 것이 보이는 밤
눈을 뜨지 않은 땅속의 벌레같이
아둔하고 가난한 마음은 서둘지 말라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절제여
나의 귀여운 아들이여
오오 나의 영감(靈感)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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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전집 1. 시』, 민음사 개정판, 2003.
1957년에 쓰여진 시.
김용택 시인은 “김수영, 그는 세월이 가도 식지 않는 사랑을 알고 있었다”라고 말했다는데...
여름 낮에 봄밤을 얘기하는 수영의 시가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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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26 10:14 2007/08/26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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