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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 예비경선을 지켜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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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국현이 드디어 출사표를 던졌다. 그가 내거는 입장 중에 솔깃한 것들이 많다. 천정배가 지지하고 있다고 하는데, 천정배가 민주신당의 컷오프에서 5인내에 들지 못하고 떨어진다면 문국현의 킹 메이커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문국현-천정배의 연대가 물질화된다면 아마도 강력한 흐름을 형성할 것이다. 최근의 여론조사 흐름 분석에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했던 김헌태 소장이 지지율 1%의 문국현에 배팅한 것도 그리 쉽게 넘길 것은 아니다. 문국현은 그만한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특히 지금과 같이 민주노동당의 대선예비후보들마저 대리주의 정치에 물들어있는 상황에서는 문국현 카드가 자신의 욕구를 대리해주는 사람으로서 진보개혁성향의 유권자들에게 어필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2.
선거 공간에서는 어쩔 수 없이 "민주노동당이 어떻게 해드겠습니다. 민주노동당을 지지하여 주십시오. 나를 찍어주십시오."라는 선동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 그렇게 해서 무슨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 민주노동당이 집권하면 변혁이 이루어지는 것도 아닌데... 게다가 지금과 같이 민족주의 세력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조건에서 민주노동당이 집권하는 것은 오히려 변혁에 대한 회의를 불러일으킬 뿐이다. 마치 노무현의 집권이 소위 민주개혁세력에 대한 실망감을 안겨준 것처럼 말이다.
 
대중을 소외시키지 않고,  바로 정치의 주체로 만드는 것이 진보정치요, 민중의 독자적 정치세력화가 아니던가. 하지만 대중을 표찍는 기계로, 후원만 하는 대상으로 만들면서 어떻게 진보정치를 운운할 수 있을까.
  
문제는 이에 대한 대안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밖에 있는 세력도 그렇고, 민주노동당 안에 있는 좌파들도 마찬가지이다. 오히려 인물 중심의 팬클럽 정치에 매몰되고 있는 양상마저 보인다.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물을 양성해야 하고, 이를 통해 당이 확장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그와 함께 제대로 된 당원이라면 누구나 어느 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정치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분위기도 조성되어야 하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인지도가 높으니 이에 편승하여 대선을 치루자고? 민주노동당은 '권영길 당'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러한 친숙한 이미지를 대선에서 활용해야 하지 않겠냐고?
 
그게 제대로 된 정당 마인드인가? 한나라당이 이명박당, 박근혜당, 범여권 정당이 노무현당으로 불리는 것처럼 민주노동당도 그렇게 된다면 그걸 진보정당이라고 할 수 있을까. 진보정당이 누구의 정당이라고 꼬리표가 붙는 순간 그 정체성에 대해 의심을 품을 필요가 있다. 아무 거리낌 없이 권영길, 노회찬, 심상정을 외치는 팬들의 모습에서 진보정당은 사라지고 만다. 특정 개인을 연호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좌파의 본성 아니던가. 
  
정당명부 비례대표제가 전국차원에서 실시되어야 한다고 떠들면서도 부르조아 정치인들과 마찬가지로 유력 정치인들은 자신의 지역구를 관리하는데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한다. 지방정치의 활성화에 기여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그것은 모순적인 태도 아닌가. 그리고 그렇게 지역구 관리를 해도 인력, 조직, 자금 면에서 보수정당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특정한 정세가 아니면, 노동자들의 밀접지역이 아니라면 그것은 불가능하며, 앞으로는 더욱 힘들게 될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대선출마를 자신이 지역구 국회의원 재선의 지렛대로 활용하고자 하는 권영길 후보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게다가 그가 진보정당의 국회의원으로서 제대로 된 의정활동을 했다고 볼 수 없다. 물론 이는 단병호 의원등도 마찬가지이다.
 
하긴 내년 총선에서 모 의원의 관악행도 확정되었다고 하니 관악의 지지자들이 훨씬 더 열심히 할 것임에 틀림 없겠다. 물론 나는 이번 대선을 중대한 시기라고 보지도 않으며, 거의 일상활동의 대부분을 선거에 쏟아붓는 당과 지역위원회의 상황(5년 중에 4년은 선거 준비하고 평가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낸다) 속에서 내년 총선에서는 그리 열심히 뛰고 싶진 않다. 선거참여의 성과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없는 한, 당원들을 선거에 동원하는 식의 당 풍토가 개선되지 않는 한 당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3.
이상범 전 울산북구청장이 손학규를 지지한다고 해서 민주노동당 중앙당이 발칵 뒤집어졌다고 한다. 이건 예견되었던 바가 아니었나.
 
이상범은 공무원노조원에 대한 징계의결에 있어서도 민주노동당의 입장과 원칙을 따르지 않았고, 결국 공무원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제대로 방어하지 못했다. 그리고 범여권의 민주신당에 결합하게 될 것이라는 소문이 있었다. 그래서 지난 번 대법원 판결 후에 울산시당에서 가졌던 기자회견에 그가 왜 참석했나 싶기도 했다.
    
대법원은 이갑용 전 울산동구청장에 대해서는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으면서도, 이상범 전 울산북구청장에 대해서 공무원노조의 총파업에 참가한 공무원 중에서 가당 정도가 중한 대상자는 징계의결을 요구하고 그 정도가 가벼운 대상자는 훈계처분을 지시하였기 때문에 “자신이 취한 일련의 조치가 정당한 직무 수행 방식이라고 믿었다”고 할 수 있고, 따라서 자신에게 부여된 의무를 포기하거나 방임하지 않았다고 보아 무죄 취지의 결정을 하였다. 나에게는 그것이 범여권에 가담한다는 소문이 있었던 이상범의 정치활동을 허용하는 조치로 보였다.
 
민주노동당이 맘에 들지 않는 건 충분히 이해가 되는데, 그렇다고 민주신당, 그것도 손학규 지지라면 할 말 다한 것이다.
  
4.
당내 경선에서 정파투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노회찬, 심상정 후보가 권영길이 얻은 표의 상당분은 정파투표에 의한 것이고, 자신들을 지지한 것은 평당원이라는 도식의, 슈퍼3연전 평가를 하였다. 그래서 과거 당직선거와 비교해 볼 때 정파투표가 약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노회찬과 심상정 선본에 가득찬 전진, 혁신네트워크의 성원들은 정파 소속이 아닌 모양이다. 아는 행태 또한 정도의 차이가 있었을 뿐 자민통과 그리 다른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면서 평당원 혁명 운운하는 모습에 기가 찰 지경이다. 민주노동당이 절차적 민주주의를 중시했던 2002년 경으로 후퇴한 느낌이다.
 
언젠가 말했지만, 좌파라 함은 조직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그게 아니고, 흩어져 있는 개인들을 그대로 놔둔 채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가. 이들을 묶어세우면서 앞으로 열심히 활동하는 이로 만들어내고, 선거를 통해 조직을 남기며, 자신들이 가진 정견의 확산을 도모하는 것이 중심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게 아니고 평당원과 정파를 대립시키는 짓은 결코 진보적, 좌파적이지 않다. 뭐, 좌파가 아니라고 한다면 할 말 없다. 이런 이들을 지지하고 표를 주는 당원들만 불쌍한 거지.
 
5.
민주노동당 관악구위원회 당원들을 중심으로 서울대 대학원생 당원 노회찬 지지선언이 있었다. 이를 주도한 당원이 지역위 게시판은 물론 중앙당 홈페이지와 기타 여기저기에 관련된 글을 퍼날랐다.
 
사실 대학원에 몸당고 있는 당원들이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는 것은 쉽지 않긴 하지만, 이렇게 인터넷 상으로 민주노동당 당원들을 대상으로 자신들의 뜻을 알려내는 것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다. 누가 얼마나 관심을 갖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이 민주노동당원이라는 사실도 제대로 밝히지 못한다면 그냥 후원회원이나 당우로 자신의 당적을 바꾸는 것이 낫다. 맑스도 그렇지 않았던가. '코뮨주의자는 자신의 견해외 의도를 감추는 것을 경멸한다'고.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것이, 민주노동당원이라는 신분이 자신의 삶에 제약을 가하는 상황조차 주위 사람들에게 제대로 설득해내지 못하면서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인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따로 있다. 노회찬 지지선언을 한 서울대 대학원생들을 하나로 묶은 것은 그들이 서울대에 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뿐이다. 그들이 가방끈이 길다고 하여 정책활동을 열심히 한 것도 아니다. 단지 서울대 대학원생이라는 레테르 뿐인데, 그것이 적극적으로 홍보되고 선전되어야 할 꺼리일까.
 
물론 그렇게 사람들을 묶어세우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를 통해서 당에 대해 좀더 관심을 갖게 되고, 당 활동을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게 되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이 홍보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를 권영길 선본에서 각지의 자민통 성향의 학생위원회 소속 당원들을 모아 학교별로 지지선언한 것과 비교하진 말자.
   
만약 그들이 지방대의 대학원생이라면 이런 게 가능할까. 다른 학교의 대학원생들도 모아서 이를 할 수 있겠지만, 우선 할 수 있는 선에서 서울대만 그렇게 했다고 이해해줄 수도 있겠다. 서울대 대학원생이라는 게 그리 커다란 '거시기'가 있는 건 아니고, 단지 노회찬 후보에 힘을 실어주고, 당원들 사이에 지지세를 넓혀보겠다는 소박한 소망에서 출발했을 수 있다. 하지만, 그에 대해 나오는 반응을 살펴보면, 이것이 학벌주의에 편승한 것은 아닌지, 그러한 우려에 대해 조금이나마 고려가 있었던 것인지 안타까움을 느끼게 된다.
  
6.
덧붙여 민주노동당 노동조합의 활동을 주의깊게 볼 필요가 있다. 당 노조를 바라보는 시선을 보면 민주노동당이 왜 문제인지를 파악할 수 있다. 나아가 임금체불 문제를 생각하면...
 
자민통 세력들이 당 노조에 대해 보이는 입장은 과연 이들과 당을 함께 해야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만든다. 이들에 의해 민주노동당 노동조합의 상식에 의한 호소는 특수고용직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쟁취투쟁만도 못한 취급을 받는다. 그런 이들이 이랜드-뉴코아 투쟁에서 뭐라고 하면 냉소밖에 생기지 않는다.
 
자민통은 그렇다 치고, 대선 예비후보들은 이 문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 사실 이러한 사안이 다른 사업장에서 벌어졌다면 사용자는 당장 구속감이다. 임금 체불액이 1억원이 넘어가는 판국에, 당내 문제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서 민중들에게 지지해달라고 호소하는 게 타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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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28 12:04 2007/08/28 12:04

5 Comments (+add yours?)

  1. 말걸기 2007/08/28 12:11

    어느 미친 대선후보가 당 운영에 대해 얘기하겠어요. 그들이 말하는 '당 혁신'은 다 거짓말이지요. 지금 당 꼴이 엉망인 데에 기여한 조직들 눈에 나지 않아야 한 표라도 더 얻지요. 이거 참 딜레마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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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산오리 2007/08/28 13:04

    거의 해마다 있는 선거, 그냥 일상으로 받아 들여야 할텐데, 맨날 중요한 거라고 하니 '여우가 온다'도 한두번이지... ㅎㅎ

     Reply  Address

  3. ㅂㄹㅇㅇ 2007/08/30 03:33

    대체로 동의하는 바이나 심,노캠프는 기존의 조직표 외에 다른 지지층을 형성하고 있는 면이 분명히 있소이다. 여기다가 말하긴 어렵소만.

     Reply  Address

  4. 바리 2007/08/30 13:42

    흑 포스트랑 관계없는 댓글 죄송해요. 메일을 계속 드렸는데 안보신거 같아서 ㅠㅠ 저 부탁드린거 아직도 기다리고 있어요 ㅠㅠ 흑흑흑흑

     Reply  Address

  5. 새벽길 2007/09/04 10:22

    말걸기/ 대선후보들이 당 운영에 대해 말하도록 만들어야지요. 대선후보들이 표에만 집착하게 된 것에는 당원들의 책임도 있으니까요.
    산오리/ 선거를 일상으로 받아들이면서 일상정치활동도 잘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아요.

    ㅂㄹㅇㅇ/ 솔직히 조직표의 위력은 세 선본 모두 그리 많지는 않은 듯 합니다. 나름의 지지층이 있다는 것에는 동의합니다.
    바리/ 죄송합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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