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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결선투표 중에 끄적였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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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권영길 의원이 17대 대선의 민주노동당 대통령후보로 당선되었다. 
 
우선 드는 생각이 이제 스팸 메일 수신이 좀 줄어들겠다는 것. 별 내용도 없는 민주노동당 후보들의 메일들 날마다 수십통씩 지우느라 고생했다. 이제 오지 않았지.
  
차분하게 이번 대선을 바라볼 수 있을 듯하다. 예전처럼 이번 대선이 엄청 중요하다고 닥달하기보다는 그 정책과 지향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것으로만 한정할 수 있겠다. 게다가 지금 당장 나에게 대선은 그다지 중요한 의미를 주지 않는다. 물론 심상정이 되었더라도 마찬가지이겠지만 말이다.
 

어떤 당원들처럼 탈당할 생각은 없다. 이미 짜여진 구조에서 권영길이 당선된 것에 불과하다. 심상정의 당선도 이러한 구조를 깨뜨리지는 못했을 것이다. 오히려 헛된 희망만을 주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상태에서 민주노동당이 대선에서 몇백만표의 득표를 한다면 그것이 이 땅의 변혁에 어시스트를 할지 재앙이 될지 누가 알 것인가.  
  
이번 선거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많다. 그렇다고 무슨 평가서까지 쓸 것은 아니고...  
결선투표에서 어쩔 수 없이 심상정을 선택할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계급전사님의 글을 담아왔다. 이 글에 동감한다.   
그리고 내가 1차에 찍은 바 있었던 심상정 후보, 심상정 선본에 대한 글을 올린다. 이 글은 결선투표 기간 중에 쓴 것인데, 선거과정에서 엉뚱하게 오해될 우려가 있어서 뒤늦게 공개하는 것이다.   
  
한편 범여권의 경선에 대해서도 언급할 필요가 있겠다.   
나는 천정배가 게 중 낫다고 생각했는데, 대통합민주신당의 컷오프를 통과하지 못했다. 아마 문국현 후보와 함께 하지 않을까. 천정배는 한미 FTA에 반대했다면 그 입장을 일관성 있게 밀어부쳐서 독자적인 입지를 구축했다면 지금과 같이 찌그러지진 않았을 텐데....
  
유시민의 경우 대선에 출마할 것을 예상했었다. 지금까지 예측대로 행동해왔는데, 제주, 울산 경선을 거치면서 이해찬 지지를 선언하면서 사퇴해버렸다. 물론 완주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쉽게 물러날 줄은 몰랐다.   
유시민의 경우 이번이 아니라 다음 차기를 생각할 듯하다. 유빠들은 어쩌나?
  
지금 추세로 봐서는 정동영이 범여권의 후보로 될 전망이다. 역시 정동영 캠프에서 활동하는 모 선배가 정치적 감각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그렇다고 이명박을 넘어서 대통령까지 되기엔 난관이 많다. 정치란 살아있는 것이기에 앞으로도 변할 여지가 많긴 하지만, 현재의 프레임이 얼마나 변할 수 있을 것인지...  
 



1.  
또다시 최악을 피하기 위한 선택이 강요되었다. (민주노동당 홈페이지 당원토론방, 계급전사, 2007-09-10   12:57:49)
 
선거에서의 지지후보 선택은 최악을 피하기 위한 경우가 많다. 민주노동당 내에서의 선거에서도 언제부터인가 대부분의 선택은 최악을 피하기 위한 것이 되었다. 서글픈 일이지만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번 선거만은 최악을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최선을 위한 선택이 되기를 소망했다. 실제로 얼마 전까지도 그럴 가능성이 있었다.
 
세 후보들 중에 누가 되더라도 무난하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대부분의 당원 동지들 생각도 같았을 것이다. 물론 나는 나름대로의 몇 가지 기준이 있었고, 거기에 부합하는 지지후보가 있기는 했다. 본선 경쟁력과 당의 미래에 미칠 영향도 타산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선후보는 향후 5년 내지 10년간 당을 상징하게 된다. 권영길이 지난 10년간 당의 상징이었듯이 말이다. 따라서 권영길 후보가 또다시 당의 상징으로 남는다면 곤란하리라는 생각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다. 그럼에도 권영길 후보가 된다하여 재앙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적어도 최악이라고 볼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러기에 이번 선거만은 최악을 피하기 위함이 아닌, 차분히 최선을 선택할 수 있는 즐거운 고민이 되리라고 믿었다.
 
자민통을 제외한 당내 어느 정파도 배타적 지지방침을 결정하지 않았다. 자민통이 권영길 지지방침을 결정했을 때에도 희망을 버리지는 않았다. 다른 선거도 아닌 대선후보 경선이며, 자민통 자체 후보를 낸 것도 아니기에, 설마 이번에도 비극이 재현되리라고 상상하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경선이 진행되는 동안에 이런 순진한 믿음은 순식간에 깨지고 말았다. 저들의 비열한 마타도어는 공안당국의 정치공작을 연상케 한다. 노회찬 후보와 박홍의 발언을 교묘히 매치시키는 동영상은 그 자체로 박홍과 안기부를 빼닮았다. 95년 총선방침에 대한 비방은 어떠한가? 나는 과거 그 문제에 대해 노회찬 후보에게 공개질의를 던진 일도 있다. 그 문제를 지금에 와서 새삼 끄집어내는 것도 비열한 일이거니와, 비판적 지지의 원죄를 가진 자들이 입에 담을 소리는 아닌 것이다. 노회찬 동지가 민중후보를 위해 뛰고 있을 때 그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민중후보 사퇴를 주장하고 백기완 선생을 미제 첩자로 몰아붙이던 자들이, 그 더러운 주둥이로 노회찬 후보를 비방한다면 가소로운 일이다. 찢어진 입이라도 자기 분수는 알고 떠들어야한다.
 
이로써 저들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면 그만이라는 믿음을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 정치에서 힘의 관계는 누가 당선되느냐보다 누구의 힘에 의해 당선되느냐에 따라 규정된다. 저런 자들에게 둘러싸여 저들의 힘에 의해 당선될 권영길 후보에게서 우리가 기대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우리의 소망과는 무관하게 이제 또다시 최악을 피하기 위한 선택이 강요되었다. 최악이 아니었던 권영길은 어느덧 최악이 되었다. 그를 둘러싼 세력이 그렇게 만들었고, 궁극적으로는 그 자신이 그렇게 만들었다. 이번에도 최악의 선택이 관철된다면 또 얼마나 많은 당원들이 좌절하고 당을 떠날까. 남아있는 당원들은 과연 권영길 당선을 위해 얼마나 적극적으로 몸을 던질 수 있을까? 권영길을 당선시켜 달라고, 우리에게 권력을 주면 행복한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대중 앞에서 호소할 수 있을까? 나는 그렇게 못한다. 진보정당의 이름으로 차마 대중 앞에서 사기를 칠 수는 없다.
 
아쉽더라도 최악은 피해야한다. 허탈하고 좌절한 심정으로 선택을 포기하고픈 당원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 파국을 선택할 생각이 아닌 한에는 최악의 결과는 피해야한다.
  
2.

심상정 후보, 심상정 선본에 하고 싶은 말

  
1.  
노회찬 의원이 떨어지고 나니 심상정 후보에 대한 마타도어, 네거티브 공세가 거세다. 여기에는 심상정 후보가 노회찬 후보를 제끼고 2위로 오른 것이 중앙파의 조직력 때문이라는데 공감하는 노회찬 지지자들의 동의도 포함되어 있다. 한겨레 신문 기사도 이를 뒷받침한다.
 
금속노조 사무처장 출신으로서, 민주노총 창립 당시 간부를 지낸 ‘중앙파’를 기반으로 지역에서 조직을 확장한 전략도 주효했다. 중앙파 조직은 특히 울산·경남 등 권 후보의 입김이 센 지역에서 ‘선방’하면서 권 후보를 압박했다. (한겨레 기사)
  
나아가 지난 2004년 비례대표 의원 후보를 선출하는데 있어서 심상정 후보가 1위 득표를 한 것도 중앙파의 조직력이라고 밀어부친다. 지금까지 민주노총 중앙파가 이렇게 많이 주목을 받은 적이 있었을까? 
  
부자가 망해도 3년은 간다고, 단문심(단병호, 문성현, 심상정)으로 대표되는 중앙파가 이번 선거에서 나름대로 남은 조직력을 가동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중앙파는 이미 전진이라는 민주노동당 내의 의견그룹으로 대부분 흡수되었고, 전진 성원 중에 노조운동을 하는 활동가들 상당수가 심상정 선본에 결합하기는 했지만, 중앙파의 조직적 결합이라고 할 수는 없다. 나아가 지금까지의 당내 선거 결과를 보면 중앙파의 영향력이 그리 두드러지지 않았다. 단지 노회찬 후보와 갈라져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부각시키고 있는 것 뿐이다. 그렇게 역량이 출중한 중앙파는 왜 당원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했을까.
  
심상정 후보가 치고나온 데에는 변화와 혁신을 염원하는 당원들의 뜻이 심상정 후보쪽으로 쏠린 결과를 반영한 것이 더 크게 작용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앙파를 부각시키는 것은 네거티브 공세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2.  
그렇다면 심상정 후보, 심상정 선본은 문제가 없는가. 심정적으로 심상정 후보 쪽으로 더 쏠려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공개적으로 지지를 밝히고 선거운동을 하지 못한 것에는 그만한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권, 노가 가진 한계나 약점보다는 정도가 약하기는 하다.)
  
3.  
이젠 평당원혁명을 더 이상 말하지 말라.
"정파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분들은 심상정을 지지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여기서 말하는 정파가 단지 자민통만을 말하는 것이라면 몰라도, 심상정, 노회찬 선본에서 주력을 형성하고 있는 전진과 혁신네트워크의 활동가들은 정파 소속원이 아닌가. 평당원혁명이라는 말 자체가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적어도 의견그룹에서 활동하는 이라면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게다가 정파에 소속된 이들이 평당원혁명 운운하다니 쪽팔리지도 않은가. 정파의 건설적인 성격을 발전시켜야 하지 않나요?  
 
“정파선거는 세도정치”라는 말은 맞다. 하지만 정파가 가지고 있는 순기능을 눈감아서는 안된다. 정파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자민통세력이 아래로부터의 토론과 논의 없이, 자파의 이해관계만을 따져서 권영길 후보 지지를 선언한 것이 문제 아닌가. 묻지마 투표를 조장한 것이 문제 아닌가. 
 
10만 당원 모두가 비슷한 생각을 가질 수는 없다. 당이라는 테두리 내에서 사안에 따라 입장이 다를 수 있고, 그러한 정치적 입장을 결집하고 제출하기 위한 단위가 바로 의견그룹이다. 흩어져 있는 개별 당원들의 양심과 이성에 호소하여 당과 세상을 바꿀 수 없기에 자신이 활동할 수 있는 단위가 필요한 것이다.
  
정권 획득을 위해 동일한 이해를 가진 이들이 결성하는 게 정당이라면, 그 정당 내에서 비슷한 기능을 하는 것이 바로 의견그룹이다. 지난 당직선거 과정에서 정파등록제를 주장했던 것도 바로 이러한 논리에 입각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의견그룹의 순기능은 이번 대선후보 선출과정에서 자민통의 '눈감고 지지' 전술에 가려 사라져버렸다.
 
노회찬, 심상정 후보가 정파와 거리두기를 한 것은 선거전술상 이해할 수는 있어도 선거가 바로 정치교육의 장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의견그룹의 성원 또한 평당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고, 평당원은 정파가 없는 당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적어도 전진 성원으로 인식되었던 심상정 후보가 더 많은 표의 획득을 위해 그 정체성을 거부한 것에서 나 또한 전진 성원으로서 그와 거리두기를 할 수밖에 없다.
  
4.  
"결선은 이명박 후보를 상대할 맞수가 누구냐는, 본선경쟁력을 평가하는 선거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심상정이 본선 필승의 승부수라는 확신을 당원들에게 심어주는 것이다. 이번 대선이 경제 대선이고 심상정이 가장 경쟁력이 있다는 데 대해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있다."
    
언제부터 '경쟁'이 진보정당 내에서 자연스럽게 논의되었는지 궁금하다. 물론 현재의 대통령후보 경선 또한 경쟁선거라는 점을 감안해야겠지만, 적어도 경쟁 이데올로기가 가진 폐해를 인식해야만 한다. 지지율과 인지도을 핵심으로 하는 본선경쟁력에서 민중들에게 민주노동당의 대선후보는 더 열등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 자신이 조금 부각된다 싶으면 거리낌 없이 본선경쟁력 운운하는 권, 노, 심 세 후보의 행태는 실망스럽다.  
  
본선에서 그리 차이가 나지 않을 본선경쟁력이 아니라, 당원들이 신심을 갖고 내가 후보로서 나가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권영길 후보보다 심상정이 더 낫다는 것이고, 심상정이 한미FTA 저지투쟁을 더 잘할 수 있고, 비정규직 철폐투쟁을 더 잘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당원들과 지지자들을 조직화하고 대선을 진정한 정치교육, 정치활동의 장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해야 하는 것이다.  
  
5.   
또한 심상정 후보를 지지하는데 망설였던 이유는 그가 가진 오류와 의정활동의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원내부대표로서 소위 4대개혁입법과 관련하여 민주노동당이 열린우리당의 2중대로 자리매김하는데 책임이 있으며, 그에 대해 해명을 한 바도 없다. 말로는 좌파요, 사회주의를 정책에 집어넣었지만, 실제 해온 활동 속에서 그것은 제대로 부각되지 않았고, 오히려 정체성을 의심케 하는 활동을 하였던 것이다.
  
또한 심상정의 의회주의로의 경도에 대해서도 우려스럽다. 적어도 1기 민주노동당 의원에게 기대했던 역할은 원내 의정활동을 잘하는 의원이 아니라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으로서, 금속노조 사무처장 출신으로서, 전농의 지도자로서의 역할했던 것을 연장해달라는 것이었다. 특히 단병호, 심상정 의원에게는 현장을 매개로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이끌고 나가는 모습을 기대하였다. 그러했기에 지난 비례대표 선거에서 그에게 표를 던졌다. 하지만 그가 보여준 모습은 실망스럽고, 노회한 정치인의 모습이었다.
 
심상정 의원의 뛰어난 의정활동을 인정한다. 투쟁의 현장에 뛰어다니며 모습을 나타내고 연설을 하며, 함께 했던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었고, 우리는 그 이상의 것을 요구하였다. 하지만 개인으로서 뛰어난 역량을 가진 심상정은 부각되었지만, 거기에서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는 더이상 진전되지 않았다. 그에 대해 심상정 후보는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6.   
한미 FTA 저지투쟁, 비정규직 철폐투쟁은 한 개인의 단지 이미지메이킹을 위한 것으로 나타나서는 안된다. 선거투쟁이라는 말, 그것을 경선과정에서는 왜 하지 못하는가. 이랜드투쟁에 몇번 연대한다고 충분한 것이 아니다. 이랜드 농성장에 나타나 노동자들에게 연대의 손길을 보여주는 것도 좋지만, 다른 사업장을 돌면서 이랜드 투쟁에 떨쳐나서도록 하고, 비정규직 철폐투쟁에 연대하도록 하는 것이 바로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앞당기는 길이다. 그런 점에서 부족한 점은 없었는지 심상정 선본은 스스로 비판할 필요가 있다.  
   
한미 FTA 저지투쟁과 비정규직 철폐투쟁이 당의 사활을 걸고 해결해야 할 중요한 사안임에 분명하다면, 의원단은 의원직을 걸고 투쟁을 조직했어야 했다. 특히 금속노조 사무처장 출신이었고, 당의 한미FTA 특위위원장인 심상정 후보는 그 진정성을 보여주었어야 했지만, 이 또한 미흡했다는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다. 대선으로 가는 징검다리로서 인식된 것도 이를 반영한다. 
    
7.   
심상성 후보는 당 혁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며,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하고 그에 대해 발언을 했는가. 권영길 후보가 당혁신토론회를 하자고 제안할 만큼 심상정 후보는 당 혁신에 대해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다고 할 수 있다. 초대 당대회 부의장이었다는 사실을 부각시키며 당활동에 그 만큼 열의를 갖고 참여해왔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라도 당 혁신에 대해 적극적으로 발언을 하고 그에 대해 책임을 가질 것임을 밝혀야 한다. 
 
1차 경선과정에서 권영길 후보 지지자들, 아니 자민통세력이 노회찬 후보에 대해 가했던 마타도어와 네거티브 공세에 침묵했던 것은 문제가 있었다. 그것이 당 혁신의 과제 중에 포함된다면 이에 대해 당 중심성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발언했어야 하는 것이다. 노회찬 선본이 엉뚱하게 헛발질을 했던 것에는 심상정 선본의 소극성도 작용하였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이 문제에 대해서도 선거과정에서 짚고 넘어가야 한다.     
    
8.   
심상정 후보는 자신이 경제전문가임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부르조아 언론이 부여하는 환상에 얽매이지 말라. 세세하고 구체적인 정책이 부족해서 민중운동이, 민주노동당이 이 모양인가? 경제론이 핵심이 되어서는 결코 이명박을 넘어설 수 없다.     
    
경제의 정치화가 필요하다. 서민경제 운운하면서 심상정이 대통령이 되면 모든 것이 풀릴 것처럼 선전하는 것이 아니라 이 경제문제 뿐 아니라 모든 것이 정치와 관련되어 있고, 정치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일상은 없으며, 그래서 바로 정치를 바로세우고, 노동자민중이 정치의 주체로 나서야 함을 주장해야 한다. 
 
9.    
그리고 분위기를 타고 있지만, 결선에서의 역전가능성을 지나치게 과신해선 안된다. 노회찬 후보에게 갔던 표가 모두 심상정 후보에게 가지도 않을 뿐더러 노회찬 지지표를 결집시키는 것의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
 
인물 위주의 투표가 되어서는 안된다. 내가 세 후보 모두에게 비판적이었던 것은 단지 리더십의 발휘를 넘어 당이 인물 중심으로 끌고 가려는 움직임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한 개인이 좋아서 뭉친 팬클럽은 노무현 하나로도 족하다. 아니 유시민도 있다.
 
당 중심성은 말로 되는 것이 아니다. 선거를 통해 남는 게 또 다시 권영길, 노회찬, 심상정 밖에 없다면 거기에 당 중심성은 없는 것이다.
 
10.    
선거를 통해 무엇을 남길 것인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단지 표만 남는다면 선거가 무슨 필요인가.
선거 때만 당원들에게 전화를 돌리고, 문자를 보내는 것이 진보정치는 아니지 않은가. 
    
게다가 심상정이나 권영길, 한 개인을 지지해달라고 하는 것에 그치는 전화돌리기가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물론 지금까지의 당직선거 경험을 보면, 당선되는 데에는 괴력을 발휘하더라. 하지만 그것만으로 그친다면 부족함에 틀림 없다. 그렇게 해서 이긴 결과로 무엇을 했는지 되돌아봤으면 좋겠다. 
 
물론 선거 때 전화 한통을 해서라도 설득하려는 자세를 보일 필요는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번 1차 선거에서 어느 선본에서도 전화를 받지 못했다. 이미 표분석에서 X표로 분류되었기에 그랬을지도 모르겠지만...
 
11.     
선거 때문에 일상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아야 한다. 이번 선거를 치루면서 일상적인 활동은 거의 올스톱되었다. 이미 양대선거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지역위가 많다. 심상정 후보는 그래도 경선기간 중에 쟁점이 되는 사안들에 대해 논평을 내놓기는 했지만, 다른 후보들은 이 또한 제출하지도 않았고, 다른 의원들의 경우 아예 보이지도 않았다. 민주노동당에는 3명의 의원밖에 없었던 것이다.     
    
대선이 아주 중요한 정치일정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하여 일상적인 정치활동이 이에 묻혀서는 안된다. 선거 때만 조직이 잘 가동되기 때문에 선거조직이라는 말도 듣는 모 의견그룹의 경우, 선본 활동이 모든 것에 우선하는 식으로 사고하는 성원들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12. 
마지막으로 심상정 선본의 활동가들과 심상정 지지자들 중에 있는 전진 성원들은 반성해야 한다. 전진 성원들 중 다수의 당활동가들이 노회찬 후보를 지지했고, 노회찬 선거운동을 했다. 당과 노동운동의 결합을 도모한다고 하면서 전진을 결성했으면서도, 노조활동가들은 당 운동을 당 활동가들에게 맡겨버리고, 당 활동을 부차시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그 결과가 다수 당 활동가들의 노회찬 후보 지지활동으로 나타났고, 심상정 후보에 대한 중앙파의 연줄 선거 운운하는 계기로 연결되었다. 
    
이번 선거기간 중의 전진 성원들간의 갈등은 오래갈지도 모른다. 노회찬 지지와 심상정 지지 간에는 어느 정도의 철학적인 차이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전진의 미래는 없다. 사실 나는 자신과 같은 의견그룹이 아닌데도 적극적으로 선본에 뛰어들어 활동한 동지들에게 불만이 많다. 전진의 대선강령이 그들에게 하나의 면죄부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안타깝고, 선거참여를 통해 무엇을 남기게 될 것인지 회의가 든다.     
    
심상정 후보가 당선되지 않는다면 경선기간동의 활동에 대해 치열한 평가가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그 득표율이 어떻게 되든지 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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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16 06:14 2007/09/16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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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ㅅㅎㅊ 2007/09/16 09:40

    잘 읽었습니다. 흠... 링크 겁네다. 근데 길님은 정말 민주노동당을 많이 아끼시나보아요. 글을 읽다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심상정 의원 비판하는 부분에서요. 나는 그정도면 뭐 준수하군 했는데 길님에겐 그정도는 아쉬운 것을 보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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