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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2007. 12.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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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 날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 머물렀습니다.
종교를 갖고 있지 않으면서 백수인 처지에 성탄절이 다른 평일과 별다른 차별성이 있지는 않지만, 다른 사람들이 '성탄절에 왠 일로 학교에?'라는 얘기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던 것이죠. 아직도 그런 것에 신경쓰느냐라고 힐난한다면 딱히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오늘 연구실에 가기 싫었습니다.
 
사실 어제, 그제 연이틀간 거의 2-3시간밖에 잠을 자지 않았기 때문에 잠이 부족한 점도 원인이긴 합니다. 눈이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4시가 넘어서까지 잠을 자지 않았기 때문에 늦잠을 잤고, 그래서 학교에 갔을 경우 식사해결 문제도 있고 해서 그냥 집에서 뒹굴뒹굴...
 
그렇다고 집에서 영양가 있게 보냈냐 하면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절박한 그 무엇에 부딪히지 않는 한, 역시 집에서 뭘 한다는 것은 제게는 쉽지 않습니다.
 

저번주부터 이번주까지 소설책만 두권을 봤습니다. 다니엘 키스의 <생쥐에게 꽃다발을>(<앨저넌에게 꽃을>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져 있지요)과 엘리자베스 문의 <어둠의 속도>입니다. 제가 이 책을 가지고 다니면서 읽는 것을 본 사람들은 다크 서클을 떠올리기도 하고, 장애인에 관한 소설책을 뜬금없이 왜 읽느냐는 반응을 보이더군요.
 
그래도 두 권 모두 참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앨저넌을 읽으면서는 참 많이 울었고, 어둠의 속도는 손에서 책을 떼기 어렵게 할 정도로 몰입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이 책을 읽는데 많은 동기부여를 해준 네오스크럼 님께 감사드립니다. 시간이 되시면 많은 분들이 읽어보길 바랍니다. 장애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드디어 해경 프로젝트가 끝났습니다. 이것 땜에 24일 종일 시간을 썼습니다. 아니 11월과 12월에 많은 시간을 투여했지요. 제가 맡은 분량도 분량이지만, 편집하는 작업 때문에 시간이 걸렸습니다. 24일 뿐만 아니라 22일에도 연구실에서 저녁부터 날새서 편집작업을 했습니다.
 
700여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는데, 제가 한글 편집을 그래도 나름대로 하는 편이어서 끝까지 신경을 써야했지요. 덕분에 한글2007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랜만에 사용한 파워포인트(PPT) 또한 다시 익힐 기회가 되었고요. 아무래도 양적 방법에 대해서도 공부를 해두어야 한다는 생각도 했어요. 양적 연구방법은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지만, 이에 반박하기 위해서라도 기본적인 내용은 알고 있어야겠지요. 
 
배운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지만, 그리 많은 것은 아니네요. 말 그대로 생계유지를 위해서 참여한 것이니... 내년 초에 잔금이 나온다고 하니 적어도 1, 2월은 이것으로 생계유지할 수 있을 듯 합니다.
 

23일에는 전진 회원총회가 민주노총 대전본부 1층회의실에서 있었습니다. 좁은 공간에 150여명의 회원들이 참여했습니다. 여기에서 당의 진로에 대한 전진의 입장을 정한다는 생각에 참여폭이 컸던 듯 합니다. 항상 하던 장소엔 2층의 넓은 회의실도 있는데 굳이 1층회의실을 사용한 이유는 장애인 회원이 참여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이지만, 쉽지 않은 결정인데도 모든 회원들이 따라주었습니다.
 
오후 1시 반경부터 시작한 총회는 밤 10시가 넘어서 끝났습니다. 총회는 말의 향연이었습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사람들은 참 말을 조리있게 잘 합니다. 이 사람 말을 들으면 이런 것 같고, 저 사람 말을 들으면 그런 것 같고... 물론 저는 확고한 신당창당론자이기 때문에 별 다른 동요는 없었지만 말이죠.
 
그 대체적인 결정 내용은 레디앙에 실려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따로 얘기하도록 하지요.
 
전진, '비례대표 불출마' 결정 (레디앙, 2007년 12월 24일 (월) 14:03:11 김은성 기자)
23일 총회에서 종북주의 청산 등 결의, 분당 문제는 결론 못내려

 

앞으로 2월까지 중점을 두기로 한 것이 있습니다. 논문 쓰는 것은 당연하고, 제가 참여하고 있는 용역이나 활동(공공부문 개혁, 공기업 개혁, 사회서비스 시장화 저지)도 해야 하며, 관심 있는 주제들(정당공천제, 동사무소 통폐합, 정부조직 개편, 복지국가 및 복지전달체계, 사회투자국가)에 관한 자료들도 읽고 정리하며 글을 쓰는 것이 그것입니다. 이외에 별도의 시간을 내기로 한 것이 바로 진보신당 창당과 관련된 활동입니다.
 
진보신당 창당이 조속히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저는 그 전에 민주노동당 활동에 대한 철저한 평가에 기반한 당 혁신과 개조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그 일환으로 올바른 대선평가와 당 쇄신을 위한 임시 당대회 소집을 촉구하는 당원들의 서명을 받고 있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진행된 것을 보면 민주노동당 혁신과 개조가 가능한지 의문입니다. 이미 이러한 시도가 불가능한 정당이 되어버렸다고 판단하기 때문이죠.
 
아무튼 그래서 제가 아는 이들에게 서명을 받고 있는데, 제가 속한 지역위에서는 그리 호응이 많지 않더군요. 그 이유가 조금은 의아스럽기도 하고요. 평소에는 이러한 서명이 있으면 어느 지역보다도 참여도가 높았던 지역인데 말이죠. 
 
하긴 대선 선거운동에 어느 지역보다 열심이었던 지역위인 만큼 이러한 임시 당대회 소집에 대해 지역위 집행부가 소극적인 것은 이해할 수 있는데, 당원들마저 소극적인 것은 조금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좀더 당원들을 많이 만나봐야 할 듯 합니다. 당 혁신 및 분당 논의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당이 어떠한 방향으로 나가야 하는지, 당원들은 그 과정에서 어떻게 참여할 것인지가 많이 궁금합니다. 그리고 이들의 적극성을 이끌어내고 싶고요.
 

22일에는 홈에버 시흥점 앞에서 열린 집회에 참여했습니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왔더군요. 하지만 준비가 안된 탓인지 입구 앞에서 집회를 여는 것 말고는 별다른 행동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이랜드 싸움이 이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는데, 안타깝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그러고 보니 KTX 동지들의 경우 어떻게 되었는지 잘 몰랐는데, 투쟁을 접었다고 합니다. 70여명 남은 이들 중에 절반은 계약직으로 들어가고 나머지 절반은 다른 길을 모색한다는 거죠. 이랜드 투쟁도 이렇게 흐지부지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요.
 
아무튼 그 집회에 당 대오는 거의 오지 않았습니다. 서울시당에서 각 지역위에 참여를 독촉하는 문자를 보냈다고 하는데, 구로, 금천의 당원 몇명만 보고 오지 않았더군요. 제가 속한 지역위도 민주노총 서울본부 등 다른 경로로 알고 온 당원들이 있었을 뿐 당의 연락체계로 온 이는 없었습니다. 대선 전과 대선 후가 다른 걸까요?
 
아마도 이명박 정부는 이러한 투쟁에 더 강경하게 대응할 것입니다. 그러할수록 앞으로 계속되는 투쟁에 좀더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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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25 21:12 2007/12/25 21:12

3 Comments (+add yours?)

  1. 벤세레모스 2007/12/26 02:37

    꼭 좀 더 당원들을 많이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당 혁신 및 분당 논의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당이 어떠한 방향으로 나가야 하는지, 당원들은 그 과정에서 어떻게 참여할 것인지 많은 의견을 수렴하셔야 할 것 같네요. 당원들의 적극성을 이끌어내셔야 하는 건 당연한 것이고... 대선 선거운동에 어느 지역보다 열심이었던 지역위인 만큼 이러한 임시 당대회 소집에 대해 지역위 집행부가 소극적인 것은 이해할 수 있다면 왜 당원들마저 소극적인지 그 이유는 더욱 많은 당원들을 만나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청취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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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d-_-b 2007/12/28 12:28

    전진 강령에 대해 제 블로그에 쓰신 글은 잘 봤어요. 그냥, 잘은 모르지만, 거기 전문가, 라고 하는 사람들도 누군지 모르겠고, 돼 봤자 몇 십명도 되지 않을 것 같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러면, 강령은 표절한거네, 하는 생각이 드는 설명들이었습니다. 거꾸로 선 변증법이란 말도 아주 오랫만에 머릿속에 떠올랐구요. 그리고, 두 달에 걸친 토론... 이건 음.. 제 생각에는 석사 논문 하나 정도, 아니 좀 더 쳐 준다면 박사 논문 하나 정도 쓸 수 있는 생각의 범위 아닐까요? 그런데, 그 정도의 수준에서 4천5백만의 삶을 명제화 한다는 것은... 아... 제 생각에는... 이런 관행과 이별하지 않는 사람들이 바로 수구꼴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죄송하지만, 들게 되는 걸 피할 수 없네요. 가끔씩, 즉각적이진 않지만 뭐 또 이야기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Reply  Address

  3. 새벽길 2007/12/28 16:24

    전진의 대선강령이 한계가 있음을 부인하진 않겠습니다.
    현실에 대해 파악하고 분석하며 여기에서 대안을 제출하려는 노력은 언제나 필요한 것입니다. 여기에 기반하지 않은 채 무엇인가 하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이지요.

    전진에서 대선강령을 만들기 위해 했던 작업들이 부족한 면이 많습니다.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지금까지 이러한 작업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사실 전진의 대선강령 작성이 진보진영 내에서 논의의 시발점이 되고, 이에 대한 고민이 확산되기를 희망했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습니다. 여기에는 님의 평가처럼 수준미달로 비춰져서일 수도 있겠지요.

    지금까지 진보진영은 선거 시기 관성적으로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 선거에 임했습니다. 전진의 대선강령은 거기에 방향성 같은 것을 부여해보자는 노력 중의 하나였지요. 더 추상적인 당 강령만으로 선거에 임할 수는 없는 것이니까요. 물론 그것으로 대선판을 어떻게 해보자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되지도 않았구요.

    거꾸로 질문해봅니다. 이번 대선 시기에 진보진영은 어떤 국정좌표로 선거에 임했어야 할까요?

    덧붙여 박사논문 하나 정도 쓸 수 있는 생각 범위라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것은 평가하기 나름이겠지요. 최소한 현재 제가 박사학위논문을 준비하고 있는 입장에 있는 만큼, 그에 비추어볼 때 대선강령을 제출하는 작업이 학위논문 쓰는 것보다 쉽지는 않은 작업이었다는 점만 밝혀두겠습니다.

    지금까지는 내용에 대한 얘기가 가끔 나왔는데, 그 작성과정에 대해 언급하셔서 그에 대해 말씀 드렸습니다. 저는 님이 말씀하시는 '관행과 이별'하기 위해 이런 작업을 했다고 생각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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