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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일, 조선왕 독살사건,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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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 독살사건.
이덕일 지음. 다산초당. 2005.
 
책 표지에 나와 있는 것처럼 조선 왕 독살설을 둘러싼 수많은 의혹과 수수께끼를 다룬 책이다. <누가 왕을 죽였는가>라는 책의 개정판이라고 한다. 인종, 선조, 소현세자, 효종, 현종, 경종, 정조, 고종 등 8명의 독살설을 다루고 있다.
 
이덕일의 책은 이번에 처음 읽었는데, 나름의 고증과 함께 썰을 풀어나가는 솜씨가 보통은 아니다. 물론 이 책을 읽게 된 것도 이덕일이라는 이름 때문이었다. 헌책방에 이와 유사한 제목의 책이 있더라도 손이 가지 않았을 텐데, 이덕일이 썼다고 하여 책을 사게 되었고, 그간 묵혀 두었다가 이번에 읽게 된 것이다. 술술 읽힌다.
 
독살설을 제기하는 것이 약간은 부정적이고 선정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이에 대해서는 서문격으로 이덕일이 쓴 글에 잘 나와 있다. "역사는 어둡고 밝음을 떠나, 긍정적인 면이든 부정적인 면이든 정확히 밝혀질 필요가 있다. 그 속에서 가치를 추출해 내는 것은 우리의 몫일 뿐이다. 때로는 부정의 극에서 최상의 긍정을 찾을 수 있는 것이 역사며, 그래서 역사는 모름지기 끝까지 추구해야 그 의미에 도달하게 된다." 물론 이 책이 그렇게 역사를 추구한 결과인지는 잘 모르겠다.
 
책의 후기 비슷하게 조선에 독살설이 많은 이유에 대해 쓴 것은 나름 설득력이 있었다. 조선은 임진왜란 내지 병자호란 등을 거치면서 망했어야 할 나라였는데, 그 때 망하지 않고 500여년을 지속했으니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는 논리가 괜찮아보였다. 조선은 쇠퇴기, 멸망기에 접어든 이후에도 무려 3세기 이상을 존속한 특이한 국가였다는 지적에 동의한다. 국왕 독살설은 왕조 국가의 대표적인 비정상적 정치 행태인 것이다. 실제 독살설이 제기된 왕들은 대부분 조선 후기의 왕들이었다.
 
물론 조선 후기는 봉건제를 탈피하면서 자본주의의 맹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봉건 왕조 자체가 교체되었어야 했다. 조선이 아닌 새로운 나라가 세워졌다면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뀌었을까.
 
이덕일은 독살설에 휘말린 국왕들의 공통적인 특색으로 독살설의 배후에 그 임금을 반대했던 정당이 존재하며, 숙종 즉위 때를 제외하면 임금이 죽은 후 어김없이 그 당이 집권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국왕 독살설은 신하가 임금을 선택하는 택군의 결과였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책 중간중간에 이덕일이 제시하는 만약이라는 가설은 이와 상충된다. 그는 만약에 독살설이 나왔던 그 시기에 해당 국왕이 죽지 않았더라면 하는 가설도 제기한다. 과연 왕의 생사로 인해 역사가 바뀔 수 있을까. 임금이 죽은 후 반대당이 집권했다면, 독살이든 아니든 그 왕의 죽음은 역사적 필연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역사에 접근하는 것이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 학부 때는 주로 민중사를 중심으로 학습을 했다. 한국민중사, 한국현대사의 재인식, 청년을 위한 한국현대사, 강만길 교수의 한국사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중고딩 때나 공무원시험 공부를 하면서 했던 한국사 공부는 왕조 중심의 역사였다. 아마 여기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역사를 바로 아는데 얼마나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물론 역사에 대해 흥미를 상실한 이들에게는 이를 통해 접근하는 것도 괜찮을 듯하기는 하다. 독살설이 제기되었던 왕들이 만약 독살당하지 않았더라면 하는 식으로 상상력을 자극하다 보면 역사를 다시 볼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을 아름답게 보려 한다고 해서 객관적으로 세상을 아름다워지지는 않는다."
"반성 없는 역사에는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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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02 22:55 2008/07/02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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