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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기획] 불안한 노동, 흔들리는 삶 - 특수고용직, 청년실업자, 돌봄노동자, 공공부문 비정규직. 일용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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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에서 불안정노동을 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이를 통해 불안정노동의 실태를 잘 모르는 이들이 그 비참한 현실을 구체적으로 접할 수 있게 되리라 본다. 
현재 특수고용노동자, 청년실업자, 돌봄노동자, 공공부문 비정규직, 일용노동자까지 나왔는데, 더 추가되기를 기대한다. 여전히 불안정노동에 대해서는 모르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불안한 노동, 흔들리는 삶](1)특수고용노동자 - 오늘도 무사히 (경향, 강병한·김지환기자, 2009-04-28 18:26:17)
ㆍ“택배비 5000원에 수수료 20%… 하루살이 인생”
  
경제위기는 가장 취약한 계층을 먼저 먹잇감으로 삼는다. 최근의 경기침체 역시 청년실업자, 비정규직 노동자, 영세자영업자 등 우리사회의 약한 고리를 위협하고 있다. 경제를 살리겠다며 집권한 이명박 정부는 마이너스 성장을 걱정해야 할 형편이고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 면에서는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 비정규직 고용기간을 늘리고 최저임금제를 더 낮춰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이나 월 100만원짜리 한시적 인턴제로 청년실업을 땜질하려는 발상은 이를 잘 보여준다. 경향신문과 참여연대는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취약계층 노동자가 처한 현실이 어떠한지, 대안은 무엇인지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보는 좌담회를 마련했다.
 
특수고용직 노동자인 대리운전기사·퀵서비스 배달원 6명은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회의실에서 전북대 이호근 교수의 사회로 2시간 동안 좌담회를 열고, 대리운전과 퀵서비스의 문제를 토로했다. 
 
사회= 특수고용직 노동자를 대표해서 대리운전기사와 퀵서비스 배달원을 하는 노동자를 모셨습니다. 먼저 어떤 계기로 그 일을 하게 됐습니까. 
 
양용민(퀵서비스)=원래 여성복을 만드는 조그만 공장을 운영했습니다. 공장이 잘되지는 않았지만 먹고 살 수는 있을 정도였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 때 회사가 망했어요. 살려 보려고 발버둥쳤지만 힘들었습니다. 나이가 많아서 퀵서비스 기사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당장 먹고 사는 일이 급해 여기로 굴러들어 왔죠.  
김영도(대리기사)=2004년부터 대리기사 생활을 시작했어요. 그 전에는 의료기기 제작 사업을 했습니다. 사업이 잘 안 돼서 94년에 회사 문을 닫았습니다. 이후 12년 동안 별다른 직업없이 살았어요. 여러 번 먹고 살 만한 길을 찾아봤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먹고 살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대리기사뿐이었습니다.
 
사회=구체적으로 근로실태는 어떤가요. 
최영환(대리기사)=오후 1시부터 이튿날 오전 6시까지 일합니다. 많이 하면 15시간 정도 일합니다. 업체는 지금 대리기사를 착취하고 있습니다. 업체가 기사를 규제하는 항목이 32가지나 됩니다. 보험도 단체보험인데 돈을 내야 하는 업체 측이 계약자가 돼야 하지만 실제로는 운전자로 돼 있어요. 관련 법이 없다 보니 불이익을 당해 그 어떤 관공서를 찾아가도 회피만 합니다. 우리 소관이 아니라는 식인 거죠. 손님에게 폭행을 당해도 힘이 약하다 보니 법의 사각지대에 몰려 있습니다. 
양용민(퀵서비스)=아침에 무전기와 개인정보 단말기(PDA)를 켜면서 일이 시작됩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일합니다. 집 근처 오토바이 센터나 공원 등지에서 대기하면서 오더(주문)을 기다립니다. 요즘 정말 알선수수료가 너무 올랐습니다. 10년 전에는 어느 정도 먹고 살 만하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지금 업주들은 사납금을 10년 전에 비해 2배로 받고 있습니다. 고객들이 한 번 배달을 주문하면 쿠폰을 주는데 그 비용을 또 기사들에게 전가합니다. 하루에 15만원 찍으면(벌면) 많게는 8만원까지는 (비용으로)나갑니다. 업주나 정부는 퀵서비스 기사들에게 해주는 게 하나도 없어요. 보호장치가 없습니다. 물품 파손도 기사 책임, 오토바이 고장도 기사 책임. 심지어 물건을 분실하면 물어주거나 그만둬야 합니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 운송약관에 300만원까지는 업주가 물어줘야 한다고 판시했지만 업주들은 일방적으로 횡포를 부리고 있습니다.
   
 
사회=업체와 근무계약서는 작성하고 있습니까.  
양용민(퀵서비스)=우리는 종속성이 크고 출퇴근 보고도 해요. 그런데 근무계약서가 아니라 근무수칙을 강요당하고 있어요. 기사가 회사를 찾아갑니다. 그러면 ‘일 좀 하겠소’ 하면서 근무수칙을 내밉니다. 언뜻 봐서는 계약서 같지만 수칙이에요. 내용은 기사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합니다. 3일 이상 무단결근시 퇴사, 우천시 결근하면 퇴사 등 온갖 악덕 조항이 많습니다. 수도권의 경우는 계약서 비슷한 것도 없는 지경입니다. 
최영환(대리기사)=대구에서는 동업계약서를 썼습니다. 왜냐하면 기사도 사장이라고 보는 겁니다. 그런 황당한 이야기가 어디 있어요. 콜센터 아가씨들이 사장님이라고 부른다고 다 사장입니까. 그러면 똥개도 사장님하면 사장이 되나요. 지난해 공정위 심사를 들어가서 동업계약서는 너무하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정보이용계약서’로 나오고 있습니다. 
김영도(대리기사)=우리는 노동자가 분명합니다. 사업자등록증도 없습니다. 정부에서 노동자로 인정해서 노동 3권을 보장하면 세상이 시끄러워지니까 안 하는 겁니다.

 
사회=월 소득은 얼마 정도 됩니까. 
양용민(퀵서비스)=10년 전에 150만원 벌면 4인 가족 생계가 유지됐는데 지금은 100만원도 안 됩니다. 오더를 받아서 하나 배달하면 같은 동네일 경우 5000~7000원입니다. 시내를 벗어나면 7000~만원입니다. 회사에 건당 수수료 20%를 내야 합니다. 무전기, PDA, 오토바이, 휴대전화 등 모든 부대비용을 기사가 부담합니다. 무전기 2대, PDA 1대 갖고 있는데 무전기는 30만원, PDA는 35만원입니다. 휴대전화 사용료는 월 7만원 정도 나갑니다. 오토바이도 지금까지 6대나 구입했는데 한 대당 250만원 나갔습니다. 오토바이 수리비도 매달 들어갑니다. 남는 게 없습니다. 하루종일 일해서 오더 10개 이상 받아도 한 달에 100만원 남짓밖에 못 법니다.  
김영도(대리기사)=저는 매일 7만~8만원 정도 찍습니다. 수수료로 20% 나갑니다. 교통비 및 택시비가 하루에 만원 정도 나갑니다. 식대, 귀가교통비 등 나가는 돈이 쏠쏠합니다. 또한 페널티(벌금)로 적게는 하루에 1000원에서 많게는 만원까지 나갑니다. 그러면 남는 게 없습니다.
 
사회=보험은 어떻게 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영도(대리기사)=지금까지 접촉사고가 4건 있었습니다. 지난해 젊은이 5명을 태우고 미세한 접촉사고를 냈는데 애들이 드러누워 버렸습니다. 1인당 100만원을 물어주게 됐는데요. 개인보험이었는데 동부화재에서 보험처리가 안 됐습니다. 지금은 보험이 없는 상태입니다. 
조남준(대리기사)=광주에서 대리기사들이 파업을 했습니다. 그때 회사마다 알아봤는데 우리가 내는 보험료가 얼마인가. 한 사람이 평균 70만원 정도 냅니다. 그런데 실제 보험료는 56만원이었습니다. 14만원 정도의 차이가 생깁니다. 회사는 미리 20~30% 목돈을 보험회사에 보험료로 지급했으니 그 부분에 대한 이자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영업을 하기 위해라고 이해는 하지만 이게 말이 됩니까.
 
사회=알선수수료는 얼마 정도 내고 있습니까. 
김영도(대리기사)=알선수수료 문제는 콜당 대리업체가 서울은 20%고, 수도권은 수원지역에서 25%입니다. 수수료율 20~30%는 국내 유통업계에서 만든 살인적인 수수료입니다. 콜 가격이 떨어지니 대리기사 대부분이 초저녁 6시에서 다음날 오전 6시까지 12시간을 일해도 수수료 때문에 힘들어 해요. 회사끼리 짜고 수수료를 불법으로 인상하면서 기사들이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최영환(대리기사)=35%까지 적용되는 곳도 있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가 하면 전화번호 하나만 있으면 대리업을 할 수 있는 구조가 문제입니다. 전국적으로 수많은 콜센터가 있습니다. 너무 많이 난립이 되니 수익구조가 안 맞고 수수료가 올라갑니다. 보험료, 프로그램 사용료, PDA 사용료까지 하면 50%까지 수수료라고 보면 됩니다. 10~15%가 적정 수준입니다.
 
- 노동3권 보장·법제화로 ‘착취구조’ 시정해야 -
사회=업무 특성상 사고를 많이 당하는데 산재처리가 되고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양용민(퀵서비스)=지난해 동료 기사가 중상을 입었습니다. 배송 도중 사고로 두개골이 함몰되고 하반신이 마비됐습니다. 그런데 도로교통법상 자기 과실이 크다고 판정돼 보험회사의 보상금은 미비했습니다. 회복해서 일을 해야 하는데 이제는 회복이 돼도 경제활동을 더이상 못합니다. 초등학생 자녀들의 뒷바라지는 말 그대로 막막합니다. 정상적인 경제활동으로 피해를 입었다면 최소한 산재보험 혜택은 줘야 하는 게 민주주의 국가 아닌가요. 우리는 하루하루가…. 정말 거친 표현이지만 하루살이 인생입니다. 며칠 전에도 일하다가 차량과 사고가 났습니다. 우리한테는 후속 보호장치가 0.1%도 없습니다. 정당하게 육체를 팔아서 살고 있는데 정부는 완전 방치를 하고 있습니다. 
최영환(대리기사)=당연히 산재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정부는 우리를 노동자로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우리도 상식이 조금 통하는 사회가 아닌가요. 행인에게 물어봅시다. ‘대리기사가 사장입니까, 기사입니까’ 100%는 ‘기사’라고 답변할 겁니다. 우리는 사업자등록증도 없는데 4대보험을 배제시키는 것이 이해가 안 됩니다. 택시기사도 산재가 적용되고 있습니다. 택시기사보다 대리들이 현장에서 사고확률이 더 높습니다. PDA로 콜을 보며 걷다가 넘어지는 사고가 비일비재합니다. 사회에서 마지막에 죽지 못해 사는 사람들이 대리기사들입니다.  
유종호(퀵서비스)=오토바이를 13년 이상을 타고 있습니다. 아무리 조심스럽게 타도 1년에 한 번은 사고가 납니다. ‘백’이 없어서 가해자로 몰리기 십상입니다. 가해자로 몰려서 보험사에 가면 ‘억울하면 소송 걸어’라고 말합니다. 하루하루 벌어먹고 살아야 하는데 소송을 어떻게 겁니까. 변호사 사무실 가면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상담비 10만원 받고 10분 정도 말 들어주더군요. 다시 다리 절뚝거리고 나와서 한 푼을 벌어야 하는 처지입니다. 
정길남(대리기사)=최근에 길을 가다가 보도블록에 걸려서 다쳤습니다. 휴대전화와 PDA 두 개를 들고 다닙니다. 휴대전화를 계속 보니깐 도로에 뭐가 있는지 모릅니다. 광주에서 최근에 대리기사가 걸어가다가 뺑소니를 당했어요. 가해자를 못 잡았습니다. 누가 책임집니까. 손님에게 맞는 기사들도 많고 여성기사의 경우 성폭행도 당해요. 그런데 보상받을 길이 없어요.
 
사회=대리기사나 퀵서비스 배달원이 노동자가 아니고 사장이라면 업무에 있어 자기 결정권한이 조금이라도 있나요. 
조남준(대리기사)=지금 한 회사에 가입돼 있습니다. 출근해서 그 회사 콜을 최소한 4개를 받지 않으면 그 다음날 페널티를 물게 됩니다. 3일 동안 출근하지 않아도 페널티입니다. 사측과 기사의 관계를 봤을 때 사측에서는 편한 말로 박쥐같은 행동을 합니다. 사업주로서 해야 할 때는 근로자로 보고, 또 다른 부분에서 자신들이 불편할 때는 사업자로 봅니다. 근로자로 인정한다면 세금·의료·고용보험을 해야 하는데 동업계약을 합니다. 그러나 만나면 사장님이라고 부릅니다.  
양용민(퀵서비스)=배달물건 파손이나 분실시 기사가 부담을 안 하면 회사를 그만둬야 합니다. 업체에서는 문제가 생기면 기사와 고객의 이야기를 동등하게 들어보고 판단해야 하는데 콜센터 직원들은 고객 우선입니다. 기사는 항상 뒷전입니다. 문제가 생기면 기사한테 전화해서 그만두라고 합니다. 항의하면 무전을 끊어버립니다. 그게 바로 퇴사입니다. 콜센터에서 PDA 잠가버리면 끝입니다. 파리목숨입니다. 
유종호(퀵서비스)=손님이 1건의 배달을 부탁하면 1000원짜리 쿠폰 도장 하나 찍어줍니다. 그 비용을 기사들이 부담해요. 그런데 왜 기사들에게 부담을 지우는지 모르겠습니다. 법이 없으니깐 우리만 일방적으로 당하는 겁니다. 관련 법이 없으니깐 업체와 정부는 편한 대로 합니다. 
김영도(대리 기사)=업체는 기사를 노예화하고 있습니다. 회사 측이 페널티를 물리는 것은 불법입니다. 기사가 자기 잘못이 없어도 밉보이면 오더보기 금지(락)을 걸어버립니다. 그러면 대리업체 연합 내의 150~200개 전체 락이 걸리면서 오더를 전혀 못 받게 됩니다. 락이 걸렸는지도 모르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또한 만원짜리 오더를 찍으면 수수료를 내야 하는데 미리 수수료가 충전(선납)돼 있지 않으면 바로 오더를 주지도 않습니다.
 
사회=이렇게 힘든 환경인데 사람들이 계속 몰리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조남준(대리기사)=사회가 어렵다 보니 직업 하나 가지고 살기가 어려우니까 그렇습니다. 광주를 예를 들면 공단 근로자인데 오후 6시에 일이 끝나면 잔업이 없으니까 밥 먹고 오후 9시에 나와서 대리운전을 합니다. 3~4시간 일하면 돈 만원 벌어서 들어갑니다. 잠깐 와서 날파리처럼 해보고 너무 힘드니깐 또 가고. 이런 것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사회=국회 차원에서 대리기사나 퀵서비스업을 제도화하려는 노력은 없나요. 
김영도(대리기사)=위정자들 밥그릇 싸움이 아니겠습니까. 대리기사업 관련해서 복마전이 있다 보니 관련 국회의원에 빌붙어서 작업을 하는 대리운전업체의 로비가 심각합니다. 대리운전협회에서 대리업체로부터 100만원부터 수천만원까지 갹출해서 로비를 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사회=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최영환(대리기사)=가장 시급한 부분은 대리운전업의 법제화입니다. 법제화가 되지 않으면 시간이 흐를수록 사회적 문제가 많이 발생할 겁니다. 지금은 문제가 발생해도 담당 부서가 없어요. 보험도 임의보험 형태로 돼 있기 때문에 강제보험으로 바꿀 수 있는 법제화가 필요합니다. 운전하는 국민은 모두 대리고객입니다. 지금은 국민전체를 법의 사각지대에 놓아두고 있습니다.  
정길남(대리기사)=사업주는 기사들이 들어오면 돈이라고 봅니다. 대리운전협회는 보험료, 벌금, 프로그램 사용료 등의 몇 가지 부분에서 콜하고 상관없이 한 사람당 30만원을 착복합니다. 이런 불합리를 법제화를 통해 시정해야 합니다.  
김영도(대리기사)=산재보험이 1순위, 법제화가 2순위예요. 법제화가 안 되니 업주들이 우리한테 삥땅을 칩니다. 알선수수료로 60만원을, 통신비로 30만원을 가져갑니다. PDA비 등도 70만원 정도 하는데 이것도 착취하고 있습니다. 법이 없으니 자기들 마음대로입니다. 
양용민(퀵서비스)=이명박 정권 아래서는 암울합니다. 노동조합 설립신고필증마저 반려됐습니다. 5공보다 더 열악한 상황에서 우리의 외침은 공허한 메아리일 뿐입니다. 지금 이 사회는 오직 힘의 논리만이 있습니다. 아무리 우리가 국회 앞에서 국회의원 면담하고 갖은 방법을 쓴다 해도 사실상 이명박 정권하에서는 불가능하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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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노동, 흔들리는 삶]‘노동자’로 인정안돼…4대보험·노조 ‘사각’ (경향, 황경상기자, 2009-04-28 18:27:34)
 
현재 자영업자로 분류되는 특수고용직 종사자들을 노동자로 인정할지를 놓고 여전히 논란이다. 노동자로 인정받으면 고용보호와 4대 보험 적용, 노조 가입이 가능하다.
 
노동부는 현행법상 특수고용직을 ‘노동자’로 인정할 수는 없지만 노동자들이 받는 혜택 보장은 고려해 볼 만하다는 입장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특수고용직 종사자의 실태, 규모를 파악해 이들에게 산재·고용보험 등을 적용하는 문제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동계는 노동자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총 김경란 정책국장은 “특수고용직은 본래 정규직 노동자였지만 외환위기 이후 계약직으로 전환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임금과 일터의 종속성 면에서 볼 때 노동자가 분명하다”고 말했다.
 
대법원 판례는 특수고용직 종사자를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대법원은 특수고용직인 경기보조원, 보험모집인, 레미콘 기사, 학습지 교사 등에 대한 판결에서 사용자로부터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으며 일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노동자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올 4월 중앙노동위원회와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전국여성노조 소속 88컨트리클럽 경기보조원에 대해 노동자임을 인정하는 판정을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노동부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확정됐다고 볼 수 없으며 골프장 경기보조원 모두가 아니라 이 사건 해당자만을 노동자로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특수고용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현행법 개정이 불가피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07년 특수고용직 종사자 보호를 위한 법률 개정을 국회의장과 노동부에 권고했다. 17대 국회에서는 특수고용직 관련 제·개정 법안이 5개나 제출됐지만 논의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특수고용직 종사자들은 증가 추세이다. 노동부에 따르면 퀵서비스의 경우 업체수가 2000년 1000여개에서 2006년 3000여개로 증가했고 종사자수도 10만~13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매출액도 7000억~1조원가량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리운전도 업체수가 증가하고 있고, 종사자도 전국에 8만~1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매출액도 미등록업체까지 합치면 1조5000억원에 이른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특수고용직의 입지는 여전히 좁다. 2009년 3월 노동부는 레미콘, 덤프·화물트럭 기사들이 건설·운수노조에 가입한 것은 노조법 위반이라며 이들을 제명하지 않을 경우 합법노조 지위를 상실하게 된다고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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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노동, 흔들리는 삶](2)청년 실업자 - 이력서만 1000장 (경향, 황경상기자, 2009-05-03 18:53:29)
ㆍ“월 100만원 취업… 학자금 상환·결혼 꿈도 못꿔”
ㆍ차 심부름 인턴들 일자리 숫자놀음
ㆍ‘눈높이 낮춰 취업’ 현실 모르는 구호
 
취업 준비생 5명과 청년취업 상담 전문가 현필화씨가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회의실에서 계명대 임운택 교수 사회로 2시간 동안 좌담회를 열고 청년실업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사회자 : 임운택 계명대 교수(사회학)
참석자 : 박종원(30·동국대 4학년·내년 2월 졸업 예정) 김철호(26·수도권 소재 대학 4학년·휴학) 임재홍(28·강원대 4학년·9학기 재학) 윤상욱(25·성공회대 4학년·휴학) 곽유리(23·서울여대 4학년·휴학) 현필화(34·한국청년센터 사무처장)

 
사회=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각자 소개를 부탁합니다.
박종원=올해 30살입니다. 여행업계에서 일하고 싶은데 관련 능력을 갖춘다고 해도 나이 때문에 힘들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나이가 많으니 나만이 할 수 있는 특화된 능력을 가져야 한다는 중압감이 좀 있어요. 내놓을 만한 공인성적이 없어서 고민스럽습니다. 학자금 대출도 2000만원 정도 있어 걱정이고요.
김철호=4학년인데 졸업을 미루고 ‘스펙’을 좀더 쌓기 위해 휴학했습니다. 아직 어리다고 생각했는데 기업에서 취업재수생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어서 불안합니다.
윤상욱=4학년 휴학 중입니다. 취업준비를 할까 대학원을 갈까, 아니면 제3의 길을 준비해 볼까 고민 중입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은데 잘 안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임재홍=졸업을 유예해 이제 5학년이 됐습니다. 친구들을 따라 취업준비를 하다보니 회의가 들었어요. 모두들 자기가 좋아서 하는 게 아니라 안정적이고 연봉 높은 직장을 잡기 위해 맹목적으로 공부하더군요. 기업이 요구하는 스펙을 갖추려고 별로 필요하지도 않은 것들을 생각없이 쫓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았습니다.
곽유리=전공에 맞게 유치원 교사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휴학을 했는데 지금은 좋은 기관에서 취업공고를 내지 않는 시기라서 기다리며 공부하고 있습니다.

 
사회=취업 준비를 하면서 어떤 점이 힘든가요.
박종원=기업에서 지원자들에게 요구하는 학교성적, 영어성적 같은 것들이 긍정적으로 볼 때는 대학 4년 동안의 성실성을 알아볼 수 있는 지표라고 생각할 수도 있죠. 하지만 부정적으로 보면 시스템에 잘 순응하는 인간을 원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김철호=기업에서 경영학 전공자를 선호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그러다보니 보여주기식으로 부전공·복수전공으로 경영학을 택하는 사례가 많은데 그렇게 되면 본래 전공 공부가 부실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임재홍=저는 학자금 대출이 1000만원 정도 됩니다. 2000만원이 넘는 친구들도 많아요. 졸업후 갚아야 하는데 직장 구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에 막막했습니다. 취업을 못한 사람에게는 이자나 원리금 상환을 유예해 준다든지 하는 제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사회=일각에서는 눈높이가 너무 높아 취업을 못 한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대통령도 그런 취지의 말씀을 하셨죠.
임재홍=지방대이다 보니 주변에 중소기업 가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저희는 이미 눈높이를 낮추고 있었어요. 그런 말씀하시기 이전에 대기업·중소기업 간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봅니다. 친구들 중에는 같은 학과를 비슷한 성적으로 졸업하고도 연봉 3500만원 받고 일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연봉 1200만원인 중소기업에 들어간 친구도 있어요. 이렇게 되면 상대적 박탈감을 많이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박종원=소규모 업체에서 일한 적이 있는데 월 100만원 정도 받았어요. 그때는 괜찮았지만 졸업하고 나면 학자금 대출도 상환해야 하고 결혼도 해야 하는데 어떻게 그 돈으로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중소기업에 취업할 수도 있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불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현실을 모르고 하는 얘기 같아요.
김철호=각자의 꿈이 있고 어려운 상황이지만 좋은 곳으로 가고 싶은 게 인지상정입니다. 또 돈 없으면 살기 어렵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회인데 눈높이만 낮추라는 건 잘못됐다고 봐요.
 
사회=정부가 청년실업의 한 대안으로 인턴십 제도를 내놓고 있습니다. 경험해 보신 분이 있으신가요.
김철호=올해 1월에 한 금융기관에서 4주간 인턴을 했습니다. 월급은 100만원이 채 안됐습니다. 주로 창구안내를 하다가 관심분야 업무 참관이 있어서 대출 쪽에 가 봤습니다. 그런데 컴퓨터 화면도 개인정보라며 못 보게 하고 고객과 얘기하는 것도 개인정보라고 못 듣게 했어요.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었습니다. 창구안내 업무는 농산물 판매 등 은행 일이 아니라 아르바이트같은 느낌이었습니다.
현필화=보통 인턴 참가하는 사람들은 직무능력을 키워 취업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해요. 쌍용은 애초 정규직 채용을 목적으로 40명을 인턴으로 뽑아 그중 20명이 정규직이 됐습니다. 이런 인턴은 만족도도 높고 직무능력도 많이 키울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행정인턴은 프로그램이 없어요. 할 일이 없어 직원들 차심부름까지 한다고 합니다.
윤상욱=정부가 실업률 낮추려고 인턴제를 추진한다는 게 너무 티가 납니다. 인턴들이 취업자로 분류되니 단기간에는 실업률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들었어요. 힘들긴 하겠지만 차라리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창출했으면 좋겠습니다.
임재홍=한 친구가 증권회사 인턴을 했는데 인턴하는 도중에 따로 정규직을 뽑는다는 소식을 듣고 속상해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인턴에서 성과를 내면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식으로 가야 하는데 지금 같은 상황이면 쓸모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회=대졸 초임을 깎아서 일자리를 나누자는 제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임재홍=일자리 나누기가 아니라 임금 나누기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잘 이용하면 좋겠지만 기업에서 악용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워낙 취업이 안되니까 받아들일 수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대졸 초임자들이 또 다른 비정규직이 될 수도 있어요.
박종원=기업들이 사회적 약자인 20대 청년층을 착취하려고 하는 듯한 느낌입니다. 기업들은 비용절감에만 목을 매는 것 같아요. 거기에 정부가 앞장서서 포장을 잘해 주는 것 같고….
 
사회=취업 준비생들이 무한경쟁에 내몰리다 보니 동료를 돌아보는 연대의식이 부족해졌다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윤상욱=외환위기 때부터 계속 어렵다는 말만 듣고 자라온 세대라 패배의식 같은 게 있는 것 같습니다.
박종원=뭉쳐서 거리로 안나왔다뿐이지 이미 저희들은 얘기할 건 다 했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문제를 알면서도 해결하지 않는 사회가 문제라고 봐요. 뭉쳐서 거리로 나오길 기다리고 있는 것인지 하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곽유리=자라오면서 어떻게 연대해야 하는지에 대해 교육받은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무조건 거리로 뛰쳐나가기보다 20대만이 뭉쳐서 목소리 낼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을 찾아봤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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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노동, 흔들리는 삶](3)돌봄노동자 - 돌보다 병나는 노동자 (경향, 강병한·황경상기자, 2009-05-06 18:20:42)
ㆍ“인격무시·허드렛일… 일주일에 148시간 간병”
 
간병인·산모도우미·요양보호사 등 돌봄노동자 6명은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회의실에서 중앙대 김경희 교수의 사회로 2시간 동안 좌담회를 열고 돌봄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토로했다. 
 
김경희 교수(사회)= 어떻게 돌봄노동일을 하게 됐습니까.  
정금자(간병인)= 1994년부터 간병일을 시작했으니까 15년 정도 됐습니다. 저는 가정형편이 아주 어려웠습니다. 아이들 학교가는 데 버스 토큰도 줄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너무 밑바닥에 놓여서 어떻게 살아갈까 하다가 남편은 용기를 못내고 제가 용기를 내서 간병인을 시작했어요.
정상희(산모도우미)= 집을 사면서 대출받은 것이 있어서 돈을 벌어야 했습니다. 아기를 평소에 좋아해서 아기를 좀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신문광고에 산모도우미 얘기가 나와서 그 길로 연락해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최수정(요양보호사)= 40대중반 이후가 되면서 취직이 힘들었어요. 고2 자녀가 있어서 교육비 때문에 벌어야 했습니다. 다행히도 요양보호사제도가 생기면서 부푼 꿈을 갖고 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김 교수= 실제 일은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정금자(간병인)= 환자와 1 대 1 간병을 해요. 1 대 1 간병은 일주일 내내 24시간 돌봐야 해요. 환자가 자면 저도 자고 환자가 깨어나면 저도 깨는 식입니다.
정상희(산모도우미)= 근무 시간이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인데 중간에 한 시간 휴식시간이 있지만 실제로는 쉴 수가 없습니다. 일의 특성상 계속 이어서 해야 합니다. 산모와 아기가 울고 있는데 어떻게 쉬겠어요. 실제 근무시간은 9시간입니다. 현장에 대한 이해 없이 기본노동 8시간, 휴식 1시간을 일률적으로 정해놓으니까 저도 마음이 불편하고 산모하고도 괜히 껄끄럽게 돼요.
최수정(요양보호사)= 최근까지 금호동에서 할머니를 4시간 돌보고, 서초동에서 할아버지를 4시간 돌봤습니다. 금호동은 1급환자, 서초동은 2급환자였습니다. 1급환자는 하체를 거의 사용하지 못해요. 바깥구경을 하고 싶다고 하셔서 매일 휠체어에 태워 산책을 시켜드렸어요. 겨울철이 돼도 나가고 싶다고 하셔서 방바닥에서 휠체어에 앉히다가 제가 허리를 다치고 말았습니다. 어쩔 수 없이 일을 그만두게 됐죠.
 
김교수= 임금은 어느 정도입니까.
정금자(간병인)= 24시간 단위로 6만원씩 받습니다. 그나마 오른 것이지만 임금이 열악하기 때문에 밥을 제대로 사 먹을 수가 없어요. 하루 세 끼 밥을 먹고 나면 토요일에 집에 가져갈 돈이 적어지니까 집에서 밥을 냉동으로 한 끼씩 얼려서 가져갑니다. 그걸 풀어서 김치만 가져오고 해서 간단히 먹어요.
목영대(장애인활동보조인)= 2007년 4월부터 중증장애인 생활보조 일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활동보조인이 늘었는데 이용하시는 분들이 적다 보니 한 달에 100시간 일하는 것도 쉽지 않아요. 시간당 8000원을 받는데 기관에서 25%를 뗍니다. 결국 시급이 6000원인 셈이죠. 충분하게 일해서 최소 100만원 정도 가져가는 분들은 10~20%뿐이고 대부분은 50~60시간 일하고 평균 30만~40만원밖에 못 법니다.
 
김 교수= 돌봄노동에서 특히 힘든 점은 없습니까.
정금자(간병인)= 장시간 노동이다 보니 엄청 힘들어요. 일주일 내내 일을 하다가 토요일 오후에 집에 갔다가 일요일 오후에 돌아옵니다. 일주일에 148시간을 일하는 셈이죠. 그러다보면 ‘나’라는 존재를 나도 모르게 잊어가요. 나도 잊고 가족도 잊어버리게 됩니다.
김이식(요양보호사)= 일의 내용에 대한 구체적 명시가 있지만 실제로는 잘 안됩니다. 미리 ‘이런 이런 서비스만을 제공합니다’고 선을 그어주면 좋을 것 같아요. 할머니들 같은 경우는 가사도우미처럼 부리는 경우도 있어요. 공단에서 서비스 이용 대상자를 위한 교육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관에서도 계약체결시 미리 고객에게 말했으면 좋겠어요.
목영대(장애인활동보조인)= 인격적 무시를 많이 당하기도 해요. 문제는 그런 것들을 얘기할 수 있는 곳이 없다는 겁니다. 드러내고 개선해 나갈 수 있는 장치가 없어요. 잘못 얘기했다가 ‘교체하겠다’고 하면 어떡합니까.
정금자(간병인)= 시골 같은 경우에는 ‘밭일을 하고 와라’ ‘장작 옮기라’고 한답니다. 노인들은 이런 서비스를 받는 것 자체가 자식들에게 미안하니까 일을 더 시켜요. 과당경쟁을 하다보니 환자는 부족하고 서로 환자를 유치하다보니 그렇게 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정상희(산모도우미)= 2008년부터 산모 자부담이 생겨 이용자가 줄었습니다. 전에는 평균소득 65%까지 수혜자가 될 수 있었고 자부담이 없었는데 이젠 산모들이 4만6000원을 내도록 된 것입니다. 더구나 저희 같은 경우 처음에는 1개였던 자활후견기관이 6개로 늘어나면서 경쟁이 시작됐어요. 일거리가 줄어드니까 연륜 있는 분들은 남아있지만 한 부모 가정 책임지는 사람들은 생계가 막막해 많이들 나가셨어요.
 
김 교수= 산재처리나 보험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정금자(간병인)= 간병일을 하다보면 무거운 환자를 들어 휠체어에 태우고 운동을 시켜야 할 때가 있습니다. 저도 엄지손가락 쓰는 팔뚝의 인대가 나가서 6개월 넘게 쉰 적이 있어요. 10년이 넘었는데 지금도 가끔 통증이 와서 어깨로는 무거운 것을 못들 정도예요. 그렇지만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산재도 못 받았어요. 간병일하는 사람 99%는 직업병을 다 갖고 있어요. 그걸 산재처리 못하고 내 돈 들여서 치료해야 하는 게 너무 안타깝습니다.
최수정(요양보호사)= 5대보험 가입해 달라고 매달린 적이 있습니다. ‘왜 안 시켜주냐. 고용보험이라도 넣어달라’고 요구했어요. 결국 우리센터에서 항의한 저와 제 친구 두 사람만 가입을 시켜줬어요. 센터 측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야기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김 교수= 정부 당국이 돌봄노동자를 위해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합니까.
김이식(요양보호사)= 요양보호사가 많이 배출되고 있지만 실제 수혜자는 한정되어 있습니다. 또 병이 깊어져 병원에 입원하거나 돌아가시게 되면 우리는 본의 아니게 직장을 잃어요. 일이 불안정한 상황이라 공단에서는 5대보험을 필히 들어야 한다고 하지만 어려움이 많아요. 요양보호사들에게 적어도 기본급을 보장해 줘야 합니다.
정금자(간병인)= 정부가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를 처음 시작할 때 시장에 맡겼던 것이 문제라고 생각해요. 자격증 교육도 민간에 맡기니 너도나도 돈 된다고 교육기관을 지었어요. 작년에 필요한 요양보호사는 5만명이었는데 40만명 넘게 배출됐습니다. 이 사람들 다 실업자 됐습니다. 이 중요한 사회복지제도를 시장에 맡긴 것이 가장 큰 잘못이에요.
목영대(장애인활동보조인)= 자기부담금이 부담스러워 활동보조를 받지 않는 분들이 있어요. 정부가 면제를 시켜줬으면 합니다.
정상희(산모도우미)= 정부는 산모도우미 제공기관을 늘리면 경쟁을 통해 서비스 질이 높아진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합니다. 세계 최하위 출산율에 산모는 한정되어 있는데 제공기관만 늘린다고 해서 서비스 질이 높아지지 않아요.
정금자(간병인)= 간병서비스는 건강보험에 포함돼야 합니다. 환자들도 너무 힘든 경우가 많아요. 일을 하고 돈 받아가면서도 미안한 경우가 있어요.
원현자(간병인)= 환자 입장에서도 24시간 6만원이면 결코 작은 부담이 아닙니다. 정말 안타까운 분들이 많습니다. 정부가 이렇게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을 어떻게 외면할 수 있는지 분개할 때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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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노동, 흔들리는 삶](4)공공부문 비정규직 - 해고 1순위 (경향, 강병한·황경상기자, 2009-05-12 18:16:23)
ㆍ“신의 직장인데… 비정규직은 신이 버린 떨거지”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5명이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회의실에서 한양대 경영학과 임상훈 교수 사회로 2시간 동안 좌담회를 하고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며 겪은 어려움과 해고의 두려움을 토로했다.
 
  
사회(임상훈 교수)=공공부문 비정규직의 현실은 어떠합니까.
김성금(국민체육진흥공단)=“그럴싸해 보이지만 사실 경륜, 경정에 배팅하러 온 사람들에게 표를 파는 일입니다. 당당하게 다니고 싶지만 업종이 그렇지 못해서 무슨 일을 한다고 떳떳하게 밝히지 못합니다. 그래도 제가 다니는 회사니까 2007년 비정규직법이 나올 때 큰 기대를 했어요. 2년이 지나면 상시업무일 경우 무기계약이 된다고 들었거든요. ‘드디어 나도 정규직이 될 수 있구나’ 생각했는데 많이 실망을 했죠.”
김인철(인천공항)=“정부에서 인력의 88%가 아웃소싱되어 있는 모범 사례라고자랑하는 곳입니다. 그러나 말이 좋아 아웃소싱이지 그냥 비정규직이에요. 공공기관 선진화라는 게 정규직 중심의 인력조정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비정규직을 자르는 일이더군요. 예산 10% 삭감은 고용과 직결됩니다. 70%가 인건비인데 예산 삭감을 하면 인원을 줄일 수밖에 없어요. 정규직은 인건비로 편성되지만 우리 임금은 비용으로 잡히기 때문이죠. 비용을 줄이면 우리는 바로 해고되는 겁니다.
 
사회=그래도 비공공부문의 비정규직보다는 낫지 않으냐는 말이 있습니다.
김인철(인천공항공사)=“일하는 사람들은 자기가 비정규직인지 간접고용인지 개념도 없고 그냥 공항에서 일한다고들 해요. 하지만 우리가 하는 일이라는 게 공항을 벗어나면 써 먹을 데가 없어요. 공항공사와 아웃소싱 회사 간 계약이 3년마다 갱신되는데 그때마다 고용불안에 시달리죠. 임금수준이나 생활여건도 열악한 편입니다. 민간기관 비정규직에 비해 임금이나 고용의 질 면에서 더 낫다고 얘기할 수 없습니다.”
김윤례(중학교 행정보조)=“과거에는 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2004년부터 계약서를 쓰면서 엄청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계약기간이 가까워 오면 교감이나 행정담당자가 은근히 압박해요. 커피가 먹고 싶다, 담배 사오라, 가까이 와서 술 한 잔 따라봐 하는 다양한 것들이 나옵니다.”
김성금(국민체육공단)=“지난해 재계약을 15명이나 안했고 저도 해고됐다 복직됐습니다. 회사 측에서는 광명돔 경륜장이 오픈하고 나서 매출이 최악으로 떨어졌을 때 고통분담하자며 임금동결을 요구했죠. 저희는 수당 다 반납하고 동의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정규직 급여는 올라갔죠. 그런데 요즘 또 고통분담하자고 하니 분통이 터지죠. 저희 업무가 돈을 받고 표를 파는 업무인데 하루에 18번 경기를 하기 때문에 초를 다퉈야 해요. 고객들이 배당률을 보면서 마감 3분 전부터 몰려오는데 손이 안 보일 정도로 빨리 처리해야 해요. 잘못하면 고객들이 흥분해서 욕도 하고 유리창에 침도 뱉습니다. 급하게 일처리하다 실수로 돈을 잘못 입금하면 모조리 제가 다 물어내야 해요. 신이 내린 직장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신이 버린 떨거지들입니다.”
 
사회=급여는 어떻습니까.
성향아(공무원 연금관리 공단)=“정규직의 63%를 받았어요. 각종 수당이나 복지혜택, 자녀학자금까지 치면 차이가 늘어날 겁니다. 민간기업이야 돈벌이를 위해 그런다고 하지만 왜 공공기관이 사람을 비참하게 만들까 생각을 했습니다. 명절 때도 가계지원금 한 푼 안 주고 참기름 한 병 줬습니다. 정규직들은 해마다 연차가 올라가고 몇 년 지나면 대리도 합니다. 그 사람들 새로 들어오면 우리가 다 가르쳐요. 그렇지만 우리는 투명유리에 갇힌 듯 존재감도 없고 성취감도 없어요. 이런 차별을 받아들이라는 게 기분이 나쁘지만 고용 불안 때문에 말할 수도 없어요. 우리는 적금도 못 들어요. 내년에 여기 다닐지 알 수 없으니까.”
박형진(임대아파트 관리)=“2007년 비정규직법이 실시되면서 정규직들은 다 본사로 들어갔습니다. 비교대상을 없애기 위해서죠. 저는 당시 비슷한 일을 하는 정규직 과장급 보수의 54%를 받고 일했어요. 정규직이야 호봉 상승도 크고 하니 지금은 격차가 더 벌어졌겠죠.”
 
사회=이번 노동절에 쉴 수는 있었습니까.
김윤례(중학교 행정보조)=“안 쉬었어요. 그날 체육대회 등 행사를 많이 해요. 그러면 학교 노동자들은 당연히 출근하고 일을 하는 겁니다. 노동절이 쉬는 날인 줄 모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날 근무하게 되면 연봉제인 경우 평소 임금의 2.5배를 받습니다. 그 전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근무를 했습니다.”
김성금(국민체육공단)=“일을 했습니다. 쉬고 싶은데 노동절이라고 말을 못해서 연차를 냈습니다. 그 말을 꺼내지 못해서 쉰 사람이 한 명도 없습니다.”
 
사회 = 비정규직 사이에도 차등이 있지 않습니까.
김성금(국민체육공단)=“비정규직도 급이 있습니다. 정규직 다음 상용직이 있고, 바닥이 저희 같은 발매원들이죠. 업무가 다르고 차등은 인정하지만 차별은 견딜 수 없어요. 명절 격려금의 경우 정규직은 급여의 100%, 상용직은 30% 나오지만 우리는 5만원 나옵니다. 해고당하고 다시 시급제로 들어온 분들은 그마저도 못 받아요.”
 
사회=현 정부 들어 비정규직 문제가 더 심각해졌습니까.
김성금(국민체육공단)=“노무현 정권 때는 대놓고 해고는 안 했는데 이번 정부에서는 대놓고 합니다. 우리는 인간취급도 못 받는 셈이예요. 일한 지 15년이 됐지만 이렇게까지 많은 사람들을 해고시킨 적이 없어요.”
성향아(연금공단)=“이명박 정부 들어 두 번 해고 당했습니다. 지난해 이명박 정부가 2차 무기계약을 실시하라고 나왔는데 구조조정을 앞둔 회사는 안해도 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비정규직이 경제 위기에 책임 있는 것도 아닌데 나쁜 일 있으면 만만하니깐 온갖 덤터기를 씁니다.”
김인철(인천공항)=“2006년에는 직접고용과 민간위탁의 장단점 같은 것에 대해 외부용역 연구를 줬어요. 그래서 입찰제를 변경해서 노동조건을 개선하기도 했죠. 그러나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 때문에 모든 게 폐지되고 막무가내로 10% 예산 삭감 지침만 내려왔습니다. 정부와는 대화 자체가 안 되고 공항공사 사람들과의 대화도 단절된 거죠. 1년 만에 10년 전으로 뒷걸음질치고 있습니다.”
 
사회=간접고용과 직접고용 비정규직 사이에 차이가 있습니까.
김인철(인천공항)=“간접고용으로 가면 국가나 공단에서 비정규직 노동조건을 신경쓸 필요가 없습니다. 정말 경계해야 할 부분이 민간위탁으로 가는 것입니다. 용역회사나 노동자들도 존재감이 없어져요. 직고용이 되면 노동부에 제소도 가능하고 싸움도 가능합니다.”
 
사회=공공부문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은 무엇입니가. 정부대책입니까, 아니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입니까.
김인철(인천공항)=“비정규직 문제의 주체는 비정규직입니다. 그리고 상대가 있어줘야 해요. 정부에는 노사정위가 하지만 비정규직은 빠져 있어요. 노동부는 정규직만 상대하는 것 같아요. 당사자인 비정규직과 그 상대편인 정부 담당자가 같이 고민할 수 있는 대화창구를 만들어야 합니다.”
김윤례(중학교 행정보조)=“학교의 경우에는 교과부 담당자가 있습니다. 면담을 요청하면 나오긴 하지만 책임성 있게 받아들이고 고민해 주는 사람이 없어요. 이야기 하면 받아 적어만 갑니다. 저는 현장 목소리의 들어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위에서 보는 관점으로만 사측 이야기만 듣지 말고 현장 노동자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해도 되지 않습니까.”
박형진(임대아파트 관리)=“비정규직을 위한다면 공기업 경영평가 항목에 비정규직 고용안정을 포함시키면 됩니다. 경영평가에 두세 줄 항목만 넣어본다면 공기업이 기관평가를 잘 받기 위해서 노력할 겁니다.”
성향아(연금공단)=“비정규직들이 힘이 없으니깐 당하는 겁니다. 정규직들이 이득을 보는 것은 아닙니다. 정책적으로 약한 사람을 쳐서 경고를 보인 다음에는 정규직도 대상이 될 겁니다. 사실 이명박 정부 하에서는 비정규직 문제는 날샜다고 봅니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은 모두 우리 일자리가 싸지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조직된 정규직이 비정규직들을 조직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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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노동, 흔들리는 삷](5) 일용직 - 일당이 아닌 월급 (경향, 강병한·황경상기자, 2009-05-15 14:35:22)
ㆍ“품삯 1~2달 밀리는건 예사… 사고나도 은폐 일쑤”
 
형틀 목수·먹매김 등 건설현장 일용직 노동자 6명이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회의실에서 울산대 사회학과 이성균 교수의 사회로 2시간 동안 좌담회를 열고 불법하도급 실태와 고용불안에 대한 두려움을 토로했다.
 
 
사회(이성균 울산대 교수)=일용직 노동자의 현실은 어떠합니까.
이규진=형틀목수로 30년간 일을 했습니다. 적은 임금인데도 한 달에 20일 작업하기도 힘들어요. 자식들 대학도 못 가르쳤습니다.
성주완=사업하다가 두번 실패하고 처자식 부양하려고 노동일을 시작했습니다. 법정 노동시간은 40시간인데 70시간 일합니다. 매달 20~23일 일해도 생활비가 안되고 아이들 학교 보내기도 빠듯해요. 회사측에서는 매일 10~12시간 일해서 많이 벌어가라고 하는데 힘들어서 할 수가 없어요. 근육, 관절 안 아픈데가 없습니다.
김수진=먹매김(건물이 똑바로 올라갈 수 있게 콘크리트에 먹줄 긋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전에는 사무직으로 일을 했는데 몸이 아파서 좀 쉬다 먹고 살기 위해 동네 언니한테 부탁해서 이 일을 하고 있어요.
서영진=경기부진을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1달 스메끼리(임금유보)를 했는데 이제는 2달까지 해요. 1997년 외환위기 상황이 재연되고 있어요. 동료들이 실업급여를 많이 신청하더라고요. 안산에는 일이 없다보니 일이 많은 인천을 찾아가는 현상도 생기고 있습니다.
이재석=지난 겨울에 놀고, 올 봄에 아파트 현장에 갔더니 나이가 60살이 다 돼서 안 된다고 해요. 가족들 동의서를 써 오라고 하더군요. 써 가도 안 해 주길래 지인 통해서 부천 한 건설 현장에서 방음벽 공사일을 하고 있습니다. 경기침체로 인원은 많고 일이 적다보니 '일을 시켜보고 조금이라도 마음에 안 들면 잘라야겠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어요.
김태범=건설현장에서 30년 넘게 일했습니다. 요즘 학생들 알바로 서빙이나 이런 것들 많이들 하는데 저희 학교 다닐때만 해도 알바가 흔치 않아 학비라도 벌까 싶어 건설현장에 갔던게 1971년도였습니다. 건설노동자로 있다가 2002년 12월말부터 건설노조가 생기면서 스스로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싶어 노조일을 하고 있습니다.
 
사회=경기침체 이후 건설현장에서 일자리가 많이 줄었습니까.
이재석=나이 먹은 사람들은 잘 안 쓰려고 해요. 상가나 조그만 빌딩에는 일자리가 거의 없습니다.
김태범= 사용자 입장에서는 인력수급에 문제가 없습니다. 그래서 업체측에서는 '이걸 감내하면서 일을 할래 말래' 묻는 것입니다. 현장에서는 먹고살아야 하니까, 저임금을 감수하고라도 일할 수 있는 것도 감사하다고 생각하는 지경입니다.
김수진=주변에 일용직으로 일하고 싶는 여성들이 많지만 일자리가 없어요. 지금 공사가 끝나면 어디로 가서 일할지 모르겠습니다. 우리에게 다음이라는 것은 없습니다.
 
사회=쓰메끼리가 심각한 정도인가요.
이재석=원청은 임금을 제 날짜에 준다고 합니다. 그런데 하청업체가 농간을 부립니다. 하청측이 딴데 쓰고는 쓰메끼리가 두달씩이나 밀려서 노임을 줍니다.
서영진=경기가 부진하면 쓰메끼리가 길어질 수밖에 없아요. 일자리는 한정돼 있으니깐요.
성주완=저 같은 경우 15일 쓰메끼리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말일로 연기됐습니다. 그런데 그것마저 안 지켜지고 35일로 늘어나더군요. 일이라도 풀리면 다행인데 팀마다 현장내에서 일을 좀 잘하는 팀은 다 주는데 떨어지는 팀은 50%만 줍니다.
김태범=쓰메끼리는 전문업체의 땅짚고 헤엄치기식 경영에서 나온 겁니다.일반건설업체에서 임금을 제 날짜에 푼다고 하더라도 전달 기간이 열흘에서 보름 정도 됩니다. 문제는 전문업체인데 일원짜리 한푼도 없이 빈 주먹으로 공사를 하겠다는 겁니다. 경영자가 남의 돈을 가지고 경영하려는 것과 똑같아요.
 
사회=건설업은 하청구조가 복잡하게 어떻게 돌아가고 있습니까.
김태범=건설현장의 모든 문제가 도급제와 연관돼 있습니다. 일용직은 인맥으로 일자리를 구하는 방식인데 일자리 확보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절박한 일용직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이 도급입니다. 직접고용을 하게 되면 업체의 일시적 비용은 오히려 줄게 됩니다. 그럼에도 하지 않는 이유는 도급을 줬을 때는 관리가 필요없기 때문입니다.
 
사회=안전사고도 많이 발생하죠.
서영진= 문제는 안전사고 횟수가 아니라 건설사들이 개선의지가 없다는 겁니다. 안전교육도 형식적입니다. 교육도 안 하고 서명만 요구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성주완=한 달에 30분~1시간 정도 안전교육을 합니다. 안전모나 안전장구 지급은 매월 받는 게 아닙니다. 안전화도 8개월에 2번 지급받았습니다. 더 달라고 해도 안 주는 경우가 많아요.
김수진=요전에 지하주차장 일하던 3개월 동안 안전화를 못 받았습니다. 현장에서 못 받으니 자기 돈으로 사서 마련합니다. 지금 일하는 현장에 엘리베이터 같은게 있는데 교육받지 않는 사람은 타지 말라고 써 붙여 놓았더라구요. 저는 교육도 안 받았는데 매일 탑승합니다. 관급공사 현장인데도 그래요.
 
사회=안전사고 처리 과정은 어떻게 됩니까.
성주완=제 앞에서 동료가 사고가 났는데 '119 부르자'고 하니깐 회사에서 부르지 못하게 했어요. 직원들이 둘러싸고 은폐하려고 했습니다. 조금 있으니깐 지정병원 구급차가 와서 데려갔습니다. 그 친구가 갈비뼈가 4개 나갔는데 현장이 그렇게 추웠는데도 잠바 몇 개만 덥어서 눕혀 놓고 있었습니다. 공상처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규진= 사실 공상처리마저 회사에서 꺼립니다. 치료받는다고 10일 공상처리하면 다른 사람들이 그 기간동안 내 일을 대신 했다면서 70%만 쳐서 주는 곳도 있습니다.
이재석=이전 공사현장에서 큰 사고가 날 뻔 한 적이 있습니다. 낡은 합판인줄 모르고 밟았는데 뚝 떨어져 5 높이에서 추락했습니다. 다행히 상판 부분을 잡아 떨어지지는 않았는데 인대가 늘어나 치료받았어요. 일주일 동안 치료받았는데 일한 것으로 쳐서 병원비만 받았습니다. 
 
 
김태범=현장에서 사고 났을 때 산재처리가 안 되는 이유도 도급 때문입니다. 건설현장은 기본적으로 발주처에서 현장까지 아주 적게 잡아도 5단계입니다. 발주처, 원청, 하청, 도급, 전문업체 순입니다. 전문업체와 팀장 사이를 연결해주는 업계를 시다우께라고 하고 '부금'(돈관리)이사가 있습니다. 현장노동자들은 팀장 소속으로 고용관계가 유지됩니다. 부금이사는 '일맥'(일자리)을 쥐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잘못 보이면 일맥이 단절됩니다. 그래서 일용직은 항의를 못합니다. 현장에서 30년 이상 돌아다녀 봤지만 1~2주 정도 나오는 사고는 쳐다도 안 봅니다. 건설현장 사고는 대부분 은폐됩니다. 바로 옆 동료가 떨어져서 죽었는데도 모르고 일을 계속하는 게 건설업 현장의 현실입니다.
 
사회=실업급여나 고용보험 문제는 어떻게 됩니까.
성주완=실업급여 받을 생각을 못 해 봤어요. 일이 없으면 먼저 일자리를 구해야한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김태범=집사람도 건설노동자입니다. 먹매김 일을 하는데 고용보험 적용실태가 본인에게 일년에 두차례 배달됩니다. 실제 일한 날수보다 어린 반푼어치가 없을 정도로 형식적으로 해줍니다. 일한 일수는 150일인데 고용보험에는 20일, 30일이 이런 식으로 날아옵니다. 사회보장보험은 건설노동자에게는 그림의 떡이죠. 사측에서는 사회보장보험을 불성실하게 신고하고 관리감독부처는 그냥 손 놓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회=그렇다면 어떻게 해결해야 합니까.
서영진=안산은 노조활동이 활발해서 현장에서 안산출신을 안 쓰려고 합니다. 성남같은 경우는 노조 6대 요구안 중에 지역주민 우선고용이 있습니다. 안산시에서 일자리 창출을 진지하게 고민한다면 관급공사만이라도 안산노동자를 사용해야 합니다.
김수진=현장이 너무 위험해요. 현장분위기는 다친 사람이 잘못한 것처럼 몰아갑니다. 안전하게 일하고 싶어요. 화장실이나 식당 문제도 있는데 너무 더러워요. 그걸 먹고 어떻게 버티나 싶어요. 영양실조 안 걸리는게 이상하죠. 구멍가게나 개집 짓는 것도 아니고 비싼 분양아파트 짓고 있는데 개돼지 같은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성주완=불법 하도급을 근절돼야 합니다. 불법 하도급으로 공사를 하는데도 노동부는 왜 단속을 안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김태범=불법하도급 근절, 직접고용, 노동시간 단축을 해야 합니니다. 현행 법령상으로도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요. 그런데 현장에서 이행이 안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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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노동, 흔들리는 삶](6) 영세자영업자-창업만 10번째 (경향, 강병한·황경상기자, 2009-05-19 18:32:50)
ㆍ“절반은 임대료도 못내 보증금으로 버텨요”
 
노래방·중국집·미용실 등을 운영하는 영세 자영업자 5명이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회의실에서 숙명여대 경영학부 권순원 교수의 사회로 2시간30분 동안 좌담회를 열고 경기침체에 따른 매출 감소와 높은 건물 임대료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사회(권순원 숙명여대 교수)= 자영업자로서 살아가기 어떠십니까.
전재성(노래방)= 광고회사를 다니다 10년 전에 그만두고 마포에서 노래방을 시작했습니다. 요즘은 수익을 남기기가 어렵습니다. 처음에는 노래방 사업이 잘 됐습니다. 그런데 경쟁이 치열해지고 시장이 포화상태가 되면서 점점 어려워졌어요. 지금은 수익성이 악화되고 임대료를 못내 명도소송까지 당했습니다. 조그만 집을 담보로 대출받아 운영했는데 거의 바닥났습니다. 서울시의 정책자금 같은 것은 한계가 있고 대부업체의 위험한 돈에 손을 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핵심은 임대료입니다. 건물주는 융자를 받아서 이자를 내고 있는 걸로 아는데 한국은행 기준금리도 떨어지고 감가상각비도 거의 발생하지 않는데 왜 임대료는 그대로인지 모르겠습니다. 칼자루 쥔 사람 마음대로입니다. 내일 모레 200% 올려도 아무말 못하고 나가야 해요. 
 
 
이옥수(미용실)= 미용업을 23년째 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직원 둘 데리고 셋이서 했는데 요즘은 어려워져서 혼자 합니다. 경기하락 추세 탓이기도 하지만 미용도구가 많이 발달했기 때문이죠. 염색도 요즘은 다 집에서 하잖아요. 파마와 커트 정도만 미용실을 찾는데 젊은 사람들이 긴 머리를 선호해 할 일이 없어요. 또 전에는 직장인들이 출근하면서 머리를 하러 왔는데 이제는 다 집에서 스스로 해요. 경기도 안좋고 일자리 잃는 남편이 많아 미용실을 새로 차리는 여성들이 늘고 있습니다. 특히 주택가에 엄청 늘면서 나눠먹기식이 되었죠. 주택가는 권리금이 없어서 개업하기가 쉬워요.
안정희(꽃집)= 꽃 경매장에서 꽃을 사다가 배달해 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꽃배달 서비스 업체에서 마케팅 팀장으로 일하다가 그만두고 나니 쉬워보이고 돈이 적게 들 것 같아 하게 됐습니다. 7년 정도 됐는데 나름 전문성이 있어서 시작했지만 경쟁업체가 너무 많아요. 이 업종이 초기자본이 적게 들다 보니 너도나도 진입하게 된 거죠. 덤핑 같은 것도 많아지고 해서 마진율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꽃배달은 또 불경기에는 타격을 가장 많이 받습니다. 수입이 줄어들면 자영업자의 경우에는 전 가족이 타격을 입게 됩니다. 저도 아내와 둘이서 하고 있는데 일할 수 있는 가족이 있으면 다 같이 일하는 거죠. 자영업자의 가장 큰 문제입니다.
 
이숙자(중국음식점)= 회사 명퇴하고 나서 초등학교 5학년 늦둥이도 있고 남편도 일거리가 없어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친구들 보면 장사하는 사람들이 잘 사는 사람들이 많아서 무조건 돈 버는 줄 알았죠. 그런데 처음부터 사람 부리는 게 너무 어려웠어요. 아침 8시에 온다고 했는데 사람이 안나오는 경우도 있어요. 불을 가까이 하고 워낙 힘든 일이다보니 술을 많이 먹고 가정생활도 불화있는 분들도 좀 있고요.
김용길(식당)= 15년쯤 보쌈, 바비큐 등 여러가지 업종을 돌아가며 음식집을 운영하다 작년 4월 곱창집을 개업했는데 광우병 파동이 나서 바로 내렸어요. 음식점 차린 후에도 금융위기가 겹치는 바람에 직장인들이 5000원짜리 밥보다 2000~3000원짜리 분식을 먹으니까 장사가 안됩니다. 김밥집을 차릴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래도 점심시간에는 직장인들 덕분에 장사는 좀 됩니다. 하지만 저녁에 술도 좀 드시고 해야 하는데 아무도 안먹어요.
 
사회= 요즘 경기침체 때문에 장사가 더 어려워졌습니까.
전재성(노래방)= 자영업이라는 것은 사람들이 자꾸 거리로 다니면서 돈을 쓰고 해야 하는데 그런 게 많이 줄었습니다. 30% 이상 매출이 감소했어요. 각 부문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니까 가격이 무너지고 있어요. 자영업자는 개인, 가족 중심이기 때문에 마케팅이나 서비스를 혁신하기 힘들어요. 신규투자를 통해 시장에 진입하는 분들에게 계속 눌리게 돼요. 고용문제도 있습니다. 자영업에는 보통 비정규 고용이 많이 발생하게 되는데 알바월급 70만~80만원도 주기도 어려워서 형, 동생, 제부, 부모, 자식까지 불러서 움직일 수밖에 없는 형편입니다. 이게 공통된 상황인 듯해요. 가장 크게 들어가는 게 임대료입니다. 동네상권은 좀 덜하겠지만 저는 시내쪽에 있으니까 임대료가 가장 큰 부담입니다. 임대료 연관 비용이 모두 하향세인데 왜 그대로일까요. 일자리까지 나누자고 하는데 수십억원짜리 건물 가지신 분들이 이럴 수 있나요. 상가임대차보호법에서 임대금액 2억4000만원(1억원당 월 140만원) 미만에 한해서는 연 12% 이상 올리지 못하도록 돼 있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내리는 규정은 없고 상한선만 있기 때문입니다.
안정희(꽃집)= 꽃배달은 개인 소비자가 아니라 기업, 공공기관을 상대로 합니다. 경기가 안좋아지면 제일 먼저 끊는 게 경조사비고 먹거리가 그나마 제일 마지막까지 남습니다. 거래처는 늘었는데 매출이 50% 이상 떨어졌어요.
이옥수(미용실)= 미용실은 결혼식 같은 거 아니면 거의 안와요. 15년 전 가격을 그대로 받는데 자재값은 다 올라도 가격을 올릴 수 없어요. 거의가 단골들이어서 그저 오는 게 반가운데 100원 한 장 더 받을 수 있나요. 다들 어렵다고 울상인데 저만 가격을 올릴 수는 없잖아요. 하루에 보통 파마는 거의 없고 남자 커트는 대중 없지만 다 합해서 10~20명 정도 옵니다. 직장인은 주 5일 근무가 좋겠지만 저희는 울상이죠. 토요일에 노니까 상가들도 같이 놀 수밖에 없어요.
 
안정희(꽃집)= 저희가 경기에 가장 민감한데 꽃이 안나간다 생각해서 주변 상가에 물어보면 예약손님이 줄었다고들 합니다. 나아지겠지 하는 생각으로 살았는데 작년에 좀 심해졌고 올 4월에 들어오면서 전년 대비 매출이 50%밖에 안돼요. 언론에서는 부동산 경기 상승, 환율 안정 된다고 좋다고 하는데, 모르겠습니다. 외환위기 시절에는 그나마 실직자 창업 붐 때문에 간판가게가 잘 됐다고들 하죠. 최근 몇 년간은 실직자가 늘었는데도 간판가게도 안된답니다. 창업을 안하는 것이죠. 지금 정부 대책이라고 나온 거 보면 10년 전에 같은 정책 폈던 이들이 내놓은 듯 똑같아요.
이숙자(중국음식점)= 재료비, 인건비는 많이 올랐는데 가격은 안올랐습니다. 소비의 가장 저점에 있어서 500원 올리면 언제 올렸냐며 안먹습니다. 밀가루 가격도 한 번 오르고 나서 떨어질 줄 모르고 야채값도 올랐어요. 최근 2년반 중에서 지금이 가장 안좋습니다. 인건비도 제대로 챙길 수 없는 상황이에요.
 
사회= 사실 여러분들도 어렵겠지만 또 다른 경쟁자들도 어려울 겁니다. 주변 양상은 어떤가요.
전재성(노래방)= 문 닫는 노래방도 많고 또 신규로 생기기도 합니다. 어떤 시장보다도 손쉽게 진입할 수 있다보니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그래서 포화상태가 되죠. 매출은 어쩔 수 없이 줄 수밖에 없어요. 이런 상황에서 비용절감의 첫 단계가 유급직원을 줄이는 것입니다. 그 자리는 가족으로 채우게 되고 그것마저도 어렵게 되면 혼자 목을 매고 뛰어야 하죠. 이런 상황에서도 임대료는 가만히 있어요. 대부자금이라도 끌어써야 할 상황인데 그렇게 되면 결과가 뻔하지 않겠습니까.
이옥수(미용실)= 자영업자들은 건물주 잘 만나는 게 행운이죠. 장사 안되면 양심적으로 좀 깎아주고 해야 존경심도 품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질 만능주의가 되다보니 다른 여건은 다 무시하고 물가에 비례해서 막 올립니다. 아이들이 한창 클 나이여서 돈 들 데가 많은 사람들은 정말 막막할 거예요. 손 놓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지만 집에서 놀 수도 없어서 그냥 합니다.
안정희(꽃집)= 영세자영업은 혼자 하거나 온가족이 합니다. 여자 혼자 하는 분들 중에는 수입이 없어 매출신고도 안하는 분도 있어요. 주변상가 200군데를 조사했는데 50% 가까이가 임대료를 못 내고 있었어요. 1년 이상 못 내서 보증금을 다 깎아먹고도 못 나가는 곳도 10~15군데 정도 됐어요.
 
ㆍ“정부 대책, 서민들 실정 몰라도 너무 몰라요”
“국가가 은행 살려줬는데 은행은 부자만 대접하죠
국민연금도 못내는데 고용보험료 낼 수 있겠어요?”

 
문제는 탈출구가 없다는 거죠. 4월 들어서는 노력을 하는데도 안돼서 이러다간 안되겠다는 생각에 덜컥 겁이 나더군요. 다른 업종을 찾아볼까 생각도 했는데 쉽지가 않죠. 전문적인 도움을 받고 싶은데 현 정부는 형식적 대책만 내놓는 것 같기도 해요.

 
이숙자(중국음식점)= 우리가 한숨 쉬면 재료상들도 한숨 짓습니다. 물어보면 다들 장사가 안된다고 하고 폐업하는 곳도 많습니다. 업종을 바꾸고 싶어도 뭘 할까 싶기도 하고 돈도 없어요. 아이가 셋인데 건사도 못하고 집도 엉망이에요. 은행에 가서 시골집을 담보로 대출을 해 달라고 했더니 아파트 아니면 절대 안해 준다고 하더군요. 창업자금 같은 것도 있다고 하는데 도대체 어떻게 받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김용길(식당)= 좀 전에 문자메시지가 왔어요. 재료공급업체인데 주문이 감소해 부대비용을 줄이기 위해 목요일은 쉬겠다고 합니다. 나는 매일 시켜야 하는데 이런 상황이에요. 어느 정도 안되는지 말은 안해도 이런 겁니다. 기막힌 일이죠. 정신없이 토, 일 뛰던 사람들이 주말은 일을 거의 안하고 목요일까지 쉬겠다는 겁니다. 이 정도로 장사가 안된다는 거죠.
 
사회= 정부도 상황 인식은 하고 지원책을 내놓고 있는데요. 정부대책이 도움이 되는지 아니라면 어떤 바람을 가지고 있는지요.
전재성(노래방)= 상가임대차보호법 입법 취지가 영세상인에 대한 보호인데 보증금 상한선을 좀더 올리거나 해서 혜택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을 늘렸으면 합니다. 그렇게 규제가 많은 나라에서 왜 임대료 규제는 없는지 모르겠어요. 자영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이 1000만명은 넘을 거라고 봅니다. 사람들이 맞벌이를 할 수 없고 젊은 학생들 알바비까지 지급할 수 없게 되면 그 소비가 또 줄어들게 되죠. 우리도 어쩌면 꽃집, 미용실, 중국집의 소비자 아닙니까. 계속 소비가 줄게 되면 미래는 뻔하죠.
이옥수(미용실)= 선진국의 세제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1000만원 버는 사람과 100만원 버는 사람들은 세금부터 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있는 사람은 종부세고 뭐고 다 면제해주면서 우리는 왜 안해 줍니까. 임대차보호법도 영세업자들을 기준으로 해서 만든 게 아니라 있는 자들 시선에서 만든 잘못된 법입니다. 카드 수수료나 대출을 받아도 영세업자들에게는 이자율 차등 적용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외환위기가 아직 끝나지 않고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 같아요. 은행은 부동산 바람난 집있는 사람들한테만 대출해 줍니다. 은행들은 국가가 다 살려줬고 결국 없는 사람들이 다 책임진 건데 말이죠.
 
김용길(식당)= 임대료에 붙는 부가세를 세입자에게 부담시키는 것도 문젭니다. 월세 130만원이라고 했다가 2~3개월 지나니 거기에 부가세 13만원을 더 내라고 해요. 건물주가 세금을 내는 건 당연한데 왜 이걸 세입자에게 부담시키는지 모르겠습니다. 또 카드회사 수수료도 문제입니다. 언제까지 배를 불리고 나서 깎아줄지 궁금합니다.
안정희(꽃집)= 자영업자가 몰락하면 가족까지 합쳐 몇 백만명이 신용불량자로 떨어질 수 있습니다. 500만원 지원대책을 발표했는데 이거 가지고 얼마나 버티겠습니까. 3~4개월 유예시키는 것뿐이지 경영 개선해서 나갈 수 있는 액수가 아닙니다. 저는 2001년에 경영지원자금 3000만원을 받았는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지금은 7~8년 전과 달라 이 돈보다 지원액수를 더 높여야죠. 푼돈을 어정쩡하게 주기보다 실질적으로 물가와 경기에 맞는 지원책을 해 줘야 한다고 봅니다. 또 폐업 상인들 재창업을 도와준다는 게 추가된 것 같은데 그건 유예밖에 안됩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듯 제가 얼마 전에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개인도 하는데 정부가 돈이 많으면서 그런 조사조차 안하고 10년 전 자료로 정책을 만드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
 
사회= 정부에서 현실과는 관계없이 숫자만 보고 정책을 입안하고 있는 듯합니다.
안정희(꽃집)= 폐업 때문에 자살하고 가정 파탄나는 분들이 많습니다. 긴급구제 지원이 절실하게 필요해요. 특히 아이들 학비 같은 것은 긴급구제가 꼭 필요합니다. 정부 대책을 보면 구체적으로 뭘 하겠다는 게 없어요. 영세 자영업자에게 실업급여를 지급하겠다는데 국민연금도 제대로 못 내는 상황에서 고용보험료를 낼 사람이 없습니다.
전재성(노래방)= 필요한 금액만큼 융자를 받을 형편은 아니지만 조금은 대출받을 형편이 됩니다. 하지만 여기서 더 어려워지면 힘들어요. 임대료에 붙는 부가세 10%를 모아서 기금으로 적립해 배드뱅크, 서민은행 같은 걸 좀 만들어서 서로 상호부조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옥수(미용실)= 관료들 월급을 50% 깎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서민들의 삶을 외면할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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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노동, 흔들리는 삶]일하는 사람들이 위험하다 (경향, 이병훈 |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장·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2009-05-19 18:26:41)
 
2009년 5월 현재 우리 사회의 저변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삶은 어떠한가? 대리기사와 퀵서비스 배달원에서부터 영세자영업자에 이르기까지 여섯 차례의 기획기사를 통해 그들을 만나보았다. 그들의 삶은 1주 70시간, 심지어 하루 24시간의 장시간 노동으로 고단하기만 하며 그렇게 일해도 가족생계와 자녀교육을 감당하기 어려운 저임금에 허덕이고 있다. 그들 주위에는 중간착취를 조장하는 탈법적인 하도급관행과 공공연하게 자행되는 임금체불의 횡포가 난무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막기 위한 근로감독 행정은 눈씻고 찾아보기 어렵다. 특수고용종사자들과 돌봄노동자들의 경우에는 엄연히 노동자로 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해 어디에 그들의 권리를 하소연하기도 쉽지 않다.
 
그런데 최근 경제위기를 맞아 일하는 사람들은 더욱 곤궁해지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명박 정부의 ‘친기업-부자우대’ 국정기조는 그들의 형편을 더더욱 열악하게 만들고 있다. 남용되는 비정규직들에 대해 정부·여당이 줄이려 하기보다는 법규제를 풀어 그 기간과 대상을 늘려 기업들이 더욱 자유롭게 기간제와 파견인력을 사용토록 보장하려 하고 있으니 이들의 정규직 꿈은 아예 포기되어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경제도 어렵지만 이명박 정부의 반노동-반서민 국정운영으로 인해 일하는 사람들의 삶은 앞으로 나아지기보다는 오히려 거꾸로 나빠지고 있으니 참으로 참담하고 한심스럽다. 이번 경제위기와 이명박 정부의 임기가 지나면 과연 일하는 사람들의 삶에 녹아있는 시계추가 얼마만큼 후퇴할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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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고용직, 노동법 사각지대 방치…李정부 들어 더 ‘퇴행’ (경향, 정제혁기자, 2009-05-17 22:46:43)
ㆍ벌써 100만명… 최저임금·보험도 혜택없어
ㆍ퀵서비스 등 다단계 알선구조로 ‘이중굴레’

 
특수고용직 노동자는 형식상 자영업자라는 이유로 노동권과 사회보험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지난 10년간 이들의 처우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은 매년 되풀이돼 왔지만 해법은 제자리걸음이다. 이번 기회에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노동법 회피 위해 특수고용직 활용=지난해 이호근 전북대 법대 교수 등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국내 특수고용 노동자 수는 1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주요 직군별 종사자는 택배기사 2만9000명,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간병인 18만8000여명, 대리운전 기사 8만~10만명, 퀵서비스 배달원 10만~13만명, 덤프차 기사 5만2000여명, 영업용 화물차 운전자 37만8000여명 등이다. 김성희 한국비정규직센터 소장은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이 노동법 적용을 회피하고 시장의 수요 변화에 따른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특수고용직을 대거 활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조건은 열악하다. 예컨대 간병인의 경우 하루 12시간 간병하고 환자에게서 3만5000~4만원 정도를 받는다. 하루 24시간 꼬박 간병을 해야 5만5000~6만5000원을 손에 쥔다. 주야를 가리지 않는 장시간 노동의 대가로 이들이 한 달에 받는 돈은 고작 120만~170만원. 근골격계 질환이나 수면부족으로 인한 안구질환, 환자로부터의 감염 등에 쉽게 노출되어 있지만 산재보험에도 가입돼 있지 않다. 업무상 질병으로 인한 치료 비용은 100% 본인 부담이다.
 
특수고용 노동자는 일절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노동자’가 아니라 ‘자영업자’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에 명시돼 있는 해고제한이나 임금·수당, 노동시간 등의 권리를 전혀 보장받지 못한다. 최저임금법도 적용되지 않는다. 노조법상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도 허용되지 않는다. 여기에 화물차주나 덤프기사, 퀵서비스 배달원 등은 다단계 알선구조로 인한 중간착취 등 시장의 왜곡에서 오는 굴레가 2중, 3중으로 옥죄고 있다.
 
◇거꾸로 가는 정부 정책=특수고용 노동자의 처우가 처음 사회문제로 떠오른 것은 1990년대 후반이다. 지난 10년간 노사정위원회와 국회 등에서 여러 차례 논의가 있었지만 대책 마련은 매번 수포로 돌아갔다. 보험설계사, 레미콘 운전기사, 학습지교사, 골프장경기보조원, 덤프트럭·굴삭기 운전자에게 산재보험을 확대하고, 표준계약서 마련 등 불공정 거래를 시정하기 위한 부분적인 조치를 취한 것이 정부가 내놓은 대책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 정부 들어 특수고용직의 노동권 보호 정책은 오히려 퇴행하고 있다. 최근 노동부는 건설·운수·건설기계 노조들에 “덤프트럭·레미콘 기사, 화물 지입차주 등은 노조원 자격이 없으니 제명하라”며 “오는 23일까지 특수고용직 제명 이행 여부를 보고하라”고 통지했다. 시정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노조의 지위를 박탈하겠다는 것이다.
 
윤영삼 부경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한통운의 모기업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정부가 특수고용직의 노동기본권을 인정하지 않는데 정부의 정책기조를 어길 수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며 “박종태 지회장의 죽음과 같은 비극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정부는 특수고용직의 노동기본권 보장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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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고용 노동자, 법률적 지위 ‘쟁점’ (경향, 정제혁기자, 2009-05-17 22:47:00)
ㆍ정부·경영계 “자영업자”노동계 “사실상 노동자”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처우 문제는 법률적 지위와 맞물려 있다. 즉 이들을 노동자로 볼 것이냐, 자영업자로 볼 것이냐 하는 것이 핵심 쟁점이다.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지위와 관련해선 크게 세 가지의 입장이 있다.
 
정부와 경영계는 ‘독립 자영업자’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근로계약이 아닌 위임·위탁 또는 도급계약에 의해 노동력을 제공한다는 게 주된 근거다. 이들에 대한 보호는 경제법적 적용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2007년 공정거래위원회는 ‘특고종사자에 대한 거래상 지위남용행위 심사지침’을 제정·시행해오고 있다.
 
노동계는 ‘노동자’로 봐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고용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뿐 사실상 특정 기업에 종속돼 일한다는 점에서 일반 노동자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난해 12월 노동부의 연구용역 보고서인 ‘특수형태근로 종사자 실태 및 다단계구조 집단갈등 관리방안에 관한 연구’는 택배기사의 경우 “(형식상 자영업자일지라도) 영업소 소장과 계약하고 영업소 차량으로 택배업무를 하며 월급을 받는 경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특수고용직 노동자도 노동법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이 발의한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은 이런 시각에 입각해 있다.
 
특수고용직을 자영업자와 노동자의 중간에 있는 ‘제3의 영역’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중간적 특성을 감안해 별도의 특별법을 만들어 보호 장치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김상희 민주당 의원이 제출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지위 및 보호에 관한 법률안’이 이에 해당된다. 윤진호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법적으로 보호하는 경우 계약기간 종료와 함께 보호장치도 해제되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형식상 자영업자라고 해도 실질적 노동자성이 인정되는 경우 노동법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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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난립→단가인하 출혈경쟁→택배노동자에 한계상황 (한겨레, 황예랑 기자, 2009-05-19 오후 07:35:09)
택배비 평균 5년새 3638→2350으로 추락
수익악화…“힘없는 노동자들에게 떠넘겨”
노동자몫 1건 8~9백원…10년전엔 1천원

 
‘배송비 무료!’ 요즘 온라인 오픈마켓에선 1000원짜리 물건을 부산에서 주문해도 배송비가 무료다. 많이 받는 데라도 2500원을 넘지 않는다. 국내 택배업체들끼리 제 살 깎기 식으로 단가인하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택배업체들이 받는 운송단가는 2004년 건당 3638원에서 지난해 2350원까지 곤두박질했다. 업체들의 이런 출혈경쟁으로, 피해는 고스란히 ‘택배운송 개인사업자’로 불리는 택배노동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택배 단가 2500원이 배분되는 구조를 보면, 택배노동자들이 왜 열악한 지경으로 몰리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일단 대리점이 수수료로 50%가량을 떼어간다. 이 가운데 800~900원가량이 물건을 직접 배송하는 노동자(사업자)의 몫이다. 2500원의 나머지 절반엔 터미널간 운송에 들어가는 간선비용과 화물 분류작업, 터미널·대리점 임차료 등이다. 간선운송과 화물 분류작업에도 인건비가 들어간다. 때로는 택배업체들이 많은 물량을 따내기 위해, 단가의 30~40%를 화주에게 다시 주기도 한다. 이런 리베이트 관행까지 포함하면 단가가 크게 낮아진다.
 
대형 유통업체와 전자상거래의 급성장을 등에 업고 2000년대 초 200여곳에 이르렀던 택배업체는 최근 30곳 안팎으로 줄었다. 대형 택배업체조차 영업이익률 1~2%짜리 초라한 성적표를 내고 있다. 국내 택배시장이 급팽창한 것은 1997년 이후다. 정부가 규제완화 차원에서 택배업 진입에 대한 법적 장벽을 허물면서, 중소업체들이 대거 택배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오래 버티지는 못했다. 업체 난립에 따른 단가인하 경쟁이 결정적이었다.
  
대한통운이 금호아시아나그룹에 팔리고, 신세계그룹의 세덱스가 한진택배와 통합되는 등 택배시장은 대기업 중심의 ‘빅5 체제’로 재편됐다. 현재 택배시장의 절반가량은 대한통운, 한진택배, 현대택배, 씨제이 지엘에스(CJ GLS), 우체국택배 등이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단가인하 경쟁의 ‘덫’에 걸린 것은,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이나 똑같다. 윤영삼 부경대 교수(경영학)는 “표준운임비를 도입해 택배비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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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2시간씩 일하고 한달 150만원 손에 (한겨레, 황예랑 기자, 2009-05-19 오후 07:29:18)
월 수입 250만원서 유류비·지입료 등 제하면 ‘허덕’
“현재 소득 만족” 6%뿐…야근 잦고 산재보험 안돼
택배노동자 실태 어떻기에

 
터미널과 터미널, 집하·배송영업소를 연결하는 ‘간선운송’ 구간에서 일하는 노동자 김만복(57)씨는 한달에 500만원 남짓 매출을 올린다. 하지만 회사와 계약을 맺은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지입료와 각종 보험료, 기름값, 수리비 등을 내고 나면 손에 쥐는 돈은 200만~250만원뿐이다.
 
한국교통연구원 화물운송시장정보센터의 조사 자료를 보면, 2008년 4분기 택배노동자의 월평균 운송수입은 250만원이다. 여기서 유류비(38만3천원), 지입료(6만6천원) 등 평균 100만원 안팎의 지출을 빼면 한달에 150만원가량 순수입이 생긴다. 2007~2008년 택배노동자들의 실소득은 130만~150만원 정도였다.
운수노동정책연구소가 지난 2~4월 택배노동자 134명한테 설문조사를 했더니 ‘현재 소득수준에 만족한다’는 응답자는 6.4%에 그쳤다. 업무 관련 애로사항 질문에도 ‘소득이 적다’(48.8%)를 첫손에 꼽았다. 택배회사의 횡포(18.7%)와 야간노동(9.8%), 운송료 인하 압력(7.3%)도 택배노동자들을 괴롭히는 요소였다.
 
택배노동자들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11.8시간이다. 한달에 25일 차량을 운행한다고 치면, 한달 평균 310시간을 일하는 셈이다. 교통사고 위험이 크고, 계단을 오르내리다가 관절병에 걸리는 경우도 많지만 법적으로는 ‘개인사업자’ 신분이어서 산업재해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응답자의 66.9%는 ‘직업병과 산업재해 위험을 많이 느낀다’고 답했다. 이 때문에 이직률이 높아,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15일 “택배업에 외국인력 고용을 허가해달라”고 건의했을 정도다. 손헌일 운수노동정책연구소 연구원은 “이처럼 열악한 노동환경 때문에 응답자 대부분은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택배노동자의 노조 가입률은 2%대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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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선] 택배허가제로 난립 막아 (한겨레, 황예랑 기자, 2009-05-19 오후 07:31:21)
노동자 모두 회사
소속영업이익률 4% 수준

 
한국 택배업계가 본뜬 일본의 택배업에는 ‘3제(制)’가 있다고 한다. 일단 시장 진입이 ‘허가제’다. 화물자동차 운송사업법과 화물이용 운송사업법 아래 택배업 관련 별도 규정을 둬서, 국토교통성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당연히 업체 난립도 덜한 편이다. 지난해 일본 택배 물량은 32억6159만개로, 한국보다 3배 넘게 많았다. 이 시장을 야마토운수와 사가와규빈, 그리고 지난해 일본우정주식회사와 일본통운이 함께 설립한 택배사가 ‘3강 체제’로 장악하고 있다. 야마토운수와 사가와규빈의 시장 점유율만 해도 70%가 넘는다.
 
택배 운송비도 ‘인가제’다. 일본의 택배업체는 정기적으로 국토교통성에 운송비를 신고해 인가를 받아야 한다. 소비자와의 분쟁 따위에 적용하는 택배 관련 약관도 ‘신고제’로 운용하고 있다. 국내엔 소비자가 택배업체의 물건 분실·훼손에 대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한 표준약관만 있다.
 
한진물류연구원의 박찬익 수석연구원은 “일본 택배노동자들은 개인사업자가 아니라 대부분 택배회사에 소속된 직원들이라 서비스도 훨씬 좋다”며 “일본 택배업체 영업이익률도 4%대로 국내업체보다 높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택배시장이 진흙탕에서 벗어나려면, 시장질서를 바로 세울 수 있도록 하는 법과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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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17 13:12 2009/05/17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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