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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운영위원회 첫 회의에 참석하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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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8일. 내가 학교운영위원회 첫 회의에 참석한 날이다.

지역위원이 되도록 한 선생님께서는 첫회의이니까 위원장 선출하는 것 말고 할 것이 없다고 하였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것은 알고 가야만 했다. 물론 초등교육에 대한 애정 및 관심은 기본이고...

 

미리 학교 홈페이지에 들려 이것저것 살펴보니 학운위원 당선 공고도 있었다.

교원위원 4명, 학부모위원 6명이 올라와 있다. 연령대가 거의 나와 비슷하다. 하긴 빨리 결혼한 사람은 그 정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장 나이어린 교원위원이 전교조 분이다.

 

약도가 애매하게 나와 있어서 찾기가 힘들었지만, 가보니 언젠가 선거유세를 할 때 와본 기억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관악구에 살게 된지 15년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신림 2,9동을 벗어나면 낯설다.  



회의예정시각 3시에 맞춰 학교에 도착했으니 회의장소를 잘 몰라서 눈치를 보다가 학생이 아닌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에 가서 학운위 장소를 물으니 교장실로 가보라고 한다. 그래서 향한 교장실에는 이미 몇 사람이 모여 있었다. 지역위원인 다른 한 사람과 학부모 위원 두 사람, 그리고 교장이 자리에 있다. 일단은 최대한 예의를 갖춰 인사를 하고, 명함도 돌리고... 꼭 내가 무슨 선거에 출마하는 듯한 분위기... 하지만 어색한 감은 감출 수 없다. 처음부터 세게 나갔어야 했을까.

 

잠시 후 바로 옆에 있는 회의실로 옮겨서 회의 시작.

교장샘도 당연직으로 학운위에 포함되는 줄 몰랐다. 교장샘은 작년 9월 1일에 부임했고, 내년 3월에 정년퇴임한단다. 별로 무리할 것 같지는 않을까 했는데, 회의가 진행되는 것을 보니 그것도 아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교장샘이 사회를 보겠다고 한다. 최대한 부드럽게 얘기하는 중에 자신의 의중을 비춘다. 모두들 학교가 발전될 수 있도록 할 것으로 믿고, 또한 훌륭한 분들을 학운위원으로 모신 만큼 잘 될 것 같다나.

학운위원을  소개해보면,

신모 지역위원. 명함에 주식회사 한국식품경제신문사, 사단법인 전국기술교육협회, 그리고 봉사단체 감각동인회 회장이시다. 나와 똑같은 지역위원인데도 교장샘께서는 엄청 길게 소개를 한다. 나는 그냥 문향숙 샘이 추천했고, 한국지식센터 연구원이라는 소개만 했는데. 신 지역위원에게는 친구분인 은퇴한 다른 교장샘이 소개해서 자신이 추천한 분이며, 교육에 애정이 있는 분이고, 기타 등등 장황한 말을 덧붙인다. 나중에 알고 보니 퇴직 교육공무원이시다. 그러면 그렇지. 느낌에 이 아저씨가 학운위짱이 되겠군 하고 생각했다.

 

교원위원 중 한분은 교감샘으로, 이날 회의에서 교장샘을 대신하여 회의를 주도한다. 역시 실세 교장샘은 뒤로 물러나 있다. 다른 한분은 무슨 주임인가 되는데, 학교에서 넘버3인 듯하다.  

교원위원 두 분은 전교조 샘이다. 나를 지역위원으로 추천하신 문향숙 샘은 대학원에 나가시기 때문에 오지 못했고, 다른 한분은 김은주 샘으로 나이로 봐서는 가장 연하이지만, 제일 당찬 분이다. 물론 그 분과는 이전은 물론, 회의 중에서도 제대로 얘기를 하지 못했다. 이 점이 아쉽더라.

학부모위원은 6명 중에 5명이 참석하였다. 다들 나이는 43에서 37세 사이. 다들 서로 잘 아는 사이인 듯하다. 교장샘하고도 친한 것 같고...

결국 13명의 운영위원 중에 학교장과 대립각을 세울 수 있는 사람은 3명 정도이다. 그리고 그 중에 남성은 교장과 지역위원 2명, 총 3명이고, 나머지 10명은 여성이다.

그날의 유일한 안건은 위원장 및 부위원장을 선출하는 것. 실제 학운위에서 운영위원장 및 부위원장이 행사하는 권한이 막강하다고 한다. 그러니 누가 운영위원장을 하는가가 중요한 문제이긴 하다.

교장샘의 대리인인 교감샘이 신모 지역위원을 위원장으로 추천한다. 역시 장황한 설명과 함께... 이에 김은주 샘이 나를 위원장으로 추천한다. 민샘이 그럴지도 모른다고 했는데, 나도 추천되는구나. 물론 나에 대한 정보가 없으니 따로 덧붙이는 내용은 없다. 다른 이들은 전혀 동요하지 않고, 예상했다는 듯이 부드럽게 넘어가는 분위기이다. 노련한 교장샘은 민주적으로 투표를 하면 될 것이라고 하면서 행정실장에게 투표준비를 시키고, 다음 회의에서 다룰 것에 대해 얘기를 한다. 

 

그 사이에 제 소개를 해도 되냐고 묻고 허락을 얻어 나에 대한 소개를 했다. 지금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교육부에서 예산지원을 받는 모 연구소 책임연구원으로 있다, 교육부 차관을 지낸 모 교수의 수업을 들으면서 교육행정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시민단체활동 과정에서 지역위원으로 추천받아 오게 되었다, 그리고 관악구에서 15년 이상 있었기에 이 곳이 고향이라고 할 수 있다 등등. 나름대로 어필할 만한 꺼리를 넣어서 나를 포장하여 소개를 한 것이다.

그리고 투표용지에 나누어주고 투표시작. 나는 예의상 무효표를 던졌다. 어차피 내가 되진 않을 것이고, 내가 나를 투표한다는 것이 이상해서...

예상했지만, 조금은 참담한 결과가 나왔다. 투표결과는 9:1:1.

나에 대해 투표한 사람은 나를 추천했던 샘 한분이다. 

 

약간 당황해하는 분위기 연출. 최소한 내가 2표는 얻을 줄 알았는데, 한표밖에 안나와서일 것이다. 하지만, 다음부터는 정확히 기표를 하시라는 말로 가름하고 통과한다.

신임 운영위원장은 작년도에 불미스런 사건이 있었음을 언급하면서 올해는 잘해보자는 말을 한다. 역시 무슨 문제가 있었기에 지역위원으로 나같은 사람도 될 수 있었던 모양이다.

부위원장 선출. "지역위원이 두분이니 다른 한분 - 나다 - 이 부위원장을 하시는 게 어떨까요?" 하는 발언을 교장샘이 했지만, 교감샘이 바로 작년에 부위원장 했던 학부모위원을 부위원장으로 추천하면서 그 말이 입에 발린 말임이 드러났다. 그러자 김은주샘이 다시 나에게 떨어질 기회를 부여하시고... ㅡ.ㅡ;;

 

다시 투표하기로 하여 행정실장이 투표용지를 만들러간다. 그 사이에 나에게는 전화가 와서 회의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듣지 못했다. 바로 투표 및 개표에 들어갔고, 그 결과 8:3으로 박현주 학부모위원이 부위원장에 당선되었다. 이번에는 나도 나에게 투표하고, 다른 한명이 나에게 표를 던졌다. 아마 신임 운영위원장이거나 박현주 학부모위원일 것이다.

투표가 끝난 뒤 모두 나에게 위로의 말을 한마디씩 한다. 교장샘은 위원장과 부위원장보다 다른 운영위원들이 잘해주셔야 한다는 말을 한다. 그래서 웃으면서 평운영위원으로서 그 역할을 충실하게 하겠다고 얘기했다. 그 말에 담긴 비수가 느껴졌을까.  

 

한달 뒤에 있는 다음 회의에서는 예.결산심의, 6학년 앨범선정, 4학련 수련활동, 바자회 등을 다룬다고 한다. 그리고 수익자부담으로 이뤄지는 현장학습에 대해 다시 논의할 것인지가 약간 논란이 되었다. 현장학습이 뭔가 했는데, 그게 소풍이다. 학운위에 참여하지 않았으면 그게 뭔지도 모를 뻔 했다. 수익자부담이라는 말이 거침 없이 나오는 것도 생소하고...

 

지난 해 학운위에서 통과되었기에 또 다룰 필요가 있느냐는 게 교장샘, 교감샘의 논리였는데, 이에 대해 김은주샘이 문제제기를 한 것이다. 그냥 넘어가기는 뭐해서 "이는 학부모들의 부담이 되는 것이기에 이를 다루는 게 좋고, 특히 학부모회가 있다면 거기에서 논의하고 의견을 수렴해서 학부모위원들이 의견을 밝혀주셨으면 좋겠다"고 얘기하였다. 그러자 학년주임을 하신다는 교원위원이 나서서 시간도 촉박하고, 작년에 했는데 또 할 얘기가 뭐 있느냐는 등의 말을 하면서 나를 뭘 모르는 사람으로 몰아부친다. 이에 대해 또 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처음이니까 그냥 참았다. 다른 학부모위원들도 그냥 넘어가자고 하면서 교장샘의 생각에 동의를 표했고...

역시 학부모위원들은 교장샘이 선정한 사람인 듯하다. 자신의 자식에 관한 일이기도 하고, 학운위가 어떠한 조직인지 안다면 조금은 비판적인 시선으로 참여하는 게 맞지 않을까.

 

교장샘은 자신이 교장연수중 학운위를 위해 일부러 나왔다고 하면서 1500명이 넘는 학생들을 위해 '갈등을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나가자'고 얘기하는 것으로 마무리발언을 한다. 갈등이 있는 게 문제인가, 건설적 갈등은 오히려 조장할 필요가 있는데 하는 생각들이 머리 속을 맴도는 동안 학운위가 끝났다.

 

나로서는 학운위가 어떤 분위기인지 잘 알 수 있는 기회였다. 계속 미소를 띄면서 부드러운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나를 만만하게 보지나 않았을지... 많은 생각들이 든다. 교육현장을 바꾸는 것은 여전히 어렵구나. 전교조 샘들이 참 고생한다 등... 다음부터는 강하게 얘기하면서 할 얘기를 제대로 해야겠다. 미리 준비도 하고...

전교조 샘인 두분과도 얘기를 나누었으면 했는데, 한분은 오지 않았고, 다른 한분은 일이 있는지 먼저 가셔서 말할 기회가 없었다. 그리고 교장샘은 따로 운영위원장과 교장실에서 밀담을 나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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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02 05:13 2006/04/02 05:13

3 Comments (+add yours?)

  1. 토란 2006/04/03 16:40

    이제 학운위에도 진출하셨군요. 축하드립니다.
    큰벽부터 먼저 무너뜨려야 하는지 작은 벽부터 차례로 무너뜨려야 하는지 가끔 헷갈리기도 하고 그게 잘못된 관점이리라 생각도 하지만 ...
    어쨌든 무너뜨려야 하는 벽은 많아요. 질겁할 정도로.

     Reply  Address

  2. 새벽길 2006/04/04 10:20

    별로 축하할 일이 아닌 듯해요. 지금 하는 것도 버거운데, 학운위까지... ㅜㅜ
    "부딪히는 모든 것에 저항을!" 그게 맞지 않나 싶어요.

     Reply  Address

  3. 정양 2006/04/05 14:43

    초등학교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라..
    어이쿠.. >.<

     Reply  Add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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