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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 - 천생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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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이 있던 날 기륭전자 노동자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아래 글을 2005년에 썼는데, 거기에 기륭전자가 언급되어 있더군요. 3년 가까이 되었는데, 기륭전자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공장이 옮겨진 것만 바뀌었군요.
 
그래도 민중가요들 중의 많은 것들이 저작권의 칼날 앞에 놓여있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아래 글은 네이버블로그에 올렸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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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 - 천생연분 2005/09/28 20:21
 
오늘은 블로그를 시로 도배하네요.

제 블로그 이웃 중의 한 분인 황소님의 블로그에 '천생연분'이라는 박노해의 시가 올려져 있더군요.

'천생연분'이라는 이 시를 저는 노래로 먼저 알았습니다. 전국노동자신문(이태복 씨가 발행인이었습니다)에서 주최했던 노래한마당 공연실황 테입인 '우리, 노동자'에서 90년쯤에 이 노래를 들었던 듯 합니다. 그리고 나서 박노해 시집 [노동의 새벽]에서 확인을 했구요.

 

극단 현장에서 했던 노래극 <노동의 새벽>에서도 이 노래가 불리워졌습니다. 노래극 <노동의 새벽>에 나왔던 노래는 대부분 박노해의 시집에 있는 것이지요. 물론 <임을 위한 행진곡> 같은 노래도 있었으니까 전부는 아닙니다.

 

이 시집에 나오는 얘기들이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현실적으로 느껴졌는데, 어느 틈엔지 더이상 '시다의 꿈'이나 '사계', '이불을 꿰매면서'와 같은 시들에 담긴 내용들이 먼 옛날의 것으로 생각되더군요. 그런데 이런 내용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임을 보여주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전국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의 공장점거 파업이 그것입니다. 기륭전자(주)는 최근 3년간 신규채용된 여성 생산직 노동자 중 99%를 파견노동자로 채웠고, 대부분 여성인 생산직 노동자 250여명중 210여명을 인력공급업체와 도급계약을 맺고 불법파견을 자행해왔으며, 노동부로부터 불법파견 판정을 받고서도 계약직근로자들에 대한 계약해지를 계속 진행해 왔습니다. 그래서 이에 항의하는 노동자들의 공장점거가 계속되었습니다.  

 

기륭전자는 노조가 결정되기 이전에는 파견노동자들을 문자해고 등의 방식으로 해고해왔고(이 점에서는 80년대보다 기술적으로 진전되어 있다고 봐야 하나요?), 해고사유도 잔업을 많이 하지 않음, 잡담, 말대꾸 등 말도 안되는 것들입니다. 게다가 노조가 결성되자, 기륭전자는 교섭은커녕 CCTV를 설치하고, 조합원의 순차적 계약해지 및 부서이동, 조합 탈퇴서 작성 강요 등 노동자들에 대한 부당노동행위를 일삼았습니다. 그리고 민주노총에서 이를 시정토록 요구하자 오히려 계약해지의 형태로 60명의 노동자를 해고하였습니다. 그런가 하면 불법파견인정에도 불구하고 회사에서 동원한 용역깡패들이 감시와 폭행을 일삼고 회사측은 노조원 35명을 업무방해로 고소하였으며, 16억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면서 가압류를 하였습니다. 이렇게 가히 80년대를 방불케 하는데, <노동의 새벽>이 생각나지 않을 수 없지요.

 

또 옆으로 샜군요. ㅡ.ㅡ;;

개인적으로는 노래극 <노동의 새벽>버전보다는 <우리, 노동자>버전이 더 좋습니다. 약간 다르다는 생각도 들구요. 물론 시나 노래 가사를 보면 그 한계 또한 지적할 수 있지만, 그래도 이 노래가 그럭저럭 좋습니다.  

 

노래극 노동의 새벽 - 천생연분

 

우리, 노동자 - 천생연분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이뻐서가 아니다, 애처로와서가 아니다

이쁜기로야 탈렌트를 따르것냐

세련미로야 종로 여자를 따르것나그 흔한 짜장면 외식 한번 못하고

여대생들처럼 고상하지도 않고

학원강사처럼 요리솜씨 없지만

그래도 나는 당신이 겁나게 좋다

살아보면 볼수록 미치게 좋다

그래서 난 당신이 겁나게 좋다

살아보면 볼수록 미치게 좋다


새순처럼 웃는 참한 몸짓의 당신

내가 어쩌다 나태하기라도 하면

가차없이 비판하는 진짜 겁나는 당신

죄절하고 지칠 땐 따스한 포옹으로

새길 일깨워주는 죄그만 당신

그래서 난 당신이 겁나게 좋다

살아보면 볼수록 째지게 좋다

 

당신과 나는 천생연분 당신과 나는 천생연분

당신과 나는 천생연분 당신과 나는 천생연분


슬픔과 절망의 밑바닥을 딛고

해방일꾼 노동자의 빛나는 숙명을
당신과 나는 사랑으로 까부스고

죽음의 역사를 넘어서서 나가자

이 땅의 젊은 노동자와 함께

듬직한 동지로 손잡고 가자

여보야 난 당신이 미치게 좋다

살아보면 볼수록 눈물나게 좋다

 

당신과 나는 천생연분 당신과 나는 천생연분

당신과 나는 천생연분 당신과 나는 천생연분



박노해 - 천생연분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당신이 이뻐서가 아니다.
젖은 손이 애처로와서가 아니다.
이쁜걸로야 TV탈렌트 따를 수 없고
세련미로야 종로거리 여자들 견줄수 없고
고상하고 귀티나는 지성미로야 여대생년들 쳐다볼 수도 없겠지
잠자리에서 끝내주는 것은 588 여성동지 발뒤꿈치도 안차고
서비스로야 식모보단 못하지
음식솜씨 꽃꽃이야 강사 따르겠나
그래도 나는 당신이 오지게 좋다.
살아 볼수록 이 세상에서 당신이 최고이고
겁나게 겁나게 좋드라.


내가 동료들과 술망태가 되어 와도
몇일씩 자정 넘어 동료집을 전전해도
건강걱정 일격려에 다시 기운이 솟고
결혼 후 3년 넘게 그 흔한 세일 샤스하나 못사도
짜장면 외식 한번 못하고 로션하나로 1년 넘게 써도
항상 새순처럼 웃는 당신이 좋소.


토요일이면 당신이 무더기로 동료들을 몰고와
피곤해 지친 나는 주방장이 되어도
요즘들어 빨래, 연탄갈이,김치까지
내 몫이 되어도
나는 당신만 있으면 째지게 좋소.


조금만 나태하거나 불성실하면
가차없이 비판하는 진짜 겁나는 당신
죄절하고 지치면 따스한 포옹으로
생명력을 일깨 세우는 당신
나는 쬐그만 당신 몸 어디에서
그 큰 사랑이 , 끝없는 생명력이 나오는가
곤히 잠든 당신 가슴을 열어 보다 멍청하게 웃는다.


못배우고 멍든 공순이와 공돌이로
슬픔과 절망의 밑바닥을 일어서 만난
당신과 나는 천생연분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과 억압 속에 시들은
빛나는 대한민국 노동자의 숙명을
당신과 나는 사랑으로 까부스고
밤하늘 별처럼
흐르는 시내처럼
들의 꽃처럼
소곤소곤 평화롭게 살아갈 날을 위햐여 우린 결말도 못보고 눈감을지
몰라
저 거친 발굽 아래
무섭게 소용돌이쳐 오는 탁류 속에
비명조차 못지르고 휩쓸려갈지도 몰라.
그래도 우린 기쁨으로 산다 이 길을
그래도 나는 당신이 눈물나게 좋다 여보야


도중에 깨진다 해도
우리 속에 살아나
죽음의 역사를 넘어서서
이름 봄마다 당신은 개나리 나는 진달래로
삼천리 방방곡곡 흐트러지게 피어나
봄바람에 입맞추며 옛얘기 나누며
일찌기 일 끝내고 쌍쌍이 산에 와서
진달래 개나리 꺽어 물고 푸성귀 같은 웃음 터뜨리는
젊은 노동자들의 모습을 보며
그윽한 눈물을 짖자 여보야
나는 당신이 좋다.
듬직한 동지며 연인인 당신을
이 세상에서 젤 사랑한다.
나는 당신이
미치게 미치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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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4 01:21 2009/06/14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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