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View Comments

 《숫타니파타》의 아래 내용은 정말 많이 알려졌더군요. 얼마 전에 다시 이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생각이 나서 관련 글을 다시 담아놓습니다. 사실 노래가 더 좋지요.
 
공지영에 대해서는 얼마 전 한겨레신문엔가 그가 연재하던 글을 보고 그의 작품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역시 어떤 한 사람을 편견이나 인상만으로 판단하면 안되겠지요. 물론 그렇다고 그의 글이나 언행만으로 파악하는 것도 문제겠지만요.
 
무쏘라는 차를 쌍용차에서 만들었던가. '무소의 뿔' 노래를 부르다 보면 꼭 무쏘도 연상된다. 쌍용차의 노동자들, 힘내시길... 어제 여의도의 집회에도 300여명이 일부러 왔다고 하던데...
 
   
한겨레신문 2004.11.27 책과 사람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다" 중에서...

시인 석지현씨가 가련한 시선으로 내게 자기가 번역한 책 한 권을 주지 않겠는가. <숫타니파타>(민족사)였다. 시로 된 이 초기 불경은 법정 스님 역의 그것과는 달리 이러했다.
 
“큰 소리에도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물에 젖지 않는 연꽃과 같이/ 저 광야를 가고 있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서 가라”
 
배워서 안다는 것은 얼마나 상쾌한 일인가. 무소란 광야를 달리되 혼자라는 것. 무소란 무소이되 ‘외뿔’이라는 것. ‘외뿔’이야말로 결정적인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공씨의 신작 <별들의 들판>(창비)에서도 흔들림 없이 그러하다. 한국산 무소가 스페인 들판에까지 혼자서 간 얘기.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아니, 그렇다면 내가 베이징에서 본 그 무소는 대체 무엇인가. 부처님도 공지영씨도 모르는 아프리카산 무소가 언제 거기까지 왔던가.
 

2004/11/02 19:34
 
아래 글은 부처님의 첫말씀을 모아 엮어 놓은 경집으로 잘 알려진《숫타니파타》中 ‘무소의 뿔’에서 가려뽑은 내용입니다. ‘무소의 뿔’은 최인훈의 <길없는 길>, 공지영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등의 작품 소재가 되었습니다. 특히 아래 내용은 인터넷 상에 많이 떠돌고 있는 버전인데, 제가 여기저기서 본 내용을 추가하고 잘못된 것은 수정하였습니다.
 


서로 사귄 사람에게는 사랑과 그리움이 생긴다.
사랑과 그리움에는 괴로움이 따르는 법.
연정에서 근심 걱정이 생기는 줄 알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모든 생물에 대해서 폭력을 쓰지 말고 어느 것이나 괴롭히지 말며,
또 자녀를 갖고자 하지도 말라.

하물며 친구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벗을 측은히 생각하여 마음이 흔들리면

자기에게 이로움이 없다.

친밀함 속에는 이런 우려가 있음을 알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자식이나 아내에 대한 애착은

마치 가지가 무성한 나무가 서로 엉켜있는 것과 같다.

죽순(竹筍)이 다른 것에 달라 붙지 않도록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숲 속에서 묶여 있지 않은 사슴이
먹이를 찾아 여기저기 다니듯이
지혜로운 이는 독립과 자유를 찾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동반자들과 함께 있으면

쉬거나 머무르거나 또는 여행하는 데도 항상 간섭을 받게 된다.

그러니 남들이 원치 않는 독립과 자유를 찾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사람들은 자기의 이익을 위해 벗을 사귀고 또한 남에게 봉사한다.
오늘 당장의 이익을 생각하지 않는 벗은 드물다.

자신의 이익만을 아는 사람은 추하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사방으로 돌아다니면서 남을 해치려는 마음을 갖지 말고,

무엇이든 가진 것으로 만족하며,

온갖 고난을 견디며, 두려움을 갖지 말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그대가 현명하고 잘 협조하며 예절바르고 지혜로운 동반자를 얻는다면

어떠한 난관도 극복하리니,

기쁜 마음으로 생각을 가다듬고 그와 함께 가라.

그러나 그런 동반자를 얻지 못했거든,

마치 왕이 정복했던 나라를 버리고 가듯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우리는 참으로 친구 얻는 행운을 찬양한다.

자기보다 뛰어나거나 동등한 친구와는 가까이 지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벗을 얻을 수 없으면 허물을 짓지 말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욕망은 실로 화려하고 감미로우며 우리를 즐겁게 한다.  
그러나 한편 여러 가지로 마음을 교란시킨다. 
욕망의 대상에는 이런 우환이 있음을 알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이것이 나에게는 재앙이요, 종기요,

화근이요, 질병이요, 화살이요, 공포다.
모든 욕망의 대상에는 이런 두려움이 있음을 알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서로 다투는 철학적 견해를 초월하고
깨달음에 이르는 길에 도달하여 도를 얻은 사람은
'나는 지혜를 얻었으니 이제는 남의 지도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알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추위와 더위, 굶주림과 갈증,

바람과 뜨거운 햇볕, 쇠파리와 뱀,

이 모든 것을 극복하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마치 어깨가 잘 발육되고 반점이 있는

큰 코끼리가 그 무리를 떠나서
마음대로 숲속을 돌아다니듯이,

무소의 뿔처럼 오직 혼자서 걸어가라.

탐내지 말고, 속이지 말며,

갈망하지 말고, 남의 덕을 덮어두지 말고,

혼탁과 미혹을 버리고 세상의 온갖 애착에서 벗어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아는 것이 풍부하고 진리를 분간하며

고매하고 영특한 친구와 사귀라.
이는 여러 가지로 이로우니, 의혹에서 떠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세상의 유희나 오락 혹은 쾌락에 젖지 말고

이에 끌리는 일 없이 
꾸밈없이 진실을 말하면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물 속의 고기가 그물을 찢듯이
한번 불타버린 곳에는 다시 불이 붙지 않듯이,
모든 번뇌의 매듭을 끊어버리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마음속의 다섯 가지 덮개를 벗기고
온갖 번뇌를 제거하여 의지하지 않으며
애욕의 허물을 끊어버리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최고의 목적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 정진하고
마음의 안일을 물리치고 수행에 게으르지 말며
용맹정진하여 몸의 힘과 지혜의 힘을 갖추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애착을 없애는 일에 게으르지 말며, 벙어리도 되지 말라.
학문을 닦고 마음을 안정시켜
이치를 분명히 알며 자제하고 노력해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이빨이 억세고 뭇짐승의 왕인 사자가
다른 짐승을 제압하듯이
궁벽한 곳에 거처를 마련하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자비와 고요와 동정과 해탈과 기쁨을
적당한 때에 따라 익히고

모든 세상을 저버림 없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탐욕과 혐오와 헤맴을 버리고
속박을 끊어 목숨을 잃어도 두려워하지 말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흙탕물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1993년 발표된 공지영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2년 뒤에 영화화되었는데, 주연배우였던 강수연, 심혜진, 이미연 등이 생각날지 모르겠습니다. 최초의 한국 페미니즘 영화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나름대로 페미니즘적 시각을 담아, 착한 여자에 대한 환상이나 잘 나가는 능력있는 여성에 대한 편견 등을 그리고 있지요. 공지영의 소설은 읽지 않았습니다. 공지영의 초기작들, <더 이상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 <그리고, 그들의 아름다운 시작>, 이 두권의 후일담 소설은 읽었는데, 그 뒤에 써냈던 소설들은 왠지 손이 가지 않았습니다. <착한 여자>, <봉순이 언니>, <고등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가 그런 것입니다. 이유가 뭐였을지... 이번에 <별들의 들판>이라는 소설이 나왔는데, 일부러 찾아 보지는 않을 듯 합니다. 관성의 힘은 무섭네요.

 

저에게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1994년에 나온 <노래를 찾는 사람들> 4집 앨범에 실린 같은 제목의 노래와 동일시됩니다. 당시 사회학과 대학원 시험에 떨어지고,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할 무렵에 알게 된 이 노래는 마음 한 구석에 남아있는 저의 외로움을 달래주었습니다. 저는 이 노래가 단지 공지영의 동명 소설에서 따왔다는 것만을 알고 있었고, 불교 초기경전인 《숫타니파타》의 일부에서 따왔다는 사실은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멤버였던 권은영(이혜원?)의 목소리로 흘러나오는 이 노래는 노찾사 3집의 '그리운 이름'과 '사랑노래'의 분위기를 잇는 노찾사 4집의 대표적인 서정가요로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아는 사람만 알지만... 

 

지금도 혼자서 길을 걷다가 가끔씩 이 노래를 흥얼거리곤 합니다. 제가 가사를 제대로 알고 있는 몇 개 안되는 노래 중의 하나이지요. 그런데 꼭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야하는 걸까요? 

 

 

 

 

노찾사 4 -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어렸을 적에 난 무슨 꿈을 꾸었나

 나 어떤 사랑 가슴에 품어왔나
아무도 내게 가르쳐 주지 않았네

 여기 딛고선 나의 삶


어렸을 적에 난 분홍빛 꿈을 꾸었네

 나 지금 살며 꿈은 지워져 가고
모두가 내게 감당하라 말하네

 참고 견디라만 하네


가끔은 걸음 멈추고 하늘을 보면

 세월에 텅 빈 가슴
나 이제 그대와 진정 함께일 때까지

 나 홀로 걷고 싶어라


나 다시 태어나 세상을 보네

 흔들림 없는 투명한 눈빛으로
자유는 내게 마냥 기다리지 않네

 가네 무소의 뿔처럼


끝내 가슴에 살아 숨쉬는

 그물에 걸리지 않은 바람처럼
나 이제 그대와 진정 함께일 때까지

 나 홀로 걷고 싶어라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9/06/14 02:01 2009/06/14 02:01

2 Comments (+add yours?)

  1. laron 2009/06/14 02:35

    아.
    (글 잘 읽었습니다. ^^)

     Reply  Address

  2. 새벽길 2009/06/15 14:47

    모아놓았던 자료들을 재정리했을 뿐입니다.^^

     Reply  Address

Leave a Reply

트랙백0 Tracbacks (+view to the desc.)

Trackback Address :: http://blog.jinbo.net/gimche/trackback/726

Newer Entries Older Entries

새벽길

Recent Trackbacks

Calender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Tag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