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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택배분회장 명의로 대한통운과 전격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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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5 14:45:44
 화물연대와 대한통운의 교섭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총투표를 통해 통과되어 오전 11시부로 파업이 종료되었다. 10일 파업 돌입의 쟁점이 되었던 '화/물/연/대'라는 문구를 합의서에 쓰지 못한 채 택배분회를 사용하는 것으로 절충하여 통과된 것이다. 실리는 이미 10일 교섭에서 확보되었던 것이고, 지난 5일간의 파업은 어쩌면 특수고용직의 노동기본권 확보을 위한 것이었는데, 사실상 이것은 무산된 것이다.
 
대한통운과 화물연대는 서로 양보해서 윈윈의 결과를 내왔다고 하겠지만, 정부 입장에서 보면 그간의 강경기조가 들어맞았고, 앞으로도 계속 화물연대를 노동자조직이 아니라 자영업자들의 연합체로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번 합의가 어쩔 수 없었다는 점은 이해한다. 지난 13일에 상경투쟁이 유보되었을 때 대략 짐작은 했다. 한겨레는 화물연대 파업이 긴싸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현장 동력은 물론 외부의 연대가 미흡한 조건에서 투쟁을 지속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파업이 장기화될수록 화물연대가 승리할 수 있는 전망은 희미해질 수밖에 없었다. 
 
민주노총의 총파업은 이렇게 제 각기 흘러가고 있다. 금속노조 위원장은 산별노조의 역할이 정치, 여론사업이라는 헛소리나 하고 있고... 이런 상황에서 화물연대가 승리한다는 자체가 이상하다. 특수고용직 노동기본권 쟁취의 길은 정말 험난하구나. 
 
화물연대 파업 이후의 기사를 발췌하여 담아왔다.
 
06-22
박종태 열사가 장례식을 마치고 망월동 묘지에 묻힐 무렵 나는 광주에 있었다. 하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장례식에는 갈 수 없었다. 결국 이렇게 투쟁이 마무리되는구나.
몇 십일을 투쟁해온 동지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아쉽다. 박종태 동지가 죽음으로써 말하고자 했던 걸 그 전에 우리 모두가 알고 실천에 옮겼더라면... 다시 또 내년에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지진 않을까.
더이상 눈물 나오게 만드는 김진숙 동지의 추도사는 읽고 싶지 않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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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전면파업 돌입 (레디앙, 2009년 06월 11일 (목) 13:46:30 이은영 기자)
정부 "화물연대와 교섭 불가"…“화물노동자도 노동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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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지 이해 안되는 화물연대 파업 (레디앙, 2009년 06월 11일 (목) 14:04:19 익명의 화물연대 관계자)
[독자투고] 합의 모두 끝내고 생떼…파업 유도 배후 있나?
 
그동안 교섭에 참가해 온 것은 양측 각 2명이었다. 화물연대 측은 광주지부장과 대한통운 부분회장이 참가했다. 사측은 광주지사장과 영업팀장이 참가했다. 합의가 끝나면 당연히 자신의 이름을 쓰고 서명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대한통운은 화물연대를 뺀 ‘대한통운 광주지사 택배분회’를 고집했다. 이름만 쓰고 성을 쓰면 안 된다는 희한한 논리였다. 처음 교섭에서 제출된 “대한통운 광주지사로부터 계약 해지된 택배사업자 대표”에서 “대한통운 광주지사 화물택배 종사자 대표”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대한통운 광주지사 택배분회”로 끝난 셈이다.
  
교섭이 열린 충남에서 화물연대와 대한통운이 포함된 극동 등 운송회사 들은 2007년부터 올해까지 3년에 걸쳐 합의서가 아닌 “단체 협약서”에 서명해 왔다. 거기에는 “노동조합 활동보장”은 물론이고 “화물연대 조합원임을 이유로 스티커 등 차량부착물 철거요구, 불공정 배치 등 일체의 탄압을 할 수 없다”는 불이익 금지 조항, “고용승계”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단체협약서도 아닌 현안에 대한 합의서 서명에 화물연대를 빼야 한다는 이상한 억지가 등장한 것이다. 자신들은 대한통운 광주지사장이라는 이름을 다 쓰면서도 노동자 측에게는 “화물연대” 네 글자를 빼라는 억지를 부린 것이다. 이로 인해 경제에 막대한 타격이 예상되는 파업이 유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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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달식 화물연대본부 본부장 (참세상, 안보영 기자, 2009년06월11일 2시27분)
"법도 없고, 원칙도 없다"..."투쟁 강도 점점 세 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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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통운, '화물연대' 명의 3회 단협 체결 (레디앙, 2009년 06월 11일 (목) 17:56:24 이은영 기자)
화물연대 "국토부 악의적 왜곡"…박종태열사 대책위 "대한통운 불매 운동"
 
화물연대는 11일 오후 기자브리핑을 갖고 지난 3년간 대한통운과 맺어온 단체협약서를 공개했다. 지난 3월 16일 체결한 단체협약서에는 ‘다단계 근절’, ‘고용승계’, ‘조합활동 보장’ 등의 내용이 담겨져 있으며 협상주체로서 '화물연대'가 분명하게 명시돼 있다.
 
지난 10일 교섭 당시 민주노총 광주지역본부 강승철 본부장은 “화물연대라는 4글자로 물류대란까지 가는 건 너무한 것 아니냐”고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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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결국 파업 … 의왕IDC 가보니 (내일, 의왕=강경흠 기자, 2009-06-11 오후 12:25:46)
“핸들 놓으면 실업자, 잡아도 신용불량”
맘대로 합의 뒤집는 정부·사용자에 분통

 
“대한통운 때문에만 파업(집단 운송거부)하는 게 아닙니다. 작년에도 우리가 난리를 쳐서 표준요율제를 따냈어요. 그런데 시범사업을 1월에 하기로 했다가, 6월로 미뤘어요. 사업자단체가 반대하는데 또 연기되지 않겠어요?”
10일 저녁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 돌입 5시간 전, 경기도 의왕시 이동 의왕내륙컨테이너기지(의왕IDC) 1터미널 앞에선 화물연대 서울경기지부 조합원들이 대전 교섭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의왕ICD 2터미널에서 만난 비조합원 박 모(47·경기 의왕)씨는 “파업에 동참할 순 없지만 화물연대가 주장하는 파업 이유에 대해선 생각이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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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고집해 총파업? '화물연대 불인정' 고집해 결렬" (프레시안, 여정민 기자, 2009-06-11 오후 6:07:02)
특수고용 노동자 노동3권 걸림돌…"뒤에는 MB가 있다"
 
화물연대와 대한통운은 전날 밤 늦게까지 최종 협상을 벌였지만 결렬됐다. 마지막 걸림돌은 합의서 서명 주체로 화물연대를 인정할 것인지 여부였다. 당초 원인이 됐던 대한통운의 계약 해지된 택배 기사 문제는 손쉽게 의견 접근을 이뤘다. 그러나 화물연대와 함께 나란히 서명하는 것에 대한 대한통운의 부담과 '그건 안 된다'는 노조의 원칙이 부딪히며 결렬된 것. 결국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 여부가 이번 사태 해결의 최대 걸림돌이 된 셈이다.
 
대한통운 측은 총파업 첫 날인 11일 "회사는 개인택배사업자의 원직 복귀를 보장했다"며 "화물연대가 일개 기업 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는 특수고용직 문제, 화물연대 인정 등 정치적인 차원의 요구를 확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교섭 주체로 화물연대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신 대한통운은 "계약해지자 대표를 서명 주체로 하자"고 말했다. 그러나 화물연대 역시 물러설 수 없는 부분이었다. 화물연대의 존립 여부가 달려 있는 상징적 사건이기 때문이다. 화물연대는 "그동안 14번의 교섭에서 서명 주체를 놓고 대립해 왔다"며 "대한통운이 화물연대와 대화하면서 서명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대한통운 이름을 한국통운이라고 바꾸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위원장 임성규)도 이날 성명을 내고 "대한통운이 화물연대를 교섭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 데는 이명박 정부의 반 노동정책이 작용하고 있다"며 "끊임없이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부정해 온 정부 때문에 합의서에 '화물연대' 네 글자를 못 넣겠다며 노동자를 파업으로 내몬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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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화물연대 조합원의 노동기본권 인정부터 (한겨레, 2009-06-11 오후 09:59:46)
 
이번 파업의 핵심 쟁점은 화물연대 조합원을 노동자로 볼 수 있는지 여부다. 화물연대는 자신을 노조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하지만,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물론 화물연대 조합원은 일반 노동자와는 다른 특성이 있긴 하다. 정부가 지적하는 대로 이들은 자신이 소유한 차량(생산수단)으로 대한통운 등 운송사업자와 계약해 사업을 하는 자영업자의 성격이 있다.
 
하지만 이들의 노동 현실을 보면 자영업자라기보다는 노동자의 속성이 훨씬 강하다. 사실상 사업자에게 완전히 종속돼 있고, 사업자와 운송료 협상 등에서도 절대적인 약자다. 운송료 인상을 요구하다가 계약해지된 조합원을 위해 투쟁하던 박종태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까지 했다. 이렇게 실제로는 사업자에게 종속돼 일반 노동자보다 훨씬 열악한 처지에 있는 화물연대 조합원을, 형식상 자영업자라고 해서 노동자의 기본권을 보장해 주지 않는 것은 불합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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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파업 ‘긴 싸움’ 조짐 (한겨레, 남종영 기자, 2009-06-14 오후 07:16:39)
정부 ‘노조 불인정’ 방침속 사쪽 재협상 안나서
조합원 참가율도 저조…화물운송 큰 차질없어 

 
전국운수노동조합(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총파업이 14일로 나흘째를 맞았지만 노사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게다가 정부가 화물연대 지도부 검거에 나서 파업 장기화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심동진 화물연대 사무국장은 “14일 밤 9시에 대한통운과 교섭을 벌이기로 제안했으나 답변이 없다”며 “대화에 진전이 없을 경우 물동량에 영향을 주는 파업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일 마지막 교섭에서 양쪽은 택배기사들의 복직 등 주요 사항의 합의에 이르렀으나, 합의서에 화물연대 명의를 쓸 것인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려 막판 협상이 깨졌다. 하지만 정부가 운수노조에 화물연대를 제명시키라고 시정명령을 내리는 등 ‘노조 불인정’ 방침을 확고히 하고 있어, 설사 협상이 재개되더라도 대한통운이 화물연대를 인정하지 않던 기존 태도를 바꿀지는 미지수다. 여기에 지난 12일 경찰이 김달식 화물연대본부장 등 지도부 5명의 검거에 나서, 협상 여지는 더욱 좁아진 상태다.
 
화물연대는 지난 13일 상경투쟁을 전격 취소하고 지역 거점망 위주의 투쟁 체제로 전환했다. 지도부가 수배를 받고 파업 참가율도 기대보다 높지 않아 대규모 집중투쟁이 효율적이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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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네 글자' 빼고 화물연대-대한통운 전격 합의 (프레시안, 여정민 기자, 2009-06-15 오후 12:14:40)
택배 기사 복직은 합의…고 박종태 씨 장례식은 20일
 
고 박종태 씨의 죽음을 계기로 촉발됐던 화물연대의 파업이 닷새 만인 15일 새벽 끝났다. 노사는 대한통운 택배 기사의 복직 등의 내용이 담긴 합의서에 이날 새벽 서명했다.
 
대부분의 내용에 의견 접근을 이루고도 결정적 파업 이유가 됐던 노측 서명 주체는 대한통운의 주장대로 '화물연대' 대신 '대한통운 광주지사 택배분회 분회장'이 나섰다. 비록 '화물연대'라는 이름은 빠졌지만, '택배분회'라는 화물연대 조직 체계의 대표가 합의서에 서명함으로써 노사 모두 적절한 선에서 타협한 셈이다. 화물연대의 집중 타깃이 된 데 대한 대한통운의 부담과 낮은 파업 참여율로 인한 노조의 부담이 맞물려 도출된 결과다.
 
이번 합의를 둘러싼 갈등을 통해서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 기본권 인정은 더욱더 요원하게 되었다. 이명박 정부의 반대 입장을 재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 탓에 앞으로도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조 활동을 둘러싼 갈등이 언제든지 반복될 수 있다.
 
양측은 이번 합의를 통해 박 씨의 죽음의 원인이 됐던 택배 기사 38명은 해고 이전의 근무 조건으로 복직하기로 하고, 대한통운은 이들에게 일체의 불이익을 주지 않기로 약속했다. 또 양측은 일체의 민·형사상 고소·고발과 가처분 신청 등을 취하하기로 했다. 고 박종태 씨의 유가족 보상 및 계약 해지된 노동자의 그간 임금도 대한통운이 보전해 주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미뤄왔던 박종태 씨의 장례식은 사망 50일을 넘긴 오는 20일 치러질 예정이다. 계약 해지됐던 택배 기사들은 장례식 이후 일주일 안에 다시 일터로 돌아간다.
 
이날 합의로 지난 4월 30일 스스로 목을 매달아 숨진 박종태 씨의 유지는 어느 정도 실현됐다. 파업 5일 만에 전격적으로 합의서를 도출한 것이다. 그러나 이날 나온 합의서의 내용은 사실 이미 지난 10일 교섭에서 다 나왔던 것이었다. 당시 교섭 결렬의 이유는 대한통운이 "합의서에 화물연대 이름을 넣을 수 없다"고 주장했기 때문이었다. 5일의 파업 이후 화물연대는 거의 똑같은 합의서에 도장을 찍었다.
 
"화물연대와 합의할 수 없다는 대한통운의 뒤에 특수고용 노동자의 기본권을 부정하는 이명박 정부가 있다"던 화물연대가 결국 이름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여러 '악조건' 때문이다. 지난해와 달리 이번 파업은 화물 노동자 전체의 생계와 관련된 이슈가 아닌 한 사업장의 문제였다. 파업 참여율은 당연히 낮았고, 이는 노조에도 고스란히 부담이 됐다. 장기전이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이다. 때문에 "현실적 타협안이었다"는 평가다.
 
다만 주목해야 할 것은 이번 사태 전개 과정에서 '사소한' 지점에서 물러서지 않았던 대한통운의 뒤에는 현 정부의 정책 기조가 버티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대한통운은 끝내 고집을 꺾지 않았다. 이를 놓고 김성희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정부가 화물연대의 합법적 활동을 인정할 뜻이 없다는 것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성희 소장은 "이번 파업에서도 특수고용 노동자의 기본권 보장은 마지막 걸림돌이 됐던 만큼 향후 똑같은 일이 다시 발생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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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장정합의안 76.5% 가결, 업무복귀 (참세상, 안보영 기자, 2009년06월15일 13시09분)
"특수고용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 투쟁 지속"
 
화물연대와 대한통운 교섭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해 통과됐다. 조합원 총투표는 15일 오후 1시께 마무리됐고 76.5% 찬성률로 가결됐다. 화물연대는 15일 새벽 6시께 대한통운과 최종 교섭을 타결, 잠정합의안을 작성했다. 이에 6월 14일 고속도로 시위를 거쳐 주요 물류 거점투쟁을 위해 대기 중이던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투쟁본부 지침에 따라 오전 8시부터 각 지부별 총회장소로 이동하여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화물연대는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파업 종결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의 근본원인이며, 열사의 염원인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조속한 법, 제도마련을 정부에 다시 한 번 촉구하며, 이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계속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화물연대 총파업이 6월 15일 오전 11시부로 종료됨에 따라 전 조합원들은 업무에 복귀하게 된다. 고 박종태씨 장례는 열사대책위 및 유족과의 논의를 거쳐 장례절차와 일정을 확정해 진행할 계획이다. 화물연대는 "특수고용노동자의 현실을 온 몸으로 보여주었던 고 박종태 열사의 죽음과 열사투쟁에 대해 깊은 관심과 지지를 보여주셨던 국민 여러분과 네티즌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 드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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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또 한 사람이 갑니다" (프레시안,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 2009-06-21 오후 2:37:28)
[박종태를 보내며] 우리가 그것을 알았다면…
 
여기 또 한 사람이 갑니다.
살고 싶었으나, 열 살, 여덟 살 새끼들 끼고 남들처럼 살고 싶었으나 그럴 수 없었던 한 사람이 갑니다. 마누라한테 괜찮은 사람으로 인정받으며 오래오래 함께 살고 싶었으나 그걸 할 수 없었던 한 사람이 갑니다.
 
동지들을 져버릴 수 없었던 엄청난 죄를 짓고 한 사람이 갑니다. 피가 흐르는 손으로도 꽹과리를 치던 상쇠 그 무거운 책임감이 굴레가 되어 한 사람이 갑니다. 약속이 헌신짝 보다 쉽게 버려지는 나라에서 약속을 지키라고 우직하게 외쳤던 한 사람이 갑니다.
 
78명이나 되는 생목숨이 해고당했는데 1인시위 마저 철저하게 가로막힌 그 절망의 벽을 죽어서야 훨훨 넘어선 한 사람이 갑니다. 78명이나 되는 노동자가 짤렸는데 변변한 집회 한 번 되지 않는 관성의 벽을 몸뚱아리 내던져 깨고자 했던 한 사람이 갑니다.
 
기를 쓰고 살고 싶었으나 끝내 살 수 없었던 박종태 동지가 갑니다. 평범하게 살기가 가장 힘든 나라에서 특별하지 않은 사람. 박종태 동지가 이제 영영 갑니다.
 
그냥 농사나 짓고 살게 내버려뒀으면 그렇게 제명대로 살았을 전직 대통령이 죽고 조문객이 수백만이 줄을 섰다는데 대전의 빈소는 텅 비었다는 유인물을 읽은 날. 남원엘 다녀왔습니다. 박종태 동지를 처음 만났던 남원 시외버스터미널. 터미널은 그대로였고 약국도 그대로였고 매표소도 그대로였고 아무렇게나 자란 참외 몇 알을 놓고 오고가는 사람들을 쳐다보는 노인네들의 시든 눈빛도 그대로인데 남루한 터미널을 가로등처럼 밝히던 환한 웃음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우리가 지났던 연수원 가는 길을 택시를 타고 가는데 그때 우리가 한 시간 반 남짓한 길을 오가며 수많은 얘기들을 나눴을 텐데 왜 하필 그 말이 깨진 소주병처럼 박혔는지 모르겠습니다. 노동조합 하면서 딴 건 힘든 게 없는데 아이들이랑 자주 못 놀아 주는 게 젤로 미안하단 얘기. 팔불출처럼 들리것지만 우리 애기들이 참 겁나게 이쁘단 얘기.
 
그 아이들을 두고 어찌 가셨습니까. 아빠가 이 세상에서 최고로 좋다는 그 아이들을 놓고 차마 어찌 가셨습니까.
 
박종태 지회 동지 여러분. 죄송합니다.
그동안 가만히 앉아서 택배를 보내고 받으면서 거기에 얼마만한 땀이 실려 있는지 미처 몰랐습니다. 택배를 부치면 당연히 가는 거라고만 생각했지 그 당연한 일을 위해 얼마만한 노동이 배어있는지도 몰랐습니다. 920원 생명이 실린 무게라는 것도 몰랐습니다. 무거운 박스를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택배 노동자들을 보면서도 물 한잔 떠드리지 못했습니다.
 
물건을 던지듯 놓고 깍듯한 인사도 없이 바람처럼 뛰어가는 당신들을 보면서도 불친절을 탓하기만 했지, 그래야 생존이 지켜진다는 사실도 그때는 몰랐습니다. 늦은 시각 택배를 받은 날은 무례함을 탓하기만 했지, 당신들도 그 시간이면 새끼들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인간이라는 것도 까맣게 몰랐습니다. 명절날 고향 가는 기차 안에서 택배라는 전화를 받고 "고향 가는 길인데 어쩌라구요", 퉁명스럽게 내뱉을 줄이나 알았지, 당신들에게도 간절히 돌아가고 싶은 고향이 있을 거라는 사실도 몰랐습니다.
 
다른 집 아이들은 손자들 손잡고 오는데 밤이 늦도록 오지 않는 아들을 목 놓아 기다리는 늙은 부모님이 계실 거라는 것도 몰랐습니다. 우리가 지불하는 택배비 몇 천원 중에 당신들에게 돌아가는 몫이 920원이라는 것도 몰랐습니다. 그 돈으로 세금내고 기름값 내고 새끼들 키우고 그렇게 다리가 후들거리도록 허덕거려야 생존이 유지된다는 것도 몰랐습니다.
 
그걸 알았다면 박종태 동지가 살았을 거 아닙니까. 그걸 알았다면 그 아까운 사람이 그렇게 죽진 않았을 거 아닙니까. 그렇게 살았던 78명이 짤렸는데 아무 것도 안하진 않았을 거 아닙니까. 체포영장이 떨어진 박 지회장이 해고자들 몇 명만 서글프게 집회하는 걸 지켜보다가 끝내 목을 매진 않았을 거 아닙니까. 경찰들에게 피터지게 끌려가는 동지들의 모습이 이 세상에서 본 마지막 풍경이진 않았을 거 아닙니까. 우리가 함께 싸웠다면 그가 목숨을 바치지 않아도 78명 동지들 복직되었을 거 아닙니까.
 
목숨을 바치고야 얻어낸 78명의 복직. 그 일이 끝내 사람을 죽이고야 되는 일이었습니까. 사람을 죽이고야 이루어질 만큼 그게 그렇게 힘든 일이었습니까.
 
박종태 지회 동지 여러분. 박종태라는 이름을 평생 가슴에 품고 살아야 할 동지들. 지회장을 잃고 조직을 얻은 동지 여러분. 세상에서 가장 긴 52일을 보낸 동지 여러분. 52일 동안 제대로 울 수도 없었던 동지 여러분. 지회장이 목숨보다 사랑했던 동지 여러분. 혜주와 정하, 그리고 하수진 동지를 지켜주십시오.
 
그리고 혜주야.
네 이름을 써놓고 몇 시간을 그저 들여다보기만 했다. 다 큰 어른들도 받아들이기 힘든 일을 열 살짜리 너에게 설명하는 일은 생각보다 막막했다. 한 번만이라도 아빠를 보고 싶다는 열 살짜리 너에게 더 이상 아빠를 볼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하는 일은 이렇게 구차하고 죄스럽다. 50년 산전수전 인생살이 중에 가장 곤혹스러운 건 남겨진 아이들에게 아빠의 부재를 설명하는 일이다. 몇 번을 겪은 일임에도 겪을 때마다 이름이 더해져 무겁고 아프다.
 
준하라는 아이가 있단다. 올해 열세 살이니 너한텐 오빠겠구나. 그 아이의 아빠도 네 아빠처럼 정의롭고 따뜻한 사람이었다. 네 아빠처럼 준하의 아빠도 아이들 얘기를 할 때면 눈이 빛나고 표정이 들뜨곤 했단다. 네 아빠처럼 많은 노동자들을 책임진 지회장이도 했단다. 그 노동자의 생존이 위협을 당할 땐 자기 목숨을 던져서라도 지켜내야 하는 사람이었단다.
 
잘 돌아가던 회사가 갑자기 수백 명의 노동자를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해고했고 네 아빠가 그랬듯이 준하의 아빠도 싸웠단다. 집에도 못 들어가고 싸워서 마침내 합의를 했지만 그 약속을 회사가 어겼다. 네 아빠가 그날 그 언덕을 올랐듯이 크레인엘 올라갔고 준하의 아빠도 그 위에서 다시는 내려올 수 없었다.
 
혜주야.
세상에 태어나 십년도 못난 너희들을 상주를 만들어야 하는 게 너무 부끄럽고 미안해. 열 살, 여덟 살짜리가 겪기엔 너무 낯설고 힘겨운 일을 이렇게 겪게 해서 정말 미안하다.
 
네 아빠처럼 정의로운 사람이 살기엔 세상엔 잘못 된 일이 너무 많단다. 불의한 권력에 억눌려 아무도 말하지 못할 때 혼자 일어나 외치는 용기 있는 자들에 의해 그나마 우린 인간일 수 있었다. 불이익이 두려워 모두 눈감아 스스로 어둠이 될 때 목숨을 횃불로 밝혀 온 정의로운 사람들에 의해 역사는 이만큼이라도 왔단다. 네 아빠 같은 사람들을 징검다리처럼 디디며 민주주의라는 피의 강을 또 이렇게 건너간다.
 
혜주야.
어느 날 꿈에라도 아빠가 오시걸랑 따듯하게 웃으며 맞아드리렴. 아빠가 마지막까지 품고 갈 네 그림처럼 네 옆엔 언제나 아빠의 자리를 놓아두렴. 자신의 목숨을 바쳐 수많은 사람을 살린 아빠의 자식답게 씩씩하고 건강하거라.
 
박종태 동지.
사소한 기억마저 두고두고 아프겠지만 당신이 있어 행복하고 든든했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박종태 동지 편안히 잘 가요. 당신의 동지였음이 부끄럽지 않도록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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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한숨, 담배연기로 떠나보내며 (레디앙, 2009년 06월 20일 (토) 23:28:48 이은영 기자)
[고 박종태 지회장 장례식] 숨진 지 52일만에…망월동에 묻혀 
 
고인의 아내 하수진 씨는 추모객들을 향해 “남편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다”며 “전체 조합원이, 동지들이 의리를 지켜줘 고맙다”며 인사말을 전했다. “고생하셨습니다. 하지만 투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세상이 바뀌지 않는 한,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세상이 되지 않는 한, 남편을 가슴에 묻고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남편을 기억하는 그날까지 여러분의 사랑과 의리도 기억하겠습니다. 남편이 가는 마지막 길이 외롭지 않게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날 영결식에서는 화물연대 지도부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일부에서 흘러나왔다. 일부 조합원들은 헌화에 나선 지도부를 향해 “헌화 하지 마십시오”, “박종태 열사 앞에 사죄하십시오”라며 항의했다. ‘조금 더 빨리 연대했다면 고인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죄책감과, 전면파업까지 단행했음에도 ‘화물연대’ 이름을 내줘야 했던 수모, 대한통운이라는 한 사업장을 타깃으로 한 투쟁이었기에 저조했던 파업 참여율. 지도부의 전술 실책에 대한 비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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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명이 일터로 돌아가는 일, 그리 어려운 일이었나요?" (프레시안, 여정민 기자(대전), 2009-06-21 오후 2:37:18)
[현장] 사망 50여일 만의 통곡의 박종태 영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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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22 04:00 2009/06/22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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