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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기사] 폴 크루그먼 미래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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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제연구원에서  폴 크루그먼의 책이 번역되어 나왔다. 이 정도는 자본도 허용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의미일까? 아직까지는 이에 대한 서평도 머니투데이나 매일경제와 같은 경제신문에서 나왔다.
 
프레시안에 실린 윤효원의 서평은 예외이다. 윤효원은 자신의 칼럼에서 장문의 글을 통해 폴 크루그먼의 눈으로 정리된 미국 경제사와 미국 자유주의 진영에 주는 충고를 요령있게 서술하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이 나온 배경 또한 배리 골드워터에 대응하기 위한 것임을 밝히고 있는 것도 흥미롭다.
 
며칠 전 서점에 갔다가 크루그먼의 이 책이 있길래 앞부분을 읽어보고 나중에 차분하게 읽어보리라 맘을 먹었다. 학교 도서관에서 빌리려 했더니 이미 대출중이던가.
 
이 책이 번역되어 나온 것과 함께 신자유주의에 비판적이면서도 폴 크루그먼과는 또 다른 시각을 보여주는 장하준 교수의 책 [다시 발전을 요구한다]도 번역되어 나왔다. 이 양자를 비교해서 보는 독서도 흥미로울 것이다.
 
참고로, 이 책에서는 자유주의를 진보주의로 번역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용어의 용례상 진보주의로 번역하는 것이 적당하다는 것이다. 나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급진적인 대안이라고 하더라도 자본주의의 틀 안에 머물 수밖에 없는 자유주의가 좌파를 밀어내고 진보의 자리를 차지한 것은 아니지 싶다. 아무튼 읽어봐야지.
 
[폴 크루그먼 미래를 말하다]의 서평 뒤에 미국에서 부의 불균형이 커져서 1988년 이후 19년 사이에 상위 1% 부자들의 소득비중이 최고에 달한하며, 그 결과인지 모르겠지만 경제혼란 속에서 미국이 규제시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WSJ의 기사를 정리한 경향신문, 연합뉴스의 기사를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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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양극화, 극복 해법은 뭔가 (머니투데이, 백경숙 리브로MD | 07/02 12:27)
[머니위크]폴 크루그먼 미래를 말하다
 
세계지성 49위에 빛나는 미국의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 교수는 미국의 과거와 현재를 분석하며 경제위기에 빠진 미국이 풀어가야 할 미래에 대한 해결책에 대해 <폴 크루그먼 미래를 말하다>를 통해 의견을 밝혔다. 극심한 빈부차의 해결방안으로 미국 내 '국민의료보험 제도의 완성'을 지목한 것이다. 그가 주장하는 국민의료보험이 미국의 경제 양극화문제를 전부 해결할 수는 없다. 다만 국민의료보험이 성공한다면 앞으로 진보주의자들이 미국의 불평등을 고치는 더 광범위하고 어려운 임무에 눈을 돌릴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무엇보다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소로 '정치'를 주목하고 있다. 부의 재분배를 거부하는 보수주의자들이 사회보장제도의 기반을 흔들자 2004년 이후 미국 경제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됐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의 수백만의 중산층 가정들은 사치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녀에게 기회를 마련해 주려고 어쩔 수 없이 빚을 지고 있다. 결국 보수주의운동이 소수의 부유한 엘리트집단에게 이익이 되는 근본적으로 반민주주의적인 목표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미래를 결정할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는 현 시점에서 1920~1950년대 부유층과 노동자 계급의 차이가 급격히 줄어들었던 이른바 뉴딜정책기의 '대압착' 시대를 주목했다. 부자에 대한 세금을 강화하고 노동조합이 부활한 결과 하층계급으로의 소득과 부의 재분배는 물론이고 미국 역사상 가장 큰 호황을 가져왔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사회 안전망 확충, 국민의료보험제도 도입 등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개입을 강조했던 존 메이너스 케인스의 방법론만이 경제 양극화의 늪에 빠진 미국을 구해줄 것이라고 이 책은 말한다.
 
양극화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민영의료보험 확대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는 요즘 폴 크루그먼의 '미래를 말하다'는 오늘날 한국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이 책은 미국을 선진국으로 만들어 준 독립전쟁과 남북전쟁, 그리고 20세기 중반에 일어났던 미국경제체제 개혁을 통해 선진사회는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의도적인 노력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임을 깨닫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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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양극화가 소득 불균형 키워 (매일경제, 성철환 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 2008.07.16 09:54:26)
[서평] 미래를 말하다  
 
진보와 보수의 싸움은 어느 시대나 있게 마련이다. 평등을 지향하는 진보는 경제성장을 희생시키는 비용을 초래하기 십상이다. 자유시장경제의 효율성을 중시하는 보수는 불평등과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국가가 어떤 정책 노선을 추구하는 것이 국민의 삶의 질 측면에서 바람직한 것일까.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쓴 ‘미래를 말하다’는 미국 경제 사례를 통해 이런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 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중산층 중심의 사회였다.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소득이 늘어난 미국인들은 도시 빈민가와 농촌의 가난에서 벗어나 자신의 집을 소유하고 전에 없이 안락한 삶을 누렸다. 경제적 공동체 의식이 두드러진 시대였다. 두꺼운 중산층이 뒷받침하는 상대적으로 평등하고 평온한 상태가 지속된 때이기도 하다.
 
이런 전후시대의 평등은 점진적으로 이뤄진 게 아니다. 1930년대와 40년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같은 진보주의자들이 미국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소득 불평등을 현저히 개선시킨 덕분이다. 경제 사학자인 클라우디아 골딘과 로버트 마고는 이를 ‘대압축(Great Compression)’이라 불렀다. 요즘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양극화와 대조되는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사회보장제도와 실업보험을 근간으로 한 뉴딜정책이 그 근저에 있었다. 대압축 시대는 소득분배 결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에 대비되는 사회적 제도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생생한 예다. 
 
현재 미국 경제는 전후 경기호황의 종지부를 찍었던 1973년보다 분명히 발전했다. 그러나 전반적인 미국 경제성장의 혜택이 보통 사람들에게까지 돌아갔는지는 의문이다. 생산성 향상이 노동인구에게 똑같이 분배됐다면 현재 일반 노동자의 소득은 70년대 초에 비해 35% 정도 향상돼 지금보다 훨씬 높아졌을 것이다. 극심한 소득 불균형은 심각한 사회 불균형으로 이어진다. 중산층의 빚이 늘어난 것은 결코 사치스런 생활 탓이라고 볼 수 없다. 점점 더 불평등해지는 사회에서 자신의 자녀들에게 좀 더 나은 기회를 마련해주려 좋은 학군에 무리해서 집을 사려는 현상이야말로 중산층의 살림을 쪼들리게 만든 근본 요인이다.
 
크루그먼이 국민의료보험제도 도입을 역설한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미국은 주요 선진국 중 유일하게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 제공을 국민들에게 보장하지 않는 국가다. 보험회사, 의료법인, 제약회사 등이 막강한 로비력으로 국민의료보험제도 도입을 막아서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1인당 의료비 지출이 주요 선진국 중 가장 큼에도 기대수명은 가장 짧은 것이 바로 이런 상황 탓이라고 볼 수 있다. 건보공단 민영화설에 우리 국민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게 무리가 아니다.
 
크루그먼의 주장에 무조건 동조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진보냐 보수냐의 싸움보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 최선책을 찾는 일이 훨씬 중요하다는 점은 누구든 반대할 명분이 없다. 특히 정치적인 양극화가 경제적 불평등을 키우고 국민의 삶의 질을 떨어트렸다는 크루그먼의 지적은 깊이 성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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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망하지 않으려면 이 두 가지가 필요해" (프레시안, 윤효원/ICEM 코디네이터, 2008-07-27 오후 3:51:00)
[노동과 세계]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이 말하는 '미래' 
 
  미국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이 쓴 <미래를 말하다>를 읽었다. 원래 제목은 <진보주의자의 양심(The Conscience of a Liberal)>인데, 현대경제연구원의 연구원인 번역자가 <미래를 말하다>로 의역했다. 영문판 <진보주의자의 양심>이란 제목은 애리조나 출신의 5선 상원의원이자 급진 보수주의의 대표적 지도자였던 배리 골드워터가 1960년 낸 <보수주의자의 양심>을 빗댄 것이다. 보수주의 활동가 레오 브렌트 보젤이 대필했던 <보수주의자의 양심>은 교육, 노조, 시민권, 농업 보조금, 사회복지, 소득세에 걸쳐 보수주의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미국 보수주의 운동의 주요 문건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다.
 
  제목을 둘러싼 곡절에서도 알 수 있듯이, <미래를 말한다>는 노조, 시민권, 사회복지, 소득세에 대한 미국 진보주의 진영의 입장을 담고 있다. 크루그먼 자신은 경제학자지만 이 책은 역사책에 가깝다. 20세기 미국의 정치사, 경제사, 사회복지사, 건강보험사, 노조운동사에 관심 있는 이라면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미국 황금 시대의 동력: 공화당의 좌경화 
  이 책에서 크루그먼은 1930년대 말 뉴딜 정책에서 태동해 1950년~60년대에 전성기를 누린 미국의 황금시대를 가능케 한 원인을 파고든다.  
  "경제적으로 균등했던 미국은 정치적으로도 중도 노선을 지켰다. (…) 공화당은 뉴딜정책의 성과를 되돌리려 더 이상 애쓰지 않았으며, 꽤 많은 공화당 의원이 메디케어(연방정부가 운영하는 65세 이상 고령자용 건강보험)를 지지하기도 했다. 초당적 제휴가 정말로 의미 있던 시절이었다."
 
  크루그먼이 주목하는 '초당적 제휴'의 역사적 실체는 민주당의 우경화가 아니라 공화당의 좌경화였다.  
  "(90년대 들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경제적인 이슈에서부터 복지와 세금에 이르기까지 분명 지미 카터뿐 아니라 리처드 닉슨보다 더 보수적인 정책을 펼쳤다. 반면에 공화당은 확실히 더 우파적인 성향을 보였다. (…그 결과), 미국의 소득분배 격차가 심해지면서 극소수 엘리트 집단이 나머지 집단과 분리되었다."
 
  그는 정치학자 놀러 매카티, 키스 풀, 하워드 로젠탈의 연구 결과(Polarized America: The Dance of Ideology and Unequal Rights, MIT Press, 2006)를 인용한다.  
  "공화당이 진보적이 되어 민주당과의 의견 차를 좁히면 소득 격차가 줄고, 1950~60년대에 보았던 것과 같은 초당적 제휴가 이뤄진다. 그러나 공화당의 우파 성향이 강해지면 오늘날과 같이 양당의 양극화가 깊어지고 소득 격차도 확대된다."
 
  뉴딜 정책 : 부자에게 뺏어 노동자에게 나눠주기 
  미국의 부자들에게는 악몽기였지만 보통 사람들에게는 황금시대였던 50~60년대에 이뤄졌던 평등화에 주목하면서 크루그먼이 강조하는 것은 경제가 아니라 정치다.  
  "뜻밖에도 평등화에 대한 연구가 상세히 이루어질수록, 객관적인 시장의 힘에 대한 점진적인 반응이 아니라 정치적인 힘의 균형이 달라지면서 급작스런 변화가 온 것처럼 보인다."
 
  크루그먼은 1940년대와 50년대에 최고 부자들의 소득이 급감했다고 지적하면서 다음과 같이 덧붙인다.  
  "경제적 엘리트 집단이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현상은 천천히 진행된 것이 아니라 아주 갑자기 일어났다. 부자들의 소득이 급감한 이유는 바로 '세금' 때문이었다."
 
  기업 이익에 대한 연방정부의 세금이 1929년에는 14%도 안 됐지만, 1955년에는 45%까지 올랐다. 상속세의 상한율은 20%에서 45%로, 그리고 60%, 70%, 결국 77%까지 올랐다.  
  "1920년대에는 부자들에게 세금이란 중요한 요소가 아니었다. (미미한 세율로) 부자들은 자신들의 왕국을 유지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 (…) 하지만 뉴딜 정책은 실제로 그들의 소득을 상당부분, 어쩌면 거의 전부를 세금으로 거두어갔다. 상류층이 프랭클린 루즈벨트를 배신자라고 생각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정치권은 기업과 부자에 대한 세금을 올리는 법률적 조치를 취했고, 그 결과 미국 역사상 가장 평등한 번영 시대가 열렸다. 우리에게 익숙한 논리로 설명하면, '선성장 후분배'라는 경제 논리를 배격하고 정치적 결단에 의해 '선분배' 정책을 추진하니 '후성장'이 경제적으로 가능했다는 것이다.
 
  육체 노동자와 노조의 전성기 
  크루그먼은 1950~60년대의 황금시대를 1920~30년대의 '대공황(the Great Depression)'에 빗대어 '대압착(the Great Compression)'이라고 부른다. 19세기 후반과 20세 초반에 이뤄진 엄청난 빈부격차가 이 시기에 "압착"되어 미국 역사상 가장 평등한 사회가 되었다. 이 시대의 최대 희생자는 부자였고, 최대 수혜자는 육체 노동자였다.
 
  "대압착 이후 1940년대 중반에서 1970년대 중반에 이르는 30년은 육체 노동자의 황금기였다. (…) 그들의 지위도 물론 상대적으로 높았다. 아주 좋은 직장을 가진 육체 노동자들은 대졸학력 전문직 종사자와 거의 같거나 더 높은 보수를 받았다."
 
  진보적인 정부 정책이 노동조합운동의 부활에 큰 힘이 되었다. 1935년 루즈벨트 정부와 민주당이 지배하던 연방의회는 일명 '와그너 법(Wagner Act)'으로 불리는 전국노동관계법을 통과시킨다. 루즈벨트 정부의 개혁입법에 사사건건 위헌판결을 내리며 노사 갈등과 분배 문제에서 기업과 부자의 입장을 대변해오던 연방대법원도 1930년대 후반 들어 대법관 구성이 변하면서 와그너법을 비롯한 개혁입법을 합헌으로 판결하기 시작했다. 이로써 민간부문 노동자들에게 노조결성, 단체교섭, 파업 같은 노동권이 보장되었다. 또한 전국노동관계위원회가 설립되어 고용주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조사와 처벌이 가능해졌다.
 
  "(그 결과) 노조가 노조원들의 평균임금을 인상하면서 간접적으로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비슷한 처지의 노동자 임금도 소폭이지만 인상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노조가 없는 회사의 고용주들이 노동자들의 노조 가입을 막으려고 임금인상을 실천했기 때문이다. (…산별) 노조는 최고임금을 받는 노동자들보다는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의 임금을 더 많이 올리기 위한 협상에 중점을 둠으로써 육체 노동자 간의 소득격차도 줄이는 역할을 했다."
 
  여기에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외부 요인이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제1차 세계대전에 이어 국가전시노동위원회가 부활했고, 정부가 노사 간의 분쟁 중재뿐만 아니라 민간기업의 임금인상률까지 감독하게 되었다. 위원회는 직종별 급여수준을 정해놓았고, 기업 간 임금 격차를 줄이는 조치를 취했다. 그 결과 위원회의 임금 기준이 산업간, 그리고 산업 내부의 임금을 "압착"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와그너법의 진보적인 내용은 1947년 만들어진 노사관계법, 일명, 태프트-하틀리 법(Taft-Hartley Act) 때문에 타격을 입게 되고, 이후 노조운동 역시 약해진다.
 
  "(어쨌거나) 중산층 중심의 미국사회는 천천히 발달한 것이 아니라 뉴딜 정책의 입법화, 노조 활성화,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임금 통제를 통해 아주 짧은 기간 동안 세워진 것이다."
 
  미국의 노조운동이 놓친 것들 
  1950년대의 미국은 노동조합운동이 왕성한 나라였다. 비농업 노동자의 30%가 노조원이었다. 하지만, 두 가지 점에서 미국 노조운동은 쇠퇴의 징후를 갖고 있었다. 크루그먼은 국민건강보험의 부재와 노조 조직률의 지역 간 편차로 설명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서유럽 국가들은 사회복지국가로 변모했고, 특히 의료제도의 국영화나 공영화는 시대의 대세였다. 영국의 무상의료제도인 국민건강서비스(National Health Service)가 가장 대표적이다.
 
  하지만, 미국 노조운동은 사회복지가 아닌 기업복지에 집중했다. 거대 산별노조들은 민간기업에 의료보험을 제공하라고 요구했다. 그 대표적인 계기가 1949년 전미자동차노조와 GM이 체결한 이른바 "디트로이트 협약"이었고, 이것이 50~60년대 거대노조와 거대기업 간의 협약을 기반으로 하는 미국 단체협상의 모델이 되었다.
 
  "(그 결과) 1960년대 미국인 대부분은 의료보험에 가입되어 있었고, 다수는 장애보험, 실업수당과 퇴직수당을 보장받았다. 그러나 이 모든 보장은 정부가 아니라 고용주인 민간 기업이 제공하는 것이었다. 미국에서 복지제도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다른 서유럽 국가들만큼이나 컸지만, 상대적으로 정부보다 민간기업의 지출에 의존하는 부문이 훨씬 높았다."
 
  기업복지의 한계 
  무상교육과 무상의료를 추진하던 서유럽에서는 국가가 사회복지로 제공하던 교육비, 병원비, 연금 따위가 미국에서는 기업복지로 제공되었다. 기업복지는 종업원을 위한 비용으로 인정되어 노사 모두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었다.
 
  문제는 정치와 경제의 황금기가 지난 다음에 일어났다. 기업의 상황이 나빠지면서 규모가 작은 기업들부터 종업원과 그 가족 (심지어는 퇴직자와 그 가족을 위한) 기업복지제도에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 경제 상황의 악화와 노조운동의 약화가 맞물리면서 기업복지에 기반을 둔 미국의 의료보험제도는 위기상황으로 치달았다. 기업과의 고용관계 단절은 노동자의 삶을 어렵게 만들었다. 이러한 위기는 1970년대 미국 보수주의 정치운동의 부활과 맞물렸다.  
  "1970년대 들어서면서 공화당이 다시금 부유층에 대한 과세에 반대하고, 중산층과 빈곤층을 위한 복지에 반대하는 정당으로 거듭나면서 이를 실현시키려고 무슨 짓이든 할 태세를 갖추었다."
 
  급진적 보수주의, 즉 시장근본주의(market fundamentalism)가 득세하면서, 사회보장제도를 민영화하고 최저임금제를 폐지하며 노동부와 교육부 같은 연방정부기관도 없애야 한다는 극단주의가 공화당을 비롯한 정치권에 영향을 미쳤다. 이 무렵 미국기업연구소(AEI), 헤리티지재단, 맨해튼연구소, 케이토연구소, 허드슨연구소 같은 보수주의 운동의 싱크탱크들이 활약하며 극단주의를 선도했다.
 
  빈익빈 부익부의 심화 
  오늘날의 미국은 선진국 가운데 국민적인 공공의료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은 유일한 나라가 되었다. 소득세 최고한계세율도 1970년대 초 70%에서 지금은 35%로 줄어들었다. 1930년대 CEO와 정규직 노동자들의 연봉은 40배 차이가 났는데, 2000년대 초에는 367배가 넘었다. 저임금을 받는 서비스 부문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30년 전에 비해 하락했다. 경제적 이득을 전 국민이 공유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미국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부가 넘쳐나지만, 그 혜택은 극소수가 누릴 뿐 대다수의 삶은 힘들다.
 
  "미국인의 평균소득도 상당히 높아졌다. 그러나 평균소득이 실제로 사람들이 얼마나 버는 지를 알려주는 것은 아니다. 만약 빌 게이츠가 어떤 술집에 들어가면 그 술집 고객의 평균재산은 급상승할 것이다. 그렇다고 그 술집에 이미 앉아 있던 고객들이 실제로 더 부자가 된 것은 아니다."
 
  비효율과 낭비의 극치인 민간의료보험 
  크루그먼이 진보주의 운동의 재구성을 위해 제안하는 의제는 전국민건강보험의 도입이다. 미국인의 4분의 1이 의료보험에서 소외되고 있다. 그러고도 2004년 미국 정부의 1인당 의료비 지출은 6102달러로 무상의료를 제공하는 영국의 2508달러의 두 배를 훨씬 넘었다. 그만큼 비효율적이라는 말이다. 보험적용을 받더라도 안심하진 못한다. 민영보험사의 수지타산에 도움이 안 되는 환자는 솎아지거나 의료비 지불을 거절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현재 의료체계에서는 수백만의 사람들이 보험을 거부당하거나 터무니없는 보험료를 부담해야 한다. (…) 2006년 한 가족당 연평균 의료보험료는 1만1천 달러(1100만 원) 이상이었다."
 
  민간보험사는 이윤을 창출하는 회사이지 시민들의 의료비를 지원하는 조직이 아니다. 따라서 보험회사의 이익은 의료비는 되도록 지불하지 않고 보험료만 거두어야 커질 수 있다. 실제로 보험사들은 환자에게 들어가는 치료비를 '의료손실'로 표기한다.  
  "(65세 이상 노인을 위한 연방정부의 공공건강보험인) 메디케어는 재원의 2%만을 관리비 명목으로 지출한다. 민간보험사의 경우에는 관리비용이 15%에 이른다. (…) 이 비용은 민간보험사의 행정비용을 포함하지 않은 것이다. (…) 여기에는 의료비 지급을 담당하는 많은 인력을 고용함으로써 발생하는 추가적인 비용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보험사가 환자와 병원에 의료비 지불을 거부할 명목을 찾기 위해 고용한 인력(이들은 환자의 병력을 뒤져 보험사에 미리 밝히지 않은 병력이 있는지 찾는다), 그리고 보험사의 치료비 지불 거부에 맞서기 위해 병원이 고용한 인력, 관련한 법정 분쟁에 들어가는 비용은 미국 정부가 국민의료보험제도를 운영한다면 발생할 리 없는 비용들이다. 국가의 통제를 받지 않고 '시장 법칙'에 의해 날로 올라가는 의료비는 보험료 인상을 부추겼고, 보험료 부담에 허덕이는 기업이 의료보험을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늘었다.  
  "그 결과 2001년 직장에서 운영하는 민간의료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미국 노동자는 65%였던데 반해, 2006년에는 그 수치가 59%로 떨어졌다."
 
  진보주의의 최종 목표, 노조운동을 되살리는 것 
  크루그먼의 전략은 사회보장제도가 뉴딜을 대표한 것처럼 국민의료보험제도가 성공하게 된다면, 사회는 어려운 사람을 도와야 한다는 개념을 확산시킬 수 있고, 그렇게 된다면 미국의 불평등을 고치는 더 광범위하고 어려운 임무로 눈을 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1960년대에 미국인 대부분은 '거의 모든 사람들은 믿을 만하다'라는 명제에 동의했다. 지금은 대부분 이 명제에 동의하지 않는다. 1960년대 미국인 대부분은 정부가 '모두의 이익을 위해' 국정을 운영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지금은 대부분 '소수의 거대 이익집단을 위해' 국정을 운영한다고 믿는다. 불평등의 확대가 우리 사회에 냉소주의가 만연해진 이유라고 믿을만한 충분한 근거가 있다."
 
  사회 불안을 악화시키는 불평등을 제거하기 위해 크루그먼은 부자를 위한 세금 감면 제도를 폐지할 것, 누진세를 강화할 것, 탈세를 막을 것, 최저 임금 제도를 강화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더불어 그는 노조운동을 되살리는 것이 진보주의자의 최종 목표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캐나다의 경제는 미국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지만 임금 불평등의 증가폭이 상당히 작게 나타났는데, 강력한 노동운동이 지속된 것이 주효한 것 같다. 노조는 임금 분포에서 중간을 차지하는 조합원들의 임금을 올린다. 또한 조합원들 간의 임금을 평준화하는 경향이 있다. 어쩌면 노조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경영진에 대항하여 조합원이 아니더라도 너무 높거나 너무 낮은 보수를 제한하는 사회규범을 준수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노조는 진보적인 정책이 시행되도록 노조원들의 투표를 유도한다. (…) 노조의 부활을 촉진하는 것이 진보적인 정책의 주요 목표여야 한다."
 
  또 다른 재미, 공화당 온건파의 역사 
  레이건이나 조지 부시류의 공화당 급진파에 가려진 공화당 온건파의 역사도 곁가지로 알게 해준다는 게 이 책의 또다른 재미인 듯하다. 워터게이트로 좇겨난 리처드 닉슨이 세금을 올리고 환경규제를 늘렸으며, 국민의료보험을 도입하려고까지 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하기야 외교에서도 실용주의 노선을 채택해 적성국이었던 중국과의 관계를 튼 것도 닉슨이었다. 워터게이트 사건이 아니었다면, 닉슨 행정부 시절 미국에 국민건강보험이 도입됐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1952년 공화당이 백악관을 다시 차지하게 만든 주역이었던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1954년 자신의 형 에드거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이렇게 썼다.  
  "어떤 정당이든 사회보장이나 실업보험제도를 폐지하려 한다거나 노동법과 농업지원 프로그램을 없애려 든다면, 미국 역사에서 다시는 그 정당을 찾아볼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 시도가 가능하다고 믿는 소규모 분파도 물론 있습니다. 헌트(H. I. Hunt)와 몇몇 텍사스 석유재벌 그리고 정치를 취미로 하는 다른 지역 출신의 기업인이 바로 그들입니다. 그들은 무시해도 좋을 만큼 수적으로 열세인데다 어리석답니다."
 
  수적으로 열세인데다 어리석었던 "그들"이 어떻게 미국의 정치사회 풍토를 바꾸고 세계의 흐름을 바꾸었는지가 궁금한 독자라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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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포럼]‘미래를 말하다’ (경향, 김민아 | 국제부 차장, 2008년 07월 27일 17:46:20)
  
며칠 전 경향신문 국제면에 ‘1% 부자의, 1% 부자를 위한 미국’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미국의 전체 소득에서 상위 1% 부자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높아지는 반면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감세 조치로 이들이 부담하는 세율은 낮아져 부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는 내용이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 보도를 인용한 이 기사는 큰 호응을 얻었다. 한 포털 사이트에서는 댓글이 320개(27일 오후 현재)나 달렸다. 댓글들을 보면 이명박 정부가 미국의 실책을 답습하는 것 아닐까, 하여 그러잖아도 심각한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최악으로 치닫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배어있다.
 
우려는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감세 정책을 줄줄이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종합부동산세다. 한나라당 이종구 의원(서울 강남갑)은 최근 종부세(주택분) 과세 기준을 공시가격 6억원 초과에서 9억원 초과로 완화하는 내용의 종부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냈다. 이 의원은 “9억원까지는 중산층으로 봐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종부세를 낸 가구는 전체 가구의 2%(37만9000가구)에 불과하다. 이들 중 상당수가 중산층으로 분류되면 종부세를 ‘못 내는’ 98%는 무슨 계층인가. 한나라당은 “종부세 완화가 당론은 아니다”라고 손사래 치면서도 ‘종부세 유지’ 방침은 밝히지 않고 있다. 당정은 또 재산세 세부담 상한선을 조정하되 6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서만 50%에서 25%로 낮추기로 했다. 서민·중산층 주택은 ‘해당사항’이 없다.
 
세계적 경제학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의 책 ‘미래를 말하다’(원제 The Conscience of a Liberal)는 이 같은 ‘묻지마’ 감세가 낳을 미래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크루그먼에 따르면 현재의 미국은 경제적 불평등이 가장 심했던 1929년 대공황 직전 상황과 닮은꼴이다. 대공황을 야기한 미국의 ‘천민 자본주의’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뉴딜 정책을 추진하면서 대대적인 변화를 겪었다. 루스벨트는 정부의 시장 개입을 통해 자유방임주의 경제를 수정하고, 노동자 보호 및 사회보장 정책의 주춧돌을 놓았다. 그 결과 1950년대 미국 사회는 빈부 격차가 크게 줄어든 중산층 중심 사회로 탈바꿈했다. 하지만 70년대 이후 평등을 장려하던 제도가 공격받고, 급진적 우익세력이 공화당에 이어 백악관까지 장악하면서 불평등이 되살아났다는 게 크루그먼의 주장이다. 이 글 머리에서 언급한 월스트리트 저널 기사도, 현재 미국의 상위 1% 부자들이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29년 당시와 비슷할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전방위적 감세안이 시행되면 한 해 13조~16조원의 세수(稅收)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정적자로 가지 않으려면 이명박 정부는 이만큼의 씀씀이를 줄여야 한다. 그러면 어디서? 힘없는 이들을 위한 예산부터 희생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9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09년 정부 예산 요구안’에 따르면 사회복지·보건 분야 지출 요구액은 올해보다 한 자릿수(9.6%) 늘어나는 데 그쳤다. 최근 5년 동안 연평균 두 자릿수 증가한 데 비하면 상당히 낮다. 감세까지 본격화하면 서민들의 삶은 더 팍팍해질 것이다.
 
크루그먼은 “미국의 불평등을 줄이려면 감세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조세 제도의 누진적 특성을 강화해 세수를 늘림으로써,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확충할 것을 촉구한다. 한국은 어디로 갈 것인가. 이명박의 길인가, 크루그먼의 길인가.
 

 

美 커지는 富의 불균형..상위 1% 부자 소득비중 19년래 최고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2008/07/23 23:56)
 
1%부자의, 1%부자를 위한 미국 (경향, 도재기기자, 2008년 07월 24일 18:03:21)
국민 총소득 22%차지 18년만에 최고
세율은 되레 5년째 하락 富불균형 심화

 
미국의 전체 소득에서 소수 부자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높아지는 반면, 정부의 감세 조치로 인해 이들이 부담하는 세율은 낮아져 부의 불균형이 극도로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의 경제적 양극화가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뉴딜 정책을 시행하기 전, 극소수에게 부가 집중됐던 1920년대 상황으로 사실상 후퇴한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06년 미국의 상위 1% 부자들이 경비 등을 공제한 ‘조정된 국민총소득’(AGI)에서 차지하는 소득 비중이 22%로 1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23일 보도했다. 미 국세청(IRS)이 최근 공개한 2006년 통계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2006년 상위 1% 부자들의 소득 비중 22%는 88년 이래 수치 비교가 가능한 지난 19년 사이에 최고치이며, 2005년의 21.2%보다 오른 것이다. 88년의 비중은 15.2%였다. WSJ는 “이 같은 수치는 수치 산정 방식의 변화로 88년 이전과 구체적인 비교는 힘들지만, IRS의 과거 자료들과 비교하면 192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일 것으로 분석된다”고 덧붙였다.
 
부자들의 소득은 늘어나고 있으나 세율은 오히려 낮아지는 추세다. 상위 1% 부자들의 2006년 평균 세율은 22.8%로 5년 연속 하락세를 보이면서 1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들의 평균 세율은 88년에는 24%, 96년에는 28.9%였다. 물론 상위 1% 부자들의 소득이 늘어나면서 이들이 전체 소득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높아지고 있다. 소득세에서 상위 1% 부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88년 27.6%에서 2006년에는 39.9%로 나타나 크게 높아졌다.
 
그러나 최근 5년 간을 보면 이들의 소득 비중이 높아지는 속도가 소득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증가를 앞서고 있어 소득 증가분에 비해서는 세금을 덜 내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자들의 세율이 낮아진 것에는 2003년에 자본이득 및 배당금에 대한 세율을 낮추는 등 조지 부시 대통령의 몇몇 감세 조치가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세금 문제가 이번 대선의 주요 이슈로 부각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신문은 대선 기간에 후보들 간에 세금 문제에 대한 논의가 벌어지고 의회와 차기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의 감세 조치를 연장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면서 공화당의 존 매케인 후보는 장기적인 자본이득과 배당금에 대해 지금보다 더 낮은 15%의 세율을 주장하며 감세 조치를 연장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후보는 2003년 이전의 수준에 맞춰 적어도 세율을 20%대로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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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경제혼란속 '규제시대'로 선회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2008-07-26 00:41) 
 
미국 정부가 주택과 금융 위기로 인한 혼란 속에 1980년대부터 지속돼 온 규제완화의 흐름에서 벗어나 규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미 연방 정부와 주 정부들은 동시에 경기 악화와 주택가격 하락, 모기지 부실, 에너지가격 급등 등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갈수록 강화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1980년대 초 도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시절부터 4반세기 넘게 미 정부를 규정해온 규제완화를 향한 행보를 거스르는 셈이 되고 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크리스토퍼 콕스 위원장은 24일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해 투자은행의 모기업까지 규제하는 권한을 SEC에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티모시 가이스너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모든 것을 들여다 볼 준비가 돼있어야 한다"며 규제 시스템의 재정비를 촉구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이미 금융권에 수백억달러의 긴급 대출에 나서는 비상 조치에 나선 이후 월가 투자은행의 자본 건전성 문제 등을 점검하고 있고 양대 국책 모기지업체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대해서도 대출을 해주기로 합의해 이들에 대한 감독도 더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 교육부도 어려운 금융시장 환경 속에 민간 대출업체들이 학자금 대출 사업을 포기하자 이를 정부가 떠맡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제약업계나 식품업계 등 산업계도 생산품의 안전성 우려로 인해 거의 한 세대 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규제 강화의 압력에 직면해 있다.
 
경제를 어떻게 다룰 것이냐는 문제는 미 대선에서도 핵심 현안이 되고 있다. 미국의 여론도 문제 해결에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하고 있다. WSJ와 NBC가 23일 내놓은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부가 문제 해결을 위해 보다 더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53%로, 이에 반대하는 응답 42%보다 많았다. 12년전의 여론 조사때에는 정부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에 반대하는 의견이 배로 많았던 것과 비교하면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여론도 달라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 정부는 지난 230년의 역사에서 규제 완화와 강화를 수시로 오갔다. 대표적으로 1933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대공황의 혼란 속에서 뉴딜 정책을 추진하면서 강력한 규제 기관을 만들었었고, 레이건 대통령은 1981년 규제완화와 작은 정부의 혁명을 시작했다.
 
현재 미 정부의 규제 강화로의 선회 움직임은 한시적일 가능성도 있다. 미 기업연구소(AEI)의 케빈 해셋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시대가 떠오르는 것처럼 보이다가 그렇지 않았던 경우들이 있다"면서 "1980년대 저축.대부조합 부실 사태 당시 정부는 1천250억달러를 투입하면서 개입에 나섰지만 이것이 큰 정부로의 회귀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문은 정부의 역할이 최근 강화되고 있지만 이것이 수십년간 지속된 산업에 대한 규제완화가 역전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면서 변화의 정도는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과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 중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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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의 그에게 ‘진보 교과서’를 쓰고 싶게 만든 책, <미래를 말하다> (시사IN [98호] 2009년 07월 25일 (토) 00:11:37 김창호 전 국정홍보처장)
진보 관점에서 본 미국 현대사라 할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 단어는 ‘불평등’이다.  
 
지난해 12월 중순, 대통령이 오랫동안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책 집필을 보좌하기 위해 봉하마을을 방문했을 때였다. 대통령은 ‘우리 사회의 근본 프레임을 바꾸는 진보와 민주주의를 위한 교과서를 꼭 쓰고 싶다’면서 “바로 이 책에서 그 작업의 필요성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폴 크루그먼의 <미래를 말하다>였다. 꼬박 이틀 동안 진행된 토론에서 이미 이 책에 대해 치밀하게 분석하고 공부한 흔적이 역력했다.
 
구체적인 작업은 올해 들어 시작됐다. 대통령은 치열하게 책을 읽고 자료를 섭렵해나갔다. 마지막 유서에서 ‘읽고 쓸 수도 없다’고 했을 만큼 책을 읽고 쓰는 일은 당시 대통령에게 절박하고도 긴요한 일이었다. 그 가운데서도 이 책은 필자가 방문할 때마다 대통령 서재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지난 2월2일 목차 구성을 위해 1박2일 동안 진행한 토론에서 대통령은 많은 구상을 쏟아냈다.
 
“그 핵심은 국가의 역할에 관한 것이다. 성장·복지 논쟁에서 복지의 방향이 옳으며 그것이 바로 국가의 역할이라는 점을 설득하고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 진보의 시대를 준비하고 보수주의 시대의 문제점을 비판하면서 미래 담론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50년간 이어온 선투자 후복지, 성장 중심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싶다”라는 말로 대통령의 생각을 정리했다. 대통령의 문제의식은 바로 이 책과 직접 맞닿아 있었다. ‘이 시대의 진보 정치는 무엇이며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오래된 대통령의 문제의식은 이 책을 통해 전 세계 진보 정치가 지닌 문제로 연결, 확장된 셈이다.
 
<미래를 말하다>는 진보 관점에서 본 미국 현대사라 할 수 있다. 미국 현대사를 진보 시대, 보수 시대라는 틀로 나누어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명확한 지표와 일관된 논리 그리고 단순한 개념으로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뉴욕 타임스의 고정 칼럼니스트이기도 한 저자는 이 책에서 아카데미즘과 저널리즘을 가장 잘 결합한 글의 전형을 보여준다.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 단어는 바로 ‘불평등’이다. 출발은 부자를 위한 세금정책을 비롯해, 소수가 지배하는 과두정치가 횡행했던 이른바 ‘도금 시대(Gilded Age:마크 트웨인의 소설 제목에서 인용된 것으로, 겉으로만 번듯한 사회라는 뜻)’에 관한 것이다. 이어 이 도금 시대가 대공황으로 귀결되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뉴딜 정책, 그리고 이어지는 진보 시대가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대해 ‘불평등’이라는 단어로 정리했다.
 
1970년대부터 등장한 보수주의 시대에 대한 설명은 기사 스크랩을 보듯 사실적이다. 반전과 히피, 흑인 폭동 등으로 특징지어지는 1960년대를 거치면서 보수주의자들이 백인들의 분노와 두려움, 이 책은 나아가 그것을 바탕으로  ‘법과 질서’라는 어젠다로 결집하는 과정이 그렇다. 그리고 그것이 결국 과거 도금 시대와 같은 심각한 불평등과 사회적 위기를 가져오는 과정을 명쾌하게 설명한다.
 
이 책에 제시된 사례들은 꼭 미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도금 시대의 세금 감면과 금권정치, 보수 정당인 공화당 의원보다 훨씬 더 보수적인 ‘버번 민주당 의원’들의 존재, 특히 1980년대 이후 법인세 및 상속세 인하 등은 시차와 공간의 차이만 있을 뿐, 우리 정치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 
 
저자는 철저히 케인스주의 관점에 서 있다. 이 책이 주는 현재의 정치적 함의는, 오늘날 미국의 위기는 루스벨트의 뉴딜 정책으로 나타난 케인스주의 정책을 통해 극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결론에는 많은 논의가 수반될 수밖에 없다. 국가의 실패를 시장이 교정할 수 없음은 최근 역사가 보여줬다. 그렇다고 시장의 실패를 정부가 교정할 수 있다는 것도 험난한 논증을 요구한다. 국가-시장이라는 틀로 오늘날 우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가 지식사회에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토론 중에 대통령이 이 책과 관련해 자주 던진 질문 중 하나가 ‘과연 국민의정부, 참여정부는 진보 정권이었나?’라는 물음이었고, 이 질문은 대통령이 집필하기 위해 직접 작성한 목차에도 한 항목으로 포함되었다. 물론 이 물음에는 복지정책, 청년실업, 양극화에 대한 회한이 깔려 있기도 하다. 그러나 ‘진보의 시대, 혹은 보수의 시대’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특정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포함된 질문이기도 했다.
 
이 책에 따르면 공화당 소속 보수 대통령인 닉슨은 오히려 진보 정책을 추진했다. 사회보장 지급액을 인플레이션에 연동시켰고, 저소득층 생활보조금 제도를 마련했으며, 심지어 국민의료보험까지 도입하려 했다. 반면, 미국의 클린턴이나 영국의 토니 블레어처럼 그 반대인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진보 정부인가, 보수 정부인가. 같은 맥락에서 대통령은 토니 블레어의 ‘제3의 길’이 ‘시장에 굴복한 불가피한 선택인가, 아니면 갱신을 위한 자율적 선택인가’라고 자주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다른 이론서와 달리 정치적으로 선택 가능한 논의를 하는 점이 이 책의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학자라면 미국 자본주의 전개 과정에 대한 분석을 통해 사회변화 과정을 설명하려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정치적 선택을 통한 한 사회의 변화에 주목한다. 대통령이 이 책에 주목했던 것은 바로 정치가 우리 사회를 진보시키는 데 어떤 가능성을 제공할 수 있는지, 그 물음에 일정한 대답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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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28 05:01 2008/07/28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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