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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잭 웰치 경영방식은 과연 새로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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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한. 2006. 『굿바이 잭 웰치: 포스트 잭 웰치 시대의 경영원칙 7가지』. 리더스북.
 
식스시그마에 대해 비판하는 글을 찾다가 잭 웰치를 비판하고 있는 이 책을 헌책방에서 발견하여 싼 맛에 샀다. 그 동안 책장에 꽂아 두었다가 이번에 읽었는데, 언젠가 읽은 내용인 것 같더라.
 
그래서 블로그 글을 찾아보니 이코노미21에 김영한 마케팅MBA 대표가 썼던 글이 있었다. 바로 그 글을 책으로 발전시킨 것이 『굿바이 잭 웰치: 포스트 잭 웰치 시대의 경영원칙 7가지』였던 것이다. 여기에서 새로운 경영 7원칙이라는 것도 김영한 대표가 새로 만들어낸 것은 아니고 <포천>지가 지적했던 내용을 자세하게 해설해놓은 것이다. 그래서 그 다지 새로운 내용도 없다.
 
또한 새로운 경영원칙이라고 하지만, 이것이 잭 웰치의 철학과 근본적으로 다르지는 않다고 본다. 이를테면 주주와 고객을 대립시키고 있는데, 웰치가 말하는 대로 주주 중심과 고객 중심은 결코 상반된 것이 아니며, 강조점의 차이일 뿐이다. 김영한 대표도 말하고 있다시피, 잭 웰치와 같은 경영자들에게 성공을 가져다준 경영기법들은 역사상 특정한 시간과 장소에 존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고, 새로운 경영원칙도 마찬가지이다.
 
<포천>지에서 제기했던 것은, 디지털 시대의 기업들은 이전보다 더 큰 도전에 직면해 있고 더 이상 웰치식의 경영기법으로는 산재해있는 과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IBM의 루 거스너처럼 “코끼리를 춤추게 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애플의 스티브 잡스처럼 새로운 것을 창조하여 세계 경제의 모델까지 바꾸어버릴 수 있는 변화를 주도하는 경영자가 요구된다는 점이 지적된다.
 
경영학 관련 책들을 읽다 보면 자신의 주장이나 논지에 맞는 사례들을 여기저기서 잘 모아놓은 것을 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그와 정반대되는 얘기도 사례들을 제시하여 풀어나갈 수 있다는 소리다. 사례중심 연구의 폐해가 경영학 쪽에서 가장 많이 나타난다고 해야 할까.
 
<포천>지가 잭 웰치의 경영교본을 찢어버리라라고 한지 3년 반이 지났지만,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한국에서는 잭 웰치식 경영이 힘을 발휘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성과중심 관리 또한 여기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얼마 전에는 분당 서울대병원에서 식스시그마의 성공적 정착에 관한 토론회가 열리기도 했다.
 
과연 잭 웰치의 시대는 끝난 것일까.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경영방식은 노동자들에게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 걸까. 잭 웰치 방식이 더 이상 경영의 만병통치약이 아니라고 선언하고 있으면서도 스타벅스, 삼성전자를 새로운 성공 모델로 제시하고 있는 걸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또한 책 곳곳에서 디자인의 중요성과 선차성을 지적하고 있는데, 다지인이 그렇게 중요할지...
 
아래에 책을 읽으면서 검토할 부분들을 메모하고 이코노미 21에 나왔던 내용을 추가하여 정리하였다.

 

‘세계에서 가장 존경 받는 기업’을 평가하는 기준은 경영혁신, 재무 건전성, 직원 역량, 장기적 투자 가치, 사회적 책임, 경영 능력, 자산 운영, 글로벌 역량, 제품 및 서비스 수준인데, 많은 부분에서 GE는 예전만한 성적을 받지 못했다. (8쪽)
 
잭 웰치 방식 vs. 새로운 방식

ㆍ시장의 선두가 되어라

1

ㆍ새로운 시장을 창조하라

ㆍ몸집을 키워 시장을 장악하라

2

ㆍ크기보다 민첩함이 중요하다

ㆍ주주가 최고다

3

ㆍ고객이 왕이다

ㆍ최고의 인재를 등용하라

4

ㆍ열정적인 사람을 고용하라

ㆍ리더의 결단력을 강화시켜라

5

ㆍ용기 있는 CEO가 필요하다

ㆍ가볍고 날렵한 조직으로 혁신하라

6

ㆍ혁신은 내부가 아닌 외부에 있다

ㆍ능력을 소중히 여겨라

7

ㆍ영혼을 소중히 여겨라

   
제1장 잭 웰치 방식: 아날로그 시대의 경영원칙
 
잭 웰치는 자신의 경영이념을 전파하기 위해 연수원을 세워 전 조직원들을 끊임없이 교육했다. 주요 경영 이념 네 가지 신속한 의사결정(speed), 업무 프로세스 단순화(simplicity), 사원의 자신감 회복(selfconfidence), 벽없는 조직(boundarylessness)을 3S1B라는 슬로건으로 만들고, 이것을 ‘워크아웃(workout)’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전파시켜나갔다.
그는 단순한 혁신 프로그램을 만들고 칼날처럼 날카로운 평가방식을 도입하여 느슨해진 관료주의를 도려내었다. 모든 직원들을 A, B, C등급으로 분류하여 A급에게는 인센티브를 주고 C급의 10%를 도태시켰다. 혁신의 효과가 가시화되자 이를 시스템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식스시그마를 도입하기도 했다. 이를 처음 시행한 모토롤라에서는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잭 웰치는 GE와 같이 제품 기술의 변화가 크지 않은 산업에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시행했다. (26쪽)
 
인수합병을 통해 외형 성장을 이루고, 인수한 기업의 인력을 줄여서 이익을 내는 작업이 계속되었다. 잭 웰치는 1985년에 RCA(Radio Corporation of America)를 인수한 뒤 2년 동안 8만 7,000명이던 직원을 3만 5,000명으로 줄였다. (37쪽)
→ 잭 웰치는 42개나 되는 전략 사업 단위(SBU)에서 어떤 사업을 선택하느냐와 정리와 해고에 대한 반발을 어떻게 이겨내느냐가 최대 고민거리였다. 미국적인 고용여건에서는 10만명을 해고하고도 견디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적인 노동 여건에서는 이런 방식이 통할지는 의문이다.
 
잭 웰치는 주주가 최고라는 자신의 경영이념에 따라 기업의 이익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이익이 적은 사업은 정리하고 높은 이익이 기대되는 사업을 인수합병했다. (40쪽)
 
잭 웰치는 조직의 건강도를 나타내는 활력곡선(Vitality Curve)을 만들어냈다. 해마다 모든 사업부는 이 활력곡선으로 직원을 평가하여 서열을 결정해야 했다. 활력곡선에 따른 직원 평가의 기본적인 목적은 사업부 책임자들의 리더십을 차별화하는 것이었다. 각 책임자들은 그들의 조직에 속해 있는 직원들을 상위 20%, 중위 70%, 하위 10%로 분류해 평가했다.
잭웰치는 급여 인상, 스톡옵션, 승진 등과 같은 보상체계를 이 활력곡선에 따라 결정했다. A등급인 상위 20%는 중점 관리 대상, 중위 70%는 육성 대상, 나머지 10%는 정리 대상이다.
잭 웰치는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 활성화를 위해 필요 없는 일들을 업무 과정에서 제거하는 워크아웃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그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모든 사업부에서 수백 가지의 불필요한 일들을 제거하고 벽 없는 조직을 만들고자 했다. (43-45쪽)
워크아웃 프로그램에서 독특한 점은 관리자들이 직원들이 제안한 내용에 대해 그 자리에서 대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직원들이 제안한 내용 중 최소한 75% 이상에 대하여 즉각적으로 ‘예스’ 또는 ‘노’라는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잭 웰치는 1992년 연례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장벽 제거’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 이 장벽 제거의 계획을 우리는 워크아웃이라는 과정을 통해 실현시켰다. 지금 우리는 4년에 걸쳐 멋진 아이디어를 찾아내고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데 그 방법을 사용해오고 있다. 워크아웃 프로그램은 처음 그 아이디어를 찾아낸 사람이 우리에게 장애물을 제거하는 데 필요한 일련의 혁신적인 방법을 실행할 수 있게 해주었다.” (46-47쪽)
 
그는 리더가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 4E 리더십을 주창한 바 있다. 이는 활력(Energy), 동기부여(Energize), 결단력(Edge), 실행력(Execute)을 가리킨다. 그는 인력감축에서 두드러진 결단력을 강조했는데, 회장으로 취임한 후 5년 만에 GE의 직원 중 1/4을 삭감했다. (48쪽)
잭 웰치는 바람직한 리더십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50쪽)
1. 리더는 모든 상황을 끊임없이 평가하고 지도하며 그것을 직원들의 자신감을 구축하는 기회로 삼아 팀을 부단히 향상시켜야 한다.
2. 리더는 직원들이 비전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할 뿐만 아니라 그들이 비전으로 살고 비전으로 숨 쉬게 해야 한다.
3. 리더의 긍정적 에너지와 낙관적인 생각이 전 직원의 피부 속까지 침투하도록 해야 한다.
4. 리더는 정직과 투명성, 신용을 통해 신뢰를 쌓아야 한다.
5. 리더는 인기 없는 결정을 내리는 배짱 두둑한 용기와 결단력이 있어야 한다.
6. 리더는 회의주의자에 가까울 정도로 집요하게 질문을 던지고, 의문은 반드시 행동을 통해 풀게 해야 한다.
7. 리더는 위험을 감수하고 그러한 모습을 통해 직원들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
8. 승리의 기쁨은 직원들과 함께 나누어야 한다.
 
그는 능력이나 성과가 부진한 직원은 물론 변화에 저항하는 직원도 해고하였다. “이런 사람들은 퇴출시키는 수밖에 별다른 도리가 없다. 가혹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변화를 거부하는 사람들을 조직에 남겨봐야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들은 저항 세력을 키워서 변화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사기를 떨어뜨린다. 비전을 공유할 수 없는 회사에서 계속 일하는 것은 그들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차라리 하루라도 빨리 마음에 맞는 직장을 찾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먼저 해고를 통해 조직의 몸을 가볍게 한 후에 혁신을 추진하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처음에 그는 구조조정과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개선하는 데 주력했다. 혁신은 점차 업무의 프로세스 개선과 전략과제 개선 쪽으로 확산되었고 후기에는 품질개선으로 연결되었다. (52쪽) → 이러한 방식은 이미 시장지배적인 위치에 있으며 기술변화가 크지 않은 산업에서는 유효하다. 그러나 기술변화가 빠른 산업에서 아직 시장에서 일정 지위를 확보하지 못한 기업에게는 이보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아날로그 산업에서 20년 전에 성공한 방식이라고 해서 계속 유효하다고 할 수 없다.
 
잭 웰치는 제조업 중심의 품질 향상 프로그램인 데밍 프로그램보다는 서비스업종까지도 숫자로 관리할 수 있는 식스시그마를 택했다. GE캐피털을 염두에 두고 통계적 성격이 강한 식스시그마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식스시그마는 불량품을 100만 개당 3.4개 정도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54쪽)
→ 이건희 회장도 GE에 호감을 가지고 있었으며 90년대 초에 신(新)경영을 선포하면서 GE의 혁신방법을 모델로 삼았다. 1995년에 삼성SDI에서 GE가 시행했던 6시그마를 실행했다. 이건희 회장은 이재용 상무를 한 달 동안 GE의 크로토빌 연수원에서 연수시켰다. 이 후에 GE의 혁신모델은 삼성에서 교과서처럼 받아들어졌다. 90년대 말 IMF를 거치면서 대기업, 금융기관, 공공기관의 구조조정 때에도 역시 GE 모델을 따르고 잭 웰치를 우상화하는 작업이 계속되었다. 노무현 정권이 혁신을 표방하면서 역시 잭 웰치의 우상화 작업은 더욱 가속화된다. 이후에 기업이든 공공기관의 리더들은 잭 웰치를 맹신하게 된다.
 
GE의 주주들은 잴 웰치에 대한 기대심리가 있었다. GE의 외형적인 성장을 위해 적극적으로 인수합병을 하고 이익을 내기 위해 무자비한 감원을 하는 CEO에게 주주들은 박수를 보냈다. 그들은 잭 웰치 방식이 옳다고 믿었고, 그것이 계속되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61쪽)
 
제2장 잭 웰치 뒤집어 보기: GE의 파괴자인가, 영웅인가
 
잭 웰치가 원한 GE의 성장은 기존 소비자들이 가지고 있던 GE의 좋은 이미지와 위배되는 것일지라도 상관이 없었다. 적극적인 인수합병 정책은 GE의 외형 성장을 이끌었지만, 그 때문에 미국의 상징인 GE의 이미지를 파괴했다고 평가되기도 한다. (65-69쪽)
 
“기존의 사업들과 비교할 때 금융사업은 상대적으로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분야 같았다. R&D를 위해 많은 돈을 투자할 필요도, 공장을 짓거나 매일같이 금속 따위를 제련할 필요도 없었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규모를 키울 필요도 없었다. 금융사업은 자본을 가지고 돈을 버는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따라서 똑똑하고 창조적인 사람들을 찾아낸 다음 GE의 탄탄은 재무구조를 이용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두뇌의 힘을 최대한 이용하는 것은 고생해서 물건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쉬운 일이었다. 금융업과 제조업에서 일하는 직원 한 사람이 올리는 수익을 서로 비교해보면 그 사실은 더욱 명확해진다. 1977년에 직원 수가 7,000명이 채 안 되는 GE크레디트의 순이익은 6,700만 달러에 달했다. 반면 가전사업부는 4만 7,00명이 넘는 직원들이 일하지만 벌어들이는 돈은 1억 달러에 지나지 않았다.” (72-74쪽)
 
돈이 되는 사업은 모두 인수합병의 대상이었다. 톰 피터스(Tom Peters)는 GE를 ‘잡동사니 모음’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빠른 성장에 도움이 되는 분야는 역시 금융사업이었고, 그래서 GE캐피털은 다른 사업 부문과 달리 회장 직속으로 분리 운영되었다. (75쪽)
 
웰치는 평생을 골프와 함께했다. 골프장에서 여러 인사들을 만나 사업으로 연결했고, 많은 중요한 사업적 결정들이 골프장에서 이루어졌다. 그는 골프가 인간으로 하여금 끊임없이 완벽해질 수 있다고 부추기는 게임이라고 생각했다. (79쪽)
 
오늘날 잭 웰치가 모든 경영자들이 존경하는 CEO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물론 그의 업적 때문이다. 하지만 ‘중성자탄’ 같은 냉혹한 이미지를 걷어내고 현재의 이미지로 포장된 것은 확실히 홍보 전문가의 솜씨 때문이다. 잭 웰치가 회장이 되면서 가장 먼저 보강한 것은 홍보부서였다. 그는 먼저 외부에서 홍보 담당 부사장을 영입했다. (82쪽)
 
어느 한쪽에는 도움을 주지만 다른 쪽에는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을 ‘저나트룸 소금 현상’이라고 한다. 경영기법에서도 마찬가지로, A기업에서 B라는 경영기법이 도움이 되었다고 해서 C기업의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식스시그마 프로그램은 단순반복적인 업종의 품질개선에는 도움을 주지만, 변화가 빠르고 창의성이 요구되는 업종에서는 기대만큼의 효과를 나타내지 못한다. 오히려 변화 적응력을 떨어뜨리고 창의성을 억제한다는 점에서 보면 좋은 처방이 아니다. 또 지나치게 내부 문제에만 집중하게 하고 혁신에 대한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에 새로운 것에 대해 지나치게 두려움을 갖게 할 수 있다. (93쪽)
 
제3장 새로운 방식: 디지털 시대의 경영방식
 
1980년대 초에 GE는 미국의 여느 기업들처럼 관리층이 두텁게 존재하는 인습적이고 관료주의적인 색채가 짙었다. 당시 GE는 생산현장에서 회장실까지 이르려면 무려 열두 단계를 거쳐야 했다. 그리고 매 단계마다 평균 일곱 개의 보고를 직접 받는 2만 5,000명 이상의 관리자들이 있었다. 130명이 넘는 사장들 밑에는 ‘재무 관리 담당 부사장’, ‘기업 컨설팅 담당 부사장’, ‘운영서비스 담당 부사장’ 혹은 그 이상의 직급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고, 다시 그 밑으로 하나의 완벽한 계층구조를 이루는 모든 직급의 사원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미국에서만 판매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이 없는 지역 또는 ‘소비자 관계’ 부사장이 여덟 명이나 있었다. 이러한 계층구조가 만들어낸 관료주의의 영향력은 어마어마했다. 이처럼 지나치게 비대해지고 무기력해진 조직을 혁신하겠다는 발상이 주주들에게 절대적 지지를 받은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99-100쪽)
 
세계 1, 2위 업체들인 월마트, 까르푸가 한국 시장에 적응하지 못한 것은 ‘한국인의 입맛’을 맞추지 못한 것과 느린 의사결정 프로세스 때문이다. 그들은 한국시장의 특성에 적응하려고 하기보다는 그들의 표준화된 방식을 고집하였다. 의사결정 체계도 한국에서 판단하는 것이 미국 본사에 보고되어서 결정을 기다려야 했기에 느렸다. 한국 내의 시장 변화에 대해 매번 본사로부터 승인을 받아 대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새로운 시장을 찾아내고 틈새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 빠른 커뮤니케이션과 실행에 문제가 생겨서 결국 한국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규모를 키우는 것보다 기존 사업에서 틈새시장을 찾아내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109쪽)
 
불과 10 몇 년 전만 해도 국내 시중은행의 상위 랭크는 제일은행, 한일은행, 조흥은행, 상업은행, 서울은행 등이었다. 그러나 이들 은행은 지금은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정책 금융과 외형 성장을 위해 부실 대출이 이어졌고 관료주의가 거품 경영을 해왔다. IMF 외환위기라는 특수한 상황을 맞이하자 이들은 모두 쓰러졌다. 아무리 외형상으로 1위를 하든 2위를 하든 제대로 된 경영을 하지 않으면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것이다. 반면 4위, 5위 이었던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규모에 연연하지 않고 소매금융에 충실하며 프라이빗 뱅킹을 키워서 성장하였다. 결국 신한은행이 조흥은행을 인수하고 하나은행이 서울은행을 인수하게 되었다.
→ 이게 올바른 방향인가. 사실상 미국식의 주주자본주의 가치를 수용한 것인데... 이런 은행이 성장한다는 풍토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본다.
 
경영자가 주주의 입맛을 맞추려고 단기이익에만 급급하여 미래를 위한 투자를 소홀히 하면 오히려 회사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의 저자인 짐 콜린스(Jim Collins)는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겠다는 것은 많은 주주들이 사실상 초단기 주 거래자인 현실에서 기인한 개념이다. 이처럼 크게 달라진 상황에서 위대한 기업을 만들겠다는 발상이 더욱 더 어렵게 됐다"고 하였다.
 
100년 전의 GE는 창조적인 도전을 계속해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신제품을 쏟아내 놓았다. 그러나 지금의 GE는 세계 최대 회사라고 하고 어마어마한 이익을 내는 회사일지는 모르지만 세상을 놀라게 할 창조적인 제품을 내놓는 일은 거의 없다. 또한 고객을 최고로 여기는 회사라는 인상을 주고 있지 못하다.
 
잭 웰치는 다른 많은 CEO들과 마찬가지로 사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모든 것이 사람의 문제로 귀결된다”라고 말했음에도 매년 10%의 무능한 직원을 해고했다. 그러나 경영자는 직원들의 안정성을 어느 정도 보호해줄 책임이 있다. (119-120쪽)
 
2002년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직원들의 58%가 대부분의 경영층이 회사의 이익보다는 자신의 이익만 중시한다고 생각한다. 직원들은 회사가 1위나 2위가 되도록 하기 위해 회사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개인적인 목적, 비전 그리고 삶의 의미를 위해 회사에 나온다. 대기업에서는 이력서가 화려한 인재들을 뽑는다. 대기업에 들어오겠다는 인재들이 넘치기 때문에 몇 년 동안 이렇게 화려한 사람들만 뽑다보면 직원의 대부분이 고급인력으로 채워진다. 그러나 회사 일이라는 것이 항상 고급인력만 할 수 있는 일이 있는 것은 아니다. 막상 말도 안 되고 어처구니없는 일, 막노동 같은 일들이 발생된다. 그러나 고급인력들은 이런 일을 하려 하지 않는다.
 
회사를 외형적으로 성장시키고 재무적인 이익을 낸 사람이라고 해서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과 미래를 창조해 나가는 CEO라고 볼 수는 없다. 진정한 성장은 앞을 본 통 큰 투자가 필요하다.
예전에 CEO는 화려한 명성을 추구하였다면 현재의 CEO는 강한 정신력을 추구해야 한다.
 
6시그마 운동은 일본의 품질관리 기법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시스템적이 되었다는 점에서는 우수하지만 지나치게 숫자 중심적이고 마인드와 관련된 부분을 간과한다는 점에서 일본에서는 잘 시행하고 있지 않다. 이런 마인드적인 부분을 무시하고 열심히 6시그마를 한다 하더라도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난다. 6시그마는 기존 제품의 품질을 향상하고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에 새로운 제품 개발이나 아이디어의 접근에는 한계가 있다.
또 다른 문제는 6시그마를 하기 위해 회사의 모든 역량을 결점이나 결함을 줄이는 데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새로운 제품, 개발, 디자인, 기술연구 부분에 관심이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관리자들은 모든 것을 숫자화하여 통계적으로 관리해서 평가받기 때문에 모든 일을 숫자로 관리하려고 하고 과거 데이터를 기준하여 일을 하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직원들이 식스시그마의 기준을 맞추기 위해 숫자들과 씨름하다 보면 자신이 숫자로 평가받는다는 생각으로 내부 문제에 더욱 매달리게 된다는 점이다. 외부로부터의 변화에 적응하고 고객과 대화를 하기보다는 내부에서 어떻게 평가받을 것인가에 신경을 쓰게 된다. 그러나 열심히 품질을 개선한다고 하더라도 그 제품이 꼭 시장에서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또한 기술 변화가 빠르고 제품 진화가 빠른 디지털 산업에서는 6시그마의 효과가 얼마나 될지 의심스럽다.

 
식스시그마의 커다란 문제 중 하나는 현재의 프로세스를 수정하는 데 융통성이 없다는 점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나 접근방식을 전혀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관리하고 지시하고 일정을 강요하는 것처럼 조직을 빨리 죽이는 방법은 없다. (129쪽)
6시그마가 품질 개선에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어느 업종에서나 효과가 있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또한 6시그마를 추진할 때도 개발, 생산, 마케팅 등 실제로 개발팀에 있는 엔지니어가 진짜로 필요한 것은 통계적 관리 기법이 아니라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개발 열정이다.
 
새로운 고객 가치의 창조 없이 기존의 것만 개선한다면 기업의 성장은 결코 보장되지 않는다. 과거 제품의 품질개선에 경영력을 집중하다 보면 고객의 욕구를 읽고 변화하는 데 소홀해지기 쉽다. 이를 품질 근시안(Quality Myopia)이라고 한다. 내부에서 품질개선에만 힘을 쓰다 보면 바깥의 변화를 볼 수 없다는 뜻이다. (130쪽)
지나친 합리는 근시안적인 판단을 가지고 올 수 있다. 사업에서 뿐만 아니라 인재의 채용과 육성에서도 겉보기에는 화려하지만 실제로는 "빛 좋은 개살구"일 수도 있다. 기업은 능력 있는 자를 채용하여 실적을 내기를 원한다. 그러나 사원들은 자신의 능력을 키워주기를 원한다. 실제로 미국기업은 경영학 석사 (MBA)를 채용하지만 이들은 2~3년 동안 업무를 배우고 나서 더 나은 조건을 찾아 미련 없이 떠난다. 잭 웰치는 사람들을 채용하고 평가할 때 능력을 우선시했다. 이들은 단기적으로는 업적을 내지만 이내 관료화되거나 보통 정도 수준의 사람이 되어 버린다. 아니면 업적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회를 주는 회사로 옮겨버린다. 대기업에 적응한 사람들은 창조와 열정을 합리와 관리로 바꾸어버린다.
 
제4장 포스트 잭 웰치: 새로운 성공 모델 찾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의 시장 상황이 ‘효율’보다는 ‘창조’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는 것이다. 내부 조직의 혁신을 통해 효율성을 높인다고 해서 외부 경쟁력까지 함께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고객이 인정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기업에게만 주어진다. 피터 드러커는 “기업은 오직 두 가지 기능, 즉 마케팅과 혁신만 있으면 된다. 마케팅과 혁신만이 이익을 창출하며, 다른 기능들은 비용을 발생시킬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1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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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11 01:41 2010/01/11 01:41

2 Comments (+add yours?)

  1. 앙겔부처 2010/01/11 17:37

    경험적으로는 디자인이 중요해염... 정보 없는 상태에서 신뢰도가 달라진다능

     Reply  Address

  2. 새벽길 2010/01/17 13:22

    컨텐츠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는 디자인이 중요할 것 같아요. 그런데 예전부터 전 디자인이 좌우하는 건 조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터라서요...

     Reply  Add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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