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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의 불빛, 이 세상 어딘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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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보니 이은진님의 레디앙 연재글 [노래 이야기③]에 <이 세상 어딘가에>에 대한 소개가 실렸더군요. 그래서 관련해서 예전에 네이버블로그에 올려놓았던 노래굿 '공장의 불빛' 관련글을 가져옵니다. 예전에는 '공장의 불빛' 동영상도 있었는데, 지금은 링크가 사라졌네요. 대신 참세상 겨울잡 프로에 있는 노래굿 "공장의 불빛"을 퍼오면서 여기에 mp3를 덧붙입니다. mp3는 모두 <밥, 자유, 평등, 평화>에서 담아온 것입니다.
  

공장의 불빛 동영상 2004/11/20 12:27
 

어제는 밤에 공장의 불빛 동영상을 보았습니다. 도솔이가 소스를 알려주어서 70년대 무수히 복사테이프로 떠돌았던 것 중의 하나를 간신히 구해서 동영상으로 뜬 것이라고 합니다. 진보영상 전야에서 작업을 했다네요.

노래에 대한 자막이 나오긴 하지만, 화질이 그리 좋지 않아서 사람들이 꼭 유령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것은 도솔이와 공유한 부분입니다.

 

예전 참세상방송국 음악감상실에서 노래굿 "공장의 불빛"을 보았을 때에는 몰랐는데, 영상을 보니까 제작자인 김민기가 정말 엄청난 사람으로 보입니다.

 

이 노래굿이 나왔을 때였던 1978년에는 노래를 부르는 것조차 그리 쉬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트윈 폴리오 등의 통기타가수들에 대해 냉소했던 것도 이런 것 때문입니다. 당시에는 아침이슬, 친구, 행복의 나라로와 같은 노래를 떠올리는 것 자체가 엄청난 용기를 필요했습니다. 집회 자체가 쉽지 않았기에,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대중과 만나고 자신들의 의사를 전달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 되었던 것이죠. 특히 김민기의 경우에는 포크음악에서 출발하여 다양한 분야로 음악의 형식을 확대하는데, 그 과정에서 소재를 대하는데 있어서도 구체성과 민중성을 획득합니다.

 

서울대 노래패인 메아리에서 노래운동 15주년 기념으로 나온 노래책인 [메아리 10](1990년에 나온 것이니 상당히 오래된 비평이네요)에는 이 부분에 대해 이렇게 표현합니다.

 

그의 초기의 작품들이 주로 포크송의 기반 위에서 관념적인 주제를 다루던 것과 비교해 후기의 작품들은 민요적인 어법 속에서 민중적 삶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형식과 내용의 통일을 보여 주고 있다. 그의 1970년대 후반기의 변화과정의 절정은 노래극 '공장의 불빛'에서 나타난다. 이 작품은 그의 작품 중 가장 목적의식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이 작품에서 소재에 대한 이전의 은유적이고 추상적이었던 접근방식이 아니라 '동일방직 사건'이라는 구체적인 소재로 노동자와 자본가간의 갈등을 구체적으로 표현함으로써 날카로운 현실인식을 보이고 있다. 또한 음악적으로도 구전가요, 트위스트, 흑인 영가, 남도소리, 풍물 등 다양한 음악적 요소의 사용과 강렬한 악곡과 가사의 적절한 사용으로 극을 이끌어감으로써 극의 통일성을 이루어내고 있다. ... 그러나, 이 작품 또한 그가 피할 수 없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그것은 현실에서의 발전적 전망의 부재에서 비롯하는 패배와 체념의 정서이다. 이것은 극 속에서 갈등이 가장 고조되어야 할 싸움과 패배부분의 침체와 결말에서의 막연한 이상에 대한 애틋한 소망으로 나타난다.

 

저는 지금까지 김민기에 대해 약간은 비판적으로 봤답니다. 소시민적 자유주의 내지 지식인적 관념성이라는 평가에 대체적으로 동의했던 것이죠. 그 뒤의 행보가 그리 마음에 든 것이 아니었고요. 그런데 이 노래굿을 보다 보니 이러한 김민기의 한계가 당시에는 현실에 대한 정확하고 진지한 반영이었다는 반론이 이해가 됩니다. 이를 통해서 대중성과 운동성을 획득했구요.

 

'공장의 불빛'에서 그가 표현했던 노동자들의 현실과 그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행동이 겪을 수 밖에 없었던 좌절, 그리고 그것을 딛고 서고자 하는 막연한 소망은 비록 승리에 대한 확신은 주지 못했지만, 그러한 현실 하에 있던 모든 사람들에게 현실에 대한 뼈저린 인식을 가능하게 했을 것이다. 그리고 김민기의 노래가 가지는 현실성의 획득이 주는 감동은 오늘날까지 그 역사적인 의미를 가지게 되며, 그 의미 또한 오늘날까지 그 역사적인 의미를 가지게 되며, 그 의미 또한 오늘날에 맞게 재해석될 여지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공장의 불빛에 나오는 노래들은 절반 정도는 들어본 적이 있는 것입니다. 오디오와 비디오는 확실히 다르네요. 영상을 편하게 살펴보시길... 노래굿 대본은 참세상방송국 음악감상실에 있습니다. 전체 또는 개별로 노래도 들을 수 있지요.

  

그리고 공장의 불빛이 재녹음, 재발매된다고 합니다. 어떤 식으로 나올지는 모르지만, 아마 원래 1978년도에 나왔던 것과는 느낌이 많이 다르겠지요. 하지만 그 의미는 충분하다고 봅니다. 김창남 교수가 [노동과 세계]에 쓴 공장의 불빛에 관한 기사를 덧붙여 올립니다.

   

[문화읽기] 공장의 불빛 (노동과세계  제309호, 김창남(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 2004-10-25 18:11:54)
 
<공장의 불빛>이 새로운 편곡으로 다시 녹음되어 세상에 나왔다. 저 암흑과도 같았던 유신체제 말기 지하에서 은밀히 녹음되고 불법으로 유통되며 어느덧 하나의 신화로만 남아있던 이 작품이 지금 다시 세상에 모습을 보이는 것은 그 자체로 놀라운 사건이다. 1978년 겨울 이 음반이 처음 세상에 나왔을 당시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이 음반의 리메이크가 지니는 의미를 한번쯤 무겁게 생각해 볼 것이다.
 
김민기가 만든 <공장의 불빛>은 흔히 70년대 노동운동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동일방직 사건을 모델로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묘사된 노동현장의 모습이나 노동운동의 양상은 단지 동일방직 사건의 예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동일방직 사건으로 대표되는 70년대 민주노조 투쟁의 가장 일반적인 과정을 일견 스테레오타입으로 비쳐질 만큼 정형화된 인물과 사건들을 통해 그려내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그런 까닭에 이 작품은 특정한 주인공을 중심으로 극적인 사건들이 벌어지거나 갈등의 구체적인 양상이 극적으로 묘사되거나 하지는 않는다. '편지-교대-사고-작업장-야근-음모-선거-싸움과 패배-해고와 새로운 결의'로 이어지는 극의 구성은 내적 필연성을 가진 극적 사건들의 연결이라기보다 노조 투쟁의 전형적인 과정으로서 배치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이 보통의 연극이라면 이런 식의 구성은 전체적으로 작품을 앙상하게 하면서 감동을 반감시키는 결과를 부를 수밖에 없지만 <공장의 불빛>에서 그런 극적인 약점은 그다지 도드라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장면 장면의 극적인 분위기와 갈등을 대사나 지문이 아니라 노래와 음악이 충실하게 표현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대사가 진행되는 중간 중간에 배경음악이나 주인공들의 노래가 삽입되는 방식이 아니라 모든 대사, 등장 인물들의 심리묘사, 사건진행과 장면의 분위기까지를 모두 노래와 음악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보통의 뮤지컬보다는 오히려 오페라에 가깝다. 이 작품을 연극적인 맥락보다 음악적인 시각에서 보는 것이 더 중요한 까닭이 그것이다.
 
유신 말기의 얼음장같던 세월을 뚫고 나와 세상을 놀라게 했던 <공장의 불빛>이 지금 다시 새롭게 단장한 채 우리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물론 지금 이 작품에 대한 세상의 반응은 4반세기 세월의 차이만큼이나 엄청나게 달라져 있다. 목숨을 걸만큼 위험하기 짝이 없는 시도였던 70년대 말과 달리 지금 <공장의 불빛>은 미디어의 관심 속에 조명된다. 한때 빨갱이 단체로 몰리기도 했던 한국교회사회선교협의회와 몇몇 지식인들, 그리고 용기 있는 음악인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제작되었던 첫 번째와 달리 이번에는 적으나마 문예진흥기금까지 지원 받았고 버젓한 녹음실에서 제작되었다.
 
이 작품에서 그려졌듯 끝없는 패배와 좌절을 거듭했던 노동운동은 민주노총을 만들고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출을 이룰 만큼 달라진 상황 속에 있다. 무엇보다도 20여 년 전 불온의 딱지를 쓴 채 아무런 공식적 활동도 할 수 없는 처지였던 작곡가 자신이 지금은 소극장운동의 주역이자 한국적 뮤지컬의 새로운 경지를 열어젖힌 예술가로 평가받고 있다. 이 모든 변화의 근저에 수많은 사람의 피와 땀이, 죽음과 좌절이, 고통과 고뇌가 자리하고 있음을 그 누가 부인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어딘가에 <공장의 불빛>이 뿌려놓은 씨앗 하나가 보이지 않는 거름으로 자리 잡고 있음 또한 그 누가 부인할 수 있을까.
 
<공장의 불빛>의 재녹음과 재발매는 이 작품이 더 이상 신화가 아니라 현실 속에서 우리와 대면하게 됨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제 비로소 다시 현실의 맥락에서 재평가될 수 있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물론 그 현실은 지금 우리가 발 딛고 선 21세기 탈근대적 현실이 아니라 저 엄혹했던 70년대의 현실이며, 그런 의미에서 그것은 역사적 현실이다. <공장의 불빛>은 이제 비로소 역사가 된 것이다. 
 

 

2006. 6. 17
한겨레신문 2006년 6월 5일자에 실린 이용우님의 관련기사를 추가합니다. 물론 저작권 문제로 관련되는 부분 발췌...
 
 
‘혁명적 아티스트’ 탄생을 증명하다 (한겨레, 이용우, 2006-06-05)
한국팝의사건·사고60년 (54) 전설적 노래굿, 혁신적 콜라주 김민기의 ‘공장의 불빛’
 
이 시기 김민기의 진정한 문제작은 그가 직접 제작한 혁명적 불법 음반 〈공장의 불빛〉이었다. 경제성장의 그늘, 노동 현실과 노조 탄압을 적나라하게 그린 이 노래굿 사운드트랙은 주지하다시피 1980년대 노래운동과 민중가요에 심대한 영향을 끼쳤다. 이 앨범이 혁명적이었던 또다른 이유는 아예 사전검열을 거부하고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해 독자적으로 배급하면서 민중가요 음반의 미디어, 제작, 배급의 알파와 오메가를 선구적으로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공장의 불빛〉은 1978년 송창식의 원효로 스튜디오에서 조원익, 배수연, 이호준 등 일급 세션맨을 초빙해 반주를 녹음하고 이화여대 방송국 스튜디오에서 서울대 ‘메아리’, 이화여대 ‘한소리’, 경동교회 ‘빛소리’ 등이 동참해 보컬 녹음을 하고 최종 믹싱을 거쳐 완성되었다. 이 모든 과정이 비밀리에 진행된, 온몸을 건 일이었음은 물론이다. 그 결과는 포크 스타일뿐 아니라 구전가요, 찬송가, 국악, 블루스, 로큰롤 등 다양한 형식을 한데 실험한 혁신적인 것이었다. 비록 음질은 조악했지만 그 안에 담긴 강렬한 메시지와 매력을 전염시키는 데 걸림돌은 아니었다. 
 
〈공장의 불빛〉은 이제 김민기를 더 이상 ‘한국적 모던 포크의 기수’라는 틀에 한정할 수 없음을 증명했다. 또한 신비롭게 포장된 저항음악의 투사로만 가둘 수 없는 다기한 음악세계를 지향하는 아티스트임을 알려주었다.

 

참세상방송국 음악감상실

http://cast.jinbo.net/musichall/factorylight.html

참세상방송국은 이 전설적인 테이프를 소개하게 된 것을 기쁘게, 아니 스스로 감격스럽게 생각합니다. 그토록 목마르게 찾았던 이 테이프를 말입니다. 요컨대 이 작품은 정식으로 발매된 적이 없는 비합 복제판 음반입니다. 그러나 80년대 초엽부터 손에서 손으로, 마치 제의처럼 듣고 불리웠던 노래들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직접 이 테이프 전체를 들어본 사람보다는 그 '명성'과 함께 노래 몇곡이나 대본만을 접해 본 사람들이 더 많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 이전에, 이 작품은 소박하면서도 장대하고, 가장 노동자적이면서도 가장 고급스러운 양식과 내용으로 80년대 이후 민중음악의 방향에 대한 -- 김민기 본인이 의도했든 그러지 않았든 -- 바이블이 되었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뭐 이렇게 거창히 이야기할 것도 없습니다. 이 작품을 직접 들어보신다면, 20년도 더 된 이 음반에서 그 치열하고 숭고한 감성 못지않게 '동시대성'과 신선함을 함께 느낄 수 있으리라 확신하니까요. 
 
"공장의 불빛"은 노래모음이지만 연극이기도 하고 오페라이기도 합니다. 정말 현대적인 오페라지요. 그러나 이 작품은 '노래굿'입니다. 그의
"아빠얼굴 예쁘네요"는 노래일기 혹은 노래극으로 명명되었지요. 비교해 들어보시면 이 '노래굿'의 의미를 쉽게 짐작하실 수 있을 터입니다. 물론 단지 형식의 뿐만 아니라 '굿'의 의미도 함께요.
 
각설하구요, 이 테이프에 대한 더 이상의 소개는 아래 이영미씨의 소개글로 대신하도록 하겠습니다. 1986년 한울출판사에서 나왔던 김창남 편, <김민기>에 실린 글 중 일부입니다. 
 
. . . 1978년 제작된 "공장의 불빛"은 서울대 탈춤반 출신들의 모임이었던 '한두레'의 작업의 한 부분으로 기획된 것으로 애초부터 공연물로 구상되었고 그 구성에 있어 상당부분  공동창작이 이루어진 것 같다. 그러나 한국교회사회선교협의회의 후원으로 카세트 테이프로 제작, 보급되고 그후 79년 2월 제일교회에서 채희완의 안무로 무대에 올려져 "공장의 불빛"은 공연물로서보다는 카세트테이프로 더욱 유명해졌다.

이 작품은 70년대 후반의 공연작품들이 대개 과거의 역사적 사건이나 알레고리적인 상황설정으로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음에 비해, 동일방직사건이라는 70년대 후반 노동운동에 있어서의 중요한 사례에 입각하여 본격적인 노동문제를 다루고 있다. 또한 이것은 민중현실로 접근하려는 김민기의 70년대 후반 작품 경향의 정절을 이루고 있다. 특히 카세트 테이프라는 대중확산력이 강한 매체를 이용하고 뒷면에 반주음악을 실음으로써 대중적 확산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공장의 불빛"은 매우 전형적인 사건 전개를 가지고 노동문제에 접근하였다는 점, 악곡과 가사의 강렬함, 그리고 카세트테이프가 가진 놀랄만한 대중적 확산력으로 크게 화제가 되었고 그후의 여러 작업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 . .
 
0. 김민기 인사말
1. 편지
2. 교대 / 사고
3. 작업장
4. 야근
5. 공장의 불빛
6. 음모 / 선거
7. 두어라 가자
8. 이 세상 어딘가에1
9. 아침바람
10. 이 세상 어딘가에2
 

나오는 사람들

언니 : 조장
영자 : 고참조원
순이 : 갓 입사한 조원
옥이 : 갓 입사한 직원
사장
과장
비서
여자동료들
남자동료들
깡패들


김민기 인사말
 
편  지
언  니    미영이가 방학을 했겠군요
             공연히 딴 마음 먹지 말고(기침)
             꼭 고등학교에 갈 생각하라고 그러세요
             뒤는 언니가 책임지고...... 책임지고......
 
* 전조(前組) 작업 종료 벨소리
 
교대 / 사고

    언  니  모두들 자니? 일 나갈 시간
               얼른 얼른. 교대할 시간
    영  자  달도 없고 파리한 별빛
                밤바람 차네 옷들 껴 입고
    남자동료들  캄캄한 골목. 아무도 없다
                       하기야 한밤중에 다들 잘테지......
    여자동료들  수위실
    남자동료들  경비원 둘이
    영  자  뱁새눈하고
    여자동료들  노려다 보네
    남자동료들  세타트 한 놈 난로에 졸고
    여자동료들  수은등도 추워
    순  이  파랗게 떠네......
    남자동료들  시커먼 굴뚝 버티고 섰고
    여자동료들  앙상한 가지
    남녀 모두  무서워!
     
    사  고
    * 싸이렌 소리
     
    언  니
     아범이 일을 하다가 손을 다쳤어요

작업장 
 
영  자  싸늘한 계단 새하연 회벽
언  니  회사에 다니다 보면(기침) 아주 흔히들(기침)
영  자  형광등 소리 진저리 친다
언  니  있는 일이예요(기침)
남녀 모두  기계소리도 잠시만 쉬고
언  니  아무...... 아무 걱정마세요(기침)
           기술은 더 써먹을 수(기침)
남녀 모두  오늘밤도 하루 일터로 가네
언  니  없게 되었지만(기침)
            좀 편한 자리라도(기침)
            좀 수월한 자리라도 해줄지(기침)
남녀 모두  일터로 가네, 일터로 가네, 일터로 가네
언  니  몰라요(기침)
깡패들  (휘파람소리)
 
* 야간작업 시작 벨소리

 

            야  근
            여자동료들  서방님의 손가락은 여섯 개래요
                               시퍼런 절단기에 뚝뚝 잘려서
                               한 개에 오만 원씩 이십만 원을
                               술 퍼먹고 돌아오니 빈털터리래
            남녀 모두  야- 야- 야- 야-
                             야- 야- 야- 야-
            여자동료들  울고 짜고 해봐야 소용 있나요?
                               막노동판에라도 나가봐야죠.
                               불쌍한 언니는 어떡하나요?
                               오늘도 철야 명단 올렸겠지요......
            남녀 모두  야- 야- 야- 야-
                             야- 야- 야- 야-
            여자동료들  돈 벌어 대는 것도 좋긴 하지만
                              무슨 통뼈 깡다구로 맨날 철야유?
                              "누구든 하고 싶어 하느냐"면서
                               힘없이 하는 말이 폐병 삼기래
            남녀 모두  남 좋은 일 해 봐야 헛거지
                             고생하는 사람들만 손해야
            옥  이  그거야 특별한 경우겠죠
                        병 걸려 있으니까 그런 거죠
            영  자  삼 년만 지내보면 알게 될 거다!
                        귀머거리 폐병쟁이 누구 누군지
            여자동료들  야- 야- 야- 야-
                               야- 야- 야- 야-
            옥  이  일하기 싫으면 관두래지
                        뭣하러 공순이는 되었남
            여자동료들  누구는 좋아서 되었나
                               가난한 집에서 난 죄지
            남녀 모두  야- 야- 야- 야-
                             야- 야- 야- 야-
            옥  이  그거야 순전히 댁 사정이죠
                        공연히 남들 핑계 대지 말아요
                        묵묵히 참으면서 일만 하세요
                        윗분들이 잘 알아서 해줄 거예요
            남녀 모두  야- !
            여자동료들  세상 물정 하나도 모르네
                               시골에서 갓 올라온 촌뜨기
            남자동료들  사장님네 강아지는 감기 걸려서
                               포니 타고 병원까지 가신다는데
            여자동료들  우리들은 타이밍 약 사다 먹고요
                               시다 신세 면할 날만 기다리누나
            남녀 모두  월급 봉투 누런 봉투 빈 봉투
                             구멍가게 지나갈 땐 돌아가지
             
            남녀 모두  내일이면 선거날 노동조합 만드는 날
                             날만 새봐라 선거날 노동조합 만드는 날
                             우쭐우쭐 들먹들먹 신 바람나네
                             날만 새봐라 선거날 노동조합 만드는 날
                             세워 세워 세워 세워
                             세워 세워 세워 세워 세워
                             세워!
            옥  이  야- 이 불평밖에 할 줄 모르는 천치들아-
                        너희들이 뭘 안다구 그래-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될 것 아냐!
                        노조는 무슨 놈의 얼어죽을 노조야-
            여자동료들  지가 무슨 여대생이나 된 것 같네
                               바보가 아니라면 돌은 애야
                               이 옷을 만들며는 누가 입나요
                               사장님 사모님이 사서 입나요
                               코쟁이 노랑머리 사서 입나요
                               우리들은 작업복만 어울린대요
                               만들어 입어봐도 못 입네
            남자동료들  우- 우- 우- 우-
            여자동료들  빛깔 좋은 개살구 개살구
            남자동료들  우- 우- 우- 우-

 

[ 노래 : 공장의 불빛 ]

순  이  예쁘게 빛나던 불빛, 공장의 불빛
            온데 간데도 없고 ?뿌연 작업등만
남녀 모두  이대로 못 돌아가지, 그리운 고향 마을
                 춥고 지친 밤 여기는 또 다른 고향
                 여기는 또 다른 고향

 

        음모 / 선거
         
        과  장
         요번 달 목표액은?
        비  서  목표 목표
        사  장  백만 불 더 잡았지
        비  서  백만 불 백만 불
        사  장  선적일 맞추겠나?
        비  서  선적일 선적일
        과  장  조지면 될 테지요
        비  서  조져 조져
        사  장  조지면 된단 말인가?
        비  서  조져 조져
        과  장  조지면 될 테지요
        비  서  조져 조져
        사  장  조지면 된단 말이지?
        비  서  조져 조져
        과  장  아 조지면 된다니까요!
        비  서  조져-
        사  장  노조가 결성되면?
        비  서  노조? 노조?
        과  장  그 짓도 끝장이죠
        비  서  안되지 안되지
        사  장  우리가 세운 애는?
        비  서  세워 세워
        과  장  가망이 없소이다
        비  서  왜 없어 왜 없어
        과  장  가망이 없는데요
        비  서  왜 없어 왜 없어
        사  장  안 하면 될 것 아닌가?
        비  서  하지마 하지마
        과  장  통고도 받았는데
        비  서  통고? 통고?
        사  장  없었던 일로 해!
        비  서  웃기지 마-
        과  장  막 밀고 나온다면
        사  장  강제로 해산시켜!
                    질서는 그 애들이
                    애당초 흐렸으니
                    회사가 살아야지
        비  서  회사 회사
        과  장  갸들도 살게 되죠
        비  서  갸들 갸들
        사  장  우리는 더 잘 살지
        비  서  우리 우리
        과  장  애들을 모을까요?
        비  서  애들 애들
        과  장  깡패를 부를까요?
        비  서  깡패 깡패
        사  장  돈 줘서 싫다는 놈
        깡패들·비서  돈? 왜 싫어
        과  장  아직은 못 보았죠
        깡패들·비서  돈? 왜 싫어
        사  장  돈 줘서 싫다는 놈
        과  장  돈 줘서 싫다는 놈
        깡패들·비서  돈? 왜 싫어
        사  장  아직은 못 보았지
        과  장  아직은 못 보았죠
        깡패들·비서  돈? 왜 싫어
        사장·과장·비서  후 후 후 후 후
        사  장  옛다!
        깡패들  허이구
        여자동료들  저 저 저 저 더러운 돈!
        깡패들  개같이 벌어랬다 돈만 벌어라
                   더러운 돈 좋아하네 돈만 벌어라
                   새 돈 헌 돈 따로 있나 돈만 벌어라
                   아무거나 시키세요 돈만 벌어라
                  인정 찾고 양심 찾고 개소리를 허덜 마라
                 정승처럼 쓰면 됐지 돈 벌어 돈만 벌어 돈-
        여자동료들  뼈 빠지게 벌어준 돈
        남녀 모두  돈- 돈- 돈- 돈-
        여자동료들  우리한테는 못 오는 돈
        남녀 모두  돈- 돈- 돈- 돈-
        여자동료들  깡패 사는 데 쓰는 돈
        남녀 모두  돈- 돈- 더러운 돈-
        여자동료들  우리를 마구 해칠 돈
        남녀 모두  더러운 돈- 돈- 돈-
        여자동료들  힘들 내여 힘들 내여
        남녀 모두  불끈불끈 힘 내(박수)
        여자동료들  기죽지 말고 기죽지 말고
        남녀 모두  불끈불끈 힘 내(박수) 

      선  거
       
      남녀 모두
       미싱사 재단사 모여라
                       조합 만들어 세우자
                       우리도 이제는 안 속아
                       똘똘 뭉쳐서 해보자
      여자동료들  우쭐우쭐 들먹들먹 신바람나네
      남자동료들  우- 아- 우- 아-
      남녀 모두  공돌이 공순이 모여라
                       노동조합 만들자
      여자동료들  꽝꽝 만들어 높이 세워서
      남자동료들  꽝! 꽝! 세워 세워 세워 세워
      여자동료들  큰소리도 쳐보면
      남자동료들  세워- 큰소리 큰소리 큰소리 큰소리
      남녀 모두  사장님도 전무님도 인상 푹푹 쓰시고
                       작업장에는 웃음꽃이 활짝활짝 피네
                       딴따다다다 딴따다......
      여자동료들  꽝꽝 만들어 높이 세워서
      남자동료들  꽝! 꽝! 세워 세워 세워 세워
      여자동료들  큰소리도 쳐보면
      남자동료들  세워- 큰소리 큰소리 큰소리 큰소리
      남녀 모두  딴따다다다 딴따다......
                       딴따다다다 딴따다......
      여자동료들  세워 세워 세워 세워

      깡패들  개같이 벌어랬다 돈만 벌어라
                   더러운 돈 좋아하네 돈만 벌어라
                   새 돈 헌 돈 따로 있나 돈만 벌어라
                   아무거나 시키세요 돈만 벌어라
                   인정 찾고 양심 찾고 개소리를 허덜 마라
                   정승처럼 쓰면 됐지 돈 벌어 돈만 벌어
                   아- 아-
      여자동료들  세워- 아-
      언  니  당신들이 뭔데 남의 일에 끼여들어서
                  난리야 난리가-
                  할 일 없으면 집에 가서
                  발이나 닦고 자라구-
      깡패들  아-
      여자동료들  아-
       

        [ 노래 : 두어라 가자 ]
         
        언  니  두어라 가자 몹쓸 세상
                    설운 거리여 두어라 가자
                    언 땅에 움 터 모질게 돋아
                    봄은 아직도 아련하게 멀은데
                    객지에 나와 하 세월도 길어
                    몸은 병들고 갈갈이 찢겼네
                    고향집 사립문 늙은 오매
                    이제 내 가도 받아줄랑가- 줄랑가-
        여자동료들  힘들 내여 힘들 내
        남녀 모두  힘 내여 힘 내
        여자동료들  기죽지 말고 힘 내
        남자동료들  힘 내여 힘 내
        영  자  요대로 사느니 뒈져야지
        남녀 모두  힘들 내여 힘 내
        여자동료들  죽지는 말고 힘 내
        남자동료들  힘들 내여 힘들 내
        언  니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남녀 모두  불끈불끈 힘 내
                         불끈불끈 힘 내

     

     

     

     

     

     
    [ 노래 : 이 세상 어딘가에 1
     
     
    남녀 모두
     이 세상 어딘가에
                     있을까? 있을까?
                     평등과 평화 넘치는
                     자유의 바닷가
                     큰 물결 물아쳐 온다
                     너무도 가련한 우리
                     손에 손 놓치지 말고
                     파도와 맞서 보아요

     
    깡패들
     아-
                 돈 벌어 돈만 벌어 돈 벌어 돈만 벌어......
    옥  이  반반하게 생긴 년은 화냥질 가서
                몸 망치고 쫓겨나면 어디로 가고
    영  자  무식한 년 공장 와서 노조 만들다
                쫓겨나면 어디메로 흘러간다냐
    과  장  공고, 아래 사람들은 무단 결근자로서
                사칙을 위반하였기에 퇴사 조치함.
                아래. 가, 나, 다, 라, 마, 바, 사, 아, 자, 차, 카, 타, 파, 하.
    여자동료들  우-
    남자동료들  우-

    [ 노래 : 아침바람
     
    여자동료들
     아침바람 찬 바람에
                       울고 가는 저 기러기
                       우리 엄마 살아 생전
                       옆서 한 장 써주세요
    남녀 모두  우-

[ 노래 : 이 세상 어딘가에 2 ]

      옥  이  이 세상 어딘가에 있을까 있을까
                  분홍빛 고운 꿈나라
                  행복만 가득한 나라
                  하늘빛 자동차 타고
                  나는 화사한 옷 입고
                  잘 생긴 머슴애가 손짓하는 꿈의 나라

        언  니  이 세상 아무데도 없어요 정말 없어요
                    살며시 두 눈 떠 봐요
                    밤하늘 바라봐요
                    어두운 넓은 세상
                    반짝이는 작은 별
                    이 밤을 지키는 우리
                    힘겨운 공장의 밤

          남녀 모두  고운 꿈 깨어 나면 아쉬운 마음뿐
                           하지만 이제 깨어요
                           온 세상이 파도와 같이
                           큰 물결 몰아쳐 온다
                           너무도 가련한 우리
                           손에 손 놓치지 말고
                           파도와 맞서 보아요 
           

 

 

부르면 울게 만든 그때의 노래들 (레디앙, 2010년 03월 06일 (토) 11:00:21 이은진 / 문화활동가) 
[노래 이야기③] <이 세상 어딘가에>…서정적 가사에 노동자 삶 담아 
 
제가 대학에 입학한 후 처음 접한 민중가요들은 아주 서정적이고 고운 노래들이었습니다. 같이 어깨를 걸고 목 놓아 부르는가 하면, 혼자 흥얼거리다가도 울컥하고 무언가 치솟아 오르는 그 노래들. 70~80년대 초반 민중가요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사실 행진곡 풍보다는 바로 이런 서정적이고 고운 노래들입니다. 
 
서정적이고 고운 민중가요
오늘은 그 중 한 곡인 <이 세상 어딘가에>를 소개하려 합니다. “노동조합은 근로자들의 권리입니다. 막연한 분홍빛 꿈에서 깨어나 우리들 스스로 찬란한 미래를 만들어갑시다”라는 낯선 멘트와 함께 들었던 김민기 씨의 노래극 [공장의 불빛] 의 마지막 노래가 <이 세상 어딘가에>입니다. 오늘은 '메아리'의 목소리를 통해 <이 세상 어딘가에>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음원 : 메아리 Origin2 중에서 (일천구백팔십년 여름 녹음, 98년 4월 복각)
<이 세상 어딘가에> (김민기 글, 곡) 
 
필자가 대학에 입학하던 해는 1984년이었습니다. 학원자율화 조치가 있던 해죠. 즉, 그 이전까지는 대학 내에 기관원들이 상주하며 학생들과 같이 수업도 듣기도, 벤치에 앉아 잡담도 나누며 감시를 했습니다. 그러다 돌변해 친구를 연행해 가기도 했고요. 집회 한 번 하기도 쉽지 않았고, 늘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 했습니다. 경계를 늦추지 않았어야 했겠지요. 아마도 그 시절부터 약자나 줄임말들이 운동권 생존을 위한 문화로 유행한 게 아닐까 싶네요. 
 
기관원과 함께 수업 듣던 시절
하지만 제가 대학을 들어가던 그 해부터는 기관원들이 철수를 해서 대중 활동이 좀 더 자유로웠습니다. 학내 집회도 자주 열렸고, '민주'와 '민중'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 ‘혜택(?)’으로 저는 대학에 입학해 노래 서클에 가입하며 활동하게 됐습니다. 친구 따라 강남 가듯 시작된 서클 활동은 가히 '학과 공부를 하러 대학을 다닌 게 아니라 서클활동을 하러 다녔다’고 할 만큼 열성적이었습니다.
 
대학에서 처음 접한 민중가요들은 가사말도 낯설고, 멜로디도 대중가요와는 뭔가 다른 느낌이었지만 대체로 예뻤습니다. 그리고 참으로 서글펐습니다. 노래를 부르다 보면 왠지 마음이 짠했고, 술자리에서 부르면 괜스레 눈물도 흘렀습니다. <이 세상사는 동안>, <이 땅의 축복 위하여>, <친구>, <영산강>, <약수 뜨러가는 길>, <진달래> 등이 주로 그러한 노래였습니다. 
 
그저 노래가 좋아서 매일매일 서클방으로 출석을 하던 어느 날, 이름도 없던 복제 테이프에 맞춰 상황극을 짜는 훈련을 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그것이 바로 김민기의 노래극 [공장의 불빛]이었습니다. 동일방직 사건을 소재로 하여 78년 겨울에 만든 노래극 [공장의 불빛]은 서정적인 몇 곡의 노래들과 연극적 상황, 그리고 개사곡을 변주해서 만들어낸 작품입니다. 
 
김민기 노래극 '공장의 불빛'의 파격
그 당시 대학가의 노래패 공연은 대부분 통기타 한두 대로 연주를 하며 노래에 단순 화음 정도를 넣는 것이었는데, 이 [공장의 불빛]은 신디사이저와 드럼을 파격적으로 사용했습니다. 공장에 들어와 저임금에 야근, 철야를 밥 먹듯이 하고, 그러다 산재를 당해도 보상 한 푼 받지 못하고 쫓겨 난 신세, 이들은 노동조합을 만들려고 하지만 사측의 음모와 탄압에 부딪혀 좌절하고 맙니다.
 
하지만 그래도 노동자들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다시 힘을 추스릅니다. [공장의 불빛]은 고향에 편지를 보내는 여공의 목소리로 시작해 야간 교대, 사고, 노조동합 결성, 음모, 선거, 해고 등 전체가 19장면으로 이루어진 40여 분짜리 뮤지컬인 셈입니다. 여기에 삽입된 노래는 <공장의 불빛>, <두어라 가자>, <돈만 벌어라>, <야근>이며 <이 세상 어딘가에>는 엔딩곡으로 불리게 됩니다.
 
노래극의 시작과 끝부분 멘트에서 노동자들을 교육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지만, 그 속에서 접한 노동자 현실은 참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이야기들이었습니다. 군대에서 불렸던 멜로디에 가사를 붙인 <야근>은 단순한 한 곡을 단조와 장조, 그리고 4박자와 3박자, 빠르기와 가창법 등을 달리해 마치 공연 한편을 보는 듯 한 느낌을 줍니다. 이 노래는 원래 ‘대령 중령 소령은 00000, 상사, 중사, 하사는 00000~~’ 하는 소위 ‘군대 사가’를 따서 변주한 곡입니다.
 
“서방님의 손가락은 여섯 개래요, 시퍼런 절단기에 싹둑 잘려서 한 개에 오만 원씩 이십만 원을 술 퍼먹고 돌아오니 빈털터리래… 사장님네 강아지는 감기 걸려서 포니타고 병원까지 가신다는데 우리들은 타이밍약 사다먹고요. 시다 신세 면할 날만 기다립니다.
그거야 순전히 댁 사정이죠 병 걸려 있으니까 그런 거죠. 묵묵히 참으면서 일만 하세요 윗분들이 다 알아서 해줄 거예요. 3년만 지내보면 알게 될 거다. 귀머거리 폐병쟁이 누구누군지…”(이 노래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민중가요에서도 타자화됐던 노동자
87년 이후의 노동가요는 구체적이고 진취적이며 또 강인한 노동자 상을 그려냈습니다. 하지만 당시 우리의 현실은 너무나 막막했습니다. 그렇기에 진취적이나 구체적인 희망과 투쟁을 이야기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 어딘가에>와 이 곡이 삽입된 노래극 [공장의 불빛]은 ‘다른 누군가에 의지하지 말고, 우리들이 스스로 만들어가자는 내용’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살며시 두 눈 떠봐요. 밤하늘 바라봐요. 어두운 넓은 세상. 반짝이는 작은 별. 이 밤을 지키는 우리, 힘겨운 공장의 밤. 고운 꿈 깨어나면 아쉬운 마음뿐, 하지만 이제 깨어요. 온 세상이 파도와 같이 큰 물결 몰아쳐온다. 너무도 가련한 우리. 손에 손 놓치지 말고, 파도와 맞서 보아요.” -<이 세상 어딘가에> 중에서
 
이렇듯 당시의 민중가요가 노동자의 이야기를 타자적 시각에서 이야기한데 반해 <이 세상 어딘가에>는 노동자의 입장에서 서술하고 있습니다. 서정적이면서도 감성적인 가사와 멜로디이지만 그 어떤 곡보다도 노동자 스스로의 의지와 각성을 강조합니다. 노동자 삶은 무조건 강한 비트의 멜로디와 직설적인 가사만으로 전달되는 것은 아닙니다. 마치 시를 쓰듯 부드럽고 아름답게도 말할 수 있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이 세상 어딘가에>는 꼭 한 번 들어보면 좋은 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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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08 11:57 2010/03/08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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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대꽃 2010/03/11 16:26

    "현실에서의 발전적 전망의 부재"라는 말이 향수를 자극하는군요.

     Reply  Address

    • 새벽길 2010/03/18 05:06

      당시는 이런 식으로 평가를 많이 했었던 듯... 요즘은 절대 그러지 않을 것이고요.

       Add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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