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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14좌 신화, 나도 언론에 묻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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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도 KBS는 천안함 침몰 희생자 영결식 생방송에 이어 오은선씨 관련방송으로 전파를 낭비하더라. 안나푸르나 등반에 함께 해서 정상 등정에 성공한 장면을 직접 촬영했기 때문에 더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셀파들이 훨씬 더 산을 잘 타고 있다는 점, 저번 여성 산악인의 죽음과 관련한 성과주의의 한계 등을 미루어 봤을 때, 히말라야 14봉 완등이 가진 한계를 어느 정도는 알 수 있었을 텐데, 이런 점들은 다 간과되면서 또 하나의 영웅만들기에 전념하고 있는 점 등에 오히려 눈쌀이 찌뿌려졌다. 

 

그러던 차에 미디어오늘에 실린, 오은선 대장의 히말라야 고봉 14좌 완등과 관련한 산악인 김현수씨의 기고글을 보았다. 한 마디로 뭔가 말하고 싶었으나 자격도 없고, 잘 알지도 못해서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던 내 속맘을 속시원히 대변해주는 글이었다고나 할까. 

 

나는 산타는 걸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산을 좋아하는 이들이 오은선씨의 14봉 완등에 대해 하고 있는 나름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듯했다. 물론 내가 삐딱하게 보고 있는 것일 수도 있고, 또 이와 다르게 보고 있는 이들도 있겠지만...

   

"산악정신(Alpinism 알피니즘)은 미지의 세계를 도전하여 개척하고, 극한의 과정을 극복 하는 것이 본질이고 이로서 진정한 등반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한다. 즉, 새로운 길을 개척하여 정상에 이르거나 가파른 경사도의 절벽을 최소의 장비로 인간한계를 돌파 할 때 비로소 훌륭한 산악인으로 평가한다. 그래서 일반인들은 산악인이라는 ‘무상의 행위자’에게 신뢰와 사랑을 주는 것이다."

 

"14봉 완등이라는 것은 무수한 여성 산악인들이 이미 정상을 오른 8천 미터 산을 단지 ‘14개봉’이라는 종합세트로 만들어서 여성최초 타이틀 브랜드를 부착한 것 일뿐이다. 위대한 도전은 인간의 능력으로 올랐을 때에만 적용된다. 돈과 물량으로 정상의 개수 채우기는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정치·종교·인종·상업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이 등산의 기본이다. 산을 오르는 행위는 무상의 행위이고 타이틀이 필요치 않는 평화로운 것이다. 그러나 튀는 브랜드를 필요로 하는 상업자본과 돈과 명예를 쫓는 프로산악인들이 숭고한 산악정신을 이용하여 이득을 취한다. 도전하는 산악인의 가장 큰 중심인 도덕성과 양심은 아랑곳 하지 않는다."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국제 산악계에서 한국 프로산악인들의 유치한 정상정복 영웅주의 행태에 대한 냉소는 심각할 정도다. 헬기를 타고 5천 미터 중턱에 내려서 어마어마한 물량공세로 8천 미터 정상사냥을 하고 다시 헬기로 이동한다. 이들의 히말라야 환경오염 유발이 국제 언론에 보도까지 하는 지경이다."

 

"세계 산악운동사의 전통과 역사의 핵심에 해당하는 나라는 영국과 프랑스 등이다. 그런데 영국과 프랑스에는 왜 14개봉 등정자가 한명도 없는지 한국 언론은 의문을 품지 않는다. 14개 봉은 단지 이벤트이지 인간의 한계 도전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세계산악연맹(UIAA)는 등반가에 대하여 ‘공인’ ‘공식’이라는 제도가 없다. 왜냐하면 산악에서는 그것은 평가 할 대상도 조건도 아니기에 그렇다. 히말라야 8천 미터 14개봉을 오르는데 가장 큰 요인은 재력이다. 돈만 있다면 불과 3년 만에도 오를 수가 있다."

 

"세계 산악계에 최초 공인 자체가 없는데 최초라고 남발 하는 것은 그만큼 주최 측이 임의대로 주장하는 것이고 객관성이 없다는 증거다. 인간의 능력이 아니라 돈이 정상을 가는 것은 산악정신에 위배된다. ‘산악인’이 아니라 ‘이벤트 산악인’이라고 해야 정확하다."

 

"어느 산악계 선배는 이렇게 말했다. “진정한 산악정신 알피니즘은 도덕성과 철학을 근거로 하는 매우 고상한 취미활동이다. 여기에 타이틀을 쫓는 언론과 상업주의, 정치가 개입되면 죽음으로 연결 되는 지름길이다.”"

  
히말라야 14좌 신화, 언론에 묻는다 (미디어오늘 2010년 04월 29일 (목) 13:37:18)
[기고] 산악인 김현수 씨 · 안나푸르나봉 등반 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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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5.31.

생각해보니 고미영씨가 사고로 사망했을 때에는 '성과주의 등정'을 비판하는 한겨레의 기사가 참 대단하게 보였다. 오은선씨의 14좌 등정 성공 때에 나왔던 비판의 목소리가 거의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긴 죽은 사람 앞에서 그런 말을 함부로 하긴 어려웠으리라.
 
‘성과주의 등정’ 자성론 “희생양 더이상 안된다” (한겨레, 박수진 기자, 2009-07-15 오후 02:23:00)
세계는 ‘과정’ 중시하는데 한국은 ‘높이·개수’ 집착
속도전에 위험 노출…언론 ‘과열 경쟁’ 부추기기도
고미영씨 사고 계기로 본 산악계 현실

 
중진 산악인들은 무엇보다 ‘14좌 등정’의 의미에 강한 의문을 던졌다. 고씨의 도전이 언론의 주목을 받은 것은 14좌 등정 때문이었다. 고씨는 산악인 오은선씨와 함께 ‘여성 최초 14좌 등정’의 기록을 두고 경쟁을 벌여왔다.
 
히말라야 원정대장을 했던 이아무개씨는 “1986년 라인홀트 메스너가 최초로 미답의 14개 봉우리를 오른 것은 위대한 도전이지만, 이후 이미 개척된 14개 봉우리를 오르는 것은 개인적 차원에서야 큰 도전이지만 전문 산악인들이 경쟁적으로 도전할 것은 더 이상 아니다”라며 “그러나 언론이 14좌 등정이 대단한 것인 양 경마식 보도를 일삼아 이들을 과당경쟁으로 내몰았다”고 말했다.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14좌 등정에 성공하면 정부의 체육훈장 가운데 가장 높은 등급인 청룡장을 받는다. 청룡장은 1000점 이상의 점수를 받아야 받을 수 있는데, 올림픽 금메달 점수가 500점인 반면, 14좌 등정은 1000점이다. 이처럼 속도와 기록을 요구하는 분위기 속에서 고씨는 올해 들어 강행군을 이어갔다.
 
“그렇게까지 서둘러야 했는지, 그리고 그 방식이 과연 가치 있는 것이었는지 생각하면 더 안타깝다”고 말했다. ‘산악 선진국’들은 ‘양’보다는 ‘질’을 평가한다. 프랑스의 세계적 산악잡지 <몽타뉴>와 유럽고산등산협회가 해마다 뛰어난 등반가에게 주는 황금피켈상은 △셰르파의 도움을 받지 않고 △고정 로프를 사용하지 않으며 △얼마나 적은 인원으로 등반했는지 등을 평가한다.
 
그래서 ‘물량주의 방식의 등정’을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 전문 산악인들은 대체로 셰르파를 고용하고 지원팀의 도움을 받아 산에 오른다. 위험 구간에는 고정 자일이 깔려 있다. 등산로도 ‘새로운 길’이라기보다 사람들이 흔히 가는 길이다. 또한 베이스캠프가 설치되는 높이 4000~5000m 지점까지는 헬기를 타고 이동한다. 실제 산악인들이 오르는 것은 이 베이스캠프 지점에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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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30 11:23 2010/04/30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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