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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내셔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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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길님의 [Nepali, The Internationale ] 에 관련된 글. 
 
이전 네이버블로그에 올려놓았던 인터내셔널가 관련 글들을 옮겨오면서 내용을 일부 수정보완하였다.
 

인터내셔널가(1928-30), 오토 그리벨(Otto Griebel; 1895~1972)
위의 사진은 나치지배 독일에서 노동자들의 계급투쟁의식을 형상화한 '인터내셔널가'라는 작품이다. "노동자들이 노래를 부르며 열을 지어 행진하는 모습이 화면상에 강고한 수평선을 창출함으로써 강한 연대감이 표출되도록 했다. 경직된 구도와 배열이 화면을 딱딱하게 굳게 했음에도 꿈틀꿈틀 움직이는 붓길이나 강렬한 색상이 혁명의 잠재력과 폭발력 같은 것을 느끼게 한다. 결코 물러서지 않을 저항을 형상화한 그림이다." (출처 : 기관지 노동자의 힘 www.pwc.or.kr)
 
그런데 내가 삐딱한 것인지 노힘의 그림 해설이 그지 와닿지 않더라. 물론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하여 바라봐야겠지만, 위 그림은 민주노총의 정규직 대공장 조직노동자를 보는 것처럼 건장한 백인 남성노동자들로만 구성되어 있다. 흑인노동자도, 여성노동자도, 장애인도, 아마 이주노동자도 인터내셔널가를 부르는 이들 중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우리의 인터내셔널은 이 그리벨이 묘사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넘어서야 한다.
 

최도은 - 인터내셔널가

 

1. 인터내셔널가의 세계 각국 버전
 
2004년 5월경에 인터내셔널가의 세계 각국 버전에 대해 정리한 적이 있다. 바로 아래 사이트에 나오는 노래들에 대해 아는 선에서 나름의 해설을 부친 것이다.
  

http://www.hymn.ru/internationale/index-en.html 
 
그런데 지금 보니 그게 별 의미가 없게 되어버렸다. 위 페이지에 있는 오디오 파일들의 주소가 자주 바뀌기 때문에 링크걸었던 것들이 별 소용이 없게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여기서는 그 해설내용만 담아놓는다. 오디오파일은 위 사이트에 가서 직접 듣거나 다운 받으면 된다.

 
words by Eugène Pottier (1871)
music by Pierre Degeyter (1888)
The Internationale, originally a French song, is now a well known song available in most major languages.
It was the official anthem of the Soviet Union in the years 1918 through late 1943 (sung in Russian, of course). It is also the anthem of Communist parties and many socialist movements worldwide. 
 

 Russian
MP3 (5.6MB, 3:59, 192kbps) | RealAudio (4:06, 40kbps) by the choir and orchestra of Bolshoi Theatre, conducted by G. Rozhdestvensky (1977)
소련의 볼쇼이 극장의 합창단과 오케스트라에서 부른 것이다. 처음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버전이었는데, 붉은 군대 합창단 버전과 같이 너무 형식적이고 의례화된 느낌이 들어 요즘은 조금은 꺼려진다.
 
MP3 (7.4MB, 3:58, 256kbps) by the choir and orchestra of Soviet radio, conducted by A. Gauk (from CD “Songs of Russian Proletariat”, 1998; recorded in 1956) | MP3 (3.6MB, 3:47, 128kbps) — pseudostereo version from the movie Reds (USA, 1981) (from the soundtrack CD)
이 버전은 영화 <레즈>에 삽입된 버전과 비슷하다. 피엘송에서 검색해보면 O.S.T를 직접 들을 수 있다. 존 리드의 삶을 다룬 영화 <레즈>에서는 시종일관 이 노래가 흘러나오는데, 특히 존 리드가 동지들과 함께 러시아 혁명을 선동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인터내셔널가가 인상적이다.
 
MP3 (4.8MB, 2:32, 256kbps) — first verse of the Internationale sung in Russian, followed by the US anthem; by the NBC Symphony Orchestra conducted by Arturo Toscanini, tenor Jan Peerce, and Westminster Choir directed by John Finley Williamson (recorded in December 1943 in New York; reissued on an LP by RCA in 1963; during the Cold War, the footage with the Internationale was censored from the film made in 1943 of Toscanini conducting Verdi’s Hymn of the Nations with the Internationale and The Star-Spangled Banner added at the and of Verdi’s score) | MP3 (29.2MB, 15:34, 256kbps) — full recording of Giuseppe Verdi’s cantata “Inno delle Nazioni” from which the preceding fragment was taken
들어보면 알겠지만, 인터내셔널가 다음에 미국 국가가 나온다. 그래서 조금은 황당한 버전. 도대체 인터내셔널가와 미국 국가가 어떻게 연결되는 걸까. 아마도 여기서 인터내셔널가는 소련국가로서 사용된 듯하다.
 
A cappella: MP3 (1.1MB, 1:11, 128kbps) — soundtrack of Doctor Zhivago (1965) (from CD “Doctor Zhivago”, 1995)
영화 <닥터 지바고>에 보면 1분 정도 이 노래가 연주 없이 아카펠라로 배경으로 깔린다.
 
English
MP3 (8.9MB, 3:48, 320kbps) — modern version by Billy Bragg (from CD “The Internationale”, 1990)
적기가 등의 노래를 부른 바 있는 빌리 브래그가 인터가를 포크풍으로 편곡하여 불렀다. 이는 젊은 세대가 많이 부를 수 있도록 쉬운 단어와 현대영어에 맞춘 가사로 불렀는데, 영국에서는 널리 불리워지고 있다고 한다. 포크버전 중에서는 최근에 많이 접해서 익숙한 버전이다.
 
Chinese
MP3 (4.1MB, 4:24, 128kbps) by Tang Dynasty band, in rock style (from CD “A Dream Return to Tang Dynasty”, 1992)
평소에 즐겨듣던 중국 락 버전이 Tang Dynasty band의 1992년 앨범에 실린 것을 알게 된 것도 수확이다. 이 노래를 들으면 1989년 베이징의 천안문 광장 사건 당시 인터내셔널가를 부르던 학생들이 생각난다. 그들이 무슨 생각으로 이 노래를 불렀는지는 모르지만...
 
Dutch
MP3 (12.4MB, 6:38, 256kbps) — one verse sung in Dutch followed by a long instrumental play; sung by Tom Van Landuyt accompanied by an ad-hoc band (from CD prepared for delegates to the 59th statutory congress of the Belgian Metalworkers’ Union (de Centrale der Metaalindustrie van België), 2005; recorded in 2005)
이 사이트에 실린 인터내셔널가 버전 중에서 제일 길다.
 
Japanese
MP3 (4.4MB, 4:40, 128kbps) by Soul Flower Mononoke Summit group
소위 이박사풍 버전으로, 일본의 Soul Flower Mononoke Summit이라는 그룹이 인터내셔널가를 아주 흥겹게 부른다. 
 
 
2004/08/17 19:48
이 편곡은 보통 볼쇼이합창단이나 붉은군대합창단과 같은 장엄하지만 약간은 생기가 사라진 곡이나, 재즈나 포크, 락풍으로 번안된 곡과는 달리 곡이 살아 있다는 느낌을 준다. 약간의 추임새가 분위기를 북돋우고, 절로 흥이 난다. 인터내셔날가와 같은 무거운 노래도 이렇게 부를 수 있다는 것, 그게 진보가 아닐까.
이 노래를 민중가요 포탈사이트에서 발견하여 민지네(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네티즌모임)에 처음 소개했을 때 반응은 열광 그 자체였다. 우리의 진보는 어떠해야 하는지를 분위기로 보여주었던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인터내셔날가를 이런 풍으로 편곡해서 보급한다면 대히트일텐데. 민중가요의 확산에도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물론 그게 민중가요냐, 아니냐하는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사실 이 노래를 올린 이유는 거원의 제트 오디오를 이용하여 MP3를 WMA로 바꾸어 2M내에서 파일을 올릴 수 있는지 시험해보기 위한 목적이 컸다. 이제는 MP3파일을 저장할 곳을 찾아 헤매다가 거기에다 링크를 거는 수고를 덜 수 있을 것 같다.
  

2004/12/02 이 노래와 관련해서 네이버블로그에 썼던 글
marishin님의 진보블로그에서 '솔 플라워 모노노케 서밋'의 인터내셔널가를 소개한 포스트를 보았다. http://blog.jinbo.net/marishin/?pid=107
네이버에서 외부로 엮인글 설정이 안되어 그냥 주소를 적었다. 별 내용은 없지만 말이다.
여기에 보니 
한글로 된 그룹 소개 페이지도 있다!고 나온다. 왜 내가 검색했을 때는 찾지 못했을까? 
암튼 이리저리 맞춰보면 이 그룹이 부른 인터내셔널가는 1997년에 발매된
<레베러즈 칭동>(Levellers Ching-Dong)에 실려있는 것 같다. 
SOUL FLOWER MONONOKE SUMMIT
SF-038
ALBUM 1997.8.16
Respect Records / RES-2 
 
 
2010. 7.
솔 플라워 모노노케 서밋의 라이브 공연이 유튜브에 올아와있음을 알고 이를 링크한다. 하지만 노래 많이 튀기 때문에 영상만 보고 음질까지는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을 듯...

 
Korean 
MP3 (3.0MB, 3:15, 128kbps) (from North Korean LP “Music for formal occasions”)
북한의 공식행사에서 의전용으로 부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버전으로, 처음에 들을 때에는 어느 언어로 부르는지 가사가 잘 들리지 않지만, 귀기울여 보면 한국어임을 알 수 있다. 일제시대의 가사의 형태로 남아있으며, '국제가' 또는 '국제공산당가'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고 한다. 후렴에 "이는 우리 마지막 판가리 싸우미니 인터나쇼날로 인류가 떨치리"라는 가사가 나온다.
 
MP3 (3.8MB, 4:19, vbr122kbps)
서울지하철노조 노래패 소리물결에서 부른 것이다. 왜 최도은 버전은 없을까.
 
Polish
MP3 (1.7MB, 1:46, 128kbps)
상당히 서정적인 연주가 인상적이다.
 
Serbo-Croatian
MP3 (770KB, 1:52, 56kbps) | RealAudio (1:52, 16kbps) by The Artistic Ensemble of the Yugoslav Peoples Army’s Home — Belgrade
전형적인 애국가풍의 노래이다.
 
Tagalog (Philippines)
MP3 (2.3MB, 2:24, 128kbps) by a cultural group of the New People’s Army (Philippines) (1984?)
필리핀이라고 해서 영어로 부르는 줄 알았는데, 영어가 아니다.
 
Instrumental recordings 
MP3 (1.3MB, 1:21, vbr128kbps)
애국가를 연주만 할 때의 그 분위기를 떠올리면 된다.
 
MP3 (2.1MB, 1:31, 192kbps) by the orchestra of Polish Army, conducted by Arnold Rezler (from German CD “The (Former) Anthems of (Former) Socialist Countries”, 2002)
폴란드 군악대의 버전은 위의 버전보다 조금 더 분위기가 있기 때문에 행사 때 써먹으면 좋을 듯하다. 물론 의전용으로.
 
MP3 (1.1MB, 1:11, 128kbps) by the Central Band of the Czechoslovak Defense Ministry
위의 폴란드 군악대의 연주와 분위기가 비슷하다.
 
MP3 (3.1MB, 3:46, 112kbps) by some Chinese orchestra
연주곡 중에서는 가장 긴 버전인 듯하다.
 
MP3 (1.3MB, 1:26, 128kbps) by the Brass Band of the Hungarian People’s Army
군악대의 연주곡은 다들 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버전.
 
MP3 (1.1MB, 1:09, 128kbps) by Berlin Regimental Band “Wachregiment Berlin”, conducted by Guido Grosch(recorded by the German Radio Company in 1936; this is the only official recording of the Soviet anthem made in Nazi Germany, for the 1936 Olympics, in which the Soviet Union did not participate)
나찌독일 치하에서 열린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소련 국가로서 연주되었던 노래라고 한다. 물론 소련은 베를린 올림픽에 참가하지 않았기에 연습용으로 연주되었을 것이다.

  

2. 고종석, 나의 <인터내셔널> 청취기 2004/06/12 19:37
 
시사저널 제639호 2002/01/24에 실린 고종석의 글이다. 고종석은 대표적인 자유주의자 중의 한 사람이지만, 그래도 인터내셔널가가 가진 보편성은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임을 보여준다. 위의 인터내셔널가에 관한 글을 퍼오면서 이 글이 생각나더라. 

 

<인터내셔널>을 처음 들은 것은 1980년대 초다. 직장 생활을 막 시작하며 대학원에 다니던 그 시절, 내 가장 큰 (그리고 어쩌면 유일한) 즐거움은 ‘민중 가요’를 듣는 것이었다. 그 야만적 세월에 욕지기를 느끼면서도 사회를 바꾸기 위해 뭔가를 해볼 의지도 용기도 없던 나는 그저 더 나은 세상을 그리는 노래를 남 몰래 듣는 것으로 내 겁 많은 영혼을 위로했다. 물론 그 시절에조차 나는 마르크스주의에 환상을 품지는 않았다. 나는 한 번도 마르크스주의자였던 적이 없다. 그것은 이중의 의미에서 그러한데, 집단의 폭력에 대한 공포가 내게 거의 생래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밑줄을 치며 <자본론>을 정독할 열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집단적 선동성으로 가득 찬 민중 가요들을 즐겨 들었다는 것은 내가 생각해도 밉살맞을 만큼 모순적이었다. 
 
그 시절 나는 몇몇 대학들 앞에 포진한 이른바 사회과학서점엘 자주 들렀다. 책을 사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불법으로 생산된 민중 가요 테이프들의 가장 일반적인 유통 경로가 사회과학 서점들이었기 때문이다. 그 때 사들인 테이프가 100개는 넘는 것 같다. 음질이 그리 좋지 않았던 그 테이프들에는 일제 시대 항일 운동가들이 불렀던 혁명 가요에서부터 1970년대 말 이래 청년의 정액처럼 힘차게 솟구쳐 나온 운동 가요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민중 가요가 담겨 있었다.
 
나는 학교나 거리의 시위 현장에서가 아니라 그 테이프를 통해 <공장의 불빛>이나 <님을 위한 행진곡>이나 <5월> 같은 노래를 배웠다. <인터내셔널>도 그 가운데 하나였다. 제작처가 밝혀지지 않은 한 테이프에 <인터내셔널>이 영어로 담겨 있었다.
 
시절 바뀐 1980년대 말부터 ‘허밍’으로 읊조려
좀더 좋은 음질로 내가 <인터내셔널>을 듣게 된 것은 1980년대 말 비디오로 본 <레드>라는 영화에서였다. 미국 저널리스트로 러시아 혁명의 참여적 관찰자가 된 존 리드의 생애를 그린 그 영화에서 1917년의 10월 혁명 장면에 당연하게도 <인터내셔널>이 삽입되었다. 이 영화 속에서, <인터내셔널>의 소박 단순한 멜로디는 화면 속의 군중 모습과 포개지며 그 선동성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 즈음부터 나는 술이 약간 들어가면 <인터내셔널>을 허밍으로 읊조리는 버릇이 들었다. 물론 세월이 그만큼 좋아졌다는 뜻이겠다. 전두환 시절 같았으면, 아무리 술이 들어가도 내 집요한 자기 검열은 그런 호사를 방해했을 것이다. 아니, 노태우 시절이라고 하더라도, 현실 사회주의 체제가 완강히 살아있었다면, <인터내셔널>을 읊조리며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The Reds에 삽입된 International < 출처: 피엘송 > 
 
1992년에 난생 처음 파리에 가보았다. <인터내셔널>의 고향인 그 도시에서 나는 이 노래의 프랑스어 가사를 익혔다. 그 뒤로 <인터내셔널>은 내가 애창하는 ‘샹송’ 넘버에 끼게 되었다.
 
1990년대의 다섯 해 동안 파리에 살면서 나는 자주 페르라셰즈 묘지에 들러 <인터내셔널> 작사자 외젠 포티에의 무덤을 찾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그 노래를 부르며 혁명이 완전히 사라져 안전해진 시대를 비겁한 역설로 구가했다.
 
환란의 여파로 서울에 돌아와 살며 나는 한동안 <인터내셔널>을 잊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세밑에 한 젊은 친구가 내게 새해 선물로 CD 한 장을 주었다. 그 CD는 처음부터 끝까지 온통 <인터내셔널>로 채워져 있다. 내가 가사를 아는 프랑스어만이 아니라, 영어·스페인어·포르투갈어·독일어 그리고 내가 짐작할 수 없는 여러 언어들로 <인터내셔널>이 담긴 CD다. 요즘 나는 일자리에서, 잠자리에서 이 CD를 듣는다. 1980년대에 일자리에서, 잠자리에서 민중 가요 테이프를 들었듯. 나는 비록 앞으로도 결코 마르크스주의자가 될 일이 없겠지만, 이 노래는 내 눈길을 늘 사회적 소수파에게로 가 닿게 만들 것이다.
 
“대지의 저주받은 자들이여 일어서라/ 굶주린 도형수들이여 일어서라/ 이성이 그 분화구 안에서 천둥친다/ 이젠 끝이 왔다/ 과거를 백지 상태로 만들자/ 노예들이여 일어서라, 일어서라/ 세계는 근본부터 뒤바뀌리라/ 지금은 우리가 아무 것도 아니나 이제 모든 것이 될 터/ 이것은 최후의 투쟁이라네/ 단결하세 그러면 내일/ 인터내셔널이 인류가 될 테니".  

 

3. 인터내셔널가 2005/05/18 11:23
 
이번 노동절 때 인터내셔널가에 대한 얘기를 써보려다가 시기를 놓쳐버렸다. 그래도 뒤늦게나마 올리는 것이 좋을 듯하여 2002년도에 써두었던 글을 옮겨온다.

 

  이름 : 길잡이 번호 : 176
  게시일 : 2002/01/25 (금) PM 09:21:38 (수정 2002/01/25 (금) PM 09:22:20) 조회 : 18
  
  인터내셔널가에 대한 고종석의 개인적 소회가 나온 김에 인터내셔널가 얘기를 해보자.
  
  요새는 이 노래가 대중적으로 확산(?)되어 있지만, 80년대에는 그리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지 않았다. 그리고 멜로디는 차치하고라도 가사가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던 이유도 있었고, 또한 정파대립이 극심했던 것도 한 이유이다. 그래서 80년대 후반만 하더라도 당시 집회에서 애국가 대신으로 민중의례시에 유행하던 "압박과 설움에서 해방된 민족∼"으로 시작하는 민족해방가를 주로 불렀다면, 인터내셔널가는 끼리끼리 골방에서 부르는 노래였다. 그리고 또한 레드 콤플렉스도 작용하였다. 민족해방가까지는 허용된다고 생각했지만, 인터내셔널가는 좀더 확고한 신념(?)을 요구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대학에 입학했던 88년도에 이 노래를 접했다. 당시엔 지금과 다른 가사가 번안되어 불리워졌다. "굶주림과 추위 속에 우린 울었다.…" (이 가사는 예전 노래책에 나와 있는데, '역사의 새주인'이라는 제목으로 악보가 나와있다)
  처음부터 뭐랄까 이 노래를 듣거나 부를 때면 전율 같은 것이 왔다. 나에게 이런 느낌을 주는 노래가 몇 개가 있는데, 소리물결에서 부른 '민중의 노래(레미제라블 삽입곡)', '녹슬은 해방구', '영원한 노동자', '저 평등의 땅에', 한스 아이슬러가 작곡한 '투쟁의 물결' 등이 그런 노래였다. 아마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을 것 같다.
  
  나는 이 노래를 약간 과시 삼아 불렀다. 내 자신의 신념이나 세계관이 이러하다는 것을 남에게 보이기 위한, 그런 우쭐한 태도로 말이다. 그래서 집회나 행사 등의 뒷풀이 등이 끝난 뒤에는 과친구, 선후배들과 모여 인터내셔널가와 과가(불나비를 개사한 것이다)를 불렀다. 그것으로 남과 구별된다는 것을 나타내려 했던 것이다. 그 때 내 나이또래의 사람들이 지금도 그러는 것을 보면 어쩌면 젊을 때의 치기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최근에 불리워지는 인터내셔널가 가사는 시인 김정환이 '노문연(노동자문화예술운동연합)' 의장으로 있을 때 번안한 것으로, 90년 서울대 노래패 메아리가 공연하면서 이를 정식으로 불러 퍼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 버전보다 더 혁명적이고 원어 가사에 충실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모든 행진곡 풍의 노래가 그렇듯이 인터가 또한 여럿이서 함께 부를 때 빛이 난다. 인터내셔널가를 부를 때면 다수의 대중이 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떠오른다. 우선 소련이 페레스트로이카와 글라스노스트를 내걸고 혁신하다가 '낫과 망치'가 새겨진 붉은 깃발을 내릴 무렵 열렸던 소련의 공산당대회에 관한 기사가 문화방송에 나오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그 폐회 장면에서 인터내셔널가가 나오는 것을 들었다. 소련의 붕괴를 알리는 장송곡이었달까? 그때 난 인터내셔널가가 일국의 국가로서 사용되는 것에 분노했었던 것 같다. (나중에 알고 보니 소련의 국가는 따로 있었다. -_-;;) 그리고 한국에서는 아마 91년 지하 노동운동 세력이 합법적인 진보정당을 내걸고 나와 당의 깃발을 올린 한국노동당 창당대회장(아마 무역회관 코엑스 빌딩이었던 듯하다)에서 창당선언문을 낭독할 때 인터내셔널가를 배경음악으로 들을 수 있었던 것이 약간 충격적이었고(확실하게 빨갱이의 음악이었으니까..), 그 노래를 만명이상의 사람들이 함께 부른 최초의 순간은 92년도 올림픽 벨로드롬 경기장에서 백기완 민중후보의 대통령 선출대회였던 듯하다. 이후에 인터내셔널가는 점차 큰 부담 없이 불리워지는 노래가 되었다. 작년 노동절 때 대학로에서 그 많은 사람들이 이 노래를 합창한 것도 커다란 감동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인터내셔널가는 그 연주 또한 감동적이다. 현재 내 홈페이지에서 흘러나오는 배경음악도 인터가의 피아노곡(청년진보당(현 사회당)이 정치연수원을 개원하고 1기 간부학교를 마치고 난 졸업식때 공연된 것의 녹음)이며, 또 Z.E.N이 첫곡으로 내놓았던 '아빠와 전태일'의 간주도 인터가이다. 가끔 티브이에 하는 다큐멘터리에서 좌파의 이야기를 다룰 때 이 노래가 배경음악으로 나올 때가 있다. 
   
  우리가 인터내셔널가를 대중적으로 접하게 되는 것은 영화를 통해서이다. 가장 많이 알려진 장면은 켄 로치 감독이 만든 'Land and Freedom'에서 친한 동지를 땅에 묻으면서 나오는 부르는 것이다. 1936년 스페인 내전당시 민중들의 투쟁과 갈등을 그린 이 작품에서 주인공들이 부르는 인터내셔널가는 원곡이 소리가 작은 관계로 볼륨을 높여야 잘 들을 수 있다.
  
  그리고 내가 개인적으로 감동을 받았던 장면은 존 리드의 생애를 그린 영화 [Reds]에서 리드가 동지들과 함께 러시아 혁명을 선동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인터내셔널가이다. 또 [양철북]에서도 이 노래가 나오고, [1900년]에서도 나오며, [에어포스 원]에서 악당의 콧노래로도 나온다. 
      
  참, 인터내셔널가를 부를 때 우리는 아지를 한다. 그 전주처럼 사용되는 아지(agitation)은 인터내셔널가를 함께 부를 때 주문과도 같다. 나는 공산당선언의 마지막 문장을 사용하여 하는 아지밖에 몰랐는데, 최근에는 모르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브레히트의 시 '예심판사 앞에 선 16세 봉제공 엠마 리이스'를 함께 사용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16세의 봉제공 엠마 리이스가
  체르노비치에서 예심판사앞에 섰을 때
  그녀는 요구받았다
  왜 혁명을 호소하는 삐라를 뿌렸는가
  그 이유를 대라고
  이에 답하고나서 그녀는 일어서더니 노래하기 시작했다
  인터내셔널을
  예심판사가 손을 내저으며 제지하자
  그녀의 소리가 매섭게 외쳤다
  기립하시오! 당신도
  이것은
  인터내셔널이오!"
  
  "자본가로 하여금 프롤레타리아트 혁명 앞에 벌벌 떨게 하라.
  프롤레타리아트가 혁명 앞에서 잃을 것은 쇠사슬이요, 얻을 것은 세계 전체이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투쟁! 투쟁! 투쟁투쟁투쟁!
  
  1. 깨어라 노동자의 군대 굴레를 벗어던져라
   정의는 분화구의 불길처럼 힘차게 타온다
   대지의 저주받은 땅에 새세계를 펼칠 때
   어떠한 낡은 쇠사슬도 우리를 막지 못해
  * 들어라 최후 결전 승리의 외침을
   민중이여 해방의 깃발 아래 서라
   역사의 참된 주인 승리를 위하여
   참자유평등 그길로 힘차게 나가자
   인터내셔널 깃발 아래 전진 또 전진(이 절은 맨 마지막에만 부른다)
  
  2. 어떠한 높으신 양반 고귀한 이념도
   허공에 매인 십자가도 우릴 구원 못하네
   우리것을 되찾는 것은 강철같은 우리의 손
   노예의 쇠사슬을 끊어내고 해방으로 나가자
  
  * 반복
  
  3 억세고 못박혀 굳은 손 우리의 무기다
   나약한 노예의 근성 모두 쓸어 버리자
   무너진 폐허의 땅에 평등의 꽃 피울 때
   우리의 붉은 새태양은 지평선에 떠온다
  
  * 반복

  

4. '인터내셔널가'에 얽힌 이야기들 (장석원)  2006/05/02 20:37
 
레디앙의 장석원 기자는 뭘 이렇게 쓸데없는 것을 많이 알고 있는 거여. 116주년 노동절을 맞이하여 퍼다놓을 수 있는 괜찮은 기사.
기사에 언급되는 노래에 맞는 버전을 피엘송에서 구해 추가하였다.

 


인터내셔널가 부르려면 저작권료 내야할까?

'인터내셔널가'에 얽힌 이야기들

  

“깨어라 노동자의 군대, 굴레를 벗어던져라...”

오늘은 메이데이. 해마다 5월 1일이 되면 전 세계의 노동자들이 거리를 행진하며 해방을 향한 영원한 투쟁을 선언한다. 이 때 반드시 부르는 노래가 바로 “인터내셔널가”다.

인터내셔널가는 도대체 언제, 누구에 의해 만들어진 걸까?

  

인터내셔널가의 아버지는 파리꼬뮌에 전사로 참여했던 프랑스인 외젠 포티에Eugene Pottier다. 사회주의자였으며 운수노동자였고, 시인이었던 그가 파리꼬뮌을 기념하기 위해 1871년에 쓴 시가 노래의 기원이 됐다. 당시의 사회주의자와 무정부주의자들은 이 시를 프랑스 국가인 ‘라 마르세예즈’에 맞춰 불렀다. 그러던 중 1888년 역시 프랑스인인 피에르 드제이테Pierre Degeyter가 곡을 만들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인터내셔널가의 멜로디는 이때 처음 생겨났다. 생각보다 그리 오래된 노래는 아닌 셈이다.

  

드제이테는 곡을 만들면서 운율 등을 고려해 가사를 일부 수정했다. 따라서 포티에가 파리꼬뮌의 시기에 쓴 원작 시는 그 이후 프랑스 안에서도 점차 잊혀졌다. 지금은 자료로만 남아 있을 뿐이다.

 

라 마르세예즈에 맞춰 부른 인터내셔널가는 마르크스와 엥겔스도 참여했던 제1인터내셔널의 주제가가 됐다. 그러나 첫 번째 인터내셔널은 이 노래가 나온 다음해인 1872년에 사회주의자와 무정부주의자의 분열로 인해 사실상 문을 닫았다.

드제이테가 새로 곡을 붙인 인터내셔널가는 1889년 두 번째 인터내셔널이 결성되자 즉각 사회주의자들의 찬가로 채택됐다. 이후 유럽을 넘어서 세계 각국의 언어로 번역되고 알려지기 시작했다.

  

75종이 넘는 다양한 가사가 존재

  

   
▲ 1900년대 인터내셔널가 악보의 표지
아마 ‘생일축하’노래 정도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언어로 번역되어 불려지는 노래가 인터내셔널가일 것이다. 심지어는 같은 나라 안에서도 서로 다른 가사들이 존재할 정도다.

  

가장 많은 것은 영어로 된 인터내셔널이다. 영국에서만 두 가지의 다른 가사가 존재한다. 큰 차이는 아니지만 확실히 다른 형태를 띠고 있다. 미국에서는 영국에서 수입된 가사를 부르다가 전국단일노조 운동을 벌였던 아나코생디칼리스들인 IWW가 1900년대에 만든 새 가사가 표준이 됐다. 이외에도 캐나다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부르는 조금 다른 형태의 영어가사가 존재한다.

    

이처럼 같은 영어권이면서도 서로 가사가 다르고 특히 인터내셔널의 영어 번역은 구어체의 문장과 딱딱한 단어들의 남발로 악명이 높았다. 그래서 영국의 좌익 뮤지션인 빌리 브랙Billy Bragg은 1990년 미국의 저명한 포크가수인 피트 시거Pete Seeger와 함께 새로운 영어 가사를 만들었다. 쉬운 단어와 현대영어에 맞춘 가사로 더 많은 사람들, 특히 젊은 세대들이 노래를 부르게 하기 위해서였다. 현재 영국에서는 빌리 브랙의 새 가사가 널리 통용되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나이 많은 좌익들을 제외하고는 새 가사로 바뀌는 추세라고 한다.

Pete Seeger - International
  
Billy Bragg - International

  

British Translation Billy Bragg's Revision American version
First stanza

Arise, ye workers from your slumber,
Arise, ye prisoners of want.
For reason in revolt now thunders,
and at last ends the age of cant!
Away with all your superstitions,
Servile masses, arise, arise!
We'll change henceforth the old tradition,
And spurn the dust to win the prize!
  So comrades, come rally,
  And the last fight let us face.
  The Internationale,
  Unites the human race.
  So comrades, come rally,
  And the last fight let us face.
  The Internationale,
  Unites the human race.

Stand up, all victims of oppression,
For the tyrants fear your might!
Don't cling so hard to your possessions,
For you have nothing if you have no rights!
Let racist ignorance be ended,
For respect makes the empires fall!
Freedom is merely privilege extended,
Unless enjoyed by one and all.
  So come brothers and sisters,
  For the struggle carries on.
  The Internationale,
  Unites the world in song.
  So comrades, come rally,
  For this is the time and place!
  The international ideal,
  Unites the human race.

Arise, you prisoners of starvation!
Arise, you wretched of the earth!
For justice thunders condemnation:
A better world's in birth!
No more tradition's chains shall bind us,
Arise you slaves, no more in thrall!
The earth shall rise on new foundations:
We have been nought, we shall be all!
  'Tis the final conflict,
  Let each stand in his place.
  The international soviet
  Shall be the human race
  'Tis the final conflict,
  Let each stand in his place.
  The international soviet
  Shall be the human race

Second stanza

No more deluded by reaction,
On tyrants only we'll make war!
The soldiers too will take strike action,
They'll break ranks and fight no more!
And if those cannibals keep trying,
To sacrifice us to their pride,
They soon shall hear the bullets flying,
We'll shoot the generals on our own side.
  So comrades, come rally,
  And the last fight let us face.
  The Internationale,
  Unites the human race.
  So comrades, come rally,
  And the last fight let us face.
  The Internationale,
  Unites the human race.

Let no one build walls to divide us,
Walls of hatred nor walls of stone.
Come greet the dawn and stand beside us,
We'll live together or we'll die alone.
In our world poisoned by exploitation,
Those who have taken, now they must give!
And end the vanity of nations,
We've but one Earth on which to live.
  So come brothers and sisters,
  For the struggle carries on.
  The Internationale,
  Unites the world in song.
  So comrades, come rally,
  For this is the time and place!
  The international ideal,
  Unites the human race.

We want no condescending saviors
To rule us from their judgment hall,
We workers ask not for their favors
Let us consult for all:
To make the thief disgorge his booty
To free the spirit from its cell,
We must ourselves decide our duty,
We must decide, and do it well.
  'Tis the final conflict,
  Let each stand in his place.
  The international soviet
  Shall be the human race
  'Tis the final conflict,
  Let each stand in his place.
  The international soviet
  Shall be the human race

Third stanza

No saviour from on high delivers,
No faith have we in prince or peer.
Our own right hand the chains must shiver,
Chains of hatred, greed and fear.
E'er the thieves will out with their booty,
And give to all a happier lot.
Each at the forge must do their duty,
And we'll strike while the iron is hot.
  So comrades, come rally,
  And the last fight let us face.
  The Internationale,
  Unites the human race.
  So comrades, come rally,
  And the last fight let us face.
  The Internationale,
  Unites the human race.

And so begins the final drama,
In the streets and in the fields.
We stand unbowed before their armour,
We defy their guns and shields!
When we fight, provoked by their aggression,
Let us be inspired by life and love.
For though they offer us concessions,
Change will not come from above!
  So come brothers and sisters,
  For the struggle carries on.
  The Internationale,
  Unites the world in song.
  So comrades, come rally,
  For this is the time and place!
  The international ideal,
  Unites the human race.

 

출처: http://en.wikipedia.org/wiki/Internationale

  

이외에도 독일어나 이탈리아어, 에스파냐어 모두 대여섯개 이상의 다른 가사를 가지고 있다. 초기에 프랑스 가사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차이가 생기기도 했고, 사회주의자와 무정부주의자들이 서로 다른 내용을 집어넣으면서 차이가 생기기도 했다. 에스파냐어의 경우 유럽과 라틴아메리카라는 지리적 차이 때문에 가사에 변형이 생기기도 했다.

 

반면 러시아어 가사는 하나뿐이다. 망명 중인 레닌이 초기 번역 중 하나를 선택해 ‘공인’한 이후 아무도 가사에 손을 대지 않았다. 레닌의 권위 때문이었는지 당에 대한 공포였는지는 알 수 없다.

The choir and orchestra of Bolshoi Theatre - International
   

서로 다른 한글 가사도 3개나 있다

일제시대-북한 가사의 후렴에는 ‘판갈이 싸움이니’라는 구절이 나온다. 민주노동당의 ‘판갈이’ 구호는 일제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셈이다.

일어나라 저주로인 맞은
주리고 종된 자 세계
우리의 피가 끓어 넘쳐
결사전을 하게하네.
억제의 세상 뿌리 빼고
새 세계를 세우자.
짓밟혀 천대받은 자
모든 것의 주인이 되리.

[후렴] 이는 우리 마지막
판가리 싸우미니
인터나쇼날로
인류가 떨치리.
이는 우리 마지막
판가리 싸우미니
인터나쇼날로
인류가 떨치리

하느님도 임금도 영웅도
우리를 구제 못하라
우리는 다만 제 손으로
헤방을 가져오리라
거세인 솜씨로 압박 부시고
제것을 찾자면
풀무를 불며 용감히
두드려라 쇠가 단김에

[후렴] 반복

우리는 오직 전세계의
위대한 로력의 군대
땅덩어리는 우리의것이니
기생충에게는 없으리
개무리와 도살자에게는
큰 벼락 쏟아져도
우리의 머리 우에는
찬란한 태양이 비치리

[후렴] 반복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한글로 된 가사도 여러 개가 존재한다. ‘어, 우리말로 된 인터내셔널가가 또 있다고?’하며 놀라겠지만 한국어 인터내셔널가는 모두 3종류다.

 

우선 일제시대에 ‘인터나쇼날’이라는 제목으로 불린 첫 번째 가사가 있다. 정확히 인터내셔널가의 한글 번역이 언제 이뤄졌는지 알기는 어렵지만 대략 1922년 일본어 가사가 처음 만들어진 이후로 추정된다. 한글 가사와 일어 가사는 서로 내용이 달라 일본가사를 번역했다고 생각되지는 않지만 일본 가사의 특이한 후렴구조가 한글 가사에서도 나타나는 것을 보면 일본가사를 참고했음을 추정할 수 있다.

  

일제시대의 가사는 지금도 북한에서 불려지고 있다. 다만 제목은 ‘국제가’ 또는 ‘국제공산당가’라고 한다. 주로 의전용으로 사용되며 북한 민중들이 일상적으로 부르는 노래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반도의 남쪽에서는 전쟁을 통해 좌익과 이에 연관된 모든 것들이 분서갱유 당했기 때문에 ‘인터내셔널가’는 완전히 잊혀져 버렸다. 80년대 들어 민중음악 활동가들이 외국에서 악보를 다시 들여오면서 복원됐다.

연세대 총학생회(한열아 부활하라!!) - 역사의 새주인

 

처음에는 영어 가사를 직역한 듯한 노래말로 매우 투박한 인상이었다. 제목도 “역사의 새 주인”이었다. 이후 보다 매끄럽게 한글 가사를 다듬은 노래가 전노협 시기 노동운동 노래패를 통해 보급됐다. 이 가사가 지금 우리가 부르는 “인터내셔널가”다.

메아리 - 인터내셔널가

 

인터내셔널가의 어두운 면

 

인터내셔널가는 노동자 계급의 투쟁과 해방, 국제주의를 찬양하는 노래다. 하지만 이 노래가 항상 영광 속에서만 불려졌던 것은 아니다.

 

우선 당연하게도 20세기 초반까지 대다수의 나라에서 인터내셔널가는 금지곡이었다. 이에 상관없이 사회주의자와 공산주의자와 무정부주의자들은 집회와 모임에서 노래를 합창했지만 이는 경찰의 단속 대상이었다.

 

1917년 혁명 이후 인터내셔널가는 소비에트연방의 국가가 됐다. 그러나 스탈린은 히틀러와의 전쟁 중인 1944년 이 노래 대신 새로 만든 ‘소련찬가’를 국가로 삼았다. 인터내셔널가의 국제주의를 소련찬가의 애국주의로 교체한 것이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코민테른(제3 인터내셔널)을 해체했다.

Red Army Chorus - International
   

그 이전인 1935년 모스크바는 프랑스 공산당에 프랑스어 인터내셔널가 중 군대에 대해 적대감을 드러낸 구절을 부르지 말라고 지시했다. 프랑스와 관계 개선을 추진하던 소련이 프랑스 군부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터내셔널가는 전 세계 노동계급과 사회주의자들에게 국제주의와 국경을 넘어선 단결을 호소하는 노래다. 이념은 달라도 사회민주주의자부터 공산주의자까지 모두 이 노래를 부르지만 때로는 이념적 차이를 드러내기도 한다. 포르투갈에서는 지금도 공산당원들과 사회당원들이 서로 다른 가사의 인터내셔널가를 부른다. 칠레 사회당과 공산당의 인터내셔널가도 조금 차이가 있다.

 

인터내셔널가와 얽힌 비극적 기억 중의 하나는 1989년 베이징의 천안문 광장 사건이다. 당시 광장에 모여 개혁을 요구하던 학생들은 운동가로 이 노래를 불렀다. 아마도 1980년 서울의 봄 때 서울역에 모인 대학생들이 많은 사람이 아는 고향의 봄이나 애국가를 부른 것과 비슷한 이유로 중국의 학생들도 인터내셔널가를 불렀을 것이다. 그러나 학생들은 ‘노동자 군대의 각성’을 노래하다 인민해방군이 보낸 탱크에 희생됐다.

    

영화를 통해 만나는 인터내셔널

   
▲ 영화 <랜드 앤 프리덤>의 포스터
인터내셔널가는 워낙 많이 알려진 노래고 또 노동운동과 좌익운동을 상징하는 노래인 만큼 이런 주제를 다룬 영화나 기록 영상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앞서 한국전쟁 이후 남한에서는 인터내셔널가가 자취를 감췄다고 했는데 한번 이 노래가 대중적으로 공개된 적이 있다. 65년 개봉된 영화 <닥터 지바고>에는 1분 정도 이 노래가 배경으로 깔리는 장면이 있다. 아마 전쟁이후 인터내셔널가가 남한에서 공공연하게 공개된 첫 번째 사례이겠지만 이게 무슨 노래인지 알아챈 사람은 그리 만치 않았을 것이다.

 

러시아혁명을 취재한 미국의 공산주의자 언론인 존 리드의 삶을 다룬 영화 <레즈>에서는 시종일관 이 노래가 흘러나와 인터내셔널가를 배우는 교재로는 딱 안성맞춤인 영화였다. 그러나 워런 비티 같은 인기스타가 나오고 아카데미 감독상까지 받은 영화임에도 1981년이라는 시대상황 속에서 국내개봉은 못했다.

  

인터내셔널가가 가장 인상적으로 사용된 영화는 켄 로치 감독의 <랜드 앤 프리덤>일 것이다. 스페인 내전을 다룬 이 영화에서는 세계 각국에서 모인 국제여단의 전사들이 파시스트들과의 전투에서 죽은 동지를 묻으며 장송곡 대신 이 노래를 합창하는 장면이 나온다. 국제주의라는 노래의 테마를 이보다 더 잘 살려낸 장면은 앞으로도 보기 드물 것이다.

  

인터내셔널가를 들을 수 있는 영화 중 가장 황당한 것은 <에어포스 원>이다. 해리슨 포드가 테러리스트 잡는 대통령으로 나온 이 ‘무협영화’를 보면 러시아에 체포된 카자흐스탄의 독재자 장군이 테러리스트들의 협박으로 풀려나는 장면에서 감옥 안의 죄수들이 독재자를 위해 인터내셔널가를 부르는 장면이 나온다. 반북집회에 모인 우익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격이다.

  

인터내셔널가는 카피레프트일까?

 

많은 사람들이 인터내셔널가는 좌파의 노래고 오래된 곡이니까 저작권과 상관없이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 이 노래는 지금도 저작권의 보호를 받고 있다.

프랑스에 한정된 이야기지만 인터내셔널가는 2014년까지 저작권을 보호받는다. 이 노래를 작곡한 피에르 드제이테는 1932년 사망했다. 작가의 사후 70년 동안 저작권을 인정하는 프랑스 법에 의해 2002년까지 보호를 받지만 두차례의 세계대전동안의 기간을 제하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2014년까지 보호되는 것이다. 실제로 2005년 프랑스의 한 영화 제작자가 이 노래를 사용하기 위해 1,000유로를 지불하기도 했다.

2006년 04월 28일 (금) 14:15:19                                                                            장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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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17 11:25 2009/07/17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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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난 김에 인터내셔널가에 얽힌 얘기들 링크. 여기에서 다양한 인터가를 섭렵할 수 있다 http://bit.ly/9Hhxv4 개인적으로는 http://bit.ly/9mEijL 에 나오는 전세계 언어의 버전으로 부르는 게 맘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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