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암생각없이 놀았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그래, 그렇게 피곤하게 살 필요없어. 설렁설렁 하고 싶은대로 하고, 괜한 책임 느낄 거 없다고.
컴퓨터도 멀리해. 모처럼 책 읽으니 좋군. 흠, 이건 꼭 내일 포스팅해야지.
집안 일 좀 하며 뒤늦게 어색썰렁조마조마한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감정노동에 힘쓰며 일요일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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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왠일로 전화해서 같이 운동하자고 했다. 할말도 있다 하고. 그래서 낮 1시에 만나기로.
하지만 내가 일어난 시각은 12시 반. 일어나자마자 전화가 온다.
"어, 그래. 일어났지 그럼. 하아하아~ 근데 야 나 좀 늦겠다. "
"그럴 줄 알았다. 출발할때 전화해."
밥먹고 밍기적 거리다 집을 나선 시각이 2시 반. 전화를 딱 하려고 하니 비가 몇 방울 떨어진다.
"야, 비오는데? 안되겠다"
"이 눔아. 왜 이제 전화해. 여긴 비 엄청 온다."
뭔 얘기하려고 했냐.
추석에 자전거 여행가고 싶은데 내가 그래본적이 없어서 너한테 같이 가자고 하려고.
뭐 그러지. 추석에 할 일이 있을지 모르는데 (네팔 이주노동자 행사 현장중계? 어쩌면) 뭐 꼭 내가 안가도 될거야. 여행이나 가세.
근데 너 텐트는? 코펠 버너는? 뭐는? 뭐는? 야.. 너도 어찌 하나도 없냐. 알았다 내가 빌려볼께. 계획도 세우고. 흠.
자전거 자물쇠를 풀었다가 다시 잠그고 집으로 들어오다 보니 누가 내다놓은 조그만 책장 발견.
색깔이 내 방 벽지랑 잘 어울리겠다. 크기도 적당하고. 바로 들고 왔다.
이야.. 맞춤이다.
이사 올때 묶어놓고 아직 풀지도 않은 책들을 꺼내 진열하니 꽤 그럴 듯하다. 나도 책이 꽤나 많은데. 흠 사진찍어 과시해야겠어.
어차피 사람덜 자기 갖고 있는 책들 얼마나 다 읽겠어? 케케
그러다보니 만화책 몇권과 김용의 "영웅문" 2부 6권 발견.
....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듯)
정신차려보니 밤 12시. 마사루 40편부터 보고 나니 2시.
역시 오늘도 읽으려던 책은 별로 못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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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월요일 아침. 엄니 기분은 많이 풀리신 듯 하다. 점심 약속을 잡아 나가신다. 아점이라기보단 그냥 점심을 챙겨 먹고 미문동방으로 출근. 놋북을 여기 놨두고 갔기에 주말에 컴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 수 있었다.
메일 확인. 블로그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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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맨 앞으로 리와인드.
그래, 그렇게 피곤하게 살 필요없어. 설렁설렁 하고 싶은대로 하고, 괜한 책임 느낄 거 없다고.
컴퓨터도 멀리해. 모처럼 책 읽으니 좋군. 흠, 이건 꼭 내일 포스팅해야지.
아, 도망가 버릴까? -_-
사람들이 왜이렇게 열심히 일하는지, 왜 정부는 빌어먹을 오만시건방진 간섭을 계속 하고 자빠졌는지.
몰아쳐오는 메일들을 보며, 할일이 많다는 걸 또다시 확인하고 추석을 기다리는 지각생.
그래도 오늘 저녁엔 꼭 "포르노"에 대한 포스팅을 하리.
오늘은 울 엄니 생신.
나.. 까맣게 잊고 있었다. 어제 밤새 술마시고 아침에 아부지 문자받고는 졸려 쓰러질 것 같은데 겨우 집에 도착. 와서 생일 축하 멘트 한방 하곤 바로 쓰러져 잤다.
아버지.. 알고 있긴 했는데(아니면 아침에 눈치챘거나) 어제 엄니랑 싸웠다. 싸웠다는 말보단 또 속을 긁은게 아닐까 하고. 그리고는 직접 생일 축하한다는 말은 하지 않은듯.
형.. 좀 전에 문자를 보낸것 같은데 엄니가 화를 내신다. 전에 사건 이후 아직 회복안된 상태였다.
아... 정말. 면목 없다.
이게 처음이 아니다. 죄송스러 죽겠다.
네 식구 중 어머니 생일이 제일 마지막이다. 음력 8월 5일. 제일 마지막이고 음력 생일이라 매년 날짜 확인해야 한다는 핑계로 예전부터 가장 소홀히 했다. 추석 열흘전으로 기억하면 되니까 사실 궁색한 핑계조차 안된다.
울집 남자들 다들 못났다. 정말 소심 쪼잔하고 섬세하지 못한 사람들. 에혀.. 나도 참 그동안 신경쓰는 척은 하면서 사실은 똑같으니 더 못났다.
혹시 지각생을 개인적으로 (이름까지) 아는 분은 울 엄니께 생일 축하 메시지 날려주시면 감사하겠삼. 친구라고 하고. 아.. 이런게 다 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