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다섯번째 날. 목적지는 담양, 그리고 담양을 넘어 광주에 도착해 자는 것.
그런데 이날은 구경한 것보다 예닐곱 개의 고갯길을 넘었던 것이 더 기억에 남는다.
정읍에서 담양으로 갈 수 있는 코스는 두 가지.
장성으로 좀 돌아가거나, 내장산을 직접 넘어서 가거나, 내장산 옆을 돌아 순창을 걸쳐 담양으로 넘어가는 길.
아마 장성으로 돌아가는 길이 그나마 언덕이 좀 적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순창을 걸쳐 넘어가는 길을 택했다.
왜 당일 아침에 코스를 바꿨는지 모를 일이다.
라는 택시기사의 한 마디 때문이었을까.
내가 잤던 찜질방의 위치가 1번국도로 쪽으로 나가기에는 너무 내장산 쪽으로 치우쳐 있기 때문이었을까...
하여튼 이 날. 해가 아직 뜨지 않은 아침 7시 30분에 출발.
10km의 오르막과 10km의 내리막을 지나 겨우 담양에 도착했다.
하지만 담양에 도착한 것으로 고개 넘기가 끝난 것은 아니었다.
광주로 가기 위해 나는 그 날 무등산 자락도 넘어야 했으니깐...
처음 찜질방을 출발해 내장산을 향하는 드넓은 도로에서는 참으로 상쾌했다~
그러나. 담양으로 향하는 표지판과 함께 등장은 높다란 언덕길.
나는 이 길로 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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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하나를 넘어 보니 저 앞에 더 큰 고개가 또 하나 보이고.
지도에서 M자로 꺾인 곳을 겨우 넘어 경계선을 넘으니 드디어 순창군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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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넘어온 길. 과연 오늘 안에 담양에 도착이나 할 수 있을까 싶었다.
저~ 밑의 평지에서 올라오기 시작했는데,
내장산이 거의 눈높이에 가까워졌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날씨는 흐리고,
햇빛은 나지 않고,
언덕을 오르는 동안 몸과 옷은 흠뻑 땀에 젖은 상태.
길은 깨끗했지만 며칠 전에 내린 눈은 여전히 녹지 않고 곳곳에 쌓여 있었다.
8km가량의 긴 내리막을 내려오는 동안, 정말 추웠다.
싸구려 등산자켓은 땀을 자기가 흡수해서 다 머금고 있는고로 정말 얼어죽는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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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보니 이렇게 얼음이 얼었다.
이건.... 여의도에서 겨울에 물대포에나 맞았을 때나 봤던건데 헉.
한 시골 마을을 지나가는데 연기가 나고 있었다.
모닥불이 있나보다! 싶어서 달려가 보았더니
![](/attach/350/260421383.jpg)
보기에는 따뜻한데 제대로 불을 쬘 수는 없을 정도.
이틀 전 격포에서의 그 커다란 장작불이 어찌나 그립던지.
솥 안에는 과연 뭐가 끓고 있었을까?
할 수 없이 몸을 녹이는 것도, 옷을 말리는 것도 실패하고 다시 달리다 보니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어느 교회 화장실에 들어가 옷을 싹 갈아 입었다. 그러니 조금 낫더만.
순창군 쌍치면을 지나 담양군으로 들어간다. 순창에서 담양을 넘는 경계도 고갯길이다.
아... 차 타면 금방인데 이 고생을 왜 내가 사서 하나 싶기도 하고...
그래도 큰 고개를 하나 넘어 담양이 가까워졌다는 생각에 조금씩 마음은 가벼워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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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본다?
담양 가는 길. 원래는 개장 앞에 수많은 닭들이 뛰놀고 있었는데
사진 찍으려고 어물어물 하는 바람에 개장 뒤쪽으로 닭들이 다 숨었다.
고갯길을 넘느라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개그야의 "킬리만자로의 걔"가 생각나서 혼자 웃었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본다더니, 니가 '쳐다본다'냐?"
"아니다. 내 이름은 '닭 쫓던'이다. 너야말로 '쳐다본다'냐?"
"아니다. 내 이름은 '지붕'이다."
"그럼, 누가 '쳐다본다'냐~~~~~"
(정말 불쌍한 얼굴로 김완기가 등장한다)
"내가............. '쳐다본다'다..........."
그 다음엔 어떻게 했더라? ㅋㅋ
담양으로 접어드니 왼쪽에는 거대한 담양호가 나오고,
오른쪽으로는 전남5대 명산 중 하나라는 추월산이 나온다.
추월산 참 범상치 않게 생기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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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호. 전망좋은 곳에서 찍은 사진.
추월산 옆구리도 다시 넘어넘어 드디어 담양읍에 도착.
죽녹원에 도착했다. 작은 산등성이에 만들어진 대나무숲 공원 정도 된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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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녹원.
겨울이라 춥긴 했지만 도통 녹색을 보기 힘들었는데, 여기서는 마음껏 녹색을 즐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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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바로 '운수대통'이란 건데. 여기에 동전을 던져 넣으면 소원이 이루어질 지 모른다나~
이건 '어린이용'이다.
그런데 어린이들의 꿈은 의사, 박사, 예술가밖에 없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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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어른용.
'대박' 뭐 이런 것도 있고. 나도 하나 던졌는데 '사랑'에 골인~ 음하하!
대나무숲 곳곳에 소풍 다녀간 고등학생들의 소원지를 매달아 두었다.
이거 보는게 참 재미있었다. 소원의 대부분은 '수능 대박' 고3애들이 왔다갔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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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이런 애들이 있었다. 이건희 회장보다 부자가 되려면..
이건희 친척 정도는 되야 조금 가능성이라도 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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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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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정복의 첫 관문은 수능이로군.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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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그래 뭘 기다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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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베스트.
지구가 역자전 하면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날런지 ㅡ.ㅡ;
잠시 심각하게 고민해 보았다.
일단 지구가 거꾸로 돌면. 해가 서쪽에서 뜨겠네? +.+
그리고 계절풍, 무역풍 따위의 방향이 바뀌면... 기후가 달라지나...?
아 그러면 기후재앙이 생길 수도 있고 혹시 세계의 평화가 깨지는 것을 아닐까.
나 원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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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tach/350/260439521.jpg)
죽녹원은 괜찮았다.
관방제림도 둘러 보고 메타세퀘이어 길도 둘러 보았다.
생각보단... 역시 가을에 왔어야 했나.
그래도 담양 읍내를 흐르는 천변은 잘 가꾸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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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tach/350/260441493.jpg)
![](/attach/350/260442073.jpg)
담양읍내 김밥천국을 찾아 밥을 먹었다.
다음 목적지는 소쇄원. 지도가 있었지만 그냥 현지 사람에게 말도 붙일 겸 식당 아저씨한테 물어봤더니 한 번도 못 가봤다면서 잘 모르더라.
아저씨도 내가 신기했는지 이것저것 물어 보길래 잠시 얘기를 나누었다.
사실 자기는 연중무휴로 식당을 해야 해서 어디 놀러가거나 할 여가가 없다고.
왠지 말 속에 아쉬움이 배어 있는 듯했다. 그러고 보니 괜히 물어본 것 같아 미안하기도 했다.
이제 담양과 광주의 경계 쯤에 있는 이른바 '가사문학문화권'의 중심지인 소쇄원으로 출발.
지나다 보니 광주호가 나온다. 참 곳곳에 인공호수가 많다.
![](/attach/350/260444399.jpg)
먼저 도착한 곳은 식영정. 여기가 참 경치가 좋았다. 광주호를 내려다 볼 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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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tach/350/260445598.jpg)
![](/attach/350/260446141.jpg)
![](/attach/350/260446312.jpg)
반면.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 나온 소쇄원. 한국식 전통정원이라는데.
솔직히 1000원 내고 들어간 것 치고는 대실망.
겨울이라서 그랬나. 아니면 해 지기 직전이어 햇빛이 없어서 그랬나.
무슨 수해 당한지 얼마 안 된 것 같은 그런 기분. 어차피 건전지가 다 돼서 사진도 얼마 못 찍었다만. 하여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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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쇄원을 나오니 해가 다 졌다.
이제 광주 시내로 들어가 잘 곳을 찾아야 했다.
소쇄원 쪽에서 광주로 가는 길은 두 개. 대체로 평탄하지만 거의 'ㄱ'자로 돌아가는 코스가 있고, 무등산 자락을 넘어 거의 직선으로 가는 코스가 있다.
또 살짝 주유소 아저씨한테 물었더니 얼마 안 걸린단다. 자전거로 20분이면 된다나.
설마... 20분은 아니고 3~40분은 되겠지 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마침 세부적인 지도가 없었다. ㅡ.ㅡ 그 부분만.
주유소 아저씨 말을 믿는 바람에 나는 또 캄캄한 밤에 두 개의 고개를 넘어 한시간 반만에 광주 시내로 들어설 수 있었다. 쌩쌩 달리는 차들을 욕하면서.
에휴~
![](/attach/350/260450524.jpg)
두번째 고갯마루에서 만난 광주 시내 야경.
어찌나 반갑던지-
시내에 들어가 저녁은 대충 때우고.
찜질방을 찾았다. 광주 시내 굴지의 찜질방. 마침 토요일 밤이어서인지 진가 수백 명이 복작복작하고 있었다.
과연 잘 잘 수 있을까...
자기 전에 내일 코스를 점검했다.
이왕 가는 거 땅끝까지 간다. 그러면 내일은 무조건 강진읍까지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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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오, 감형을 받고 청주교도소에서 복역 중에한국전쟁 발발, 후퇴하는 남한진영의 보복성 살상에 희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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