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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안)노동자의 투쟁과 법에 관한 짧은 생각

(교안)노동자의 투쟁과 법에 관한 짧은 생각

 


1. 노동법 무슨 의미가 있나?


2009년도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 파업학교 중 노동법과 관련한 교육을 맡았다.  교안을 보내달라고 하니 이것을 교안이라고 지금 작성하고 있다.


개별노동관계법 특히 근로기준법은 그 내용을 “사용자는 ... 해야 한다” 주로 이렇게 적고 있다.  즉, 법의 목적이 노동자의 생활을 보장하는데 있는데 그러기 위해 사용자에게 최저 기준을 정해 놓고 이것은 준수해라 라고 의무를 던져주는 것이다.  그래서 “사용자는...” 라고 입을 떼서 “... 해야 한다”라고 입을 닫는 것이다.


노동조합및노동관계법 중에서 파업과 관련한 내용을 보기로 한다.  주로 “쟁의행위는(또는 노동조합은).... 해서는 아니 된다”라고 적고 있다.  즉,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중에서도 노동조합의 가장 강력한 힘인 쟁의행위에 대해서는 주로 노동조합에게 준수해야 할 의무를 강제하고 있다.  근로기준법과는 완전히 딴판이다.


여기서 노동법의 목적, 존재 이유가 분명해진다.  노동법이 없던 시절 기업주는 인간은 자유롭고 평등하므로 그러한 관계를 갖고 계약을 한 이상 계약의 효력에 대하여는 누구도 간여를 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로 노동자를 착취하였다.  이 계약자유의 원리를 지극히 불평등하고 자유롭지 못한 노동관계에 적용하니 공장주가 10살 갓 넘은 아이들을 데려다가 하루 16시간 일을 시키고 월급은 죽지 않고 살만큼만 주는 일이 생기는 것이었다.  당연히 노동자들의 저항이 생기고 반자본주의 이념이 널리 퍼지고 저항의 수준은 체제를 위협하기에 이른다.


노동법은 자본주의 위기가 도래하면서 노동자 개인에 대하여는 최저 생활을 보장하되 노동자 집단에 대하여는 체제를 넘보는 투쟁을 하지 못 하도록 규제하는 양면의 필요성 때문에 마련되기 시작하였다.  따라서 그 내용은 노동자의 생존권은 보장하면서 노동자의 집단적인 투쟁을 규제하는 양쪽 칼날을 갖게 된 것이다.



2. 우리는 법에 대해서 어떠한 입장을 취해야 하는가?


투쟁하는 노동자에게 법은 무엇인가?  법보다 주먹이 가까우므로 존재 가치를 부정하고 아예 무시해버려야 하나, 아니면 모든 투쟁 과정에서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가장 중요한 요소인가.  악법은 어겨서 깨뜨려야 하나 아니면 악법도 법이라며 독배를 마셨다는 소크라테스의 정신을 따라야 할까.


노동자의 투쟁이 모두 생각 같지만은 않다.  법으로는 보호받을 수 없는 싸움이 있다.  민영화 반대 파업이라든가, 노동법 개악 저지 파업이라든가 이런 것은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불법파업이라는 법원의 딱지가 완강하게 찍혀있다.(물론 터무니없는 논리이기는 하지만)  이때 나는 어떠한 입장을 가져야 할까?  악법도 법이므로 파업을 투쟁 전술에서 빼야 옳을까 아니면 경우에 따라서 불법파업도 강행해야 옳을까


굳이 대정부 투쟁이 아니라도 사업장 내에서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싸움을 놓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 몰린 경우가 있다.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눈물겨운 투쟁이 그러했을 것이다.  200명도 안 되는 사업장에서 두 명의 열사가 나온 세원테크 노동자들이 소위 불법파업을 멈출 수 없었던 상황도 비슷할 것이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결단을 해야 할 수도 있다.  분명 여기서 파업을 하면 불법이긴 한데 투쟁을 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노동조합을 지켜내기가 어렵다는 판단이 들 때도 있다.  이 때 또 나는 투쟁과 법 사이에서 어떠한 태도를 취해야 옳을까?


반대의 경우도 허다하다.  내가 알고 있는 어느 택시회사의 노동조합은 회사를 상대로 어려운 조건에서도 팽팽한 파업투쟁을 하고 있었는데 그만 사장의 집 앞에서 마이크를 잡은 것이 명예훼손죄가 성립되어 집행부가 해고되었고 노동조합은 와르르 무너졌다.  그 위원장이 만약 명예훼손인 줄 알았다면 절대 그렇게는 안 했을 거라고 말했다.


모든 투쟁의 고비 고비마다 우리는 법을 향하여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선택해야 한다.  내 짧은 생각으로는 노동자와 다수 민중의 삶에 보탬이 되는 입장과 원칙에 서는 것이 옳다고 본다.  지금 한 사업장에서 노동자의 투쟁에 법을 고려하는 것이 보탬이 된다면 법을 활용할 수 있는 방도를 보다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불필요한 해고 또는 피할 수 있는 해고를 자초하지 않도록 미리 조심하거나 사용자의 부당한 행위를 효과적으로 제압하는데 법을 적극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법을 고려하는 것이 오히려 지금의 투쟁을 가로막고 노동자의 삶을 개선하는데 장애가 된다면 때로는 법을 무시할 수 있는 결단도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한 중요한 순간 순간에 현명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쉽지는 않을 테지만 말이다.


그러므로 법보다 주먹이 가까우니 법은 크게 따지지 말자는 입장도 함부로 취할 것은 아니고, 더욱이 모든 투쟁을 법을 중심에 놓고 법에 의존해서만 해결하려는 자세는 더더욱 우리가 경계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3. 파업 전후로 특히 고려해야 할 법적인 문제


예전에는 “파업이 노동자의 학교다”는 이야기가 제법 있었지만 요즘은 파업 한 번 하기가 참 부담스러운 것이 현실이다. 


노사관계가 파업까지 갈 정도면 뭔가 원만히 타결되지 못한 쟁점(이슈)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파업의 목적이다.  파업의 목적사항은 그것이 적어도 사업장 내의 문제라면 사용자측과 교섭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런데 노동조합이 교섭하자고 내건 요구사항 중에는 법원의 판례의 태도에 비추어 적법한 파업의 목적사항이 될 수 있는 것도 있고 될 수 없는 것도 있다.  그러므로 적어도 겉으로나마 파업의 목적이 적법함을 유지하려면 교섭사항에 대하여 기술적으로라도 미리 고려를 해두어야 한다.


노동조합은 파업의 효과를 극대화해야 하고 반대로 사용자는 파업의 효과가 미미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 때 사용자가 파업의 효과를 하찮은 것으로 만들기 위해 사전에 할 수 있는 조치들이 무엇인지 파악해 두어야 한다.  예를 들면 파업 전에 대체인력을 미리 확보해 두는 방법, 파업에 참가하지 못하도록 조합원 사이를 개입하는 방법, 물량을 밖으로 빼돌리는 방법, 사원협의회 같은 노동조합을 상대할 수 있는 비조합원 또는 구사대를 조직하는 것들이 있을 수 있다.  이런 사업주의 행태들을 면밀히 체크해 두고 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검토해두어야 한다.


파업하는 도중에도 노동조합은 파업의 힘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사용자 측 역시 파업의 힘을 약화 또는 무력화시키기 위하여 별 노력을 다 한다.  이를테면 대체근로 투입, 파업의 김을 빼는 각종 선전활동, 조합원과 비조합원의 충돌, 직장폐쇄, 심지어는 용역깡패의 투입에 이르기까지 사용자측은 매우 다양하고 역동적으로 노동조합의 파업을 무력화시키기 위하여 많은 수단을 동원한다.  반대로 무모한 전술을 구사하거나 돌발적인 사고로 뜻하지 않게 공격을 당할 수도 있다.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하는 경우 등이 그것이다.  따라서 파업 도중에 발생할 여러 사안들에 대하여 다양한 대응전술을 마련하되 그 속에는 법적인 대응 수단들도 충분히 준비해 두어야 할 것이다.


파업이 종료되고 업무에 복귀할 때도 복병을 만날 수 있다.  파업이 끝날 때 합의서에 반드시 넣어야 할 문구들도 실수가 없도록 하여야 한다.  파업 중 힘이 많이 소진된 노동조합의 경우 그 기회를 틈타 사업주측은 업무 복귀 과정에서 아예 노동조합을 무력화 또는 와해하기 위해 노동조합의 허약한 곳을 공격할지 모른다.  내가 알고 있는 모 회사는 힘이 많이 소진된 노동조합을 경영의 어려움을 이유로 선별 복귀시키고, 부서배치전환을 시키고, 거기에 응하지 않는 조합원은 해고를 시키는 등의 행위를 반복하여 결국 노동조합이 해산된 경우까지 있다.  따라서 파업 후 그것을 수습하는 과정에서도 법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를 충분히 고려해 두어야 한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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