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페이지 http://www.insideout.ca/21/
Screening http://www.insideout.ca/21/schedule/index.php
교수 한 분이 자원활동가 티셔츠를 입고 극장 안으로 입장하는 관객들을 안내하고 있었다. 반가웠다.
당신 덕분에 이 영화제도, 당신이 지금처럼 친절하게 안내했던 사회학 수업도 조금 더 좋아질 거 같네요.
작년에 이어 두번째 방문한, 인사이드 아웃 영화제, 5월 19일에서 29일.
날짜 상관없이 기억나는 대로 대충 나열한, 상영작 초간단리뷰
표절공방과 연애담 사이로 의미를 잃은 결혼생활에 지칠대로 지친 한 작가의 내면이 얼핏 다가오기도 하고, 2차 대전 이후 유럽과 미국의 출판계와 연극계를 살짝 엿볼 수 있겠으나 . 대저택과 이제 막 전쟁터에서 돌아와 슬픈 표정을 한 채 묘한 태도를 보이는 남편과 지나치게 천진난만해서 어쩐지 현실감이 조금 부족해보이는 아이들로 인해 폭넓은 공감을 얻기는 좀 어려운 영화.
선생님이 좋다, 선생님이 정말 좋다, 그래서 그만 미워졌다, 그녀가 지나치게 예뻐하는 내 친구도 그녀도... 이런 복잡한 마음을 담은 제 심장소리를 누군가에게 들킬까봐 무섭고, 툭하면 바닥에 굴러떨어졌다가 펑 터져버릴 것만 같은 심장을 어째야 할 지 몰라, 혼자 방에 숨어 스스로 뺨을 때리기도 하는 그런 아이, 그런 나이의 애틋한 마음을 제대로 잘 그렸다. 거짓말만 하는 것처럼 보였던 선생님도, 먹고 사는 일에 치여 다정한 대화따위 할 겨를도 없다는 듯 아이들 앞에서 화만 내는 엄마도, 언젠가는 그런 아이였을텐데 말이다.
Animate Program
YouTube ; http://www.youtube.com/watch?v=fu5m1fY4cg8
같이 상영한 11편의 단편 애니메이션들 중에서 관객들 호응이 가장 컸던 작품.
객석에서 여자들은 모두 박수를 치거나 깔깔대고 남자들은 침묵을 지켰다.
다큐멘터리처럼 찍은 극영화, 혹은 극영화를 가장한 실화.
감독의 사연과 배우의 소품, 그리고 몇 가지 그럴듯한 에피소드를 버무려, 25년간 살아온 아파트를 떠나야하는 주인공과 주변인물들의 이야기를 맛깔나게 보여준다. 극 중에서 한 친구가 주인공에게 느닷없이 던진 한 마디는 내 가슴에도 잠시 무겁게 머물다 갔다. '넌 변두리로 좀 나가서 살아봐도 돼. 다운타운에서 살만큼 살아봤잖아. 우리가 힘들게 노동하는 동안, 너는 감독이랍시고 느긋하게 특권을 누리면서.'
존 카메론 미첼보다 훨씬 먼저 이 세계에 이름을 알렸고 훨씬 더 매력적이었으며 훨씬 더 도발적인 작업을 했다고 평가받는 한 캐나다 퀴어영화 감독의 다큐멘터리. 구스 반 산트 감독이 인터뷰이 중 한 사람으로 등장해 친구이자 동료로 오랫동안 바라본 주인공에 대해 이야기한다.
The Secret Diaries of Miss Anne Lister
친구와 연인의 경계는 자주 명확하지 않다. 다만, 누군가 그쪽에서 이쪽으로 넘어오려 할 때, 도저히 그걸 받아들일 수 없는 순간이 가끔 있다는 것만은 명확하다. 신분질서가 엄격하고, 이웃과 친인척이란 그 마을 주민들의 사생활을 감시하거나 통제하는 존재로 여겨지며,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 부모의 집과 재산을 물려받아 관리할 수 있다는 걸 납득하지 못하던 시대에도, '내가 비록 남자랑 결혼을 할 수 밖에 없지만, 너도 잘 알잖아, 네가 이 세상에 하나뿐인 내 배우자라는 거...'라는 고백을 받는 여성이 있었다.
가장 가까왔던 두 사람 사이의 비극은 대부분 질투에서 온다. 독점욕보다 질투가 더 크다. 날마다 폭격으로 허물어지는 건물과 건물 사이를 헤치고 사람을 구하다가 사랑을 만나지만... 이미 정리한 지 오래라고 여겼던 예전 관계가 상대방에게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었다는 걸 뒤늦게 알았을 때, 당신이 이미 잃은 건 뭔가. 곧 끝날 것처럼 파국으로 치닫다가 조금 더 과거로, 다시 조금 더 그 이전으로 되밟아가는 구성이 긴장감을 더하는 영화.
사라 워터즈(스?) 의 소설이 원작.
photo by naru
마이크를 쥔 분이 감독. 옆에 있는 분은 프로그래머. 감독이 썼던 원안에는 남학생 캐릭터가 없었는데, 시나리오 작가와 같이 작업하는 동안 좀 더 극적인 전개를 위해서 넣었다고. 주인공 선생님 엄마, 외로운 세 여자가 서로 어딘가 조금씩 어긋나 소통하기 어려운 상황이 세심하게 그려져 좋았다고 한 관객이 말하자 몹시 기뻐했다. 누군가 그걸 느껴주길 바랬나 보다.
주인공 역할을 맡았던 배우(가운데) 가 관객의 불어질문을 영어로 통역하기도 하고, 적극적으로 질문을 유도하기도 하면서 정말 유쾌하게 관객과의 대화를 이끌었다. 감독(초록색 셔츠, 오른쪽) 의 실제 파트너가 주인공의 파트너로 데뷔한 사연을 들었다. 예전에 홈비디오로 찍었던 장면이며 그 분은 자기 얼굴이 이렇게 온세상에 공개되는 걸 전혀 원치 않았단다. 어떻게 설득했는지 모르겠지만 편집하기엔 너무 아까운 장면 중 하나. 원씬 원컷으로 담은 엔딩에 관해(이제 끝나겠지 하고 일어서던 사람들, 나가려던 사람들이 어정쩡하게 계속 지켜보다가 기다려도 기다려도 계속 엔딩 타이틀이 올라가는 걸 보면서 급기야 폭소가 터졌었다), 후원금을 조금씩 모아서 제작하다 보니 후원자 이름이 너무 많아서 엔딩이 그만 그렇게 되어버렸다고 죄송하다는데 그 말에 다시 폭소가 터졌다. 영화 속에서나 밖에서나 제작진과 관객들이 같이 농담을 즐길 수 있어서 좋았던 시간.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