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작과 끝'에 해당되는 글 5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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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정말 마지막, 이라고 생각하면, 아무리 끔찍한 일도 조금은 더, 며칠은 더 견딜 수 있었다.
많은 영화제에서 고마운 분들의 도움으로, 그리고 영화제 밖에서도 여러 곳에서 '돌속에갇힌말'을 상영하게 되었을 때, 고마움의 무게만큼이나 고통스러웠다. 촬영이나 편집의 기술적 수준을 질책하는 분들 앞에선 할 말이 없었다. 당시 상황을 놓고 '나, 지극히 개인적인 나, 구멍 나고 흠집이 생겨 지금도 일그러지고 있는 어떤 나' 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사회적 책임을 운운하기엔 스스로 돌아봐도 부끄러운 것이 많았다. 어딘가 이상한 그 영화에 대해 궁금해하는 눈 앞에서 늘 당황했다.
첫 상영을 앞두고, 가깝다고 생각했던 한 분으로부터 '재수없는 영화'라는 말을 들었던 기억, 작업실 가까이에 살면서 '나도 당시 현장에 있었지만 투표함의 행방은 모른다'고 2-3년 동안 딱 잡아뗐던 사람이 '사실은 그날밤 택시를 타고 선배들과 같이 그 투표함을 어떤 분에게 전달하는 일을 했다'고 털어놓아 숨이 넘어가는 걸 간신히 참았던 장면, 심사위원 중 한 사람이 '그 땐 다 이렇게 고생했다, 뭘 이렇게 혼자 힘들었던 것처럼...'이라고 (아마도 나에게까지 전달되는 과정에서 충분히 왜곡되었을 내용이지만) 짜증내더라는 이야기 , 그리고...또...덜컥, 거리다 지우고마는 몇 가지 아리고 쓰린 장면들.
'돌속에갇힌말'을 손에서 놓고 나서, 뭔가를 해내서 기쁘다거나 묵은 숙제를 마무리해서 홀가분하다거나 하는 마음도 물론 조금은 있었지만, 여기 저기서 뺨을 내어달라는 것만 같아 어리둥절했다. 가족들의 걱정과 지인들의 반대와 여러 사람들의 만류를 무릅쓰고, 매일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기어이 그 일을 해버린 것에 대해 후회한 적이 더 많았다.
지난 4월 참사로 가족 중 하나를 잃고 먹지도 눕지도 못하고 잠도 제대로 못자는 분들에게 '그만해라, 이제 좀 조용히해라, 돈을 바라냐?' 같은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이런 모욕을 감수해야하는 것이 남은 자들의 몫일까. 그런 무례를 무릅쓰고라도 낯선 이들 앞에 서서 '진실규명'을 외쳐야하는 어떤 숙명, 어떤 사회적 책임, 그리고 그들 각자가 가진 저마다의 고민과 갈등.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속이 끓어올라 감당하기가 몹시 힘겹다.
그들이 왜 거기 있는지, 꼭 당신이 똑같이 겪어야만 공감할 것인가.
옆에 있지 못하더라도, 잠시라도, 고개를 끄덕여보자.
사람이니까, 그렇게 하고 있다고, 나도 조금은 안다고.
적어도 이 일에 관해서만은, 조언이나 비판보다, 공감이 먼저다.
이스라엘을 검색하다가 발견한 음악.
2008년, 텔 아비브 다큐멘터리 영화제에 참석했을 때 그 복잡한 마음을 아무하고도 나누지 못했다.
2013년, 성소수자 인권에 관한 포럼을 준비할 때 예약한 장소가 하필 이스라엘과 인연이 있는 곳이어서 여러 사람의 반대가 있었고 결국 진행하지 못했다.
2014년, 너희는 얼마나 더 멀리 가고 있니.
이 일을 어찌하면 좋으냐.
잊지 않겠다는 약속, 시간이 쓸고 가면서 잊혀질 수 있다
기억하기 위해서, 눈에 보이는 어떤 행동을 취하지 않더라도 단지 기억하기 위해서만이라도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이제 조금은 안다
(파블로 카잘스 페스티발, 한국)
언 땅이 녹아 개울물이 차오르듯이
재잘재잘 흐르고 흘러 새싹을 피우듯이
긴 겨울 가고 이제 막 봄이 왔는데
작은 새들이 떠나고 있구나
슬픔이 개울을 덮고 땅을 덮어
다시 겨울로 가고 있구나
올해는 겨울 다음에 여름으로 건너뛰려나 보다.
3월 6일 목요일, 아침부터 눈이 내린다.
영하 8도, 체감온도 영하 17도.
물이 스며든다. 악어가 문턱을 넘는다. 기어이 집이 허물어진다.
때로는 모든 것이 완전히 허물어질 때까지 손 놓고 바라보기만 할 때도 있다.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결론을 내려서가 아니라
그 어떤 결론도 내릴 수 없어 어깨 떠밀려 가다가 그만.
돈을 세지 말고 별을 세라고
그렇게 해서 뭔가 달라질 수 있을까.
일단 별을 한번 올려다 보고.
저녁에 몇 시간이고 계속 틀어놨던 음악.
방문하는 분들과도 같이 듣고 싶어서 링크합니다.
어딘가 익숙하지 않나요?
Bach - Cello Suite No 2 in D minor, BWV 1008
방송작가로 일할 때 엠 본부에서 만난 한 피디님께서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셨다.
(아는 분은 이미 다 아다시피...이 블로그에서 지나친 존댓말 표현은 존경심의 표현이 아님)
장영주를 그 프로그램에 섭외하고 싶어했고
지휘자 정명훈과 전화연결을 시도했다가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아 역정을 냈다.
그 일을 계기로 그 자리를 나온 것이나 다름없다.
아버지도 음악을 많이 들었고 클래식 중에서는 첼로를 좋아했다.
아버지도 뜻한 바대로 일이 굴러가지 않으면 식구들에게 역정을 냈다.
밖에서 찾아온 손님들 모두에게 더없이 자상하고 다정한 분이었지만
집안에서 우리는 좀 고달팠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좀 더 속이 깊거나
조금 다른 눈으로 사람과 세상을 대할 거라 믿으며 어린 시절을 보냈으나
가까이에서 지켜본 몇 몇 분들은 전혀 그렇지 않아서 두려웠다.
그들이 좋아하던 특정 장르도 두려웠다.
그 때 그 피디의 나이,
한창 식구들 앞에서 날선 핏줄을 이마에 내보이던 내 아버지의 나이를 훌쩍 넘기고
다시 듣는 첼로.
혐오나 증오보다 사랑이
말과 글보다 음악이
사람을 움직입니다.
이미지 출처: Music in conflict: 19 iconic images
로스트로포비치가 동서 통합 후 베를린에서 바하를 연주한다. 1989년 11월 11일.
Rostropovich plays Bach for a united Berlin
On November 11, 1989, two days after the official fall of the Berlin Wall, Mstislav Rostropovich staged an impromptu performance of Bach's cello suites at the frontier. Photo: PA
이것이 분노인지 슬픔인지 알아볼 겨를도 없이 가을이 가버렸다.
가슴에 덜컥덜컥, 뭔가 걸려있는데 들여다 볼 새도 없이 겨울 한가운데 왔다.
새벽 두 세시에 자주 깼고 출근해야할 시각까지 다시 잠들지 못했다.
꿈 없는 짧은 잠의 나날.
가끔은
일터에서 노래를 듣고 싶다.
노래 들을 자유도 없이 일하는 하루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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