ㅁ은 피아노를 좋아했다.
연습도 많이 했고 듣기에도 훌륭했다.
그러다 스무 살을 넘긴 뒤, 피아노를 가까이 하지 않았다.
어쩌면 듣는 것도 접었을 지 모른다.
가끔은 듣고 있기를 바라지만.
'언니, 재수까지 해서 서울대에 갔는데, 앞날이 더 막막해.
주변에 다 부자들 밖에 없어.
이야기가 통하는 애가...하나도 없어...'
ㅁ이 대학에 들어가고 1년쯤 지난 뒤였던가, 쓸쓸한 눈으로 말했다.
부자들, 이라는 말에 움찔했다.
우리집에 피아노가 있었지.
우연히라도 그 거리에서 다시 스쳐
무슨 일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며 얼마나 기막힌 경험을 하며 살아가는지
아무리 자세히 털어놓는다 하더라도
ㅁ에게 나는 여전히 한심한 존재일 지 모르겠다.
뭐든 해보면 되는,
그러다 힘들면 냉큼 돌아가면 되는
부잣집 아이들 중 하나로만 기억되는지도.
피아노에서 계급으로, ㅁ과 같이 보낸 어린 시절로
그리고 이 영화로 이어지는 어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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