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0'에 해당되는 글 2건

  1. [펌-한국일보TV홀릭]아일랜드 2004/10/24
  2. 못나서 죄송해요 (6) 2004/10/18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MBC '아일랜드‘의 강국(현빈)의 직업은 보디가드다. 그래서 그는 사람을 ’지켜주며‘ 살아간다. 그는 가족의 죽음으로 정신병을 앓던 중아(이나영)와 결혼했고, 사회 부적응자나 다름없던 재복(김민준)에게 보디가드 일을 가르쳐주면서 그의 사회적 자립을 책임지며, 에로영화 배우였던 시연(김민정)을 경호한다. 그는 ’아일랜드‘의 주인공중 유일하게 사회의 주류에 속해있고, 그 위치를 통해 자신에게 ’의지‘하고, 자신이 이 지켜줄 수 있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다. 중아를 ’불쌍해서 사랑‘했다가 ’사랑해서 불쌍‘해져 결혼하는 것이 그가 세상을 사는 방식이다.


 그래서, 강국은 친남매지간일수도 있는 중아와 재복이 서로 사랑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그들은 서로를 지켜줄 힘도, 사회적으로 용인받을 수도 없다. 그가 누군가를 지켜주며 ‘참는‘ 것에 익숙해져도 그건 참는 것이지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재복은 강국이 죽을때까지 중아를 기다릴 수 있다고 말하지만, 강국은 중아가 재복과 ‘잤는’지 궁금해하고, 재복에게 ‘수준’이 안된다며 화를 낸다. 강국의, 그리고 ‘아일랜드’의 ‘난해한 문제’는 거기서 시작된다. 강국은 사회의 가치관에 영향을 받지만, 그와 ‘사회’가 아닌 ‘사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은 그것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나의 ‘세계’에 상관없이 자신들만의 ‘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나에게 다가왔을때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아일랜드’는 기존의 드라마 문법을 벗어나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 시청자들에게마저 선택을 요구한다. 등장인물들은 서로의 대화못지않게 수많은 독백으로 ‘타인’이 아닌 ‘자신’의 마음을 시청자에게 직접 털어놓고, 드라마는 강국과 중아의 결혼생활이나, 재복과 중아가 서로 만나고 사랑하는 과정같은 일련의 ‘사건’들 대신 그것들로 인해 새롭게 생겨나고, 균열이 일어난 각자의 관계들에 주목한다. 당신은 당신이 사랑하게 된 사람이 기존의 제도를 벗어나도 사랑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사람이 사랑하게 된 사람마저 당신의 ‘섬’안에 들어왔을때 그들과 또다른 섬을 만들 수 있는가. ‘아일랜드’는 우리가 ‘관계’를 맺기 위해 당연하다고 여겨졌던 기존의 가치를 거부하고 그 가치관속에 숨어있던 '사람'들 각자의 삶을 모두 감싸안는다. 내 곁에 없는 수많은 ‘정상’의 ‘타인’들과 함께 살 것인가,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어쩌면 ‘미쳤다’고 해도좋을 그 사람과 함께하기 위해 그들만의 ‘섬’에 들어갈 것인가. 아마 강국은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그는 중아와 재복을 이미 ‘사랑’할뿐만 아니라, 스스로 ‘쓰레기’처럼 살지 말라고 했던 시연마저 사랑하게 될테니까. 자신만의 관계속에 있는 ‘사람’을 잃는 것이 두렵다면, 그것은 피해갈 수 없는 선택이다. 진정한 사람간의 관계와 소통은 사회가 아니라 서로의 ‘비정상’적인 면마저 온전히 받아들이면서 그들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섬을 만들때 가능한 것이니까. 이미 ‘네멋대로해라’를 통해 ‘네멋폐인’의 섬을 만들었던 인정옥 작가는 강국을 통해 그런 말을 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 ‘아일랜드’에서 살고 싶다면 이해하지말고 그냥 받아들이라고. 그래서 ‘네멋대로해라’는 ‘매니아’ 드라마였고, ‘아일랜드’는 '컬트‘다. 이해할 필요는 없다. 받아들이거나, 떠나거나하면 될 뿐이다. 


글 : 강명석(lennonej@freechal.com)

2004/10/24 14:20 2004/10/24 14:20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어릴 때 엄마가 그랬다

-애가 왜 그렇게 애살이 없냐

애살, 이란 말은 경상도 사투리인데

오기+승부욕+의욕+의지+기타 등등...으로 해석하면 되려나

특히 애살이 부족했던 건 체육과목이었는데

철봉도 뜀틀도 달리기도 피구도 너무 못해서

국민학교 1학년 때 전교에서 딱 한 사람, 나 혼자

체육에서 미'를 받았던 전설(?)을 남겨서 엄마를 속상하게 했다

나는...누구와 경쟁하거나 눈 앞에서 바로 바로 점수를 따야하는 일에서

늘...너무 느리고 너무 자신없어 한다

해보기도 전에 포기한다

천천히 공부해서 찬찬히 이해하는 일은 느릿느릿 해내는데

곧바로 움직여야 하는 일에는 젬병이다

 

다큐멘터리 한 편을 완성했다

이렇게 아프고 외롭고 허탈하고 부끄러운 일이 될 줄 몰랐다

시작하기 전에 알았다면 시작하지 않았을 일이다

아무 것도 몰랐기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

애살이 없었기 때문에 완성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70분짜리 영화 한 편을 마쳤다는 것 만으로도 기특한데

그것만으로도 스스로를 격려해주고 싶은데

내가 할 수 없는 작업, 이를테면 음악이라든가 컴퓨터 그래픽이라든가

편집시스템을 구축하는 일 등을 옆에서 척척 해결해준 사람들에게는

나라는 사람이 감독으로서 부족한 게 너무 많은 모양이다

마스터 테잎을 만들기까지 수많은 질책과 항의와 비난을 받았다

고맙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하고

아팠다

마음이 많이 아팠다

 

하지만 그동안 시간은 그냥 흘러만 가진 않았을 것이다

그 많은 사건 사고들이 그저 스쳐지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내 머리에서 가슴에서

옹이도 만들고 뿌리로도 뻗어가서

나중에 뭔가 조금 더 푸릇푸릇한 것으로 바뀌지 않을까

새 이파리 같은 것이 돋아나게 되지 않을까

 

87년 대통령 선거 당일

구로구청에서 모여 2박3일동안 열심히 부정선거 항의농성에 참여했던

이름모를 많은 시민들과

나를 그곳으로 이끌어준 사람들과

그 사건을 영화로 만들 수 있도록 격려해주고 도와준 많은 분들에게

감사하고 싶다

그 분들 덕분에 이 어리숙한 한 사람이

감독이 되었고

감독이 되느라 열병을 앓으면서 삶이 얼마나 팍팍한 것인지 다시 배웠고

결국 혼자서 다 이겨내지 못하면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는 걸 알았다

 

아직 못났고

앞으로도 못난 인생을 엮어갈 테지만

그래서 기대했다가 실망한 분들께는 너무 너무 죄송하지만

그래도 저, 천천히 이 길을 가겠습니다

한꺼번에 실망하지 말고 조금씩 나눠서 천천히 실망하세요

이 길에서는 저, 그렇게 쉽게 포기하지 않을께요

 

하여간

드디어 한 편 완성했습니다

모든 것 다 접고, 그냥

축하해주세요

 

 

 

 

2004/10/18 10:25 2004/10/18 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