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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천운영이 참 좋다.
좋다는 것에는 많은 뜻이 있는데, 부럽다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사실 내가 반했던 것은 '바늘'에 실려있던 한 단편인데, 그에 관해서는 다음 기회에 다시 써야지. 생각할 것도 말하고 싶은 것도 많은 소설이었다.
어쨌든 잘가라 서커스도 나는 좋았다. 특히 림해화를 포함한 조선족 여인들이 자신의 남성을 부르는 '나그네'라는 표현이나, '귀맛 좋은 말' 같은 북쪽 사투리가.
p5 서커스는 위험을 내포한다. 지독한 훈련을 통해 육체적 한계에서 벗어나는 것이 서커스다. 그러니 서커스에서 얻는 것은 감동이 아니라 측은함이다.
p23 다짐은 희망이 되고 희망은 그래도 내 몸을 관통해 사라졌다. 희망이 사라진 자리에는 고통만이 남았다. 바람이 내 몸을 뚫고 지나갔다. 마음은 바삭 마른 이파리들처럼 바스락거리며 부서지고 있었다.
p54 여자의 얼굴을 떠올리면 잔잔해지면서도 고통스러웠다. 도무지 알 수 없는 불가해 한 밤이었다.
p57 봄에 처음 본 나비가 흰색이라면 그리운 사람을 만나게 된다고 했다. 그리운 사람. 무언가 묵직한 것이 가슴을 짓누르고 지나갔다.
p77 두려움은 높이에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심장에서부터 온다. 나는 어떤 높이에도 동요하지 않는 단단하고 차가운 심장을 가졌다.
p85 여자의 눈은 단도라도 품은 듯 날카로웠다. 여자의 눈 속에 든 단도는 내 심장을 겨냥하고 깊숙이 파고들어왔다. 짧고 강렬한 상처에 피가 솟구치고 심장이 멎었다. 엄마가 죽어가는 동안, 나 또한 그렇게 죽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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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헤 저도 천운영이 참 좋아요. 이 책 빨리 읽고 싶은데 아직 사지도 못하구 ㅜ.ㅜ부가 정보
얼음곤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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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들은 너무 짜여진 글 같아서 천운영이 싫다고도 하더라구요, 그런 점도 있긴 하지만- 예를 들어 참 평론하기 좋게 썼다는 느낌의 글들..^^ - 그래도 엘리트 여성들만 난무하는 여성 작가들의 소설 속에서 색다른 인물을 만날 수 있어서 참 좋아요. 헤헤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