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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카메라: 사창가에서 태어나(Born into brothels:Calcutta's red light kids)

아, 제목 한 번 길다.

 

간만에 나다 회원 시사 신청했는데, 덜컥 되는 바람에

술 먹고 싶은 마음을 겨우 억누르고는 대학로로 혼자 쭐레쭐레, 향했다.

사람 많을 줄 알았더니 객석이 많이 비어서 누구 한 명 데려올 걸 그랬나, 생각도 들고.

어쨌든 나는 늦은 밤, 스르륵 창가 커텐이 열리는 나다가 좋다.

그래서 자꾸 비싼 돈 내고 본전도 못 찾으면서 회원하고 그러나보다.

 

오늘 본 영화는 꿈꾸는 카메라:사창가에서 태어나 였다.

캘커타의 사창가에 사는 여자들, 그리고 그 곳에서 생활하는 꼬맹이들과 함께 한 다큐.

화면 속에 등장하는 한 명의 감독은 아이들에게 카메라를 쥐어주고,

뷰파인더를 통해 그들의 삶을 들여다 보게 한다.

 

앞 줄에 있는 남자 꼬맹이의 표정이 너무 귀엽다. 결국 학교에 못 갔던 마닉 군.


영화는 아이들이 찍은 사진과 그들의 인터뷰, 그리고 '사진 선생님'인 감독과 아이들의 관계로 채워진다. 아이들을 도우려 애쓰는 그녀의 모습과 그녀의 도움을 기다리는 아이들. 사실 영화가 편하지만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백인 여성에게- 그녀가 얼마나 진보적이고 마음이 열려있는 자인가에 대한 고민은 제쳐두고- 비춰진 아시아 인도의 가장 가난한 한 지역의 모습은 어쩐지 동정의 시선을 거둘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니까.

학교에 보내면 아이들은 그 곳을 벗어날 수 있을 거라는 것, 그러기 위해 자신이 애써야 한다는 것. 무지 좋은 일인데, 나도 그렇게 도울 방법이 있다면 좋을텐데, 그런데 아이들은 그 안에서도 행복을 찾아내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을 동정하는 것처럼 보이는 시선이 불편했었나보다.

이 영화의 최대의 힘은 아이들이 가진 캐릭터다.

감독 역시 그들의 캐릭터를 설명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인다. 감독 스스로의 나레이션, 아이들 서로의 인터뷰, 그리고 아이들이 직접 찍은 사진.

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아이는 맨 왼쪽에 있는 꼬마 여자아이. (헉, 그 새 이름을 까먹었다.. 푸치였나..이런..-_-;)

그녀는 가장 용감한 꼬마다. 남들이 뭐라든 길거리에서 자신이 찍고 싶은 사진을 찍고,

사진을 찍는다고 뭐라고 하면 '웃기시네'라고 응수한다! (멋쟁이!) 그럼 사람들은 뭐라고 하지 않는다고 한다. 크크. 그녀는 골목을 떠나 학교로 갈 때도 울지 않으며, 대신 자기를 그리워할 친구를 걱정해 준다.



 

아이들의 사진에는 가르쳐주는 '멋진 구도'보다 더 멋진 삶이 있었다.

 

수마트라가 찍은 고양이.

 

수마트라는 그런 얘기를 했다. 위의 사진 속의 여자 아이)

"나는 부자가 되고 싶지 않아요, 나는 가난하지만 행복해요. 산다는 것이 원래 슬프기도 힘들기도 한 거잖아요"(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대충 이런 얘기..;;)

어찌보면 정말 맞는 이야기지만,

열 살 짜리 꼬맹이의 입에서 듣는 그 이야기는 슬펐다. 그 아이는 왜 그렇게 세상을 빨리 알게 돼 버린 걸까.

결국 그 아인, 고모의 반대로 학교에 입학하지 못했다.

택시를 타고 떠나는 길, 가장 많이 울었던 것도 그녀였는데..

 

 

어쨌든 보는 내내, 나는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을 이해하고, 아니 적어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그리고 그들이 갖고 싶어하는 그런 다큐멘터리를.

아직 멀었고 나는 지금 엉망이지만 간만에 뭔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서,

그래서 고마운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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