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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 건너 간 노래

간만에 일찍 잠이 들었나 싶었는데,

늦은 밤 친구의 전화에 잠이 깼다.

자기도 에지간히 답답했는지, 전화기를 붙들고 한 시간을 이야기를 쏟는다.

덩달아 화를 내다가 감은 눈이 떠지고 말똥말똥해진 시간.

낼 아침에 하려고 미뤄두었던 편집소스를 펼치고 렌더링을 걸었더니

컴퓨터가 느려서인지 거의 한 시간은 걸릴 태세다.

 

밤은 사람을 자꾸 외로움으로 내몰아

억지로 묵은 추억들을 꺼내보게 한다.

노래를 따라 부르다가 수첩 하나를 펼쳤다.

일기도 그림도 시도 노래 가사도 낙서처럼 휘갈겨진 작은 수첩.

그리고 어느 밤, 내 맘을 시리게 했던 시 하나 발견하고

옮겨놓는다.

구질구질 아무 설명없이 시만 놔뒀으면 멋졌겠지만

밤이 되면 여전히 구질구질해지는 나다.

 

 

江 건너 간 노래

이육사

섣달에도 보름께 달 밝은 밤
앞내江 쨍쨍 얼어 조이던 밤에
내가 부른 노래는 江 건너갔소.

 

江 건너 하늘 끝에 沙漠도 닿은 곳
내 노래는 제비같이 날아서 갔소.

 

못 잊을 계집애 집조차 없다기에
가기는 갔지만 어린 날개 지치면
그만 어느 모래불에 떨어져 타서 죽겠죠.

 

沙漠은 끝없이 푸른 하늘이 덮여
눈물 먹은 별들이 조상오는 밤

 

밤은 옛일을 무지개보다 곱게 짜내나니
한 가락 여기 두고 또 한 가락 어데멘가
내가 부른 노래는 그 밤에 江 건너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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