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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04

# 버스 안
아줌마1 : 혈액형 중에 에이형인 사람들 성격을 뭐라고 하는지 알아?
아줌마2 : 몰라? 뭐라고 하는데?
아줌마1 : '소.세.지'
아줌마2 : 왜?
아줌마1 : 소심하고, 세심한데, 지랄맞다.

깔깔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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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보기20070228

*어젯밤,

버스에서 내려 걸어가는 참,

대학로의 긴 버스 정류장 한 켠에

그러니까 그 '버스'라고 써있는 그 차도에

한 연인이 열정적인 키스를 하고 있는 것을 목격하다.

오홋

오랜만에 라이브쇼로군.

한 버스는 그들 때문에 비스듬히 차를 세웠다.

요즘 새로나온 그 길다란 버스에 탄 모든 사람들과 내리는 사람들 타는 사람들

모두 그들을 빤히 바라본다.

기사 아저씨까지 그들을 보느라 출발할 줄 모른다.

주변을 휘 둘러보니, 멈춰선 나를 비롯해 대부분의 사람들의 발걸음이 느려져있다.

마치 그들이 세상의 중심인 것처럼.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열정적인 그들을 향해 지나가던 한 남자 외치다.

get a room!

 

*살랑거리는 봄바람에 후리지아 두 단 구입.

다들 나 같은 마음이었는지

광화문 네거리, 초라하게 서 있던 꽃노점에

사람들이 줄을 섰다.

또각거리는 구두를 신은 언니들은 삼천원을 내고 꽃다발을 사간다.

어찌나 웃음이 예쁘던지

내 마음도 다시 두둥실.

꽃 보고 웃음 보고 좋은 걸 보니 늙었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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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보기

* 종종 가는 대학로의 생선구이 집은

늘 근방의 배우들로 가득하다.

주로 웃찾사나 개그콘서트의 멤버들인 거 같은데

다들 밥을 잘 먹는다.

와구와구 밥을 먹는 사이

누군가는 쟁반을 빌려가고

누군가는 핸드폰을 두고 갔다.

왁자지껄한 30분.

 

* 요즘 어깨결림이 심해져서 지하철에 털석 앉았다.

통키타 까페의 씨디를 파는 아저씨와

큐빅퍼즐을 파는 아저씨가 차례로 지나간다.

신중현의 노래가 흘러나오다

'그냥 장난감이 아니라 지능지수를 높여주는 장난감'을 외치는 아저씨의 목소리와 섞인다.

맞은 편에 앉은 할머니들의 눈이 반짝반짝한다.

서부극의 대결이라도 보듯 다들 눈이 그들의 만남을 지켜본다.

배경음악은 '미인'

바닥에는 큐빅퍼즐과 함께 팔던 팽이가 빙빙 돈다.

지능지수를 이야기하던 아저씨가 먼저 팽이를 줍는데

지하철은 한강을 건넌다.

철컹거리는 소리에 맞춰 띵띠리링띵띠리띠리링- 하고 미인의 기타 연주가 흐른다.

문득 좋은 날씨라는 게 새삼스럽다.

 

* 이수역에 내려 갈아타려고 걸어가는데

지하철 문이 막 닫히려는 순간 흰 머리 할아버지가 뛰어든다.

나도 모르게 놀라서 왁 소리를 질렀는데

할아버지는 마치 로보캅처럼, 투명하게 그 공간을 뛰어넘어 있다.

아무렇지도 않게 지하철 노선표를 보면서.

세상엔 기인들이 많다.

 



* 작업 컴퓨터가 한 개라는 핑계로

미뤘던 병원행을 감행한다.

요즘 가장 힘든 손목과 어깨를 먼저 해결코자 한의원으로.

한의원을 내 발로 찾아가보긴 처음이다.

엘레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매캐한 한약내가 가득하다.

간호사 언니들(언니가 아닐지도 모르겠군, 여하튼)은 드라마를 보며 열을 올리느라 정신이 없다.

요약하면 '잘 살던 신혼부부한테 웬 년(남자의 고교동창이다)이 들이닥쳐 남자를 꼬여내고 결국에 같이 자는 바람에 이혼을 할지 말지 하고 있다'는 내용인데

한 사람은 그 여자 욕을 해대고

또 한 사람은 뭘 어쨌든 같이 잔 건 그 놈이니 그 남자가 나쁘다 한다.

나도 골똘히 생각해 본다.

역시, 욕하기 쉬운 쪽은 '그 년'이겠지만

역시, 더 미운 건 남자다

요론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자니 대기 시간도 금방 가버린다.

하트모양 머리에 약간 대머리인 의사선생님은

내가 근막통? 뭐 그런 병을 너무 오래 앓고 있어서(알지도 못했는데!)

쉬 고칠 수 없을 거라고 한다.

우선 손목 먼저 치료하자며 침을 열 몇개나 손목에 꽂았다.

아부지 친구에게 연습삼아 침을 맞아본 거 이후로 침을 맞는 것도 처음이다.

따뜻한 침대에 원적외선을 쐬며 누우니 잠이 온다.

옆 침대에 할머니는 아이고아이고를 연발하고 있다.

이 지하철 역에는 엘리베이터가 없다며 걸어오느라 얼마나 숨이 찼는지

또 요즘은 왜 그리 무릎이 시큰거리는지를 한참 이야기한다.

커텐을 치고 사람들이 가버리자 조용한가 싶더니 어느새 기도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아버지, 주님.

 

두 번째 병원은 이비인후과였는데

의사 얼굴의 뒷편, 그러니까 내 정면에 보이는 내 목구멍의 영상이 너무 불편해서 혼났다. 숨을 쉴 때마다 영상은 껌벅거린다.

 

세 번째 병원은 피부과였다.

피부과랑 비뇨기과가 같이 되어 있는 곳이었는데

되게 무섭게 생긴 간호사 언니가 있었다.

검버섯으로 고민 상담을 하는 아주머니에게

그거 원래 노화되면 다 그래요, 선블록 같이 사후관리를 잘 안 하셨나보죠,

하며 차갑게 이야기 한다.

하지만 놀랍게도 전혀 굴하지 않고 끊임없이 궁금함을 해소하려는 아줌마의 호기심어린 표정이 재미있다.

내 상처에는 반창고를 붙여놓으라는 의사샘의 얘기에

옆에 섰던 호리호리한, 순풍 산부인과에 허 간호사 같은 얼굴을 한 간호사는

내가 봐도 웃음이 나게 반창고를 붙여놓았다.

계속 붕대를 흘렸다, 밴드를 흘렸다를 반복하더니

삐뚤빼뚤 겨우 붙인 반창고는 내가 스타킹을 올리는 순간 다 떨어졌다.

그치만 보는 둥 마는 둥.

정말 허 간호사 같다. 주사실 문도 닫지 않고 엉덩이 주사를 놓겠다고 누우란다.

어쩐지 이라부 병원에 온 듯한 기분.

 

약만 두어봉다리가 생겼다.

 

* 졸립다. 봄이라, 새학기 때라 스르르 저절로 잠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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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기록

0.

진주.

밤늦게 도착했지만 반겨주었던 고마운

독립미디어센터 분들.

 

1.

늦은 밤까지 계속 되었던

결국 '이제 말하는 사람 아침에 라면 끓이기'라는

유치한 게임까지 하게 만들었던,

깅과의 수.다.

 

2.

얼굴에 물만 묻히고 겨우 시간 맞춰 나옴.

전교조 직무연수 교육을 촬영.

사람들의 눈이 정말 똘망똘망 하다는 느낌.

재밌어 한다는 것이 느껴진다.

나도 처음에 그랬던가.

배움을 즐겼던 때가 있었나, 아니면 계속 잘하려고만 했었나.

 

3.

이 곳 지역 미디어센터를 보니

문득 오래전 산본동에서의

공동체 생활이 떠올랐다.

생각해보면 난

그 곳을 고향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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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키푸 비트박스 군인아저씨

서울역

사람들은 빠르게 지나간다

어느 때부터였나

나는 내 걷는 방향의 반대방향으로

그러니까 내게 막 다가오는 것 같은 사람들이

무서워졌다

환승역

사람들의 발걸음은 너무 빠르고

다들 내 옆을 휭휭 지나가서

나는 내가 뒷걸음질 치는 것만 같다

 

취키품 품취키

누가 내 귀에 바람을 분다

뭐얏

화를 내야 하는 상황인가 햇는데

환승역

어쩔 수 없이 사람에 밀려

내 바로 뒤에 서 있던 키 큰 남자

군복을 입고

작대기 두 개를 달고

여드름 잔뜩 난 얼굴로

쳐다보는 내 눈길은 보이지도 않는지

열심히 취키품 품취키

연습하고

있다

 

아저씨, 군인 아저씨인데

어쩐지 그 모습이 귀여워서

아저씨 같지 않아서

그걸 보고 아저씨 안 같아하는 내가 또 우스워서

 

오늘 지하철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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