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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오래오래 생각하고 살고 싶은 책.

21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7/07/23
    판데목 갯벌(1)
    새삼
  2. 2007/05/28
    내가 말을 배우기전 세상은 아름다웠다(6)
    새삼
  3. 2007/05/15
    파이이야기(5)
    새삼
  4. 2007/04/03
    .마침표를 먼저 찍다(4)
    새삼
  5. 2007/02/20
    위안(7)
    새삼
  6. 2007/01/20
    책 이너뷰?(4)
    새삼
  7. 2007/01/18
    여행 전 일종의 준비.(9)
    새삼
  8. 2006/11/26
    그리고 삶은 나의 것이 되었다, 전경린(7)
    새삼
  9. 2006/11/14
    나비2/김용(2)
    새삼
  10. 2006/11/14
    누(累) / 이병률
    새삼

판데목 갯벌

판데목 갯벌

            -박경리

피리 부는 것 같은 샛바람 소리

들으며

바지락 파다가

저무는 서천 바라보던

판데목 갯벌

 

아이들 다 돌아가고

빈 도시락 달각거리는

책보 허리에 메고

뛰던 방천길

 

세상은 진작부터

외롭고 쓸쓸하였다.

 

오래 된 엽서 속 싯구절은 마치 운명처럼.

어쩐지 판데목을 지날 때 외롭고 쓸쓸했어,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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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을 배우기전 세상은 아름다웠다

작년 겨울.

기린말을 배우기 직전에 읽었던 책.

덕분에 시너지 효과가 좀 있었다.

책에 꽃혀있던 책갈피를 빼내느라, 옮겨 두었던 부분들 중, 또 부분.

 

행동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여전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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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 오직 행동만이 당신에게 기쁨을 준다. 당신이 행동하지 않으면 이성이 나서서 행동한다. 그것이야말로 지식의 소리에게 말을 걸어달라고 유혹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당신이 하고 있는 일에 몰두할 때 이성은 거의 말을 걸지 않는다. P176

 

인생은 너무나 아름답다. 만약 당신이 스스로를 사랑한다면, 그리고 늘 최선을 다한다면 그것은 머지않아 하나의 습관이 될 것이다. 최선을 다하는 것이 하나의 습관이 되면,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어린아이였을 때 그랬던 것처럼 언제나 나의 행복을 위해 준비된 선물이 된다. P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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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이야기

지난 겨울, 여행 갔을 때 들고 갔던 책.

같이 간 친구와 번갈아가며 후닥닥,

너무 재미있어서 책 모서리를 접을 겨를도 없이.

역시 난 이야기꾼이 좋아. 철학가들 보단.

조만간 책에 대한 포스팅은 다시...ㅎㅎ

 

놈들은 너무 느린 덕분에 목숨을 부지한다. 잠과 게으름 덕분에 재규어와 스라소니, 큰수리, 아나콘다에게 먹히지 않는다. 나무늘보의 털에는 건기에 갈색 식물이, 우기에는 초록색 식물이 서식한다. 그래서 나무늘보는 주변의 이끼나 나뭇잎과 뒤섞여, 흰개미나 다람쥐의 둥지나 나무의 일부로 보인다. -p16

 

죽음은 생물학적인 필요 때문에 삶에 꼭 달라붙는 것이 아니다-시기심 때문에 달라붙는다. 삶이 워낙 아름다워서 죽음은 삶과 사랑에 빠졌다. 죽음은 시샘많고 강박적인 사랑을 거머줜다. 하지만 삶은 망각 위로 가볍게 뛰어오르고, 중요하지 않은 한두 가지를 놓친다.-p17

 

 사회적으로 열등한 동물이 주인과 사귀기 위해 가장 끈질기게 노력한다. 그들은 주인에게 가장 충직하고 가장 필요한 동반자임을 증명해 보인다. 주인에게 도전하거나 까다롭게 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현상은 큰고양이, 아메리카들소, 사슴, 야생 양, 원숭이를 비롯한 많은 동물들에게서 관찰된다. 동물업계에는 흔히 알려진 사실이다. -p64

 

한데 이 '아들'이란 신은 배가 고프고, 갈증 때문에 괭하고, 지치고, 슬프고, 초조해하고, 희롱당하고 똑똑치 못한 제자들과 그를 존경하지 않는 반대파를 참고 봐줘야 한다. 무슨 신이 그런가? 너무나 인간 수준의 신이다. 물론 기적도 있다. 주로 치료 부분에서. 기껏해야 주린 배를 채워주고, 풍랑을 잠잠하게 하고, 물 위를 걷는 능력을 보여준다. 마술로 치면 별것 아닌 수준이다. 어느 힌두 신이라도 그보다 밷배는 잘할 수 있으니까. 이 신의 아들은 생의 대부분을 이야기를 하며 보냈다. 계속 말하면서, 이 아들은 말하고, 인간의 걸음으로 걸어 다녔다-그것도 더운 곳에서. 샌들을 신고 돌길을 걸었다. 교통수단을 이용해도 고작 나귀였다. 그는 세 시간 만에 신음하고 숨을 헐떡이고 서글퍼하며 죽어간 신이다. 무슨 신이 그런가? 이런 신의 아들에게서 무슨 영감을 얻으라는 건가? -p77

 

"신부님, 기독교인이 되고 싶어요."

그는 미소지었다.

"피신, 너는 이미 기독교인이란다. 네 마음 속에서. 믿음 안에서 예수님을 만나는 사람은 누구든 기독교인이란다. 너는 이곳 문나르에서 예수님을 만났어."-p79

 

그 길을 지나기 전에는 바다와 나무들, 공기, 햇살이 저마다 다르게 말했지만, 이제 모두 하나의 언어로 말을 걸어왔다. 나무는 길을 안내했고, 길은 공기를 인식했고, 공기는 바다를 생각했고, 바다는 햇살과 모든 걸 나누었다. 모든 요소가 이웃해서 조화를 이루었고, 모두 친척이 되었다. -p85

 

신은 '궁극적인 실체'이자 존재를 떠받치는 틀이건만, 마치 신의 힘이 약해서 자기가 도와야 된다는 듯 나서서 옹호하는 자들이 있게 마련이다. 이런 자들은 정작 나병에 걸려 동전 푼을 동냥하는 과부는 못 본체 지나고, 누더기 차림으로 노숙하는 아이들 곁을 지나면서도 '늘 있는 일'로 치부한다. 하지만 신에 대해 조금이라도 거스릴는 점을 보면 난리라도 난 것처럼 군다. 얼굴을 붉히고 숨을 몰아쉬면서, 화를 내며 말을 쏟나낸다. 얼마나 분노하는지 놀라울 뿐이다. 그 단호함이 겁난다. -p96

 

왜 사람들은 이동할가? 무엇 때문에 뿌리를 내리고 모르는 게 없던 곳을 떠나 수평선 너머 미지의 세계로 향할까? 왜 스스로를 거지처럼 느끼게 만드는 겉치레 투성이인 곳에 오르려 할까? 왜 모든 것이 새롭고 낯설고 힘겨운 이국의 정글로 들어갈까?

어디서나 대답은 하나겠지. 사람들은 더 나은 삶을 소망하며 이주한다. -p105

 

 사람들은 조바심에 시달려 이주한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아무 것도 못 얻을 거라는 불안감이 야금야금 파고들어서, 일 년 걸려 쌓은 것이 남의 손에 하루 만에 무너지리라는 불안감 때문에. 장래가 꽉 막힌 것 같아서. 본인은 괜찮지만 자녀들은 그렇게 살면 안 되겠기에.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거라는 느낌 때문에. 행복과 번영을 다른 곳에서만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서. -p107

 

....  이런 물고기들의 소동 속에서 리처드 파커는 나보다 강인하고 또 효율적으로 움직였다. 그는 몸을 올려 최대한 물고기 떼의 공격을 막았다. 물로기 여러 마리가 날개를 버둥대며 산 채로 그의 입 속으로 들어갔다. 눈부신 힘과 속도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인상적인 것은 그 속도가 아니라 동물의 순수한 자신감이었다. 순간에 완전히 몰입하는 힘. 그렇게 한순간에 집중해서 현재에만 몰두하는 능력. 아마 최고의 요가 수행자들이 부러워할 능력이리라. -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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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표를 먼저 찍다

마침표를 먼저 찍다 / 이대흠


 .세상살이의 시작이 막장이고 보니 난 어쩜 마침표를 먼저 찍은 문장 아닌지 .막장은, 마침표는 이전의 것을 보여주는 구멍이다 .그 캄캄한 공사장의 먼지, 이 무수한 마침표를 통해 본다 .오래된 짐승의 알처럼 둥근 마침표 .내 생의 처음이었던 어머니, 그 마침표. 그녀의 검은 눈동자 .한 세상의 아픔이 그득하여 그녀의 눈빛은 맑다 .파이프 메고 어두운 계단을 오르며 난간에만 빛이 웅성거림을 본다 .난간에 버려진 저 작은 쇳조각, 깨어진 돌멩이가 결국 하나의 사상임을 너무 늦게 알았다 .어두운 곳이라 난간이 길이다 .난간을 걷는 나의 生 .언제든 죽을 수 있으므로 고개 숙이지 않으리 .무겁다 . 무거운 것들이 적어 세상은 무거워졌다 .대부분 이 짐을 지지 않는다 .마침표를 찍자 여기부터가 시작이다.

 

 

마침표부터,

그렇게 시작할 수 있다면.

좋겠어.

책상 위에 걸려있는 2001년의 엽서 속에

이 시처럼.

.언제든 죽을 수 있으므로 고개 숙이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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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

요즘 나는

이라부 종합병원 신경과의 환자들처럼

알 수 없는 자괴감과 무력감에 휩싸이곤 한다.

길거리에서 퍽 하고 울음이 터지질 않나

지저분한 집을 보고도 폭발하듯 통곡을 하질 않나

애인에게 매일 같이 나는 잘 하는 게 없어라고 말하고 있다.

 

공중그네와 인더풀을 연달아 읽고 나니

나와 비슷한 인간들을 만나 반갑고

나도 이라부 선생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어린아이처럼 가볍게

다른 사람들의 눈치 볼 것 없이 재미있게

내가 원하는 것을 위해 살면 좋겠다,

고 생각하지만

역시.

 

그래도 그들의 작은 일탈이

내게도 미세하게 퍼졌다.

 

오쿠다 히데오의 글은 때로 옮겨 적어놓고 싶기도 한데

그러려면 얘기 전체를 옮겨야 할 것 같다.

난 이야기꾼들이 정말 좋다.

 

다음엔 얀 마텔에게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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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너뷰?

navi님의 [책을 주제로 한 몇 가지 재미있는 질문과 진부한 답] 에 관련된 글.

 

 

1. 책상에 늘 꽂아두고 있는 책이 있는가? 있다면 무엇?

없다. 

 

2. 어쨌든 서점에서 눈에 뜨이면 사지 않고는 못 배기는 종류의 책들이 있는가? 있다면 무엇?

음.

서점에 가면 눈에 띄는 책은 다 사고 싶다.

충동구매를 주로 하는 책을 묻는 거라면 외국어 공부에 관한 책을 가장 많이 사고 안 보며

소설 신간이나 여행 에세이 신간 중에 눈에 들어오는 게 있으면 사는 편이다.

인문학 책들은 주로 서점에서 앉아서 읽다 온다. ㅎㅎ

 

3. 올해 읽은 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올해는 아직 읽은 책이 ... 3권 밖에 안 되는데

아직은 다 기억난다. 

 

4. 인생에서 가장 먼저 '이 책이 마음에 든다'고 느꼈던 때가 언제인가?

오호

인생에서 가장 먼저는 생각 안 난다.

좋아했던 동화책이 있었겠지만...

어렸을 때부터 야한 장면 묘사가 있는 책을 두루 섭렵함.

 

 



5.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 책이 있는가? 있다면, 어떤 책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이럴 때 멋지게, 니어링이라든가, 존 버거라든가 혹은 맑스라도 얘기하고 싶지만

난 빨강 머리 앤이 내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그 이후로 평생 성장소설을 사랑하고 있다. 

 

6. 단 한 권의 책으로 1년을 버텨야 한다면 어떤 책을 고르겠는가?:

읽고 또 읽고 그래도 읽을 때마다 새로운 책이어야 할텐데..

읽으려고 늘 시도하지만 계속 못 읽고 있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을 비롯한 쿤데라 글들.

읽어내고 말겠다.

근데 만약 읽어본 거 중에 선택하라 한다면,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야구. 읽을 때마다 새롭다.

 

7. 책이 나오는 족족 다 사들일 만큼 좋아하는 작가가 있는가?

 예전엔 있었던 거 같다. 야마다 에이미도 좋아했고 김영하나 전경린, 한강도 좋아했고

근데 워낙에 애정의 길이가 길지 못해 지금은 누굴 좋아했었나 잘 생각도 안난다. 

 

8. 언젠가는 꼭 읽고 싶은데 엄두를 못 내고 있는 책이 있는가? 있다면 무엇인가?

사생활의 역사 졸라 두껍다.

서양 철학사도 사 놓고 보지도 못하고 대체로 인문학이나 사회과학서적은 집중해서 틀어박혀 읽지 않으면 잘 못 읽는 거 같군.

 

9. 헌책방 사냥을 즐기는가, 아니면 새 책 특유의 반들반들한 질감과 향기를 즐기는 편인가?

헌책방.

사냥을 즐기진 않는다. 

 

10. 시를 읽는가? 시집을 사는가? 어느 시인을 가장 좋아하는가?

시를 읽고 시집을 사고, 가장 좋아하는 시는...음.

이면우, 이문재, 아 장석남도 좋아했었군. 나희덕, 허수경도.

요즘은 시를 잘 안 읽어서 모르겠다.

종종 현장비평가가 뽑은 시 뭐 이런걸로 한 해 구경하기도 함.

 

11. 책을 읽기 가장 좋은 때와 장소를 시뮬레이션한다면?

자기 전.

아니면 따땃한 햇살이 드는, 기댈 수 있는 의자가 있는 공간.

학교 도서관도 좋았다. 자주 가진 않았어도. 

 

12. 혼자 책을 읽으면서 조용히 주말 오후를 보낼 수 있는 까페를 한 군데 추천해 보시라.

 조용히라,,,,

주말엔 사람이 많긴 하지만 삼청동에 있는 "내서재"란 북까페. 아늑하니 좋다.

대학로에 있는 cafe128도 좋은데 조명이 좀 어두워서..

 

 

13. 책을 읽을 때 음악을 듣는 편인가? 주로 어떤 종류의 음악을 듣는가?:

뭐 있음 듣고 아님 말고. 주로 영화 OST. 

 

14. 화장실에 책을 가지고 들어가는가? 어떤 책을 갖고 가는가? :

 만화책이나 잡지.

슬램덩크는 하도 화장실에 오래 있어서 습기를 머금기도 햇다. ㅎ

 

15. 혼자 밥을 먹으면서 책을 읽는가? 그런 때 고르는 책은 무엇인가?:

 혼자 밥을 먹을 땐 고상해 보이기 위해 책을 읽어야 하나?

혼자 밥을 잘 안 먹거니와 책을 읽고 싶지도 않을 거 같다.

 

16. 지금 내게는 없지만 언젠가 꼭 손에 넣고 싶은 책이 있다면 무엇인가?

 쟈코메티 작품집

 

17. e-book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e-book이 종이책을 밀어낼 것이라고 보는가? :

이북을 읽어본 적이 없다. 난 잘 못읽을 거 같긴한데, 이북이 익숙해지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지금의 글과는 다른 속성을 가진 글들이 많이 등장할 거라곤 생각한다. 어쩌면 좀 더 편한 글쓰기가 가능해 질 수도 있고(블로그처럼) 어쩌면 '줄 칠 가치가 없는' 책들만 나올지도 모르지. 여하튼 모를 일이다.

 

18. 책을 읽는 데 있어서 원칙이 있는가? 있다면 무엇인가?

없는데.

여러 책을 동시에 읽지는 않는 거 같다. 끝내고 다른 거 읽기..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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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하기 싫으니 별 걸 다 하는 구나.-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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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전 일종의 준비.

그리고 삶은 나의 것이 되었다, 전경린 여행에세이

....누구나 그렇듯, 나 역시 늘 이런 꿈을 꾸었었다. 어디든, 어디든 가서 한 달만, 아무도 모르게 아무 일거리도 없이 이방인으로 거의 버림받다시피 쉬어봤으면..... 버림받다시피라는 부분이 중요하다.무력한 자유를 좋아했었다. p11

 

그러고 보면 모든 운명은 이렇게 가볍게, 내부로부터 말리는 기분으로 시작되는 것이다. p13

 

는 삶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삶은 애욕과 노동이거나 애욕의 노동. p 17


... 삶 속에서 나는 마음보다, 말보다, 오히려 몸을 통해 그때그때의 진실을 확인해 왔다. 내 몸은 이 곳에 있다. 내 진실도  p27
네팔어로는 히마와 알리아의 합성어. 눈이 머무는 곳이라는 뜻이란다. 눈이 머무는 그곳 히말라야 중앙 지대에는 거대한 설인 예티가 눈 위에 발자국을 쿵쿵 찍고 눈바람을 일으키며 돌아다닌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p 31
그 날 오후엔 내내 호텔의 옥상 정원에서 보낼 작정으로 뜨거운 커피와 쿠키, 포근한 양털 파쉬미나와 책을 들고 올라갔다. p52
실은 나는 열심히 살려고도 하지 않는다. 언제나 반쯤 열린 손아귀와 방심한 눈빛..... 열심히 사는 것조차 때로 탐욕으로 느껴지고, 승화할 수 없는 맹목적이고 지상 위의 것에 불과한 열심은 모멸스럽기까지 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고통의 7할 이상은 현실 때문에 생겨나고 언제나 현실에 눌려 허덕이는 꼴이니, 이제는 삶에 승복하고 현실을 돌보아야 할텐데....  p71
어떤 여자에겐 이 세상이 어떤 형태로든 감옥이다. 벗어나기 위해 갖은 수를 다 써보았지만, 거듭거듭 탈주를 감행했었지만... p93
살아지지가 않아요. 정말 살아지지가 않아서 그래요..... 마음이 움직여지지 않으니 내가 전원을 꽂고 살아 주는 가전제품 같기만 해요. 세탁기처럼, 냉장고처럼... 그래, 이러면 되니? 이렇게 살아주면 돼? 얼마나 나빠지면 좀 놀래기라도 할래? 여자들의 탄식 소리가 떠오른다. 우린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일개미처럼 끊임없이 삶의 틀을 만들고 있을 뿐이다. 삶은 어디로 빠져나가 버리고 껍질만 이렇게 수북할까..... p106
옛날에 한 친구가 그런 말을 했었다. 신은 사람들의 생애마다 한 가지 소원은 꼭 들어준다고, 언제 이루어지든 꼭 그렇게 된다고. 그러니 사람마다 변하지 않는 한 가지 소원을 늘 잊지 않고 간직해야 한다고. 죽음의 문턱을 지나갈 때까지도..... p121
제대로 산다는 건 지금 자기에게 주어진 상황을 놓치지 않는 거야. 설혹 나쁜 시간이라 해도 그건 좋은 것을 선택한 것 못지 않은 의미가 있어. 삶의 시간은 똑같이 삶의 기회니까.
삶에 대한 식욕이 너무나 열렬하게 솟구쳐서 돌아가면 어떤 현재라 해도 생선 살을 발라 먹듯 살뜰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단지 맹렬이 살고 싶을 뿐이었다. 나의 모든 시간들을. p148
모든 언어는 주문이라는 말을 나는 믿는다. 옴마니 반메훔이나 남묘호랭객교 같은 진언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뜻을 이루고, 관세음보살이나 문수보살을 부르는 것만으로 구원을 얻고, 금강경은 외우는 것만으로도 도를 얻는다. 심지어 그 범위는 모든 언어에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저마다의 주문이 있을 법도 하다. p197
여행과 삶은 참 닮아서 심지어 두려워하면서도 단념할 수 없는 것이다. p202
 "여보게 경허, 나는 파전이 있으면 먹고, 없으면 또 그만이라네. 자네는 어떤가?"
"나는 파전이 먹고 싶으면, 장에 가서 파씨를 구해다가 땅을 갈아 파 씨를 뿌리고 한철을 키워서 파가 자라면 밀가루와 잘 버무려서 이렇게 맛나게 부쳐 먹는다네."
그러자 스님은 경허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고 한다. p206
헤어졌다 해도, 이 이별은 한동안 허사일 것이다. 국경 호텔에 홀로 누워 밤새 한잠도 자지 못한 채 그를 그리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매력이란 같은 양의 혐오를 숨기고 있다는 말은 옳다. 그래서 이렇게 헤여져 있는 것이다. p 219
아마도 나의 결핍은 분명한 의지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나로 말하면 모든 준비된 것에 흥미를 잃어버리는 체질이니 말이다. 생각해 보면 가난이나, 고독, 불행 같은 것도 다분히 자기 도취적인 것이고 무의식적인 추구이며 지속적이고 능동적인 선택행위가 아닐까.... p234
평범한 남자의 말대로 사물과 돈은 쫀쫀한 사람에게 오래 머문다. 사랑도 그런 게 아닐까. 그러부터 오래 배려하는 사랑을 해 온 사람의 노하우를 본다. 진중한 정성에다 적절한 수위의 희생심과 오랜 노하우를 더한 감동적인 쫀쫀 배려의 위대성. p 241

지금에야 깨달은 진실이지만, 삶에서 이런 저런 상황이나 조건이란 그저 요리의 재료 같은 것이다. 재료 하나가 빠졌다거나, 부실하다고 해서 요리를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p253

사람의 정신 연령은 대부분 열두 살이라고 한다. 많아 봐야 열여섯 살이라고. 그 위엔 노화이고 삶의 기술이라고.
존재하는 것들 모두 애틋하다. p256

 여행은 가장 확실하게 액땜을 하는 한 방식이기도 하다. p 265

 

대체로 좋았다.

때로는 감정의 과잉이 그득그득 묻어나서 힘들었지만

내가 가보지 않은 나라를 상상함에

나름 좋은 지침서.

나도 책 한 권 들고 게스트하우스 옥상에 올라가 하루종일 해 질 때까지 책만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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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삶은 나의 것이 되었다, 전경린

나는 운명론자다.

아니 운명론자라기보다는, 여하튼 운명이 이끄는 힘 같은 거에 대한 믿음이 있는 편이다.

물론 예전에 읽었던 신기생뎐에서 나왔던 말처럼

그 운명이란 것이 굉장히 느슨한 끈으로 이루어졌다고도 생각한다.

그래서 때로 그 느슨한 끈이 나를 당기는 느낌이 들면

나는 내 상태나 여타 주변 상황 등을 고려치 않고

냅다 그 끈을 잡아버리고 만다.

 

얼마 전부터 내년 초에 여행을 갈거라고 공언해왔다.

사실 갈 수 있을지 확신할 순 없었지만

그래도 자꾸 말이라도 해 놔야 갈 거 같아서

그냥 막연하게라도 갈 거다, 네팔에 갈 거다 그랬다.

시간은 자꾸 내년에 가까워지고

나는 여전히 아무 준비도 않은 채 그대로 있는 중이었다.

누군가 나에게

그렇게 말만하다가 못 가겠네

했을 때 버럭 화를 냈던 것도 내가 그리 생각하고 있어서였다.

 

그러다 그제,

대학로에 약속이 있어서 가는 길,

시간에 늦어 그에게 이음아트에 가 있으라 부탁했다.

헌책방 코너를 뒤적이고 있던 그에게 헐레벌떡 뛰어가 나오려는 길

웬 책 하나가 나를 붙잡았다.

그냥 정말 붙잡는 느낌이었다.

 

전경린의 여행에세이?

전경린을 그리 좋아해놓고도 여행에세이가 나온 줄도 몰랐다.

무심코 한 장을 들춰보니 눈에 확 들어오는 단어

네팔에 가야겠어요.

 

나는 무작정 책을 집어들었다. 이건 운명이야, 라고 생각하며.

사천원이라는 싼 가격에 집어든 책은

누군가가 누군가에게 선물을 했던 책이었는지

맨 앞장에 평안한 가정이 되길 빈다는 편지가 적혀있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선물을 한 날짜는

내 생일이었다!

ㅎㅎㅎㅎ

와, 정말 이건 운명이지 않을까?

 

 

아직 책은 다 못 읽었는데

내일 서울 올라가는 기차 안에서 열심히 더 읽을 작정이다.

빨리 읽어버리기 아까운 책.

나를 찾기 위해 떠나는 여행, 내 삶을 나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떠나는 여행,

에 관한 이야기들.

 

"삶은 애욕과 노동이거나 애욕의 노동"

이 말이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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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2/김용

나비2 / 김용

속상하다 절대 날아오지 않네

나비는 나비가 날아가는 곳마다

상처로 드러난다는 사실을 모른다 없던 상처

드러나는 일이 가장 아프고

꽉 찬 삶 속에서 상처가 드러나는 일이 견딜 만해도

그 자리를 가고 또 갈 수가 있을까 바보같이

속이 없는 것이다 속이 다 상한 내 마음

보여준 흐르는 여울처럼

마지막 불렀던 휘파람을 생각할 때처럼

 

--- 이건 나뷔에게. 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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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累) / 이병률

누(累) / 이병률 늦은 밤 쓰레기를 뒤지던 사람과 마주친 적 있다 그의 손은 비닐을 뒤적이다 멈추었지만 그의 몸 뒤편에 밝은 불빛이 비쳐들었으므로 아뿔싸 그의 허기에 들킨 건 나였다 살기가 그의 눈을 빛나게 했는지 모르겠으나 환히 웃으며 들킨 건 나라고 뒷걸음질쳤다 사랑을 하러 가는 눈과 마주쳤을 때도 그랬다 늦은 밤 빨랫감을 털고 있는 내 방 창문을 지나 막다른 골목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던 숫그림자는 구두 굽에 잔뜩 실은 욕정을 들키자 번뜩이는 눈으로 달겨들 채비를 하고 있었다 이럴 땐 눈이 눈에게 말을 걸면 안 되는 심사인데도 자꾸 아는 척해야 할 일이 있는 사람처럼 내 눈은 오래도록 그 눈들을 따라가고 있다 또 한번 세상에 신세를 지고야 말았다 싶게 깊은 밤 쓰레기 자루를 뒤지던 눈과 사랑을 하러 가는 눈과 마주친 적 있다 ---- 캡쳐를 걸어놓고 웹서핑을 하다가 마주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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