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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오래오래 생각하고 살고 싶은 책.

21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6/10/18
    사립학교 아이들
    새삼
  2. 2006/08/31
    그리운 앤.
    새삼
  3. 2006/08/18
    저녁은 어떻게 오는가(2)
    새삼
  4. 2006/03/27
    끌림/ 이병률(2)
    새삼
  5. 2006/02/07
    검정개 블래키의 우울증 탈출기!(3)
    새삼
  6. 2006/02/01
    2005 Rory's book club(2)
    새삼
  7. 2005/11/11
    잘가라, 서커스(2)
    새삼
  8. 2005/11/11
    신 기생뎐
    새삼
  9. 2005/11/10
    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2)
    새삼
  10. 2005/10/25
    江 건너 간 노래
    새삼

사립학교 아이들

나는 늘 누군가가 나를 발견할까 봐 두 려웠고, 막상 아무도 나를 발견해 주지 않으면 서글펐다. -p26
영화 속의 대사들을 따라하면서 마틴은 크로스의 목을 조르려 했지만 크로스는 웃으면서 마틴을 피했다. 만약 내 목을 졸려 한다면 허락해 줄 생각이었지만 나에게는 그러지 않았다. -p89
당시 남자들에 대한 나의 관심은 나 스스로도 설명하기가 어려웠다. 로맨틱한 관심이 아닌 것은 분명했지만 남자들에 대해 달리 어떤 감정을 가질 수 있는지 나 자신도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 나는 안다. 내가 농담으로 사람들을 웃기고 싶어했다는 것을 . 나도 전교생 앞에서 학장에게 농담을 하고, 그의 별명을 부르고 싶었다. 이 세상에서 내가 설 자리를 분명히 알고 있는 오만한 남자애가 되는 것. 내가 원하는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 p112
매일 메뉴판을 새로 인쇄한다는 뜻이라는 걸 깨닫는 순간 나는 또 한 번 놀랐다. 그동안 부정해 왔지만 나는 돈이 인생을 훨씬 더 멋지게 만들어 준다는 것, 물욕 때문이 아니라 안락함 때문에 돈을 원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그 순간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돈이 있으면 딸과 딸의 친구들을 위해 리무진을 보내 줄 수 있고, 예쁘게 차려진 맛있는 음식을 대접해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뚱뚱하지만 멋진 옷을 입을 수 있었다. 엄마의 친구 중에도 맥스웰 부인만큼 뚱뚱한 아줌마가 있지만 늘 헐렁한 바지에 작업복 같은 것을 걸치고 다녔다. -p157
나는 이런 내 모습이 좋았다. 다른 사람이 보아도 상관없는 이런 모습이 좋았다. 내가 열한 살 때, 엄마가 남동생 팀을 유모차에 태우고 나가서 내 마음껏 돌아다니다 들어와도 좋다고 한 적이 있었다. 나는 같은 학년 남자애들이나 이웃 사람들이 내 모습을 봐주기를 바랐다. 그러면 모두들 나의 어른스러움에 놀라 날 좋아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혼자서 동생을 돌볼 줄 아는 어른스러운 아니니까 말이다. -p198
나는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해 좋아하거나 혹은 싫어하는 감정을 갖고 있었다. 조금 더 원하는 것도 있고, 덜 원하는 것도 있었으며, 끝내고 싶은 것도 있었고 계속하고 싶은 것도 있었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에 대해 별다른 의견이 없다고 해서 아무 생각이 없는 건 아니다. 그런 나를 방관자라고 말한다면 나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무엇보다도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기숙사에 돌아가면 반드시 사전을 뒤져서 그 뜻을 알아낼 생각이었다. -p242
나는 너무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슬픈 일이라고 생각했다. 마치 그 보다 더한 슬픔은 없는 것처럼 - p247
나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려면 상대방이 진심으로 나와 어울리고 싶어해야 하고, 상대방의 성의가 조금이라도 부족하면 내가 그들에게 방해가 될 거라고 여겼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발상이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되는 게 뭐 그렇게 대수일까? -p258
그날 특강을 했던 무용가는 훗날 더 유명해졌고, 그녀의 무용단은 인종적 특수성 때문에 국제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다. 나는 잡지에서 정지적으로 그 무용가의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그녀의 이름을 접할 때마다 나는 신준이 약을 먹었다는 소식을 들었던 그 순간처럼 가슴 한구석이 저려왔다. 뭔가 안 좋은 일이 일어난 것은 분명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전혀 모르는 상태의 혼란스러움이 고스란히 되살아났다. -p308
인생에서 일어나는 크고 심각한 사건들을 나는 항상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 사건들이 생각처럼 크고 심각하게 다가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 순간에도 우리는 화장실에 가서 소변을 보고 겨드랑이가 간지러우면 긁기도 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하는 말은 너무 감상적이고, 마치 멜로드라마 대사처럼 들린다. 끔찍한 사건들은 우리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일어난다. 말하자면 생각만큼 극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 p311
우리는 때로 사람들에게 잘못을 저지르고 나서야 다른 사람을 제대로 대할 줄 알게 된다. 조금 계산적으로 들릴지 몰겠지만, 나는 내가 그런 시험적인 인간관계를 경험한 것이 다행이었다고 생각한다. 결국 모든 것이 공평한 게 아닐까. 나 역시 누군가에게 연습용이었던 적이 있을 테니까. - p361

무언가를 원하고 드러내 놓고 그것을 추구하는 것에 대한 거부반응은 얼트를 떠난 뒤에도 한동안 내게 남아있었다. 대학을 졸업한 뒤 아빠가 내게 취업에 그다지 열의를 보이지 않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을 때, 나는 충격을 받았다. 그런 열정이 밖으로 드러나야 하는 것이었던가? 열정을 드러내는 것은 혐오스러운 일이 아니었던가? 열정은 탐욕, 결핍과 동의어가 아니었던가? 나는 일자리를 원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취업 면접을 보러 그 자리에 나타날 이유가 없다는 것을 면접관 역시 모를 리가 없었다. -p366

내가 그를 만날 때마다 매번 처음처럼 수줍어했던 것은 그를 시험해 보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나는 어떤 증거가 필요했다. 그가 이곳에 있고 싶어한다는, 그리고 나를 만지고 싶어한다는. -p 456
나는 크로스와 허물없이 대화하는 사람이 되기를 원했다. 그리고 크로스가 내가 예쁘다고 생각해 주기를 바랐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이를테면 피스타치오나 모자 달린 티셔츠, '북방에서 온 소녀'라는 밥 딜런의 노래 같은 것들을 통해서 그가 나를 떠올려 주기를 원했다. 나와 함께 있지 않을 때 그가 나를 그리워해 주기를 원했다. 나와 함께 침대에 누워 있을 때, 크로스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이기를 원했다. -p443
술에 취했다는 걸 스스로 느끼는 경우는 드물다. 술에 취했어도 우리는 여전히 의식이 또렷하고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음날 숙취 상태로 깨어나 보면 그제야 자기가 얼마나 술에 취했었는지 알게 된다. -p495


읽고 나서 어딘가 들킨 기분과 이상한 공감대 때문에 묘한 기분이 들었다.
정말 이상했던 건 난 크로스가 당연히 흑인라고 생각했다는 거다.
백인 남자는 섹시하지 않다는 나의 편견이 또다시 작용했다고 볼 수 있겠다. 쯧쯧

 

책읽고 든 생각이 많았으나 졸리므로 패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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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앤.

넌 무엇이든지 애정을 너무 많이 쏟는구나. 앤.
앞으로 살면서 실망할 일이 많을까 봐 걱정이다.”
“아, 마릴라 아주머니, 앞일을 생각하는 건 즐거운 일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루어질 수 없을지는 몰라도, 미리 생각해 보는 건 자유거든요.
린드 아주머니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런 실망도 하지 않으니 다행이지.’ 라고 말씀하셨어요.
하지만 저는 실망하는 것보다
아무 것도 기대하지 않는 게 더 나쁘다고 생각해요.”


"...아저씨는 성스럽게 아름다운 것과,
정신이 아찔하게 똑똑한 것과,
천사처럼 착한 것 중에서 고르라면 어떤 걸 고르시겠어요?"
"글쎄, 잘....잘 모르겠어."
"저도 그래요. 절대로 결정하지 못할 거예요.
그 중에 제가 될만한 것이 없으니,
정하지 못한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겠죠.
하지만 분명한 건,
저는 결코 천사처럼 착해지진 않을 거라는 점이에요......"

 

 

 

요즘 앤 전권을 읽고 있다는 친구의 글을 보고

나도 오래 전 적어두었던 기록을 꺼내봤다.

빨간 머리 앤의 목소리를 들으니 어쩐지 나도 기운이 나는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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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은 어떻게 오는가

나는 불행히도 그녀를 안다.
그래서 사실은 그녀의 글을 읽어내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나는 그녀의 글에서 그녀의 인생을 읽는다.
그녀가 겪어 온 세월을 엿본다.
나는 그녀의 글이 가져다 주는 무게 때문인지, 아니면 그 글에 실린 그녀의 인생의 무게 때문인지 모르고
자꾸만 운다.

그래도 참 축하해 주고 싶다.
너무나 오랜 세월 하고 싶었던 일,
그녀의 힘든 세월에 힘이 되어주었던 일,
그 일부를 세상에 내 놓을 수 있게 돼서. 정말 많이 축하해 주고 싶다.


20년 글의 묶음이 한 권에 나왔다고,
창피하다고, 그랬다.
그건 그녀가 지고 있었던 삶의 무게라는 것을 안다.
우스운 말이지만 그 무게가 그녀의 글을 더욱 반짝거리게 해 줄거라는 것도.

개인적으로는 낙원장이라는 단편이 참 좋다.
따뜻한 사람이다. 그녀는.
책도 많이 팔렸음 좋겠다.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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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림/ 이병률

#022 끌림

파리의 어느 까페에서 우연히 만난 청년에게 직업을 물은 적이 있다.
청년은 대답하기를, 자신의 직업은 파리를 여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파리 토박이였음에도 불구하고
파리를 여행하는 게 일이라고 서슴없이 말했다.
그러면 그 여행 경비는 어떻게 버느냐고 했더니 틈틈이 막노동 일을 하면서 그 수입으로 에펠 탑도 올라가고 박물관이나 미술관에도 간다고 말했다.
여행이라고 하기엔 뭣할 정도로 가는 곳엘 가고 또 가고 하는 사람...

#024 나는 간다

... 허파로 숨을 쉬어야 하는 고래가 아플 적에 친구 고래가 아픈 고래를 수면까지 밀어올려서 숨을 쉬게 해 준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026 내일과 다음 생 가운데

'내일과 다음 생 중에, 어느 것이 먼저 찾아올지 우리는 결코 알 수가 없다!'
티베트 속담이다.

#048 뒤

...동유럽의 한 사진작가의 작업이 고스란히 기억 속에 남아 있다. 그 작가는 '이사 가고 난 후의 집'을 인화지에 옮기는 작업을 몇 년에 걸쳐서 하고 있던 작가로 그의 작품엔 이사를 떠난 직후의 휑한, 빈 방들이 등장한다.........그 사진이 매혹적일 수 있었던 건 역시 '돌아봄' 때문이었다. 이사를 마친 텅 빈 공간을 낮은 앵글로 돌아보다 가슴 한 가운데가 자꾸 허물어져 내리는 기분 때문에 그냥 그 텅 빈 공간 안으로 걸어들어가 살림을 차리고 싶은 충동. 그랬다, 그런 매혹을 그 사진은 담고 있었다.

#063 당신이 머물고 싶은 만큼

....(티베트는) 사람들의 성씨도 아버지나 어머니의 그것을 따르지 않는데 주류를 이루는 성씨는 모두 일곱 개로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월요일에 난 아이는 달, 화요일에 난 아이는 명마(名馬)를 일컫는 형마, 수요일은 바람, 목요일은 '날다'의 의미인 푸부, 금요일은 별, 토요일은 횃불, 일요일은 해다.
사람에 따라 보통 서너 개의 이름이 있고 많은 경우엔 수십 개의 이름을 가지고 살기도 하는데 이것은 오랜 세월 이어오던 일처다부나 일부다처에서 오는 자연스런 현상임과 동시에 가계도의 혼선을 의미한다.

#067 케 세라세라

...
멋있는 사람은 아무렇게나 살아도 멋있다.
안 씻는 사람 안 씻어도 멋있다. 일생 정리정돈 못하는 사람은 그게 머이다.
아등바등 살아가는 너 같은 사람은 그것도 그대로 멋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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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관한 글 치고, '정보'가 중요시 되지 않는 것들이 없는데

정보와는 매우 무관했던 책.

단지 작가가 라디오 작가를 했던 탓인지 좀 간질간질해서 아쉬웠음.

그리고 표지는 왜 흰색으로 쌌는지 정말 이해하기 어려움.

겉지 빼는 게 더 예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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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개 블래키의 우울증 탈출기!

나의 새해 결심 중 하나는,

종류를 막론하고, 일주일에 한 권이라도 책을 읽겠다는 것.

덕분에 다섯 권 읽었다.

달려라 아비, 사랑하거나 미치거나, 떨림, 기묘한 이야기,

그리고 검정개 블래키의 우울증 탈출기, 이다.

이유없이 우울하고 외로운 사람을 위한 책이라고 떡하니 써 있길래,

지하철 심심풀이용으로 들고 나왔는데, ㅋㅋ 재밌지 모야~.

그래서 이 늦은 시간에 잠도 안 자고 이런 소개글을 올려본다.

 

블래키는 우울증에 걸린 검은 개인데,

나와 비슷한 증상들을 많이 앓고 있다.

그리고 그의 여자친구 해피는 그와 반대로 매우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캐릭터.

블래키는 주로 이런 식이다.


나도 나를 정말, 정말, 못 미더워 한다. 으흑.

내가 젤 많이 꾸는 꿈은, 도망다니거나, 혹은 내가 뭘 못한다고 다른 사람들끼리 이야기하는 걸 엿듣는 꿈이다. ㅋㅋ (마치 요즘 개그콘서트에서 하는 A형의 행태와 비슷하다.)

 




나도 은근히 저 걱정을 참 많이 한다.

그래서 눈치도 많이 보고.. 고치고 싶은 것 중 하나!

 

 


이것이야 말로 정말 A형스러운 나의 모습. ㅠ.ㅠ

 

이 외에도 몇 개가 더 있는데, 스캔 귀찮아서 대략 줄임.

여하튼 해피가 되고 싶으나 블래키에 머무르는 나의 모습을 보는 것이 좀 슬펐다. 흑.

 

그리고, 우울증에 걸리면, 늘,


또,

 


이렇게 되어 버린다.

정말 스트레스를 받으면 음식량을 조절하기가 너무 어려워.

 

어쨌든 뒤에 짧지만 탈출기에 대한 소개도 있는데,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을 믿어야 한다는 거다.

자기 자신이 예뻐하지 않는 사람은 누구도 예뻐하지 않는다나.

그래서 난 나를 많이 사랑해 주고, 자만할 정도로 자신감을 갖고 살기로 했다.

그래, 까짓 거 내가 사는 건데 남들이 뭐라든...

아 그러면서도 또 은근 걱정하고 있는 스몰 마인드의 소유자.

 

그래도 책 덕분에 소외된 왼 발을 한 보 앞으로~(요즘 랩에 심취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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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Rory's book club

달군님의 을 읽고 나도 읽은 책들을 좀 정리해 보려고 했었는데

당최 기억이 나지 않아 그만두었다가

너무 배부른 김에 그냥 기억나는 것만 메모해 둔다.

멋진 리뷰도 곁들인다면 좋겠지만

우선은 기록.

오래 된 건 정말 기억나지 않아~ 으흑.

기억해 내면서 알게 된 건 나 참 작년에 책 안 읽었다는 거다. ㅋㅋ

 

1월

지중해 문화 기행

 

2월

바늘

다섯번째 아이

 

3월

회색 영혼

미애와 루이 가족 45일간의 아프리카 여행

 

4월

 

5월

유혹의 심리학

 

6월

쨍한 사랑 노래

나 이뻐?

 

7월

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

 

8월

공주님

달의 제단

 

9월

사랑과, 사랑을 둘러싼 것들

독살

청춘가를 불러요

 

10월

미소는 어디로 가시려는가

들돼지를 프로듀스

배드 마마 자마

꽃게 무덤

to cats

 

11월

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

신 기생뎐

잘가라, 서커스

 

12월

김영하 이우일의 영화이야기

 

 

2006년

달려라 아비

사랑하거나  미치거나

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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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가라, 서커스

난 천운영이 참 좋다. 좋다는 것에는 많은 뜻이 있는데, 부럽다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사실 내가 반했던 것은 '바늘'에 실려있던 한 단편인데, 그에 관해서는 다음 기회에 다시 써야지. 생각할 것도 말하고 싶은 것도 많은 소설이었다. 어쨌든 잘가라 서커스도 나는 좋았다. 특히 림해화를 포함한 조선족 여인들이 자신의 남성을 부르는 '나그네'라는 표현이나, '귀맛 좋은 말' 같은 북쪽 사투리가. p5 서커스는 위험을 내포한다. 지독한 훈련을 통해 육체적 한계에서 벗어나는 것이 서커스다. 그러니 서커스에서 얻는 것은 감동이 아니라 측은함이다. p23 다짐은 희망이 되고 희망은 그래도 내 몸을 관통해 사라졌다. 희망이 사라진 자리에는 고통만이 남았다. 바람이 내 몸을 뚫고 지나갔다. 마음은 바삭 마른 이파리들처럼 바스락거리며 부서지고 있었다. p54 여자의 얼굴을 떠올리면 잔잔해지면서도 고통스러웠다. 도무지 알 수 없는 불가해 한 밤이었다. p57 봄에 처음 본 나비가 흰색이라면 그리운 사람을 만나게 된다고 했다. 그리운 사람. 무언가 묵직한 것이 가슴을 짓누르고 지나갔다. p77 두려움은 높이에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심장에서부터 온다. 나는 어떤 높이에도 동요하지 않는 단단하고 차가운 심장을 가졌다. p85 여자의 눈은 단도라도 품은 듯 날카로웠다. 여자의 눈 속에 든 단도는 내 심장을 겨냥하고 깊숙이 파고들어왔다. 짧고 강렬한 상처에 피가 솟구치고 심장이 멎었다. 엄마가 죽어가는 동안, 나 또한 그렇게 죽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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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기생뎐

역시, 꽤나 좋았던 소설. 나이를 먹어야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세상의 이치들을 조금 엿본 기분이 들었다. p10 김천댁이 소쿠리를 까불때 마다 사스랑사스랑, 조개껍질이 서로 부딪치며 쓸리는 소리가 들리고 소쿠리 밑바닥으론 재첩 알맹이가 소복하게 떨어진다. p12 기방에서는 음식과 기생이 동격이다, 맛도 좋아야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손님의 눈과 귀도 즐거워야 하는 것이다. p23 실지 따지고보면 일 중에 질로 거칠고 고된 것이 부엌일이여. 남들은 몸에 밧줄을 감고 빌딩의 유리창을 닦는 게 훨씬 힘들다고 말할랑가 모르지만 그건 척 보면 힘든 표시라도 나제. 이건 허리가 부서지도록 일해봤자 벨 표시도 나지 않고 아주 사람만 잡는당께. 한 고비 넘고 또 한 고비를 숨이 턱에 차게 넘다보면 평지도 나오고 지름길도 보이고 허는 맛에 힘든 건 잊어뿔고 다시 손을 놀리게 되는 기 이일이기도 허지만 말이여. p39 늙음의 끝은 완전한 소멸이었다. 적요한 소멸의 늪에 빠지기 전까지는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거슬러 올라야 하지 않겠는가. 세모진 눈을 한층 날카로이 벼려 세상을 바로 보고 부단히 손을 놀려 손맛을 잃지 않는 길, 내리막길로 치닫지 않고 더딕 가는 길은 그 길 뿐이라는 걸 타박네는 안다. 누가 타박네에게 강단이 있다고 했던가. 단 한 순간도 그녀는 고단하지 않은 적이 없다. p40 나도 너처럼 무언가에 환장을 해 보고 싶다. 환장한 순간만은 구름에 발을 디딘 듯 물살에 몸이 실린 듯 그리 살아지는 게 아니더냐. 잠시라도 그 무게를 잊는 것이 아니겠느냐. 폭폭한 이 생을 단 일초라도 좋으니 내 것이 아닌 양 아무도 모르개 땅바닥에 살짝 부려놓을 수만 있다면. p80 어머니는 꿈과 희망과 세상에 존재하는 아름다운 것들에 관해 말하는 대신 무섭고 오싹한 것들을 일찍부터 주입시킴으로써 네 딸들이 인생에 대해 더이상 놀라는 일이 없도록 미리 방비하셨다. p144 능소화는 정말로 사람의 눈을 멀게하는 독을 꽃잎에 숨기고 있다네. 옛말 못 들었는가. 능소화의 꽃가루가 들어가면 눈이 멀게 된다는 말. p156 이 사람아, 땅위의 사랑이란 그런 것이지. 영화나 소설 속에서처럼 리얼리티가 심각학 결여될 때에만 사랑은그 이름값으로 간신히 아름답네. 자네도 아다시피 사랑은 시작이 퍽이나 중요하다네. 어떤 방식으로 시작하는가에 따라 사랑의 형태가 결정지어진다네. 그러하매 나는 사랑한다고 말할 기회를 영원히 잃어버린 셈이네. 놓쳐버린 꼴이지. 오마담의 손님으로 당당하게 부용각에 들어서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이 되고 말았네. 능소화의 주홍빛에 홀린 것이 문제였네. 그것은 문제였네. 그것은 덫이었네. 내 사랑은 시작부터 그렇게 혹독했네. p162 소리란 입에서 나오는 즉시 흩어져버려 붙잡아맬 수도 없고 그렇다고 형태가 잇어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고 해서, 그것처럼 사람을 애닯게 하는 것이 없다고. 내 사랑이 그러했네. 흐르는 물을 손으로 움켜잡는 것처럼. 바라는 볼 수 있으되 가까이에서 매만질 수 없는 꽃처럼. p164 능소화와 대숲 사이에서 보낸 한 생을 결코 후회하지는 않네. 거기에 하늘도 들이고 바람도 들이고 심심찮게 폭풍우도 불러들였으니 그만하면 한세상 잘 품다 가는 것 아니겠나.안 그런가, 이 사람아. p190 우리가 말하는 운명은 기대와 노력이 반이고 나머지 반은 우연하게 형성되는 거라고. 이해할 수 있겠니? 우리같은 인간을 옴쭉달싹 못하게 옭아매는 운명이라는 것이 실은 튼튼한 고리와 고리로 빈틈없이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사소한 의견에 의해 이리저리 왔다갔다 할 수 있게끔 느슨하게 되어있다는 것을. p208 육갑허네. 지지 않는 것은 꽃도 아니여. 질 줄 알아야 꽃인 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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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

빌려주기 전에 메모. 최근에 읽은 책들은 실패가 없다. 이 책을 읽은 내 친구 한 명은, 호어스트처럼 여유롭게 사는 것이 부럽다했으나, 나는 호어스트에게 너무나 공감을 느끼며 내 삶을 반성? 하고 말았다는.. ㅋㅋ 하지만 그런 자신의 삶을 너무 자신감 있게 바라보는 호어스트 조아~ 이힛 * 소파에 앉아 할 일을 적은 목록을 멍하니 바라본다. 오늘 안에 이 일들을 모두 해치우려고 일부러 8시에 일어났다. 하지만 나는 쌓인 일을 바로 시작하는 대신 쪽지만 뚫어지게 보고 있다. .... (중략)....쪽지에는 신이나서 할 만한 일이라곤 하나도 없다. 그래서 나는 이 일들을 하지 않으려고, 차라리 다른 일거리를 생각해 내려고 벌써 세시간째 이러고 있다. 이러면 적어도 나 스스로에게는 좀 명분이 선다. 어쨌는 나는 지금 뭔가 하고 있지 않은가? * '성공과 행복으로 이끄는 열 가지 심리 트릭!!!' .....(중략)....... '목표를 한 문장으로 요약, 가슴 깊이 새겨라. 문득 의욕이 사라지는 위험한 순간마다 크게 열 번씩 외쳐라.' 월요일 아침 9시. 자명종이 울린다. 상쾌한 아침! 눈꺼풀이 가볍다. 그러나 부엌창문에 생각이 미치자 갑자기 일어나기가 두렵다. 몸이 축 늘어지면서 기운이 빠진다. 구호를 열 번 외쳐야 하는 순간이다. "나는 행복과 성공적인 인생을 원한다. 아무튼 좀 더 정돈되도 규칙적인 생활을 하겠다. 너무 많이 빈둥거리지도 말아야겠다." 이 말을 일곱번째 반복하다가 나는 그만 잠들고 만다. 구호를 외치다가 지쳐버린 탓이다. * 나라는 사람은 뭔가 해야겠다고 마음 먹으면 아주 확실한 방법으로 접근한다. 그래서 집안 구석구석에 할 일을 적은 쪽지를 붙인다. 그런데 문제는 그 쪽지들이다. 시간이 흐르고 그 수가 늘면서 점점 내 신경을 죄어 온다. 지금도 줄잡아 60-70개가 곳곳에 붙어있다. '호어스트! 제발 세무신고 좀 해! 어서, 제발, 당장!!! 대체 어쩌려고 그러냐? 질질 끌지만 말고 할일은 좀 하면서 살자고, 이 화상아!..............(후략)' * ... 절대절명의 순간 게으름이 내 목숨을 구한다. 이 경험은 우리 같은 무력한, 나태한 씨들을 차마 눈뜨고 못 보는 이 시대의 지나치게 활동적인 사람들이 반드시 교훈으로 삼아야 할 일이다. 적시에 구사하는 건강한 무기력은 황금이다. * ... 우체국이란 데가 원래 인생이 선사하는 온갖 즐거움을 결코 스쳐보내지 않는 곳이잖던가. * .. 얼마 전 나는 '줄긋기' 실험에 착수했다. 새 연필심이 완전히 닳아 없어질때까지 종이에 정확히 몇 개의 선을 그을 수 있는지 밝혀내는 게 이 실험의 목표다. ...(중략)... 17239째 선을 막 내리긋는데 느닷없이 내 안의 소리가 석연치 않은 혐의를 추궁하는 교신을 보내온다. "어이 호어스트, 자네, 왠지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 "참! 그런가? 하지만 그럼 안 되나? 어차피 내 시간인데." * 저항없이 무의미하게 이 사회에서 시간을 죽이는 노인, 나도 언젠가 저렇게 될까? 아니면 늙어서도 지금처럼 온종일 너끈히 창밖을 내다볼 만큼 팔팔한 정력을 유지하게 될까? 어쩌면 내가 저 노인이 있는 바로 저 양로원 창가에 앉게 될지도 모른다. 그때 여기 내 집에 젊은 여자가 살고 있다면 좋겠다. 젊은 여자들, 그것은 노년의 장점이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나보다 젊은 여자의 수가 점점 늘어나니 말이다. 이 얼마나 긍정적인 결말인가! --- 찾아보기 중에서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 우리 두 사람은 자주 혼동됨. 그 자가 그 사이 몸이 좀 불었나? * 미국 : 설명할 방법이 없음 * 응급실 : 여기까지 갔다면 이미 큰 일을 해낸 것 * 천국의 문 : 전설의 명소, 아직 발견되지 않음. 아틀란티스 비슷하나 보물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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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 건너 간 노래

간만에 일찍 잠이 들었나 싶었는데,

늦은 밤 친구의 전화에 잠이 깼다.

자기도 에지간히 답답했는지, 전화기를 붙들고 한 시간을 이야기를 쏟는다.

덩달아 화를 내다가 감은 눈이 떠지고 말똥말똥해진 시간.

낼 아침에 하려고 미뤄두었던 편집소스를 펼치고 렌더링을 걸었더니

컴퓨터가 느려서인지 거의 한 시간은 걸릴 태세다.

 

밤은 사람을 자꾸 외로움으로 내몰아

억지로 묵은 추억들을 꺼내보게 한다.

노래를 따라 부르다가 수첩 하나를 펼쳤다.

일기도 그림도 시도 노래 가사도 낙서처럼 휘갈겨진 작은 수첩.

그리고 어느 밤, 내 맘을 시리게 했던 시 하나 발견하고

옮겨놓는다.

구질구질 아무 설명없이 시만 놔뒀으면 멋졌겠지만

밤이 되면 여전히 구질구질해지는 나다.

 

 

江 건너 간 노래

이육사

섣달에도 보름께 달 밝은 밤
앞내江 쨍쨍 얼어 조이던 밤에
내가 부른 노래는 江 건너갔소.

 

江 건너 하늘 끝에 沙漠도 닿은 곳
내 노래는 제비같이 날아서 갔소.

 

못 잊을 계집애 집조차 없다기에
가기는 갔지만 어린 날개 지치면
그만 어느 모래불에 떨어져 타서 죽겠죠.

 

沙漠은 끝없이 푸른 하늘이 덮여
눈물 먹은 별들이 조상오는 밤

 

밤은 옛일을 무지개보다 곱게 짜내나니
한 가락 여기 두고 또 한 가락 어데멘가
내가 부른 노래는 그 밤에 江 건너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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