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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 민중언론 참세상의[골목길 접어들 때에~] 에 관련된 글.
새벽 골목길은 원래 조용하다.
낙산공원 초입에 있는 우리집으로 오르는 언덕길.
12시 조금 넘어까지 하는 슈퍼가 문을 닫으면 간혹 개, 고양이 소리나 간간히 들렸다.
여름이니 골목길이 활기를 띤다.
좁은 골목 양쪽으로 다들 창문을 열어놓은 탓에
12시 넘어 골목도 시끌시끌하다.
싸우는 사람들 소리도 들리고 TV소리도 들리고 설거지하는 소리도 들리고 담배연기 소리도 들리고 쌔근쌔근 자는 소리 그리고 내 발자국 소리. 다 들린다.
어려선 시장 골목에 살았다.
앞집 아주머니가 밥을 챙겨주면 뒷집 아주머니는 아이들이 잘 자나 들여다봐주는 곳에 살았다.
문도 활짝 열고 자거나 꼬맹이들끼리 놀며 뛰어다니던 곳이었다.
특별한 날이면 엄마 손 잡고 골목을 나서 시장으로 갔다.
하나에 오백원짜리 닭꼬치를 하나 쥐어주면 동생과 나눠먹곤 했었다. 그게 하나 더 먹고 싶어 구워지는 닭꼬치를 보며 침을 질질 흘리곤 했다.
엄마는 해물탕거리를 사 한데 넣고 보글보글 끓어주었다.
지금 기억으론,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었다.
그 때 못 먹던 미더덕을 지금은 오독오독 잘도 먹는데,
이제 그 골목은 사라졌겠지.
그래서인가봐. 힘들게 올라가야 하는 언덕위 이 집을, 이 골목을
내가 이리도 애틋하게 좋아하는 건.
요즘은 잠드는 게 참 힘들다.
하루종일 힘들어하는 것이 그 때문임을 알면서도
자리에 누운 채 두세 시간은 그냥 뒤척이기만 한다.
누운지 두 시간이 지나
문득 보내야 할 메일이 하나 생각났고
그녀의 메일 주소를 확인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쓰지 않던 계정에 로그인을 했다.
그 곳엔 어린 내가 있었다.
안쓰럽지만 훨씬 생기 있는, 내가.
메일이 아직 소통의 수단으로 유의미했을 무렵의 편지들은
온갖 기억들로 나를 이끈다.
지금은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 친구와의 심각한 이야기들,
부끄러운 목소리로 너를 좋아해라고 말하는 몇 통의 편지들,
각종 관계들, 그 안에 오해들, 이제 연락하기 어려운 사람들, 그런 것들.
일부러 기억을 도려내어버린, 지워 버린 편지들까지 모두 기억나는 밤.
지금보다 더 바보 같았겠지만,
그래도 사람들에, 그 관계들에 애정을 쏟고 살았던 내가
그리워.
사랑하는 엄마께
엄마, 오늘 편지 잘 받았어요. 엄마 말씀대로 11월 1일날 결심했던 것을 잘 지켰는지 궁금해요. 엄마, 이번에 엄마가 넣어주신 편지는 우리에게 처음 온 편지 거든요. 제가 만든 우체통이 우리집에 도움이 되니 기분이 좋아요.
엄마 내가 요즘은 말을 듣다 안 듣다 하니 싫지요? 양념이 싱겁게 잘 안 되요. 조금씩 짜지거나 맵게 되거든요. 엄마 좀 협조 부탁드려요. 무엇보다도 우리 식구끼리만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즐거워요. 엄마, 답장을 꼭 보내주세요.
엄마 무척 사랑해요.
엄마의 오른팔 ** 올림
추신 : 조금 써서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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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념 부분은 실제 요리 이야긴지 나름의 비유였는지 모르겠다. 깔깔.
협조 좀 부탁드린다는 어린 딸년의 편지를 받고 엄마는 어떤 표정이었을까.
이사를 한답시고
온 식구가 오랜만에 모여 앉아 수다를 떨다가
뭐든지 추억이라고 버리기 싫어하는 오마니가 고이고이 모아놓은 편지와 일기 더미를 봤는데
온 식구가 박장대소 ㅎ
그냥 두기 아까워서 블로그에도 스리슬쩍.
어려서부터 유명한 악필이었으므로 내용은 리타이핑..ㅎ
어릴 적 나 역시 비꼬기 좋아하는 모습 그대로. 깔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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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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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카메라를 들고다닐때엿고나.묘하게 촌스러운..... 무슨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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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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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세~ 지금의 자세와는 사뭇 다르구려. 성장하는 새삼~~ 멋지구리...근데 묘하게 촌스럽다는데에는 한표. ㅋㅋ근데 사진 보니 보고시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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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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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타인의 취향 아이디랑 비밀번호 좀 알려줘. 난 저기에 너무너무 글을 쓰고싶은데, 컴퓨터 포맷 이후 자동로그인이 풀려서 글을 남길 수가 없다우. 예전에도 로긴을 안 하면 글을 쓸 수 없다는 걸 모르고 몇 번 글을 날렸는데, 오늘 그 사실을 까먹고 또 구구절절 남겼다가 또 날렸다.+)저 사진은 머리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 뻔덕거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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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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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나, 묘하게 촌스러운..ㅎㅎ 지금도 늘 묘하게 촌스러워..흐흐슈아, 저 때 촬영본을 보면 어딘가 숨고 싶다는...흑
황, 로긴 안 하면 글 못 쓰나? 글쿤ㅋ 니 아이디는 paperer이고 비번은 니 생일로 바꿔놨음. 4자리니까 로긴하고 수정하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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