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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간다간다 말만 많던 이사가 내일로 다가왔다.

살며 벌여놓은 짐은 어찌 그리 많은지

정리한다고 해도 끝이 없다.

먼지 사이에 둘러싸여 감기는 나을줄 모른다.

 

너무나 많은 이사를 하고 살았다,

고 생각해본다.

유목민처럼 떠돌며 살다보니

자연스레 안정이나 소속감 같은 걸 별로 안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건지도 모른다.

그냥 닥치는 대로 살지 뭐, 하는 생각도

잦은 이사로부터 비롯된 것인지도.

아주 어릴 때에 기억하지 못하는 이사를 제외하고도

7살 이후로 내가 살았던 집은 스무 곳 정도이다.

서울과 경기권 근처에서 이 곳 저 곳을 다니면서

전세값이 월세값이 오를 때마다 동네를 훌쩍 떠나야할 일도 생겼다.

공간이 달라지면 사람들과도 멀어졌고 친구들은 사라지고 입학 학교와 졸업학교는 늘 달랐다.
외롭다,
고 생각한 적도 많았다. 경험을 공유할 친구가 없다는 것은 슬픈 일이었으니까.

 

한편으로는 삶이 바뀌는 것들이 좋기도 했다.
늘 새롭게 시작할 수 있으니까.
내 거짓말을 아무도 모르니까. 재미있었다.
사는 걸 계속 리셋하듯이 이사를 할 때마나 새 사람인양 굴었었다.

이번 이사를 마치면 좀 진득하니 살 수 있을까.
아니면 또 어디론가 기어나가게 될까.
상념이 많은 이사 전 날.

옥상에서 담배 한 대를 피우고 나니 어쩐지 서글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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