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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접어들 때엔

* 민중언론 참세상[골목길 접어들 때에~] 에 관련된 글.


 

새벽 골목길은 원래 조용하다.

낙산공원 초입에 있는 우리집으로 오르는 언덕길.

12시 조금 넘어까지 하는 슈퍼가 문을 닫으면 간혹 개, 고양이 소리나 간간히 들렸다.

 

여름이니 골목길이 활기를 띤다.

좁은 골목 양쪽으로 다들 창문을 열어놓은 탓에

12시 넘어 골목도 시끌시끌하다.

싸우는 사람들 소리도 들리고 TV소리도 들리고 설거지하는 소리도 들리고 담배연기 소리도 들리고 쌔근쌔근 자는 소리 그리고 내 발자국 소리. 다 들린다.

 

어려선 시장 골목에 살았다.

앞집 아주머니가 밥을 챙겨주면 뒷집 아주머니는 아이들이 잘 자나 들여다봐주는 곳에 살았다.

문도 활짝 열고 자거나 꼬맹이들끼리 놀며 뛰어다니던 곳이었다.

특별한 날이면 엄마 손 잡고 골목을 나서 시장으로 갔다.

하나에 오백원짜리 닭꼬치를 하나 쥐어주면 동생과 나눠먹곤 했었다. 그게 하나 더 먹고 싶어 구워지는 닭꼬치를 보며 침을 질질 흘리곤 했다.

엄마는 해물탕거리를 사 한데 넣고 보글보글 끓어주었다.

지금 기억으론,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었다.

 

그 때 못 먹던 미더덕을 지금은 오독오독 잘도 먹는데,

이제 그 골목은 사라졌겠지.

그래서인가봐. 힘들게 올라가야 하는 언덕위 이 집을, 이 골목을

내가 이리도 애틋하게 좋아하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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