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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삶은 나의 것이 되었다, 전경린

나는 운명론자다.

아니 운명론자라기보다는, 여하튼 운명이 이끄는 힘 같은 거에 대한 믿음이 있는 편이다.

물론 예전에 읽었던 신기생뎐에서 나왔던 말처럼

그 운명이란 것이 굉장히 느슨한 끈으로 이루어졌다고도 생각한다.

그래서 때로 그 느슨한 끈이 나를 당기는 느낌이 들면

나는 내 상태나 여타 주변 상황 등을 고려치 않고

냅다 그 끈을 잡아버리고 만다.

 

얼마 전부터 내년 초에 여행을 갈거라고 공언해왔다.

사실 갈 수 있을지 확신할 순 없었지만

그래도 자꾸 말이라도 해 놔야 갈 거 같아서

그냥 막연하게라도 갈 거다, 네팔에 갈 거다 그랬다.

시간은 자꾸 내년에 가까워지고

나는 여전히 아무 준비도 않은 채 그대로 있는 중이었다.

누군가 나에게

그렇게 말만하다가 못 가겠네

했을 때 버럭 화를 냈던 것도 내가 그리 생각하고 있어서였다.

 

그러다 그제,

대학로에 약속이 있어서 가는 길,

시간에 늦어 그에게 이음아트에 가 있으라 부탁했다.

헌책방 코너를 뒤적이고 있던 그에게 헐레벌떡 뛰어가 나오려는 길

웬 책 하나가 나를 붙잡았다.

그냥 정말 붙잡는 느낌이었다.

 

전경린의 여행에세이?

전경린을 그리 좋아해놓고도 여행에세이가 나온 줄도 몰랐다.

무심코 한 장을 들춰보니 눈에 확 들어오는 단어

네팔에 가야겠어요.

 

나는 무작정 책을 집어들었다. 이건 운명이야, 라고 생각하며.

사천원이라는 싼 가격에 집어든 책은

누군가가 누군가에게 선물을 했던 책이었는지

맨 앞장에 평안한 가정이 되길 빈다는 편지가 적혀있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선물을 한 날짜는

내 생일이었다!

ㅎㅎㅎㅎ

와, 정말 이건 운명이지 않을까?

 

 

아직 책은 다 못 읽었는데

내일 서울 올라가는 기차 안에서 열심히 더 읽을 작정이다.

빨리 읽어버리기 아까운 책.

나를 찾기 위해 떠나는 여행, 내 삶을 나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떠나는 여행,

에 관한 이야기들.

 

"삶은 애욕과 노동이거나 애욕의 노동"

이 말이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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