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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累) / 이병률

누(累) / 이병률 늦은 밤 쓰레기를 뒤지던 사람과 마주친 적 있다 그의 손은 비닐을 뒤적이다 멈추었지만 그의 몸 뒤편에 밝은 불빛이 비쳐들었으므로 아뿔싸 그의 허기에 들킨 건 나였다 살기가 그의 눈을 빛나게 했는지 모르겠으나 환히 웃으며 들킨 건 나라고 뒷걸음질쳤다 사랑을 하러 가는 눈과 마주쳤을 때도 그랬다 늦은 밤 빨랫감을 털고 있는 내 방 창문을 지나 막다른 골목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던 숫그림자는 구두 굽에 잔뜩 실은 욕정을 들키자 번뜩이는 눈으로 달겨들 채비를 하고 있었다 이럴 땐 눈이 눈에게 말을 걸면 안 되는 심사인데도 자꾸 아는 척해야 할 일이 있는 사람처럼 내 눈은 오래도록 그 눈들을 따라가고 있다 또 한번 세상에 신세를 지고야 말았다 싶게 깊은 밤 쓰레기 자루를 뒤지던 눈과 사랑을 하러 가는 눈과 마주친 적 있다 ---- 캡쳐를 걸어놓고 웹서핑을 하다가 마주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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