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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좋아했던 만화 중에 119구조대라는 게 있었다.
바로 요것. (최근에는 슬램덩크마냥 큰 새 책으로 나왔다. 아 사고싶어)
주인공인 다이고는, 본능에 충실한, 문제많은, 천재, 소방관이다.
슬램덩크의 강백호처럼,
원래는 잘 하는 것 없는 문제학생이었는데,
어쩌다(?)-사실 좋아하는 여자때문에 ㅋ - 하게된 소방관 일에
천부적인 소질이 있었던 거다.
이론이나 규칙 같은 건 잘 모르지만 순간순간의 느낌으로 누구보다 화재현장을 잘 진압해내는, 꼬맹이 녀석.
아, 어쨌든 만화의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하려던 건 아니고,
(언제나 주저리주저리 하고 싶어지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다이고 녀석의 한 가지 철학이 오늘 문득 떠올라서인데,
바로 이거다.
"나와 가까운 사람은 가장 나중에."
화재현장에서 사람들을 구할 때, 다이고는 늘 가장 가까운 사람을 마지막에 구했다.
약간 다른 맥락이기는 하지만 나는 좀 그런 편이었다.
가까운 사람에게 가장 불친절하게, 대해왔다.
약속을 정할 때도, 일을 할 때도 가까운 사람은 늘 우선순위에서 밀어냈다.
그래도 다 이해해 줄 거라고 생각했기도 하고,
그래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이기도 했다.
가까운 사람을 가장 나중으로 두는 건, 나의 철학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깨달은 건,
화재현장에서 본능으로 모두를 살려낼 수 있는 사람도 아닌 나에겐,
가장 가까운 사람만을 구해내지 못할지도 모르는 나에겐,
이건 상당히 필요없는 책임감이며 나의 가까운 사람에게는 상처 일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어쨌든 그래서 나는 그 쓸데없는 철학을 버렸었는데,
요즘엔, 그게 조금 다른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해야 할 일과 해야 하는데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은 아니지만 무지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나는 고스란히 이 위에 쓴 순서대로 그 일들을 진행한다는 거다.
그래서 오늘 약간 우울해졌다.
해야 하는 일은 아닌데 무지 하고 싶은 일이, 상처 받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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